무리한 불법SW 단속과 밀어내기 영업 방식으로 신뢰성에 타격

 
[컴퓨터월드] 美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이어 올해 4번에 걸쳐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한 후 부사장 3명이 퇴사하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마이크로소프트는 감사결과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지사장인 제임스 김을 비롯해 SMB(Small & Medium Business, 중소기업) 영업총괄담당인 L 부사장, 공공영업총괄담당인 P 상무 등 주요 임원들이 감사가 시작되면서 잇달아 회사를 떠나 감사와 관련이 있는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감사결과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지만 이를 발표하기에는 회사가 입을 타격이 커 문제가 된 사람을 퇴사시키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고강도 감사 진행
감사의 초점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미 본사에 보고한 판매실적과 채널들이 판매한 실적이 정확하게 맞는지에 맞춰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판의 한 관계자는 감사가 진행과정에서 수시로 전화로 확인을 해 하는 등 감사의 강도가 생각보다 높았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한국 실적이 어느 때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문제점을 상당부분 파악한 후 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의 감사는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간도 길었을 뿐 아니라 총판 등 채널까지 대상으로 하는 등 조사 대상도 광범위했다.

업계에서는 제임스 김이 매출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추구한 두 가지 전략 ▲ 판매 채널을 통한 밀어내기식 영업과 ▲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통한 매출증대 등이 결국 문제를 가져왔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0년 제임스 김이 지사장 취임 이후 3년 연속 최고의 실적을 올려 '톱1 서브', 즉 전 세계 마이크로소프트 지사 가운데 가장 실적이 좋은 지사한테 수여하는 상을 받았다. 톱1 서브 수상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역사 이래 처음이었으며 이후 2013년과 2014년도에도 톱1 서브는 아니지만, 매출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업계는 물론 내부에서조차 제임스 김 지사장 취임 이후 전과 비교해 특별한 영업전략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국내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러한 실적을 달성한 것은 밀어내기와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 없이는 설명될 수 없다고 한다. 제임스 김 지사장 이후 매출 향상은 밀어내기와 불법SW 단속 때문이었으며 이번 감사에서 이러한 정황이 드러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MS 영업 직원 중 일부는 이러한 밀어내기와 불법SW 단속에 대해 상당한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밀어내기와 불법SW 단속으로 인해 판매채널과 고객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데다 기업이미지도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는 것이다.

제임스 김 전임 지사장이 한국MS를 이끌고 있던 시기에 불법SW 단속의 근거로 'SPLA(외부 사용자 라이선스)'라는 내부 제도를 가장 잘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제도는 그러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내부 관계자들도 '惡(악)의 제도'라고 지적할 만큼 고객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했다고 한다.

SPLA(Service Provider License Agreement) 제도는 서비스 공급자가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그룹사 및 계열사 포함)인 고객에게 소프트웨어 서비스, 상업용 서비스 또는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라이선스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적용 여부가 크게 달라져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한다.

▲ 김 제임스 前 한국MS 지사장

약자에는 강하고 강자에는 약하고
예를 들어 100명의 직원을 가진 A라는 기업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윈도우 서버, SQL DB 등의 각종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경우 100명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데, A 기업의 홈페이지를 제3자가 방문했을 경우 그 방문자들에게까지도 라이선스 비용을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국MS에서 이러한 라이선스 방침을 들고나와 고객이 황당해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고객사는 라이선스 계약 체결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SPLA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들은 바가 없었다고 한다.

홈페이지는 특정 다수가 아닌 불특정다수, 즉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제3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적용시킬 수 있다는 SPLA 제도를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같은 제도를 앞세워 PC방을 비롯해 소상공인 기업(50명 이하 규모)은 물론 심지어 부도가 난 기업들에게까지도 불법SW 사용 단속을 해 비난을 받았다. 소규모 업체에는 이처럼 엄격하게 적용하던 SPLA 제도는 그러나 힘 있는 대기업에는 아예 적용하지 않거나 적정선에서 타협을 하는 등 이중적인 자세를 보였다.

사실 SPLA 제도는 2000년대 중반(2005년경) 만들어졌으나 제임스 김 지사장 이전의 지사장들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적용하지 안 했으나 제임스 김 지사장 취임 이후 그와 호흡이 맞았던 L 임원이 적극 추진했다고 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법무법인 등을 앞세워 불법SW 단속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K 회장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이자 제임스 김과는 막역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밀어내기 영업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P 임원은 매출향상을 위해 '지불유예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파트너트들한테 우선 물건을 판매한 것으로 처리하고, 그에 대한 판매대금은 서서히 지불하도록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사장 퇴사 감사와 무관치 않은 듯
한편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지사장이 공석인 가운데 최근 이용갑 부사장(OEM 및 홈 비즈니스 담당)과 민성원 부사장(대기업 담당)도 퇴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들 두 부사장의 정확한 퇴직 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진행한 감사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무튼,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4명의 부사장 가운데 지난 4월 사직서를 낸 임우성 부사장을 포함해 3명이 퇴사했다. 이들 부사장 중 민성원 부사장은 미 본사로부터 재계약을 요청받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퇴직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기영 부사장은 COO로서 신임 지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석인 지사장은 조직 안정을 위해 아태지역 관계자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으며, 퇴사한 부사장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임우성 부사장이 맡고 있던 SMB 부문만 아태지역 관계자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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