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섭 위메프 CTO

[컴퓨터월드] ‘데브옵스(DevOps)’는 개발(Development)과 운영(Operation)을 결합한 용어로, 애플리케이션 개발/테스트 담당 부서와 관리/운영 담당 부서 간 협업을 활성화하는 소프트웨어(SW) 개발 방법론을 뜻한다. 급변하는 IT환경으로 인해 더욱 민첩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시대, ‘데브옵스’는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역시 ‘데브옵스’의 채택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지만, 프로세스부터 문화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기업들에게 적잖은 고민거리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 가운데 단기간에 ‘데브옵스’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기업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어느 분야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전자상거래(E-Commerce) 시장에서, 위메프는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IT에서 찾고 있다. ‘W스퀘어랩(W Square Lab)’에서 이를 주도하고 있는 김요섭 위메프 CTO를 만나 최근 일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들어본다.

▲ 김요섭 위메프 CTO 겸 플랫폼/개발 디렉터

 주요 약력
- 現 위메프 CTO & 플랫폼/개발 디렉터 (2014- )
- 前 앱디스코 CTO (2012-2014)
- 前 하와이 코나 열방대학(UofN, Kona) 시니어 SW엔지니어 (2010-2012)
- 前 야후 APAC 리스팅/맵 엔지니어링 리더 (2009-2010)
- 前 야후코리아 로컬/맵 엔지니어링 리더 (2006-2009)
- 前 포럴톤 개발팀장 (2004-2006)

 

위메프의 W스퀘어랩에 대해 소개해 달라.

위메프의 IT조직인 W스퀘어랩(이하 WSL)은 ‘개발자가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는 슬로건 아래 IT개발을 위한 최적의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4년 12월 설립됐으며, 현재 개발, 기획, 인프라의 3개 조직으로 구성됐다. ‘해피 엔지니어링’을 목표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개발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함께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개인적으로 위메프에 합류하게 된 계기 중 하나도 ‘개발자를 소중히 여기고, 개발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국내에도 만들어보고 싶어서였다. 물론 이커머스 시장의 가능성과 위메프의 잠재력 등도 고려했다. 합류 이후 위메프 개발자들끼리 협업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접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섰고, 마침 WSL 설립이 추진돼 현재에 이르렀다.


위메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WSL이 맡은 역할은.

개발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데브옵스와 이를 통한 지속적인 배포(Continuous Deployment)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고 비즈니스 성장속도가 빠를수록 개발조직에 대한 요구가 점점 많아지기 마련이다. 모바일 시대의 도래로 더욱 다양해진 사용자의 요구사항에 대해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계속 개발 속력을 높여야 하고, 하루에도 수백, 수천 번씩 배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결국 개발 속력이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하루에 23,000번, 구글은 5,500번, 넷플릭스는 500번씩 배포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아키텍처, 배포 프로세스, 배포 시스템, 브랜치 전략, 테스트 환경, 테스트 자동화 등 많은 영역에서 변화를 필요로 한다. 팀을 작게 쪼개 다기능팀(Cross-Functional Team)이 목표를 공유하게끔 만들고,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를 택해 개발팀끼리 상호 종속(Dependency)이 없도록 하며, 개발/테스트 환경 구성부터 테스트와 배포까지 자동화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특히 프로세스 가운데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으로, 이를 통해 리드타임(Lead Time)을 짧게 가져가면서 서비스의 개선을 체감할 수 있게 해 사용자를 락인(Lock-In)시키는 것이 목표다. 위메프의 경우에도 하루에 수십 번씩 배포가 이뤄지고 있는데, 한 해 동안 진행된 100여개 프로젝트 가운데 롤백은 단 한차례밖에 없었다는 점은 당초 지향했던 바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이라 자평한다. 현재는 테스트 환경을 도커(Docker) 기반으로 준비하고 있고, 조직과 프로세스 및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


WSL의 개발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전반적인 프로세스는 린(Lean)/애자일(Agile) 개발 방법론을 택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경우 워터-스크럼-폴(Water-Scrum-Fall)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전체적인 개발 프로세스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이되, 프로젝트 내 개발은 스크럼(Scrum) 방식으로 진행하고, 운영은 칸반(Kanban)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운영업무를 스크럼으로 진행하면 개발자 리소스를 보호하기 위한 스프린트(Sprint) 주기 동안에는 새로운 요구사항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사 서비스 특성상 하루에도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수차례 요구사항과 우선순위가 변경되므로, 자사와 같은 경우 운영에는 스크럼보다 칸반이 어울린다고 여겨진다. 세간에는 칸반에 대한 오해도 있는 것 같은데, 칸반은 단순히 스크럼처럼 진행하면서 대시보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린 싱킹(Lean Thinking)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 개발 프로세스를 볼 수 있게 시각화해 이를 바탕으로 병목을 풀어주고 이슈를 해결해주는 것이 매니저의 역할이라 보며, 여기에 칸반이 적합하다고 느낀다.


WSL에서 도입해 활용 중인 솔루션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지난해 10월부터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위에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구축, 빅쿼리(BigQuery), 하둡(Hadoop), 스파크(Spark), 스파크ML(SparkML) 등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찾아주고 이용행태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액세스 로그만 분석하고 있다. 사용 중인 IDC 내 구축하면서 리소스를 쓰는 것보다는 데이터 분석과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퍼블릭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택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GCP보다 편한 인터페이스와 더 많은 서비스 및 빠른 업데이트를 지원하나, 스팟 인스턴스 등으로 가격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다. 빅데이터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구글의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GCP를 골랐다. 글로벌 로드밸런스, 컨테이너 기반 배포, 라이브 마이그레이션 등은 10년 전부터 구글이기에 가능했던 것들이다. AWS는 시간당 과금인데 비해 GCP는 10분당 과금이라 보다 비용효율적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밖에도 SAP ERP, 뉴렐릭(New Relic) APM, 태블로(Tableau) BI 분석도구, 슬랙(Slack) 협업도구, 패러렐즈(Parallels) 데스크톱 가상화 앱, 제트브레인의 IDE 인텔리J(IntelliJ)·웹스톰(WebStorm)·PHP스톰(PHP스톰), 아틀라시안(Atlassian)의 지라(Jira)·컨플루언스(Confluence)·스태시(Stash) 등의 상용 솔루션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좋은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 WSL이 펼치고 있는 활동은.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자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개발자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본다. 미국에서 일할 때 운 좋게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MS) 등으로부터 연락받아 인터뷰(면접)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개발자 한명 한명을 진정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트위터의 경우에는 당시 취업비자 문제로 입사하더라도 1년 후에나 근무 가능한 사정을 이야기하니, 그동안 한국에서 원격으로 일하고 있다가 비자 나오면 본사로 복귀하라고 답하더라. 이렇듯 개발자를 우대하기에 많은 개발자들이 미국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WSL에서는 개발자 한명 한명을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설립 이전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큰 변화를 이뤄왔다고 자부한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개발환경을 새롭게 조성한 것은 물론,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개발자 교육 관련해서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개발자들은 몸담고 있는 개발조직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확인할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데브옵스에 대해 국내에서는 툴에만 초점을 맞추는 면이 없지 않은데, WSL에서는 전반적인 과정과 문화까지 배울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제도도 마련했다. 관련 도서 구매나 세미나·컨퍼런스 참석을 무제한 지원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브라운백 세미나라는 테크토크(Tech Talk)와 신규 입사자를 위한 부트캠프(Boot Camp)를 개최하고 있으며, 스터디 그룹 구성 시 소정의 지원금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한 해 동안 이곳을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이직률도 대폭 낮아졌다. 이는 우리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여겨져 고무적이다. 지금도 WSL에서는 다양한 직군의 개발자들을 구하고 있다. 함께 배우면서 성장하고 싶은 이들이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국내 기업의 개발 조직 관련 문제점을 꼽는다면.

개발자에 대한 인식부터 개선될 필요가 있다. 국내의 경우 SI(시스템통합) 개발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인지, 기업에서 개발자들을 마치 부속품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느낌이다. 반면 미국에서 목격한 것은 말로만이 아니라 진정한 개발자 중심의 기업들이 서로 좋은 개발자를 영입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었다. IT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자 한다면 우리나라도 개발자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업들의 인터뷰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 국내에 돌아와 몇 군데 인터뷰를 가보니 아직도 호구조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어느 곳에서는 술 잘 마시는지부터 진지하게 묻더라. 미국의 경우 처음에는 온라인상에서 알고리즘이나 자료 문제를 코딩으로 풀면서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기본적인 실력을 검증한 후, 직접 만나게 되면 그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적인 역량과 업무에 대한 자세 및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위주로 살핀다. 이렇듯 첫 단추를 꿰는 법부터가 다르다.


향후 위메프 WSL의 계획은.

위메프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작은 스타트업에서 엔터프라이즈 기업으로 급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스타트업 때처럼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속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WSL은 위메프의 엔진으로서 데브옵스를 통해 비즈니스 요구사항에 대응하고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맡고자 한다.

향후에는 위메프가 린 엔터프라이즈(Lean Enterprise)로 거듭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지속적인 배포를 통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모든 조직이 린 싱킹을 갖출 때 비로소 위메프의 잠재력이 온전히 발현될 것이다. 지금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개발자들이 선망하는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꿈을 WSL의 개발자들과 함께 꾸고 싶다.

▲ 김요섭 위메프 CTO는 회사와 개발자들의 동반성장이야말로 W스퀘어랩의 취지이자 목표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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