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정보통신공사업법’ 문제 제기에도 3년째 묵묵부답

[컴퓨터월드] SW 기업의 SW 자산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공사업 기업진단요강’이 문제로 지적된다. 해당 조항에는 ‘무형고정자산’을 ‘부실자산’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SW기업들은 이러한 조항이 SW발전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013년부터 상용SW협회를 필두로 해당 조항에 대해 강력한 개정요청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해당 조항은 개정되지 않고 있다.

SW 자산 가치 인정하지 않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르면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정보통신공사업에 참여하려면 ‘정보통신공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현재 정보통신공사업자 등록기준에 의하면 개인일 경우 2억 원 이상, 법인일 경우 1억 5천만 원 이상의 자본금과 기술인력 및 사무실이 필요하다.

문제는 ‘정보통신공사업 기업진단요강’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SW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SW 자산이 기업진단보고서에서 전부 부실자산으로 처리된다는 데에 있다. 현재 정보통신공사업법은 ‘정보통신공사업 기업진단요강’ 10조 5항에 의거 ‘무형고정자산’을 일괄적으로 ‘부실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은행권이나 기타 투자와 관련해서는 ‘회계사가 납득할만한’ 근거자료를 제시해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정보통신공사업법’처럼 법령이 자산 인정을 가로막고 있는 경우에 기업은 추가적인 자본금을 마련해야만 한다. 사실상 자산 중 SW의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면 ‘정보통신공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SW 업계 관계자들은 SW가 ‘무형고정자산’이란 이유만으로 ‘부실자산’으로 취급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SW 개발 및 유지보수 전문기업 A사는 정보통신공사업자로 등록하려 했으나 주력 사업항목인 SW가 부실자산으로 처리돼 실질자산 및 자본으로 인정되지 못했다. A사는 정보통신공사업자로 등록하기 위한 자본금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어 추가적인 출자를 통해 자본금을 마련해야만 했다.

이처럼 SW가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SW의 투자·개발이 저하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비용을 투자해 R&D를 진행하고, 제품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SW를 자산으로 잡을 수 없기에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시 제2015-86호
‘정보통신공사업 기업진단요강’

제10조(부실자산)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이를 부실자산으로 처리하여야 한다.
1. 자산의 과대평가로 인한 가공자산
2. 제시자산총계의 100분의 2를 초과하는 현금
3. 진단을 받는 자의 소유가 아닌 자산
4. 대손처리하여야 할 자산
5. 무형고정자산(사용수익기부자산은 제외한다)
6. 이연자산
7. 선급비용
8.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비용으로 계상하여야 할 대상금액이 자산으로 계상된 금액
9. 제12조 내지 제14조, 제16조, 제21조의 규정에 의한 부실자산


각종 무형자산의 자산 평가 방법

현재 주요 무형자산의 가치 평가 방법으로는 시장 접근법, 비용 접근법, 수익 접근법 등이 있다.

시장 접근법은 평가 대상 시장과 유사한 자산의 시장 거래 정보를 종합 비교해 해당 지적 재산권의 가치를 가늠하는 방법이다. 자산의 현재 가치를 시장에서 판정된 자산과 종합 비교해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된다. 활발하고 투명한 시장이 존재해야 하며, 유사 거래가 낮고 관련 정보가 부족한 경우에는 효용성이 떨어진다.

비용 접근법은 대상 자산이 보유하고 있는 가치와 동일한 수준의 가치를 얻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금액으로 산출함으로써 해당 자산의 미래 이익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평가 대상인 지적 재산권을 획득하기까지 소요되는 물적, 인적 자원의 가치를 합산하고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사용된다. 시장자료가 확보돼 있는 경우 측정이 용이하지만, 향후 기대 수익에 대한 고려가 어렵고, 사회 구조나 시장 구조를 반영하기 힘들다.

수익 접근법은 평가 대상 자산으로 인해 미래에 예상되는 기대 수익을 예측하고 이를 현재 가치화 하는 방법이다. 그 재산권이 지닌 수익 창출 능력에 초점을 두는 산정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유사한 자산 거래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유용하지만, 미래의 현금 흐름에 대한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미래의 가치이기에 위험 요소를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SW의 자산가치는 어떤 방식으로 평가해야 할까. 강남오, 심기영, 한상용 등은 지난 2005년 한국소프트웨어감정평가학회 논문지를 통해 ‘SW등 디지털 정보의 재무적 가치 평가 모델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저자는 논문을 통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가치 평가를 위해 ‘경제적 가치’와 ‘기술적 가치’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정 원가, 예상매출규모, 기대가치 등의 경제적 가치와 소프트웨어 평가기준, 기술성 평가 등 기술적 가치를 합산해 종합 평가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 지적재산 가치평가 방법론별 특징


미래부 법안개정 지지부진
하지만 해당 논문이 발표된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확한 ‘SW 자산가치 평가’ 방법이 마련된 적은 없다. 지난 2013년 한국상용SW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은 ‘정보통신공사업 기업진단요강’의 제10조 5항을 삭제하거나 SW를 별도 무형고정자산으로 인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고시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2013년 당시 해당 고시에 대해 건의사항을 검토했지만 개정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 이유에 대해 “무형자산인 SW와 공사업과의 관련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으며, SW가치 평가를 증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설/전기 같은 공사업도 동일하게 무형자산을 부실자산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개정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검토를 다시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SW를 객관적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된다면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여전히 불만이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래부가 원활한 ‘자산 가치 평가 방법 마련’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단순한 ‘공사업 기업진단요강’의 변경이 아니라 SW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래부가 보증기금 등을 마련해 운용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미래부가 마련한 예산으로 SW자산의 가치를 국가가 보증한다면 명확한 자산성에 대해 보증이 용이하고, 민간 투자자들의 피해 또한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SW 중심사회를 이룩하겠다며 나름의 많은 투자와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산업은 여전히 제조업 위주”라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SW를 단순한 무형자산으로서가 아닌 국가를 이끌어나갈 지식재산으로 바라본다면 지금처럼 기준마련이 지지부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D와 SW개발, 이윤창출, 채용 확대라는 선순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SW의 자산가치가 제대로 평가되는 것이 첫 걸음이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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