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코에이 프라이스’…국내 시장 성공 가능할까

 
[컴퓨터월드] 천하 통일을 꿈꾸며 도시 내정에 힘쓰고, 군사를 모아 적의 성을 공략하며 밤을 새게 만들었던 ‘삼국지’ 시리즈 최신작이 지난 1월 일본과 대만 시장에 출시됐다. 지난 몇 년간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게임 완성도로 실망을 안겨줬으나, 그래도 팬들은 코에이의 ‘삼국지’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그리워하고 있다. 일본어 및 중국어로 정식 발매된 ‘삼국지13’은 기대가 컸던 팬들을 100% 만족시키진 못했지만 ‘그래도 할 만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는 5월 중 정식 발매 예정으로, 10년 만의 정식 한글화 출시라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 팬들이 일명 ‘코에이 프라이스’에도 불구하고 신작 ‘삼국지13’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시리즈 30주년 기념작 ‘삼국지13’, 5월 정식 한글화 출시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 ‘삼국지’의 열세 번째 작품이 5월 정식 한글판으로 마침내 발매된다. 코에이테크모 게임즈(이하 코에이)는 지난해 5월 ‘삼국지’ 시리즈 30주년 기념회 자리에서 12월 10일 발매를 목표로 한 ‘삼국지13’ 제작 소식을 발표했다. 전작 ‘삼국지12’ 이후 3년 만의 신작 뉴스였다. 코에이는 같은 해 9월 도쿄게임쇼(TGS)에서 트레일러와 시연 버전을 공개하고, 한국·일본·대만 3개국어판의 동시 발매를 예고했다. 이에 국내 ‘삼국지’ 팬들은 2006년 ‘삼국지11’ 이후 근 10년만의 공식 한글화 발매 소식을 크게 반기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난이도 관련 인공지능(AI) 수정 문제로 인해 발매는 2016년 1월 28일로 한 차례 연기됐고, 한글판은 번역 퀄리티 문제로 동시 발매가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유통과 한글화를 담당한 디지털터치(대표이사 정성헌)는 일단 1월 28일 일본·대만 동시 발매는 확정적이며, 한글판은 곧 추후 일정 관련 공지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1월 28일, 일본 및 대만 동시 발매는 일정대로 이뤄졌고 한글화 버전 발매는 ‘연내’ 발매할 것으로 알려지며 삼국지 팬들을 불안하게 했다. 1월에 발매된 게임을 ‘연내’ 발매한다는 것은 최악의 경우 올해 말이라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디지털터치 측은 한글화 버전이 5월 출시될 것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혔고, 어느덧 약속된 5월이 다가왔다.

▲ ‘삼국지13’ 도시 내정 화면

국내 ‘삼국지’ 팬들은 이런 기다림의 시간에 지쳐가는 모습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발매된 게임이 한글판 발매를 이유로 국내 출시가 늦어지면서 기대와 열기가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게임성 부분에서도 호평과 악평이 갈리면서 지난해처럼 발매를 손꼽아 기다리는 게이머들도 줄었다. 하지만 30년 간 이어진 시리즈인 만큼, 정식 한글 버전 발매만으로 감사하다는 게이머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시리즈가 정식 발매되지도 못하고 10년간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잊힌 작품이 됐기 때문이다.


패키지게임 쇠퇴를 버티지 못하다

90년대 중·후반 패키지게임 전성기와 함께한 ‘삼국지’ 시리즈는 ‘노부나가의 야망’, ‘대항해시대’ 시리즈와 함께 코에이의 간판작이다. 국내에서는 1994년 발매된 ‘삼국지2’부터 2003년 ‘삼국지9’까지 모두 1백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실 2001년 발매된 ‘삼국지8’의 경우 10만 장을 조금 넘는 국내 판매량을 기록했고, 2년 만의 후속작 ‘삼국지9’는 2만 장을 간신히 넘기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패키지 게임 시장이 위축되면서 판매량이 급속히 줄어든 것이다. 패키지게임에서 온라인게임으로 대세가 넘어가며 생긴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또 초고속인터넷의 보급과 맞물린 공유 사이트의 범람으로 불법복제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높아졌고, 이 때문에 정품게임 시장의 규모도 더욱 줄어들었다.

▲ 국내 발매가 무산된 ‘삼국지11 PK’는 국내 팬카페를 중심으로 한글패치가 제작됐다.

‘삼국지’ 역시​ 이런 변화의 바람을 끝내 버텨내지 못했다. 2006년 발매된 ‘삼국지11’은 국내 추산 3천여 장의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고, 그 결과 확장팩인 ‘파워업키트(PK)’의 국내 발매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코에이 ‘삼국지’는 ‘PK’가 나온 후 오리지널과 함께 구매하는 것”이라며 확장팩 발매까지 구입을 미루던 국내 팬들은 망연자실했다. 설상가상으로 2010년 말에는 코에이가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결정, 그동안 국내 유통 및 한글화를 맡았던 코에이테크모 코리아가 폐사되며 후속작의 국내 정식 발매는 더욱 요원해졌다.


실망스러웠던 ‘삼국지12’, 만회할 수 있을까?

2012년, 6년여 만에 새 시리즈로 돌아온 ‘삼국지12’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큰 실망을 안겨줬다. 코에이는 디바이스의 발전에 맞춰 태블릿PC의 터치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고, 다양한 사용 환경을 고려해 태블릿과 넷북 등 저사양 기기에서도 구동이 가능한 최적화를 내세우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 시리즈마다 약간의 변경만으로 계속 사용해오던 전체 일러스트를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 한층 화려해진 그래픽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발매 후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역대 삼국지 중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빈약한 게임 완성도로 인해 ‘삼국지 Lite 버전’이라는 게이머들의 평가가 이어졌고, 일본 현지에서마저 ‘쓰레기 게임’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과하게 간략해진 내정모드, 장수마다 고정된 병과, 관문과 항구가 사라져 작아진 스케일, 사라진 해전 등 단점들이 너무 컸다.

​반면 실시간 전투의 박진감, 향상된 일러스트와 BGM, 진화된 특성과 성장시스템, 온라인 대전 추가 등이 장점으로 꼽혔지만 대체로 이런 장점이 모두 묻힐 정도로 콘텐츠가 빈약하고 실망스럽다는 평가였다. 국내 정식발매 시도도 결국 무위로 돌아갔고 일본 내 판매량조차 저조해 “이제 다음 시리즈 개발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 ‘삼국지12’는 빈약한 완성도로 빈축을 샀다.

​하지만 국내 정식 발매 중단과 게임성 부족으로 인한 실망에도, 국내 팬들의 ‘삼국지’에 대한 사랑과 기대는 아직 완전히 식지 않았다. 국내 팬카페를 중심으로 비공식 한글패치가 제작된 것은 물론, 유저 패치를 통한 게임성 보완이 이뤄지는 등 코에이의 ‘삼국지’를 즐기고 기다리는 팬들이 여전히 많았기 때문이다.

​전작 이후 4년여, 정식 한글판 발매로는 10년여 만에 한국 게임시장에 돌아오는 ‘삼국지13’은 팬들의 기다림을 충족시켜줄지, 또 과거의 영광은 되찾을 수 있을지 2016년 국내 게임업계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리카와 요이치의 복귀, 인간 드라마에 초점

최초 ‘삼국지13’의 발매일을 12월 10일로 발표한 것은 ‘삼국지’ 시리즈 첫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1985년 12월 10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코에이는 이번 ‘삼국지13’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 증거로 코에이의 창업자이자 개발자인 에리카와 요이치가 다시 일선에 복귀해 총 지휘를 맡으며 세부적인 조율에 관여했다.

그는 ‘삼국지’ 시리즈의 아버지로 ‘동양의 시드 마이어(문명 시리즈 개발자)’로 불린다. 또 지난 2000년 게임 ‘결전’의 발표회를 통해 ‘삼국지’의 팬이라면 오프닝 영상에서 한번쯤 그 이름을 봤을 ‘시부사와 코우’가 그의 필명임을 공개하기도 했다.

▲ PC게임 ‘삼국지’의 아버지, 에리카와 요이치 코에이 창업자

에리카와 요이치는 얼마 전 일본 4gamer와의 ‘삼국지13’ 관련 인터뷰에서 “처음 삼국지를 개발했을 때 ‘노부나가의 야망’과 차별을 두기 위해 인간 드라마에 중점을 뒀듯이, 이번 ‘삼국지13’도 다시 인간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프로모션 영상에 등장하는 ‘시리즈의 원점이자 정점이 될 것’ 이라는 표현을 통해 30주년을 맞은 코에이의 각오를 엿볼 수 있다.


1월 28일, 기다리던 ‘삼국지13’ 발매…여전한 ‘코에이 프라이스’

지난 1월 28일, 일본과 대만에서는 ‘삼국지13’이 예정대로 발매됐다. PC, PS3, PS4, XBOX ONE 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며, 특히 PC버전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발매돼 현재 국내에서도 일본어 버전을 즐길 수 있다. 일부 ‘삼국지’ 팬들은 이미 이를 통해 게임을 즐겼으며, 언어적 문제로 일본어판을 즐기지 못하는 팬들의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은 ‘스팀’ 기준 약 9만 7천원으로, 코에이 게임의 비싼 가격을 지칭하는 ‘코에이 프라이스(KOEI Price)’도 여전했다. 하지만 높은 가격은 게이머들의 진입 장벽을 높게 하는 역효과를 내는 만큼, 국내 유통과 번역을 담당한 디지털터치는 PC 한글화 버전을 63,800원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다소 높은 가격으로, 판매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인물들 사이의 친분 관계를 보여주는 ‘상관도’ 시스템

신작 ‘삼국지13’은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무장들의 존재감이나 상관도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상관도’, 내정이나 전투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연’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 통해 각자의 입장에서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무장들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 ‘삼국지13’ 공성전 장면

▲ ‘삼국지13’ 수상전 장면

또한 야전, 수상전, 공성전, 맹장들의 일기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휘를 통해 장대한 전투를 감상할 수 있다. 전장에서 펼쳐지는 대군 간의 실시간 전투나 형국을 뒤엎는 ‘전법’ 발동, 맹장끼리의 ‘일기토’ 등 다양한 장면들이 3D 그래픽으로 표현됐다. 전황을 응시하는 행군방침 등의 전술과 무장들의 개성을 살린 지휘로 장대한 전투를 연출할 수 있다.

▲ ‘삼국지13’ 일기토 장면

디지털터치 관계자는 지난 2월 “한국어판 ‘삼국지13’은 2016년 5월 내 발매를 목표로 총력을 다해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삼국지13’ 한국어판을 기대하고 계신 팬들에게 좋은 퀼리티로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어판 ‘삼국지13’의 한정판인 ‘트레저 박스’는 일본판과 동일한 구성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트레저 박스’ 구성품으로는 게임 소프트웨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CD, 특제 탁상형 캘린더, 무장 아트 클리어파일, ‘시부사와 코우 비전 공략집&무장 아트북’이 동봉된다. ‘삼국지13 한국어판 트레저 박스’의 가격은 118,000원으로 책정됐다.


한글화 발매를 기대하며

기대에도 불구하고 ‘삼국지13’은 발매 직후, 2016년 발매된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그래픽으로 게이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반면 시리즈 팬들은 게임 재미 면에서 “다행히 최악으로 평가받는 전작 ‘삼국지12’보다는 낫다”는 반응도 내놨다. 하지만 ‘삼국지13’은 이후 1.02버전 패치를 거치며 게임 완성도를 높였고, 1.03버전 패치 이후 AI와 버그 등이 개선돼 팬들은 “그래도 즐길 만 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삼국지13’에서는 ‘삼국지연의’의 스토리를 플레이할 수 있는 ‘영걸전’ 모드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게임 내 세력 간 밸런스 측면과 현실적인 인간관계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일러스트와 음악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알려졌으며, 게이머들 역시 이 부분은 상당히 만족한다는 평이다.

▲ 이번 ‘삼국지13’은 소위 ‘발 번역’이 없길 기대해본다.

10년만의 한글화 발매가 눈앞에 다가온 지금, ‘삼국지13’이 ‘코에이 프라이스’와 한글화 지연 발매 문제 등을 극복하고 국내에서 부활을 선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한글화 버전 발매의 성적에 따라 ‘삼국지13 PK’의 한글화와 차기 시리즈 국내 발매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팬들은 지난 ‘문명5’ 흥행에 큰 기여를 했던 ‘스팀’을 등에 업고 ‘삼국지13’이 국내 PC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부활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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