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브라이언 오토데스크 제조산업부문 대표

[컴퓨터월드]

▲ 성브라이언 오토데스크 제조산업부문 대표

디자인은 인류의 나이만큼이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건물, 차량, 가구 등 인류가 만든 모든 것에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디자인이라는 요소가 가미된다. 인간은 지난 오랜 역사 동안 우리가 처한 현실을 개선하고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도구를 창조해왔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내게 지렛대와 지탱할 장소만 준다면 나는 지구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도구적 존재로서 인간이 얼마나 큰 업적을 이뤄왔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도구를 통해 한층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세상도 더욱 발전하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구가 우리의 미적 감각과 상상력을 제한시킨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현재의 도구로 만들 수 있는 것, 즉 종이 위에 그릴 수 있는 것만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전혀 새로운 접근방식

디자인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형태에서 시작해 상상했던 형태가 만들어질 때까지 고쳐나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그리는 대신, 우리가 궁극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컴퓨터에 입력할 수 있다면 어떨까?

‘제너레이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은 이러한 전혀 새로운 접근방식을 의미한다. 디자인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발생하는 여러 제한요소를 입력하면, 알고리즘을 통해 다양한 형태를 창조하고 하나의 디자인을 위한 수백만 가지 옵션을 생성한다.

매개변수에 대한 정의가 끝나면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소프트웨어가 작업을 시작하며, 단순히 우수하거나 탁월한 수준의 디자인을 넘어 인간이 창조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옵션을 생성한다. 쉽게 설명하면, 제품 중량이나 적재량 등의 설계 목표를 입력하면 소프트웨어가 정확한 양의 자재를 적절한 곳에 사용하는 격자형 구조를 생성하며, 그 결과 기존 성능을 월등히 앞서는 최적화된 제품이 탄생한다.

▲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 옵션 생성

예를 들어 의자를 디자인할 경우, 의자를 그리고 그 형태를 수정하는 대신, 특정 자재를 사용해 무게 70킬로그램을 지탱할 수 있는 30달러짜리 의자를 만들겠다고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이다. 그러면 컴퓨터는 이 기준에 정확히 일치하는 수천 혹은 수백만 개의 디자인 옵션을 제공하고, 우리는 그 중에 가장 적합한 디자인을 고르면 된다.

소프트웨어는 엄청난 연산능력을 활용해 기존 제조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복잡한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의자를 만들 때 기존 생산방식을 사용하겠다고 하면 소프트웨어가 이를 고려해 최적화된 형태를 생성할 수도 있다. 디자인 역시 선택한 소재를 기반으로 최적화된다.

▲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 무한 의자

그렇다면 이러한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무궁무진한 잠재효과를 가진 전혀 새로운 작업방식으로, 역사상 전례 없는 개발 비용 및 시간, 원자재 소비 절감 효과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3D프린팅과 같은 첨단 제조기술과 결합하면 폐기물 발생을 사실상 전무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제조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건축과 같이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정 부지에 적합한 이상적인 평면도나 가장 효율적인 전기 및 배관 시스템 배치도를 만들고자 할 경우, 혹은 강도나 원자재 특성, 에너지 소비 등을 고려한 최적화된 구조물을 구축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다.


새로운 종류의 설계팀

이처럼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모든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장점들이 디자이너에게는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선,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의 등장으로 인해 디자이너의 역할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역할이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

디자이너는 기술과 함께 공존하고 협력하며 발전해나갈 것이다. 제한사항을 선택하고, 최종 결과물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며, 심미적 요소를 결정할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역할은 이러한 과정에서 최적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로써 설계자는 수십 개의 옵션들을 만들어내는 지루한 작업 대신, 더욱 중요하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으며 탁월한 결과물을 창조해낼 수 있다.


운동화에서 비행기까지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오늘날 실제 작업환경에 적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앞선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 기존의 한계에 도전하고자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일례로, 세계적인 스포츠 의류 브랜드 언더아머는 오토데스크와의 협력을 통해 제너레이티브 디자인과 3D프린팅 기술을 적용, ‘UA 아키텍트’라는 신개념 퍼포먼스 트레이닝화를 개발했다. 특히, 오토데스크의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적용해 근력운동에 적합한 충격흡수 능력을 갖춘 안정적인 격자구조의 중창부를 개발했다.

▲ 제너레이티브 디자인과 3D프린팅을 적용해 개발된 트레이닝화 (제공: 언더아머)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적용사례는 항공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 항공기 개발사인 에어버스는 더 가볍고 튼튼하며 친환경적인 항공기 개발에 대한 해답을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에서 찾았다. 에어버스는 세계 최초로 제너레이티브 디자인과 3D프린팅 방식을 활용한 항공기 객실 부품을 개발했다. 에어버스가 개발한 ‘생체공학적 격벽’은 고강도 합금인 스캄말로이 소재로 제작됐으며, 기존 제품 대비 무려 45%가량 가볍다.

에어버스는 이 신소재 격벽을 항공기 객실 전체와 현 에어버스 A320 수주 잔량에 모두 적용할 경우, 연간 46만 5천 미터톤, 즉 승용차 약 9만 6천 대의 연간 배출량에 버금가는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이 미래다

이제 우리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소프트웨어와 소재, 생산기술 등 과거 우리가 부딪혔던 여러 가지 장애물도 비로소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곧 디자인의 혁명을 의미하며,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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