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비효율성·자율성 보장…부처 및 IT 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컴퓨터월드] 올해 신축 예산 1,189억원이 투입되는 제3정부통합전산센터(이하 제3센터)에 대해 IT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내년 말 완공 예정인 제3센터는 3,600여 대에 달하는 서버와 10,000여 대에 달하는 정보시스템이 입주하는 거대한 규모로, 향후 제1·제2센터와 연계해 통합된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 ‘대구정부통합전산센터 구축 추진단’이 발족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내년까지 약 4,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된다.

▲ 2017년 정부통합전산센터 예산 사업 유형별 편성내역

그러나 제3센터를 바라보는 각 부처와 IT 업계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포화상태에 이른 제1·제2센터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유기적인 행정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 운영 중인 통합전산센터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몸집 불리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05년에 통합전산센터가 발족된 이후 1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만큼 그동안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제3센터를 설립할 경우 앞으로 더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행정처리와 접근성 부족 한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것은 전산장비 일원화에 따른 업무 비효율성의 문제다. 특히 장비에 대한 접근 절차와 필요한 장비 발주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각 부처에 나뉘어 있던 전산장비를 한 곳에 모아놓고 관리하다보니 실제 사용자인 부처 관계자들의 접근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통합전산센터가 설립되기 전, 각 부처에서 각자 전산실을 구축하고 필요한 장비를 관리하던 시절에는 장비 배치 조정 등의 업무를 부처 일정에 맞춰 언제든 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각 부처의 장비가 통합전산센터로 통합된 뒤에는 간단한 업무로 전산장비를 확인할 일이 있어도 미리 통합전산센터에 출입 허가를 요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만약 부처 측에서 긴급히 장비 모니터링을 필요로 하더라도, 사전에 출입 허가를 받지 않으면 자신의 부처 장비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 부처 관계자는 “통합전산센터 쪽에 모니터링 권한을 달라고 요청해도 보안상의 이유로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비 측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서 모니터링을 요청해도 모니터링 결과가 수준 미달인 경우가 많으며,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 그때서야 접근권한을 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많은 부처 전산 관계자들이 통합전산센터의 불편한 접근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전산장비가 있는 통합전산센터가 각 부처의 실제 위치와 떨어져있어 이동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낭비되며, 배치 조정이나 모니터링 등 빈번하게 발생하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까다로운 출입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데, 이런 경우에 통합전산센터와의 물리적 거리와 출입 허가 절차가 문제가 된다. 통합전산센터 측에서 어느 정도 관리와 모니터링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부처 특색에 따른 업무 처리가 필요한 상황에는 결국 각 부처 인원의 접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장비 발주에 소요되는 시간과 예산 등도 주요 지적 대상이다. 각 부처에서 각자 전산실을 갖추고 있을 때에는 추가 장비를 도입하는 데에 한 달이면 충분한데다, 실제 장비 반입 일정도 부처 재량대로 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통합전산센터에 구체적인 목표와 예산을 세워 보고하더라도 실제 장비 반입까지는 평균 4~5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게 중론이다.

이렇다보니 당장 필요한 장비가 있어도 빠르게 갖춰지지 않고, 통합전산센터와 일정과 절차를 조율하다가 적정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으며, 장비 도입과 관련해 이전보다 몇 배나 많은 서류작업을 처리하느라 업무량도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특히 여러 부처가 유사 장비를 함께 구입하는 경우에 문제가 두드러진다. 이런 경우에 통합전산센터는 저렴한 가격에 장비를 일괄구매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정이 뒤로 밀려나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필요한 장비 도입 못하는 경우도 있어

이렇게 오래 걸려서 도입된 장비가 실제로 각 부처가 원하는 장비와 상이하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각자 조달청을 통해 장비를 발주할 때는 원하는 모델, 원하는 시스템을 갖춘 장비가 반입됐지만, 지금은 통합전산센터에서 다른 부처에서 요구한 장비와 함께 일괄 구매하는 과정에서 기능상 유사한 타 기기로 교체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도입을 요청한 장비와 다른 장비가 반입되게 되면 부처 측에서는 이에 맞춰 새로운 구축과 설정 계획을 수립해야하고, 이에 따라 원래라면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업무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통합전산센터의 여유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도 함께 지적되는 문제점이다. 각 부처들이 새로이 도입하는 장비들이 누적되면서 현재 통합전산센터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부처에서 장비를 구축하려고 해도 공간이 협소하다며 다른 장비로 교체하거나 사업 자체를 재검토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 부처는 필요한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폭이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되며, 통합전산센터의 존재가 오히려 각 부처들의 업무에 지장을 주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편, 장비 도입과 관련해 통합전산센터 측의 일괄 구매가 국내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전에는 각 부처가 필요에 따라 사업 공고를 내서 많은 기업들에게 기회가 돌아갔지만, 지금은 통합전산센터가 일괄구매를 하다 보니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대형업체들에게 사업을 몰아주는 구도가 됐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국내 IT산업 발전을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정작 장비 도입과 관련한 사업 기회 부분에서는 오히려 파이를 줄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는 다소 번거롭고 예산이 좀 더 들더라도 국내 산업 발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통합전산센터의 장비 일괄구매는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산업 발전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3센터 앞두고 합의 도출해야

현재 일부 부처에서는 내부 메신저 등을 운용하기 위한 자체적인 전산장비를 보유중이다. 메신저 같은 내부적인 시스템을 굳이 통합전산센터로 이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모든 업무가 통합전산센터로 이관됨에 따라 각 부처가 필요로 하는 통신요금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부처 관계자들은 통합전산센터가 관리해야할 장비·업무와 각 부처에서 자체 관리해야할 장비·업무에 차이를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는 통합전산센터를 민간 IDC센터처럼 운영하거나 백업·DR센터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통합전산센터에서 모든 업무를 쥐고 있을 게 아니라, 허브 역할을 해줘야 하는 장비에 대해서는 통합전산센터가 나서고 그 외의 부처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제3정부통합전산센터 완공이 내년으로 다가왔다.

한편 올해 신축 예산 1,189억원이 투입되는 제3정부통합전산센터는 설계단계부터 클라우드를 염두에 둔 구성으로 현재 IT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3센터는 내년 완공 예정으로 정부산하기관 및 모든 공공기관의 전산을 통합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용기관이 많고 다양해질수록 십여 년간 통합전산센터를 사용하던 각 부처들이 제기한 문제점들 역시 더욱 몸집을 불려 다가오게 될 것이다. 향후 기존 통합전산센터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그리고 제3센터의 설립목적과 용도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올바른 해답을 찾아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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