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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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소기업벤처부, 산업계 ‘새 바람’ 될까?부처 승격의 의미 되새겨야…나눠먹기식 지원은 절대 안돼

[컴퓨터월드] 제19대 대선이 종료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가운데, 새 정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해당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대선에 출마한 이들이 하나같이 중소기업 살리기를 내세운 점을 미루어보면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벤처부로의 승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새로 태어나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차기 국가산업발전 중심기관은 중소기업벤처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약 한 달 만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으로 발의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120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린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의 향후 행보를 보여줄 청사진으로써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해양경찰청, 소방청 등의 부활과 함께 주목을 받은 것은 단연 중소기업벤처부(이하 중소벤처부)의 신설로, 대선 기간 동안 중소기업과 서민 일자리 확보를 강조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신설되는 중소벤처부는 기존의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을 골자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산하 창조경제진흥 업무,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관리 업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의 산업인력양성 및 기업협력촉진 업무 등을 넘겨받게 된다. 대신 중견기업정책 업무를 산업부로 이관함으로써 중소·벤처기업 지원은 중소벤처부, 중견기업 지원은 산업부로 각각 나뉘게 됐다.

   
▲ 중소기업벤처부 신설에 따른 업무 이관

앞서 박근혜 정부의 미래부가 그러했던 것처럼 역대 정부들은 모두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정부조직 개편 단계에서 중심이 될 기관을 신설 혹은 승격시켜왔다. 대선기간동안 중소기업 진흥 및 서민경제 부흥을 공약으로 내걸고 스스로를 ‘일자리 대통령’이라 칭했던 문재인 정부이니만큼, 중소벤처부를 신설하고 중소기업 R&D 예산 확대를 내세워 중소·벤처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는 행보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중기청이 중소벤처부로 승격됨에 따라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에 힘이 실릴 예정이다. 기존의 중기청에게는 국무회의 참석이나 법 제정·개정 권한이 없기에 하고자 하는 전략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웠고, 필요한 경우 다른 부처를 통해 우회적으로 관련법 제정·개정을 제안해야 했다.

산업부를 포함한 정부부처에서 제안하는 중소기업 육성시책을 총괄함으로써 중소기업 관련업무에 한해 필요한 권한이 부여됐지만, 관련법 제정·개정을 포함한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자 할 때는 힘이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에 중소·벤처기업 지원업무에서 창업지원업무를 분리해 미래부로 이관함으로써 일관된 지원사업 진행이 어려워졌다. 이번 부 승격을 기점으로 창업지원업무를 다시 돌려받음으로써 스타트업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일원화된 지원사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중기청을 부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니만큼 이번 중소벤처부 신설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부 신설에 대해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중소기업계의 숙원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견기업 지원정책이 산업부로 이관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신설되는 중소벤처부와 함께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와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의 일자리 여건 개선을 위한 11조 2천억 원의 추가 경정 예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해당 정책이 국내 고용창출 능력을 높여 소득격차 심화와 만성적인 저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우려섞인 기대

그러나 중소벤처부 신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시선 역시 만만치 않다. 일자리 늘리기와 산업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국내 산업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해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지원 방법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의견이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은 일방적인 창업지원 및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기존의 방식을 답습한다면 예산 낭비에 머무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과거 정부에서부터 미래부·중기청·산업부를 포함한 많은 정부기관이 벤처기업 창업 및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수조 원의 예산을 편성해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 지원예산이 실제로 필요한 기업들에게 제대로 돌아갔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모 정부기관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노하우를 알고 있는 일부 업체들만이 지원 사업 대상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지원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전문 컨설팅 업체들이 나서서 사업 계획서 작성 요령부터 지원금 수령 이후까지 도와주는 경우도 다수 존재하며, 이들의 존재에 대해 공공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정부 측에서 세운 기준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진정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정하기 위한 기준을 새로이 정립하고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관 아래서 심기일전한다 하더라도 효과를 보기는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 전체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 (출처: OECD)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출규모 (단위: 조 원)

특히 다양한 방향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경제적 지원책이 진행돼 왔지만, 이것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점검해봐야 할 시기다. OECD가 지난 4월 21일 발간한 ‘중소기업 및 기업가 자금조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기업대출 대비 중소기업 대출 비중에서 우리나라가 4위를 차지했다.

이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감당하고 있는 대출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뜻한다.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음에도 국내 중소기업이 지고 있는 대출 부담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중소기업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온 사업들이 과연 제대로 목적을 달성했는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중견기업 지원업무를 산업부에 반환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는 중견기업 지원업무의 산업부 이관에 대해 난색을 표하며, 중견 이하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려면 중소벤처부가 중심을 잡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정부에서 미래부가 청년들의 창업만을 장려하고 그 이후를 위한 정책을 내놓지 못했던 것처럼, 중소벤처부가 중견기업 지원업무를 반환함에 따라 중소·벤처·스타트업만을 위한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침으로써 또다시 장기적인 전망 없이 청년 창업가만 양성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창업지원만이 유일한 해결책 아냐

미래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견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만 정부가 원하는 창업 생태계도 유지될 것”이라며, “창업 지원자가 향후 자신이 중견기업 규모에 이르렀을 때도 꾸준히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롭고 날카로운 아이디어를 지닌 청년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장려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든 중견기업들에게도 적절한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이어 “창업 지원 확대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사업 규모를 확보해 많은 고용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중견기업 지원책이야말로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 지원 업무가 중소벤처부에서 분리되는 것에 아쉬움을 보이는 한편, 지금의 스타트업들이 중견기업 반열에 들어설 10년 후를 내다보고 그때를 대비한 중견기업 지원 정책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벤처부가 창업지원을 중요한 업무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좋은 아이디어에 적절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술 발전을 이끄는 것을 물론 바람직한 일이나, 과연 정부 시책만으로 창업을 유도하는 일이 지금 국내 상황에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따른다.

지난 5월 15일 OECD가 발간한 ‘중소기업 경영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활동 기회(entrepreneurial opportunity)에 대한 인식은 35개 국가 중 34위로 나타났다. 1위인 스웨덴은 성인의 70% 가량이 창업 기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성인의 약 10% 정도만이 창업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같은 보고서에서 파산에 대한 두려움 역시 7위로 집계됐지만, 상위 6개 국가를 제외한 중위권 국가들이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즉, 우리나라 성인들이 창업 기회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단순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창업에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댓값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 기업활동 기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 수준 (출처: OECD)

   
▲ 기업활동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수준 (출처: OECD)

고용기회 창출과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무조건적인 창업지원 기조를 유지하는 것보다, 이미 기술과 사업 기반에 대해 어느 정도 노하우를 갖춘 사업 초창기 기업들을 위한 제도 개선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유망한 기술을 갖춘 기업을 선발해 R&D와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국내 대기업 및 글로벌 기업들이 갖춘 규모의 경제에 휩쓸리지 않도록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의 제도적 개선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체제 바뀌더라도 창업 생태계 유지돼야”
   
 

 - 박용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공격적인 행보를 통해 최근 2~3년간 많은 성과를 올려왔다. 매년 100여 개 기업이 우리 센터에 입주해 교육을 받고 있으며, 연간 누적 이용객 수는 75,000명에 달한다. 이 중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제로 성과를 내고 외부 투자를 받아 본격적인 사업 궤도에 올라섰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점자 스마트워치로 이슈가 됐던 ‘닷(DOT)’이 있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디어를 가다듬고 사업 기반을 다져왔으며, 2015년에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개최한 ‘ITU 텔레콤 월드 2015’에 미래부 주도로 참가해 최우수 기업가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 현재까지 약 70억 원의 투자를 받았으며, 제품 공개 후 우선 주문받은 물량만 해도 36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7월로 정확히 2년을 맞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그동안 70개 스타트업을 육성해 총 35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입주를 신청한 기업을 분석해 기술보증기금 및 신용보증기금에 뛰어난 기술을 갖춘 벤처를 추천하기도 했으며, 이것만 해도 2년간 약 650개에 달한다. 서울 내 대학들과 창업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구글캠퍼스 등 민간 스타트업 지원 기관과도 교류해 창업에 관련된 행사를 함께하기도 했다. 미국의 플러그앤플레이와 같은 기관과는 교환학생과 같은 제도를 운영해 서로의 교육생끼리 교류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기도 한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미래부 산하 창업지원 기관인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조직 개편 후 중소벤처부 산하로 적을 옮기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정부 및 산업계 관계자들이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마주하는 입장에서는 올바르게 성과를 내고 있는 창조경영혁신센터가 지금까지처럼 잘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위기관이 바뀌는 만큼 내부 업무적으로는 변동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젊은 창업지원자들의 열기와 열정이 식지 않도록 지금의 역동적인 생태계가 꾸준히 유지됐으면 한다. 새로운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기존 기관들을 등한시하고 새로운 기관을 신설하는 것은 낭비다.

특히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공공기관이니만큼 참가 스타트업들이 성과에 대해 느끼는 압박이 덜한 편이며, 스타트업이 단기적인 실적에 개의치 않고 적극적인 실험과 시도를 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준비할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 센터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창업 지원자들을 꾸준히 지원해나갈 계획이며, 스타트업들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기술이나 특허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기술 가치 평가나 기술 거래에 대한 비전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한편,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국민 저변에 창업에 대한 긍정적인 문화,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격려해줄 수 있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 서로 배려하고 도전하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 서로 경쟁하고 으르렁거리고 깔아뭉개려하는 게 아니라 힘과 아이디어를 하나로 모아서 혁신적인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더 빠른 흐름이 생겨야 한다. 마음껏 도전하고 넘어지면 세워주고, 서로 경계하기보다는 경쟁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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