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루빈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 이사, 조형철 샌디스크코리아 OEM 부문 이사

[컴퓨터월드] 지난 7월 5일,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하며 커다란 변혁을 예고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기술 혁신을 위해 국내·외 IT 및 전장기술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는 ‘오토모티브 이노베이션데이 2017(Automotive Innovation Day 2017)‘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제조업체인 웨스턴디지털도 참가해 지난 2016년 인수한 샌디스크(SanDisk)의 차량용 임베디드 플래시 드라이브(EFD) 제품을 선보였다. 다가오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시대를 맞아 웨스턴디지털이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행사를 맞아 한국을 찾은 러셀 루빈(Russell Ruben)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 이사와 조형철 샌디스크코리아 OEM 부문 이사를 만나 제품과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러셀 루빈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 이사

수직적 통합으로 오토모티브 설계·공급 요구 부응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은 HDD로 널리 알려진 스토리지 전문 기업이다. 회사는 2010년 들어 HDD 기술이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위기를 맞나 싶었지만, 2012년 경쟁사였던 HGST(Hitachi Global Storage Technology)를 인수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헬륨을 이용해 HDD의 수명과 발열을 잡고, 한층 늘어난 대용량의 HDD 제품을 선보이며 기술 혁신도 이뤄냈다.

웨스턴디지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해에는 HDD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및 낸드플래시(NAND Flash) 메모리 기술 기업 샌디스크(SanDisk)를 인수했다. 이로써 회사는 PC 및 데이터센터용 HDD를 비롯해 SSD, 임베디드, 이동식 플래시 메모리, 외장형 스토리지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스토리지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이처럼 미래를 대비한 전략적 인수와 기술 혁신을 통해 생존해온 웨스턴디지털은 이제 샌디스크의 기술을 바탕으로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는 커넥티드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샌디스크 브랜드의 차량용 임베디드 플래시 드라이브(EFD) ‘iNAND 7250A’ 제품을 출시한 회사는 까다로운 오토모티브(Automotive) 업계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스토리지 분야 파트너로서 미래의 커넥티드카 시장을 선도해나간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러셀 루빈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 이사는 “오토모티브 등급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뛰어나고 믿을 수 있는 품질 및 안정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직적 통합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당사는 일본에서 반도체를 제조하고, 중국에서는 다이 패키징 및 테스트를 진행하며, 말레이시아에는 SSD 통합 공정 및 중국 공장의 백업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제조 전 과정을 수직 통합하는 플랫폼을 갖춤으로써 품질 관리부터 공급망 관리까지의 효율성을 제공하는 업체만이 오토모티브 업계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오토모티브 등급 스토리지 설계의 고려 사항

데이터 폭증으로 스토리지 수요 및 용량 확대 기대

오토모티브 업계가 기존의 모바일이나 PC용 스토리지보다 더욱 높은 안정성을 갖춘 고성능 스토리지를 요구하는 것은 향후 커넥티드카로부터 생성될 폭발적인 데이터양과 자동차라는 환경의 특수성 때문이다.

러셀 루빈 이사는 컨설팅 전문기업인 맥킨지의 조사를 인용해 “커넥티드카에서 생성되는 주행 관련 데이터는 차량 당 하루 72기가바이트(GB)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여기에 V2X(차량-사물 간 통신)나 5G(5세대 이동통신)에 기반한 텔레매틱스(Telematics, 차량 무선인터넷) 및 OTA(Over the Air, 중앙 배포형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 등을 포함하면 연간 5제타바이트(ZB)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커넥티드카는 차량 당 하루 72GB의 데이터를 생산하고, 도로 위에서는 연간 총 5ZB에 달하는 데이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웨스턴디지털은 이처럼 방대한 양의 데이터들이 클라우드로 이동해 실시간 처리를 거쳐 분석에 쓰일 수도 있지만, 이 중 상당수는 차량에 저장돼야만 한다는 점에서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모두 클라우드로 이동하게 되면 네트워크 트래픽 감당이 어려움은 물론이고, 네트워크가 지연될 경우 차량이 기능할 수 없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네트워크 및 서버 업계에서는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오토모티브용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성능 요구 역시 높아지고 있으며, 차량 당 최대 1TB의 스토리지가 필요해질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이 오토모티브 분야에 힘을 싣는 이유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2015년 1세대 오토모티브 등급의 ‘iNAND’ e.MMC 및 SD카드를 출시한 이후, 이 분야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오고 있다. 회사는 현재 차량 내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내비게이션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블랙박스 등에서 SD카드 등을 포함해 대략 2~3개 정도가 들어가고 있지만, 오는 2020년까지 커넥티드카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적용 분야가 크게 늘어 8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웨스턴디지털의 오토모티브 포트폴리오

러셀 루빈 이사는 “차량 클러스터는 처음에는 바늘로, 좀 더 발전해서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숫자와 철자만 표시하는 정도였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다양한 그래픽 콘텐츠와 개인화된 정보를 보여주도록 변화할 것”이라면서, “여기에도 저장장치로 낸드플래시가 탑재될 것이며, 지금보다 더욱 커진 대용량의 운영체제(OS)나 애플리케이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까지 담게 된다. 또한 여기서 더 발전하면 내비게이션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디지털 클러스터가 통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커넥티드카는 텔레매틱스 게이트웨이 및 OTA는 물론이고,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적용에 따른 외부 시스템과의 V2V(차량-차량) 및 V2I(차량-인프라) 데이터 통신에서 데이터 보안 인증이 된 낸드플래시 스토리지를 요구하게 된다. 또한 향후 자율주행차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더욱 정교한 고용량의 3D 지도 및 다양한 종류의 센서 데이터를 위한 대용량 스토리지가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오토모티브용 낸드플래시 스토리지의 성능과 수요는 향후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극한 환경 견디는 ‘iNAND 7250A’로 오토모티브 시장 공략 개시

웨스턴디지털이 오토모티브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내세우고 있는 샌디스크 ‘iNAND 7250A’는 e.MMC 5.1 규격의 제품으로, 강도 높은 읽기 및 쓰기 성능을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됐다. MLC(Multi Level Cell) 방식으로 8GB에서 최대 64GB의 용량으로 제공되며 고급 오류 정정 기능이나 전원 장애 보호, 고급 진단 도구, 고속 부팅 등 오토모티브에 최적화된 기능들을 탑재했다.

▲ 웨스턴디지털의 차량용 EFD 샌디스크 ‘iNAND 7250A’

특히, 섭씨 영하 40도에서 최대 영상 105도에 달하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해야하는 AEC-Q100 2등급을 만족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며, 최대 순차 읽기·쓰기 속도는 각각 300MB/s 및 110MB/s 수준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오토모티브 이노베이션데이 2017’ 등의 행사를 통해 ‘iNAND 7250A’를 소개하며 협력 생태계를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 조형철 샌디스크코리아 OEM 부문 이사

조형철 샌디스크코리아 OEM 부문 이사는 “오토모티브 등급 제품은 모바일과는 또 다른 특성을 갖는다. 안정적인 공급 능력과 장기적 제품 로드맵을 갖춰야 하며, 현재 8~10년 이상 사용되는 자동차에 맞춰 2~3년 주기의 모바일 분야 제품보다 더욱 긴 수명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안정성과 수명을 갖춘 ‘iNAND 7250A’의 공식 출시를 기점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프로모션을 시작해 1차 협력사(Tier 1) 및 OEM 업체들과 함께 디자인을 시작하는 등, 올해를 원년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형철 이사는 또 “현재는 낸드플래시 제조사 중 1~2곳이 오토모티브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최근 열린 CES 행사가 IT 행사임에도 오토모티브 쇼가 됐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름에 따라 곧 모든 업체들이 달려들 것”이라면서, “현재 웨스턴디지털 샌디스크는 커넥티드카 및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고객사들과 함께하면서 원하는 성능과 특징 등을 맞춰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판매와 기술지원 등이 가능한 팀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탄탄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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