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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SW 산업은 융합을 넘어 창조 영역을 넘보고 있다글로벌 상용SW 백서 프로젝트 마감 소회⑧: 최승관 서강대학교 게임&평생교육원 교수부장

   
▲ 최승관 서강대학교 게임&평생교육원 교수부장

[컴퓨터월드] 2016년부터 2017년 2회에 걸쳐 작업했던 글로벌 상용 소프트웨어 백서 작업은 20년 넘게 게임분야에서 일해 온 필자에게는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산업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컴퓨터를 전공한 사람에게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물어보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번 백서의 출간을 통해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지식이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며 내 연구 분야에만 국한된 지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5,000페이지가 넘는 2017년도 글로벌 상용 소프트웨어 백서는 소프트웨어가 그간 얼마나 많은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방증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방대한 자료의 백서 편찬을 위해 각종 회의나 자료 수집 등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힘들게 작업에 임했지만,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사업에 일조한 기분이라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또한 게임분야의 전문가로서 이번 백서의 발간을 계기로 소프트웨어 관점에서의 게임을 다시금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비록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매년 발간되는 게임백서에서 많은 부분을 참고하였지만 소프트웨어적인 관점에서 게임관련 소프트웨어 보고서는 이번 백서가 첫 사례란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으며 향후 게임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보고서가 지속적으로 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융합’의 기반은 소프트웨어다

과거 몇 년 전부터 가장 큰 이슈로 자리 잡고 있는 단어가 융합(convergence)이다. 선박과 정보기술(IT)의 융합, 의료와 정보기술과의 융합, 콘텐츠와 정보기술의 융합 등 산업 및 사회 전반에 걸친 융합을 통해 서비스 혁신을 꾀하고 있다. 정부 부처 및 기관들도 저마다 융합 연구과제들을 내놓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융합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학과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은 기존의 융합이라는 트렌드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현 시점에서의 융합은 디지털 혁명이라는 IT기술의 발전에 따른 산업 및 사회 전반을 융합할 수 있는 IT기술의 발전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한 부분에서 아직도 IT기술이 단지 예술, 인문학 분야 등을 서포트 하는 관점에서 융합을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IT분야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컴퓨터가 등장한 이래 IBM과 같은 하드웨어 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였으며, 이후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OS 산업, 다음으로는 응용 소프트웨어 산업이 시대를 선도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1990년대부터는 인터넷 망의 보급에 따른 네트워크 산업이 IT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나아가 콘텐츠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분야의 IT융합은 신산업 분야로의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문자, 사진, 영상 등의 1차원적인 생산물을 디지털화하는 것 만이 아니라 유통, 제어, 관리 등을 IT기술들이 주체로서 융합하는데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류 하에 구글, 아마존 등 IT 서비스 대기업들은 네트워크 통신망을 기반으로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들 IT 대기업들의 가치는 확고하고 견고해 보일 정도이다.

또한 향후 IoT와 AI의 등장은 미래 사회가 소프트웨어 체계 하에 제어되고 계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해준다. 이렇듯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 보면 결국 융합이란 것은 IT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연적인 소산물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을 직감 할 수 있다. 결국 융합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 없이는 미래 산업을 선도할 수 없을 것이며 이러한 기반 기술들을 육성하는데 체계적인 지원 및 육성 정책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백서는 산업 전 분야에 걸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료로서 국내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소프트웨어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또한 무분별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지원보다는 각 분야별 소프트웨어의 육성 및 정책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길잡이로서도 충분히 자리매김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창의적인 게임’의 기반도 소프트웨어다

게임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뉴주(Newzoo)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3.3% 늘어난 1,379억 달러(약 14조 9,703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2021년까지 연평균 11.0%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시장은 12조원 대에 이르며, 비록 사드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고전을 하고 있지만 명실상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미래 동력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형적인 게임산업의 수치를 보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도 대기업 쏠림 현상으로 인한 허리기업의 부재, 중국 게임의 역습, 게임 확률 아이템 등 산재된 많은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산업이 가지고 있던 기술 역량마저도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이 아닐지 염려된다. 환경적인 영향으로 인한 이러한 문제점들도 산재해 있지만, 여기에서는 소프트웨어 관점에서의 문제점을 제시해 보고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 미래 지향적인 방향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Lineage)를 만든 회사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게임 회사다. 그러나 엔씨소프트가 게임회사 이전에 MS와의 제휴를 통해 그룹웨어를 구축하는 네트워크 전문 솔루션 업체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기서 시사되는 부분은 게임회사에서 네트워크 기술을 도입하여 리니지라는 게임이 나왔다고 하기 보다는 네트워크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하다. 물론 엔씨소프트 내에 게임 개발팀이 존재 했었고, 유명 개발자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버/클라이언트라는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리니지 게임이 탄생되었다는 것은 여타의 논쟁거리가 아닐 것이다.

또한 프로게이머라는 수식어가 생겨날 정도의 게임 붐(Boom)을 일으켰던 ‘스타크래프트(StarCraft)’도 기술적인 기반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워크래프트(Warcraft)’는 기존의 아케이드 게임이나 콘솔 게임에서는 즐길 수 없었던 PC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화된 게임이었다. 마우스 및 키보드를 유저 인터페이스로 활용해 실시간 전략 게임(Real Time Strategy Game)이라는 장르를 탄생 시킬 정도로 창의적인 게임을 개발해 낸 것이다.

또한 최초의 3D 게임이라 할 수 있는 울펜슈타인(Wolfenstein), 둠(Doom)은 3D 게임이라는 장르를 만들었으며, 현 시점에서도 AR(Augmented Reality)/VR(Virtual Reality) 등 새로운 기술과 맞물린 새로운 형태의 게임들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처럼 기술적 기반 하에 창의적인 게임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이러한 게임들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간에 한국이 게임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도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인프라가 국가 경쟁력으로써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며, 네트워크 기반 기술을 통해 MMORPG라는 게임 장르를 탄생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이 등장한 이후 국내 게임 기술의 역량을 되짚어 보면 게임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온라인 게임의 등장 배경을 보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 IT 벤처기업 육성 정책과 더불어 인터넷이 전국망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기였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네트워크 전문 솔루션 업체로 서버/네트워크 구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을 만들었으며, 다수의 국내 게임회사들이 온라인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나름 네트워크 분야의 기술적인 축적을 쌓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PC 게임 개발에만 국한되어 있던 국내 개발사들은 3D 표현 기술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였으며, 여타 다른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3D 렌더링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 네트워크 기술과 3D 표현 기술의 집약적인 발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이외 인공지능 등과 같은 게임 규칙을 서포트 하는 기술은 오히려 현저하게 낙후되는 계기가 되었다. 온라인 게임은 특성상 다른 유저와의 사회성(Community)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게임이다 보니 극단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가상월드를 제공하면 유저들이 알아서 서로 간의 협업 및 경쟁을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게임이다. 그나마 서버의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인공지능과 같은 특정한 기술들이 불필요하게 느껴졌으며, 이것은 기존에 성장해가던 다양한 기술조차도 점차 사그라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스마트 폰 게임이 PC 게임보다 대세를 이루고 있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애초에 돈이 되는 온라인 게임만을 만들다가 이제는 스마트 폰 게임으로의 쏠림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3D 자체 엔진을 개발하던 회사들마저도 이제는 개발의 편의성을 위해 유니티(Unity), 언리얼(Unreal) 등과 같은 외산 엔진에 의존하여 개발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나마 온라인 서버 기술의 자존심을 지키고는 있으나 범용화로 무장된 외국 서버들에 밀리고 있는 실정으로 게임 강국이라고 자부하기 에는 그 기술력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백서 편찬을 위해 자료를 정리하면서도 여실히 그러한 업계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리소스(그래픽, 사운드 등)를 제작하기 위한 리소스 툴, 게임의 핵심 라이브러리라 할 수 있는 게임엔진, 미들웨어 등 다양한 게임관련 소프트웨어들 중에서 국내 기업에서 만들어진 상용 소프트웨어는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온라인 게임, 스마트 폰 게임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으나, 게임 강국으로서의 자리 매김하던 시점에서 게임 기반 기술들에 대한 연구 및 정부 부처의 지원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게임인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이 남는다.

창의적인 게임이란 기술적인 역량이 구축된 환경에서 구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신한 게임 아이디어라 해도 이를 검증하거나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인 환경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면, 아이디어는 한낱 공상에 불과할 것이다. 기술적 환경이 성숙 되었을 때 더 자유롭고 많은 아이디어들이 검증되고 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관련 기술들에 대한 연구 및 지원은 분명 지속되어야 할 일이다.

이번 백서 편찬은 처음으로 제작된 게임 상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보고서라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게임 소프트웨어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게임 기술들에 대한 세계 동향을 파악하고 기업 및 정부, 그리고 학계가 차근히 대처해 나가는 단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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