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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티맥스 ‘을의 반란’, 어디까지 먹힐까‘더케이프로젝트’서 불공정한 제품 선정 지적…KB국민은행 강경 대응에 법정 싸움 불가피

[컴퓨터월드] 지난 12월 18일, 티맥스소프트와 티맥스데이터(이하 티맥스)는 기자회견을 통해 KB국민은행의 ‘더케이프로젝트 상품서비스계 고도화 및 마케팅 허브, 비대면 구축(이하 더케이프로젝트)’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한 제품 선정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는 “국산 SW 성장과 발전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오히려 국산 SW에 대한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불공정했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했다”며 KB국민은행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국산·외산을 가리지 않고 적절한 제품을 선정해야 하지만, 불공정한 절차를 통해 특정 외산 기업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티맥스, 의도적인 국산SW 배제 및 IBM 특혜 의혹 제기
더케이프로젝트는 KB국민은행의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총 사업비 3천억 원 이상이 투자돼 IT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 17일 SK(주)C&C를 더케이프로젝트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사업 추진에 나섰으며, SK(주)C&C는 해당 프로젝트의 인프라 SW 구축을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이는 ▲DBMS로는 티맥스데이터 ‘티베로(Tibero)’ 및 IBM ‘DB2’, 미들웨어로는 티맥스소프트 ‘제우스(Jeus)’를 제안한 1안 ▲DBMS로는 오라클 DBMS, 미들웨어는 오라클 ‘웹로직(WebLogic)’을 제안한 2안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KB국민은행과 SK(주)C&C의 협상 결과, 최종적으로 1안도 2안도 아닌 제3의 방안이 선정됐다. DBMS는 IBM의 ‘DB2’, 미들웨어 역시 IBM의 ‘웹스피어(WebSphere)’가 그것이다. 티맥스 측은 제품 선정 과정에서 기술 검증을 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KB국민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의 제안조차 무시하며 의도적으로 국산 SW를 배제하고 외산 제품을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 티맥스가 지난 12월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KB국민은행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티맥스의 주장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외산SW 선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에도 KB국민은행은 기존에 사용하던 IBM 메인프레임을 걷어내기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티맥스 역시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약 4개월 간 100억 원에 달하는 SW와 60여 명의 인력 및 경비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는 이와 같이 성실하게 기술 검증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한국IBM 대표 셜리 위 추이 메일 사건’으로 인해 오랜 기술 검증은 한 순간에 없던 일이 돼버렸으며, 결국 한국IBM의 메인프레임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이후 KB국민은행은 어떠한 보상이나 비용 지급을 하지 않아 그동안의 비용과 부담은 고스란히 국산 SW 기업이 떠맡게 됐다”고 토로했다.

티맥스는 KB국민은행의 제품 선정 과정을 강하게 비난하며 ▲불공정한 특정 제품 선정 전면 무효화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안한 제품에 대한 공정한 기술 및 가격 검토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국산 SW에 대한 차별 해소 및 국산 SW 발전에 협력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한 서울지방법원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확인 및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심의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KB와 티맥스의 반박·재반박…양보없는 마찰 이어져
반면 KB국민은행 측은 이번 더케이프로젝트 제품 선정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티맥스가 기자회견을 개최한 당일 이같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애초에 제안요청서(RFP) 상에도 ‘가격경쟁 등을 통해 선정한 제품을 포함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SK(주)C&C가 제출한 제안서에도 ‘제안 제품은 고객과 상호 합의해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따라서 SK(주)C&C와의 협의를 통해 제안서에 없었던 IBM ‘웹스피어’를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도입을 결정한다고 해도 절차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SK(주)C&C가 ‘티베로’와 ‘DB2’를 함께 제안했음에도 ‘DB2’만이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티베로’가 국내 대형 은행의 핵심 업무에 도입된 사례가 없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며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IBM ‘DB2’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금융권 도입 사례를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서비스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용절감 및 제품성능 등을 감안해 SK(주)C&C와의 협의를 거쳐 복수 벤더 제품의 계약 형태를 무제한 라이선스 계약(Unlimited License Agreement) 형태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오라클과 IBM이 가격 경쟁에 참여해 최종적으로 IBM이 선정됐다고 KB 측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티맥스는 다음날(19일) KB국민은행의 주장에 대해 다시 반박하는 입장문을 공개했다. 요약하자면 티맥스 제품들이 우선협상대상자의 제안에 포함돼 있었음에도 기술 검증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으며, KB국민은행은 비공식적으로 IBM의 제품만을 검토했다. 또한 ‘티베로’는 국내 대형은행 주요 업무 시스템 적용 사례를 보유하고 있으며 충분히 안정성과 성능이 검증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KB국민은행이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티베로’의 기술력을 폄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티맥스의 ‘을의 반란’…관행 개선 위한 신호탄?
오늘날의 IT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억울한 상황에 놓이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갑질을 용서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알음알음 고객사에게 불만을 토로하거나 정부기관에게 중재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 측에서도 최근 갑을 관계에서 발생하는 억울한 사례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그 모든 시도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적인 순종을 유일무이한 정답으로 여기는 풍조는 어느 정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티맥스의 문제제기 역시 이러한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다. 실제로 그동안 IT 업계에서는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다수의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서도, 결과적으로는 한 개 기업만이 선정돼 나머지 기업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IT 기업들은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자’를 이어왔다. 티맥스는 지난 2013년에도 유사한 상황을 겪으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한 바 있으므로, 이번 문제제기는 IT 기업들이 겪어왔던 갑을 관계의 불합리함을 지적함으로서 그 동안의 관행을 무너트리려는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을 입장에 있는 기업이 사업을 발주한 갑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사례는 매우 적다. 갑에 위치한 기업들이 보기에는 수틀리면 들이받는 ‘반항아’, 문제제기를 일삼는 ‘트러블메이커’로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갑질’과 같은 단어들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갑의 횡포를 경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이다. 제품 성능이 비슷하고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당연히 억울한 일이 있어도 문제 삼지 않는 순종적인 벤더를 택하기 마련이다. 티맥스가 금융 사업을 접으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그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긴급 기자회견까지 개최하면서 KB국민은행을 강도 높게 비난한 티맥스의 결정은 매우 위험하고도 도전적이다. 티맥스의 ‘티베로’는 외산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한 국내 DBMS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산 DBMS이며,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제우스’는 7년 연속으로 국내 WAS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만큼 널리 사랑받는 제품이다. 하지만 이번 문제제기로 인해 ‘반항아’로 찍혀 금융 사업에서 배제된다면, 그동안 티맥스라는 브랜드로 쌓아올린 국내 SW업계에서의 입지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 티맥스는 그동안 ‘티베로’(왼쪽)와 ‘제우스’(왼쪽) 등으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올렸다.

더케이프로젝트, 문제시 될 사안인가?
아울러 업계 관계자들은 티맥스의 문제제기에 대해 일견 공감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케이프로젝트 제품 선정 과정에서 티맥스가 다소 억울함을 느낄 수는 있으나, 불공정한 절차가 있었다거나 의도적인 국산 SW 배제가 이뤄졌다는 주장은 객관적인 증거가 갖춰진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의 주장에 따르면 RFP와 SK(주)C&C의 제안서에서 협상을 통한 제품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명시된 바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컨소시엄에서 고객과의 협상을 통해 제품을 바꾸는 일은 IT 프로젝트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SK(주)C&C와의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제품 선정을 통보한다거나 IBM 관계자에게서 금품을 받고 제품 선정에 편의를 봐준 것이 아닌 이상, 양측의 논의를 통해 제품 변경을 결정한 것이라면 이에 대해 절차상의 부당함을 지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자사 제품이 국산 SW임을 강조하며 KB국민은행이 외산 SW만을 선호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국산 SW들은 대개 외산 제품보다 커스터마이징이 편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내세우지만,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외산 제품을 도입하는 것이 메리트가 있다면 고객은 당연히 외산 제품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도입을 결정하는 것은 비용이나 성능 같은 객관적인 지표이지, 국산이냐 외산이냐 하는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티맥스 제품이 IBM 제품보다 월등한 성능을 자랑하거나 비용 측면에서 확실한 메리트가 있는 것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KB국민은행 측에서 굳이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티맥스의 제품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외산 제품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국산만을 고집하는 풍조가 생긴다면 국내 SW 업계에게서 정당한 경쟁이라는 기회를 박탈해 자생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KB국민은행은 티맥스가 긴급 기자회견까지 개최하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는 등 외부기관의 개입을 요청한 사실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사의 마찰은 새해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향후 법정 공방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티맥스의 이번 문제제기는 그동안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을’들이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다. 티맥스가 일으킨 ‘을의 반란’이 국내 SW업계에 어떤 선례를 남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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