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문제 없다지만 공정성·투명성 의문, “직접 구매 시기상조” 주장도

 

 

[컴퓨터월드] 국내 SW업계가 차세대 지방교육행재정통합시스템 구축사업(이하 차세대 에듀파인 사업)의 제품 선정 과정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학술정보원(이하 KERIS)이 주관하는 차세대 에듀파인 사업은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돼 지난해 공공 분야에서 매우 큰 사업으로 꼽혔다. 국내 IT기업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차세대 에듀파인 사업에 자사 제품이 선정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KERIS 역시 제품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듀파인 사업에 도입될 SW 제품이 차례차례 선정되자 일부 SW업계에서는 선정 과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해 KERIS는 에듀파인 사업에 도입될 SW제품들에 대해 제품군 별로 분리발주를 진행했다. 일부는 관련 기업들 간의 경쟁 입찰로, 일부는 조달청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한 직접 구매로 진행됐다. 특히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한 직접 구매 방식은 행정절차의 간소화를 통해 경쟁 입찰에 비해 빠르게 제품을 도입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어, 최근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공기관도 늘어나는 추세다.

SW업계가 문제시한 것은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 직접 구매된 SW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매 과정에서 제품 선정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SW 구입이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 이뤄지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 과정이 민간 기업도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제기에 나선 한 SW기업 관계자는 “KERIS 담당자에게 지속적으로 제품 선정 방식 등에 대해 문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심지어 경쟁입찰인가 직접구매인가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쉬쉬하다가, 갑자기 직접구매를 통해 특정 제품을 선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직접 구매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제품 선정이 하루이틀 사이에 이뤄지지는 않는다. KERIS 내부에서는 우리가 문의했을 때 이미 직접구매 방식으로 결정돼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 절차 간소화가 공정성 해치면 안돼

물론 공공기관이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SW를 직접 구매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기업들에게 공지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해당 분야 전문기업들이 문의했을 경우,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은 문제의 여지가 있다. SW업체 관계자는 KERIS가 선정되지 못한 기업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구매 방식을 포함한 제품 선정 절차에 대한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보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면 직접 구매 방식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나라장터 쇼핑몰로 직접 구매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직접 구매 방식의 취지가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것이지,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않게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누가 봐도 공정할 수 있도록 모든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SW기업 A사 관계자는 또한 우수한 제품을 도입하기 위한 성능 비교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KERIS 측은 해당 제품 도입을 결정하기 위해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을 모아 설명회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사한 제품들을 비교한 기초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KERIS가 제공한 자료에 기반해 투표를 진행했고 그 결과 A사의 경쟁사인 B사 제품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선정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제품 선정 과정에서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모아 설명회를 진행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사전에 관련 기업들에게 어떠한 자료 요청이나 설명회 참가 요청도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전문가인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이 모여서 제품을 선정할 생각이라면 공급기업에게 최소한의 자료 요청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KERIS가 독자적으로 조사한 SW 성능·기능, 나라장터 쇼핑몰 상에 게재돼 있는 SW 스펙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것.

A사 관계자는 “KERIS 측은 법률이나 시행규칙을 준수했고 선정과정에서도 유관기관 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해 모범적이고 적법하게 진행했다고 얘기한다”면서, “하지만 고려 대상인 제품이 있다면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요소를 중심으로 성능·기능 등에 대한 데이터를 기업 측에게 요구하고, 이를 통해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정확한 자료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또 다른 SW업계 관계자는 “편의성이 높아지고 행정상 효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공급기업과의 소통을 배제한 채 이뤄지는 직접 구매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아직은 공공기관들이 공급기업들의 도움 없이 SW제품을 제대로 비교·평가할 만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