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기관서 발행한 시험성적서만 인정…KOLAS 공신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컴퓨터월드] 공공기관의 IT분야 R&D과제에 대한 시험성적서 발행에 대해, 일부 기관에서 ‘비영리 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만을 요구하면서 업계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사업을 수주할 경우, 기업은 과제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성적서를 발주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시험성적서 발급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사업 수행과는 관련 없는 제3의 기관에게 맡겨진다.

국내에서 공공사업에 대한 평가 및 시험성적서 발급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한국인정기구(Korea Laboratory Accreditation Scheme, KOLAS)를 꼽을 수 있다. KOLAS는 전 세계 시험·검사 인정기관들의 글로벌 협력기관인 국제시험기관인정협력체(International Laboratory Accreditation Cooperation, ILAC)에 속해 있으며, 각종 국가표준제도 확립 및 운영, 공산품 품질 계량 및 측정, 교정기관 및 시험기관 인정제도 운영 등을 담당한다.

▲ KOLAS는 ILAC의 일원으로서 국가표준제도 확립 및 시험기관 선정 등을 수행한다.

KOLAS는 각 산업분야별로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기관을 선별해 KOLAS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선정한다. KOLAS국제공인시험기관 선정 과정에서는 ISO/IEC17025 국제표준에 따라 장비·절차·기준·인력·환경·방법론 등 시험기관이 갖추어야 될 요소들을 충분히 심사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시험기관으로 선정되면 상호인증협정(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 MRA)에 따라 전 세계에서 공신력을 갖는 시험성적서를 발행할 수 있다. 실제로 공공과제 중에는 시험성적서 제출 시 KOLAS가 선정한 공인시험기관에서 발급한 성적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공공사업에서 시험성적서 제출 시 공신력 있는 ‘비영리’ 기관에서 발급한 성적서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꼭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공공SW과제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요구할 때 굳이 비영리기관에서 발급한 것을 요구할 이유는 없다. 영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KOLAS 시험인정기관과 같이 충분한 공신력을 갖추고 있다면 해당 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 역시 충분한 공신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현재 국내 SW분야에서 KOLAS 공인시험기관은 총 19개로 영리기관과 비영리기관이 혼재돼 있다. KOLAS는 해당 기관이 공인시험기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술과 환경을 보유했는지를 심사하며, 이 과정에서 해당 기관이 영리기관인지 비영리기관인지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공공사업에서 ‘비영리’ 기관을 명시함에 따라, 같은 KOLAS 공인시험기관이라도 엄연한 차이가 발생하게 됐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KOLAS 공인시험기관으로 선정된 공공기관만을 비영리 공인시험기관으로 판단해, 이들 기관에서 발급한 시험성적서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이러한 공공기관들도 시험성적서 발행 시 수수료 등을 통해 영리활동을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영리’이면서 공신력을 갖춘 시험인증기관은 극히 제한되는 셈이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영리기관의 경우 영리 목적에 의해 시험 결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KOLAS 제도가 활성화되고 민간기업들도 전문적인 테스트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비영리 기관’이라는 조항을 RFP에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 일부 정부과제 RFP에서는 시험성적서 발급을 비영리기관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KOLAS 공인시험기관이 발행하는 시험성적서는 MRA에 따라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상호인정된다. 만약 사업을 발주하는 정부기관에서 “영리기관은 시험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혹은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로 비영리기관의 시험성적서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공인시험기관의 공신력을 영리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해당 기관을 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한 KOLAS의 공신력 또한 실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KOLAS 공인시험기관 중에서도 영리기관에 속하는 민간기업들은 참여할 수 있는 공공사업이 제한되는 차별을 겪는다. 일부 비영리기관들은 자유롭게 대부분의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있지만, 공공사업 발주가 늘어나는 특정 기간에 업무가 집중됨에 따라 높은 업무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이러한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국제공인시험성적서 발행에 대해 인정을 받은 KOLAS 공인시험기관들에 대한 공신력을 정부 차원에서 다시금 인정하고, 정부과제 발주자 교육을 통해 ‘비영리’와 같은 문제되는 항목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민간기업이 SW를 테스트·평가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영리목적으로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등의 오해를 종식시킬 필요도 있다.

우수한 품질의 SW를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테스트 및 평가 제도가 요구되는 만큼, 정부과제 발주에 대한 오래된 관행들을 하루빨리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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