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견제 시작

[컴퓨터월드] 국내 중소 SW 전문기업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 시도가 나날이 증가되고 있는 가운데, 1년 6개월여 전인 지난해 초 베트남에 이미 진출해 베트남 현지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한 컨설팅 전문기업인 (주)씽크포비엘 박지환 대표가 본지에 그 실상을 알려왔다.

그는 우선 올해 1월 전격 시행한 ‘사이버보안법’부터 파악하라고 주문했다. 이로 인해 SW산업 생태계가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베트남 시장은 생각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고,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의 견제가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며,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그는 (주)씽크포비엘 컨설팅 그룹 대표이사, ASQN(Asia Software Quality Network) 대표위원, WCSQ (World Congress for Software Quality) Asia-Oceania 프로그램 위원, 농생명 SW 융합기술혁신포럼 의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한 아주대학교 대학원 지식정보공학과 겸임교수와 전북대학교 SW공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편집자 주>

▲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


사이버 보안법 올 1월 전격 시행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기업은 필연적으로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시장 규모와 산업구조를 생각할 때 중소기업일수록, 혹은 혁신과 성장을 지향하는 기업일수록 기회는 글로벌 시장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나라 밖의 시장 상황에 의외로 어둡다. 일본, 중국, 동남아를 향해서 이미 수많은 진출 시도와 좌절들이 있었음에도 그 시행착오와 노하우들은 공유되지 않은 채, 오늘도 많은 기업들이 해외의 낯선 길을 지도 없이 헤매고 있다.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 현재 가장 핫한 해외시장은 단연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두 배 되는 인구 규모에, 우리나라의 7~80년대를 방불케 하는 고도성장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미 삼성을 필두로 많은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에서 향후 한 세대의 먹거리를 책임져줄 광맥을 찾아 분투 중이다.

문제는 너무 많은 신규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의 화려한 성장세만을 생각하고 사업을 기획한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아직도 당이 시장을 통제하는 공산주의 국가이며, 베트남만의 사회적, 문화적 특수성이 시장질서 위에 군림하는 나라이다. 이런 새삼스러운 사실을 망각한 채 베트남 시장에 안이하게 접근할 경우 우리는 생각도 못한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


베트남 SW산업의 생태계가 뒤집힌다

2019년 1월 1일, 베트남에서는 사이버 보안법이 전격 시행되었다. 이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모든 서비스는 베트남만의 독자적인 규정들을 엄수해야 한다. 새로 만들어진 규정들은 놀랍도록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고 제한한다.

이를테면 베트남의 중요 정보 시스템은 사이버 보안 평가, 검사 및 인증을 받은 후에 운영 및 사용하도록 규정하였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중요 정보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사이버 보안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사이버보안법 제24조). 또 개인정보를 수집, 분석, 이용, 처리하는 국내외의 사이버 서비스 제공자 (Cyberspace Service Provider, CSP)는 현지 법인이나 대표사무소를 설립해야 하며, 모든 개인 정보는 베트남 내 서버에만 저장하고 해외 반출이 금지된다(사이버보안법 제26조).

이 데이터 현지화의 근본적인 의미는, 기존에 존재하던 베트남 내 다양한 사이버 상의 법규들을 국외 서비스 기업에게 명시적으로 강제할 기반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법령 52에는 우편이나 운송을 통해 상품을 전달하는 기업은 반드시 베트남 내 지분의 51% 이상을 소유한 현지 파트너를 통해 운송 면허를 취득해야 하며, 결제 역시 NAPAS라는 베트남 고유 시스템을 거쳐야만 하게 된다. 법령 181에는 베트남에서 온라인 광고를 게재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베트남 소재의 회사를 통해서 계약할 것을 규정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서면으로 사전 제출해야 한다.

한류 등 문화콘텐츠를 다루는 국내 기업이라면 법령 72를 주목해야 한다. 콘텐츠 관리자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현지인이어야 하며, MIC 소셜 네트워크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아울러 데이터 보존과 사용자 인증, 콘텐츠 관리 등에 대한 세세한 규정들을 준수함과 동시에, 사이버 보안법 8조에서 명기한 유해 콘텐츠가 게시되어선 안 되며, 정부 감독 기관의 수사 요청 시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콘텐츠는 베트남 정부가 규정한 정치, 역사, 도덕 등 관련 분야의 가이드라인을 엄수해야 하는데, 베트남 정부의 공식 입장을 모른 채 특정 사안에 대해 별 생각 없이 언급한 것만으로, 해당 콘텐츠는 엄중한 법적 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사이버 보안법은 정부의 산업 통제와 베트남 자국 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모든 해외 기업의 활동에 무거운 패널티를 가하게 된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 대다수가 이런 변화를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관련 정부 기관조차도 사이버 보안법의 시행 사실과 세부 조항들, 그리고 사업별 실행 상황에 대해 아직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일본, 캐나다, 유럽 각국 등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여러 선진국들의 경우 2018년에 사이버 보안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로 각종 채널들을 통해 정부 차원의 우려와 항의를 전달한 바 있다. 종사 분야별 법령 파악과 법적 대비 등 기업 차원에서의 대처도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구체적으로 대응 중이다. 반면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정부의 공격적 정책 앞에 사실상의 지원도, 보급도 없이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다.


베트남은 생각보다 어렵고,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필자가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여러 사업 중 하나는 한국 서비스 기업들에게 베트남의 오프쇼어 개발 파트너를 매칭시키는 일이다. 특히 매칭 과정에는 해외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이 진행해야 하는 현지화 과정 전체를 단계별로 프로세스화 했으며, 수십 여 기업들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지화 지도를 자체 개발해 놓았을 만큼 전문성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 필자 또한 현지 법규 파악이 일부 미비한 경우, 난데없이 소환되어 문제 혐의 조사를 받기도 한다. 분명 한국에서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만한 행동도, 국가와 문화가 다르면 상황 역시 달라지기 마련이고, 효율적인 활동을 위해 암묵적으로 활용하는 임시 조치들도 엄밀히 말해 불법인 경우가 많다. 보다 빠른 처리를 위해 별 생각 없이 진행한 일이 때로는 강제 추방과 재입국 금지 조치에 해당하는 범법 행위일 수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위험 요소를 민간 기업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 국가 기관에서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심지어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당 해프닝들이 발생된 이후 내가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 관계자들은 그것이 불법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베트남 시장은 화려한 성장세에 있는 만큼 국내에서는 생각지도 못 했을 위험요소 또한 도사리고 있다. 이를테면 외국기업이 베트남에서 돈을 버는 건 자유지만, 번 돈을 베트남 바깥으로 반출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실제로 얼마 전 한국 중소SW기업이 베트남 사업으로 인해서 흑자 부도의 위기를 맞았다. 한국에서의 사업은 적자이고 베트남 사업은 흑자인데, 베트남에서 수익을 한국으로 송금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사무소는 사무소를 청산하는 시점에만 자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고, 현지 법인을 세웠다 해도 법인 결산이 끝나고 세금을 납부한 후 인보이스를 발행하되, 인보이스 내용을 세무 당국으로부터 검토 받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만 자금 송금이 가능하다. 심지어 한국 정부기관의 현지 대표 사무소조차도 이러한 사항을 숙지하지 못하여 예산 환수 과정에서 큰 낭패를 본 일이 있다.


믿을만한 지원 및 한국기관은 없다

한국인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이렇다. 정부기관의 도움은 제한적인데다가 기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더라도 오히려 그 때문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으며, 문제가 생길 경우 대부분 혼자의 힘으로 수습해야 한다. 기업도 정부도 베트남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의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이 악전고투해서 이룩해 낸 성과도 파편화되어 사회적으로 공유되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이버 보안법 문제가 가시화 되었을 때 나는 다시금, 어쩔 수없이 독자적으로 대처해야 했다. 베트남 시장 상황이 발칵 뒤집히게 생겼고, 심상찮은 사태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숨 가쁘게 대책을 마련하는 와중인데, 거기에 믿을만한 지원이나 가이드를 줄 수 있는 한국기관은 없었다. 결국 국내 업무를 중단시키다시피 하고 베트남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해당 법안 제정에 관여한 인물들을 일일이 찾아 만나고, 관련 감독기관 조사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각 기업의 법률 대응 책임자들을 만나 대책을 교환했다.

사이버 보안법은 시행령 상에서 아직 미 공개된 내용이 있으며, 공개된 내용들도 개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해당 법조문을 구해서 분석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조문을 모두 읽고 숙지했다 해도, 해당 법령이 적용되는 분야의 실무 경험이 없을 경우 조문의 실제 맥락과 적용 방식을 완전히 오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안 관련자, 감독 조사관, 실무 수행자를 모두 만나야만 개별 법령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필자는 IT 관련분야와 베트남 시장상황에 정통한 편이고 기업의 베트남 현지화에 대해선 전문가라 자처하지만, 그럼에도 관련된 사항들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한동안 생업을 접어야 했다. 지금 막 베트남 시장에 진입한 중소기업이라면 독자적으로 사이버 보안법 문제에 대처한다는 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어렵사리 발품을 팔고 직원들을 고생시킨 결과 사이버 보안법으로 인한 변화가 생각 이상으로 엄중하고, 그 대처가 까다로우며,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현지 법인을 만드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들어갔음을 알게 됐다. 아직까지 대처가 미흡한 한국 기업들의 경우 지금이라도 서둘러 준비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정부 기관은 이제 막 사이버 보안법의 시행 사실을 파악하고 심각성을 인지한 상황으로, 그것이 민간 기업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과 대처법,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이버보안법 시행’이 견제의 신호

베트남의 사이버 보안법은 한 마디로 글로벌 기술 기업들로 하여금 반드시 베트남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여 거기에서 모든 업무상 데이터를 관리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이다. 그 결과 모든 데이터는 현지에서, 베트남 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되며, 곧 연관 법령들까지 적용할 기반이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베트남 정부만의 독자적인 금지 원칙들에 위배되는 사항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한류가 국제적 유명세를 타는 지금, 내가 한류 콘텐츠를 아이템으로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행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나는 먼저 내가 서비스하는 콘텐츠에 베트남 정부가 금기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금기 사항은 ▲베트남 정부 정책에 반대되는 내용 ▲베트남의 과거 업적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내용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내용 ▲성의 상업화 및 사행성 도박과 관련된 내용 ▲국가의 훌륭한 전통과 풍습, 사회 윤리 및 공중 보건을 저해할 수 있는 내용 등이 포함된다. 모든 항목에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베트남 정부 측에서 자의적으로 위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항들이다.

콘텐츠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서비스를 진행하려면 베트남에 현지 법인 또는 대표사무소를 세워야 한다. 콘텐츠를 관리하는 책임자는 반드시 베트남 국민이면서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업에 필요한 사이버상의 정보는 베트남 내의 기기에 저장해야 하면서 국외 반출이 금지되는데, 여기에는 사용자 개인과 관련된 정보,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와의 관계 정보, 사용자가 생성한 모든 정보가 포함된다. 이 정보들은 일정 기간 이상 보존이 의무화되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관련된 사용자를 즉시 추적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서비스를 광고하려면 의무적으로 베트남 소재의 광고 회사와 계약해야 하며, 서비스 비용 결제 역시 NAPAS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사항들 중 하나라도 체크를 못해서 위반 사례가 적발될 경우 곧장 법적 제제의 대상이 된다. 다만, 데이터 현지화가 베트남 내 독점적 저장인지(중국과 같은), 사본의 현지 저장인지(러시아 같은)는 아직 시행령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베트남 내 많은 관계자들은 독점 저장일 것으로 예상한다.


모든 데이터, 자의적 기준에 의한 검열 가능성 높다

당연히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게는 큰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데이터를 베트남 정부의 자의적 기준에 의해 검열당해야 할 뿐 아니라, 사업의 모든 과정에서 베트남 업체와 협업하여 이익의 일부와 노하우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베트남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생긴 장벽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법안의 제정 단계에서부터 다분히 의도된 내용일 수도 있다.

베트남 정부는 외국 기업의 사업 활동을 꼼꼼하게 통제하는 동시에, 외국 기업의 활동에 패널티를 줌으로써 베트남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해당 법안에 대해 호주 정부는 “이것이 베트남 사이버 보안 목적을 위해 정말로 필요한지, 사이버 보안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무역 제한적 조치인지에 관하여 의문이 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요컨대 베트남 시장은 정부 차원에서 해외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과정에 들어섰으며,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정부의 노골적인 지원을 받는 자국 업체들과, 그리고 이미 세계적 사업 기반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 베트남은 엄연히 공산국가이고, 그렇기 때문에 법과 제도가 작용하는 방식이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다. 사회적 결정의 최상위에 ‘당’이 있으며 그 바로 아래에 당을 보위하는 ‘홍군’이 있고, 법은 사실상 더 아래 단계에 있다. 따라서 법의 실행과 적용은 당에 의해 이루어지며, 당은 필요하다면 초법적인 수단도 강행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공산당 정부를 상대로 독자적인 협상력을 지닌 대기업이라면 어떠한 정책 변화가 생기든 대처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 낯선 시장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중소기업에게는 지금의 상황과 변화가 녹록치 않다. 베트남에서의 성장을 꿈꾸는 중소기업이라면 현실을 직시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베트남 시장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눈부신 성장세 때문이다. 한 국가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다는 것은 거기에 아직 미개척의 영역이 많으며, 제도도 체계도 다 갖춰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루에 일 센티미터씩 쑥쑥 자라지만 교양도 사회화도 완성되지 않은 사춘기 청소년과 같다.

청소년이 교육을 마치고 어른이 되면 점잖아진 대신 더 이상 사춘기 때처럼 성장하지 못하게 되듯이, 특정 국가의 시장도 완숙되고 나면 개발 시기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다. 요컨대 베트남 시장에서의 기회는, 성장세가 눈부신 지금 잡아야만 한다. 일단 베트남 사회가 안정되고 체계가 완전히 잡힌 이후에는 후발주자가 새로이 자리를 잡을 기회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시장, 도전은 계속 돼야

말하자면 베트남의 시장은 우리나라의 7~80년대처럼,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되 체계적인 제도보다는 권위적인 정권의, 아직은 세련되지 못한 정책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 있다. 이것은 해당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커다란 위험요소가 되는 동시에, 적절하게 대처한다면 큰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에게 익숙하지 않은 진입장벽이 있을 때는, 그에 대한 정보 격차가 중요하게 작용하며, 따라서 먼저 정보를 입수하고 대처한 쪽에게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상유지가 아니라 급속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면 지금, 시장 상황이 불안정하지만 활기차게 움직일 때 신속하게 뛰어들어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러면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시장의 변화무쌍한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기민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성장을 원하는 기업이 과감하게 기회를 잡으면서도 시장의 불안정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끔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 기관의 개별 담당자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접근법이 다소 피상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현지화를 도울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우군이 관련 정부 기관일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관련 기관이 충분히 현지화 되지 못한 채, 국내에서 일하던 관성대로 움직이는 면이 있다. 현지의 상황이 급변할 때 정부 기관이 시의적절한 정책을 내놓으려면, 해당 기관이 현장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정보를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현지에서의 정책 변화가 개인이나 기업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과 손해를 주는지 실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 조직이 다양한 현장의 상황을 일일이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현장 경험과 정보가 충분한 개인 내지 민간기업과 긴밀하게 연계하여 각자의 개별적인 노하우를 공공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를테면 사이버 보안법의 압박에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대비, 대응하기 힘든 바, 정부가 관련 지식 전문 기업을 지원하고, 그 지식을 기반으로 규모 있는 기업이 법적 문제들에 대응하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 현지의 법 규정을 준수한 결제 체계, 로그 관리, 데이터 저장 기한, 콘텐츠 서비스 약관, 콘텐츠 관리자 플랫폼 등이 만들어져서 현지에 클라우드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국내 중소기업은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면서 베트남 진출에 큰 경쟁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정부 차원의 개입이 아니라 민간 산업에서의 대응이기 때문에 민감한 문제를 우회하면서도 각 기업이 실용적인 해결책들을 제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개인적 아이디어일 뿐이지만, 정부 기관이 해외 진출 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이 정도의 전향적이고 실용적인 시도가 더 늦기 전에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매력은 ‘개발인력 기반의 개발기지 창구’

기업 역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지 모른다. 우리는 베트남 시장에의 진출을 그저 ‘국내에서 만든 물건을 베트남의 1억 시장에 가져가 판다’라는 단순하고 일방적인 개념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가 이미, 생산 과정이 통제되지 않은 남의 나라 물건을 베트남 시장에 일방적으로 풀어놓는 일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에서 파는 상품이라면 기술수준이 높을수록, 또한 문화와 관계될수록 생산과정에서부터 철저히 베트남 현지화 되어야 하며, 베트남 현지의 기업들을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기업이 국가의 압박에 저항할 수 없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다른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더더욱 기존의 단순한 모델로는 베트남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 이미 베트남에는 한국의 3분의 1 정도 인건비로 손색이 없는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내는 인력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만들어낸 고품질의 상품으로 베트남의 큰 시장에서 승부한다는 발상으로는 사이버 보안법 이후의 세상에서, 값싼 인건비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그들과 경쟁할 수가 없다. 각자의 입장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상품이 무엇이며 그것의 진짜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지, 그와 관련해 베트남 시장의 메리트는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베트남은 상품 시장으로서 보다, 풍부한 개발 인력을 바탕으로 한 개발기지의 창구로서 훨씬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어째서 그러한지, 만일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추후 다른 지면에서 자세히 논의해 보고 싶다. 물론 판단은 각 기업의 몫이고 더 혁신적인 대안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 되었든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구체적이고 현실을 직시하는 고민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사이버 보안법의 격랑 속에서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베트남 시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사이버 보안법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과제라 할 것이다.

베트남 진출 가이드

 

1. 내가 가진 상식을 ‘당연시’ 하지 마라. ‘한국에서’의 상식은 잘못된 전제로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2. 타인의 경험에 의존하지 말고 객관적 사실에 집중하라.

3. 초행이라면 좋은 파트너를 이용하라. 그는 자국민으로서 사업상의 모든 혜택을 얻기 위해, 당신이 미처 보지 못하는 위험 요소들을 철저히 경계할 것이기 때문이다.

4. 계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계약과 판매가 시작된 순간 당신은 모든 법적 제제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 언제나 출구 전략을 수립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초기 계획이 실패는 물론 성공했을 때도 상황에 따른 대안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6. 시너지는 같은 목표와 생각, 행동 원칙을 공유할 때만 가능하다.

7. 후발 주자를 위해, 당신이 성공했다면 성공한 만큼의 기회를 나누고, 실패했다면 그로 인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8. 현지에서 사업하려면 현지인만큼 알아야만 한다. 세무, 노무, 무역 등 당신의 사업과 관련된 그 무엇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든 베트남 법적 구성인 Law, Decree, Circular, Guide까지 확인하라.

9. 계약서는 일반 국제법이 아닌 베트남 현지법에 부합되도록 정밀하게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제 3국의 준거법이나 중재원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 제품의 현지화가 안 됐다면, 베트남의 경쟁력 있는 기업을 활용하는 것은 좋다.

11. 베트남 투자 유치 지역의 감세정책과 임대 지원 등 많은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라. 아울러 이러한 정보 수집 비용에 적절히 투자하라. 경우에 따라 좋은 정보는 그 이상의 이익을, 부족한 정보는 많은 손실을 안겨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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