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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조명] 한·일 관계 악화 100일…IT 업계 “큰 영향 못 느낀다”현지 고객 확보 및 매출 증대 어려움 없어…“영향 평가하기에 시기상조” 의견도

[컴퓨터월드] 보복성 수출 규제로 갈등 본격화…IT 업계는?
지난 7월, 일본 정부의 보복성 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 의해 한일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불화수소로 대표되는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와, 지난 8월 갑작스레 강행된 수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등에 의해 양국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에 국내에서는 ‘NO JAPAN’이라는 기조 아래 일본 제품을 불매하자는 흐름이 확산됐고, 특정 일본 브랜드의 국내 판매량이 급감하거나 여행사·항공사들의 일본 여행상품 매출이 60% 이상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불매운동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일본 맥주의 경우 수입량이 전년 대비 약 99%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불매운동 이후 4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10월 1일~20일 수출입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 수입 주요 국가였던 일본은 전년 대비 수입 총액이 30.1% 감소하며 확연한 하락세로 나타났다. 전체 수입 총액 감소치인 20.1%에 비해 약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의 일본 대상 수출 총액의 감소치(21.3%)는 전체 수출 총액의 감소치(19.5%)에 비해 그리 높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 한일 관계가 격화되면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이처럼 악화된 한일 정치·경제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IT 기업들은 일본 시장 공략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모양새다. 일본 현지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한일 갈등이 격화된 지 수 개월이 지났음에도 신규 고객에게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하거나, 기존 고객으로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불만을 듣는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를 통한 제품 문의나 방문 요청 역시 7월 전후가 다르지 않아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파트너 위주의 산업 구조가 외부 영향 줄여
A사는 몇 년 전 일본에 지사를 설립하고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시장 진입 초기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우리나라보다 큰 시장 규모를 생각해 지속적으로 공략한 결과 최근에는 적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 A사 관계자는 한일관계가 악화된 이후에도 현지 시장에서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며, 일본시장의 특수한 파트너 구조가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A사 관계자는 “일본 IT 시장의 파트너사들은 우리나라의 파트너사들보다 훨씬 많은 권한을 가지고 제품 유통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며, “새로운 제품을 도입할 때마다 여러 개의 파트너사들로부터 견적을 받고 최적의 선택을 찾는 국내 고객들과 달리, 일본 현지의 고객들은 새로운 제품을 도입할 때도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파트너사를 먼저 찾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시장 공략의 핵심은 우수한 파트너사를 찾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있다. 일본 파트너사들은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제품이더라도 쉽게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 자체적인 테스트와 시장에서의 수요 분석을 거쳐 믿을 수 있는 제품만 판매하고자 한다. 파트너사들이 판매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이미 충분한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고객 역시도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파트너사가 추천하는 제품을 구매한다.

따라서 일본 시장을 공략하려는 기업은 고객 하나하나를 직접 찾아다니며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어필하기보다, 많은 고객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사를 설득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파트너사에게서 우수한 제품이라는 인증을 받게 되면 손쉽게 해당 파트너사의 고객들을 공략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파트너사가 한 번 좋은 제품이라고 인식하고 판매를 결정한다면 어지간히 중대한 위협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일본에는 파트너사의 임원급 인사가 퇴직한 이후, 해당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도와주는 로비스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파트너사들의 입지가 강하게 구축돼 있다”며, “여기에는 제품 결정을 기업 바깥으로 돌림으로써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회피하려는 특유의 문화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A사와 같이 한일관계 악화 이전에 일본 현지 파트너 공략에 성공한 기업들은 이번 이슈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파트너사 입장에서는 제품을 판매하면서 굳이 한국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없고, 도입 효과가 검증돼 있다면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고객 역시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수한 제품 도입을 거절하는 경우는 드물다.


IT 분야에서 ‘한국 제품’이라는 인식 낮아
또 다른 국내 IT기업 B사는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적인 일본시장 공략의 키포인트라고 설명했다. B사는 일본 현지 법인을 설립했으며, 현지 법인명이나 제품명도 완전히 바꿔서 운영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사실상 별개의 기업이나 다름없는 구조다. 실제로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일부 기업들은 XX코리아, 한국XX가 아닌 별개의 지사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일본 고객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은 전혀 하지 못하며, 자연히 한일관계 악화로부터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별개의 지사명을 사용하지 않는 C사 역시, 일본 고객사들이 C사를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현지 파트너를 통해 제품을 판매할 경우 개발사와 고객이 직접 마주치는 일은 드물다. 일본 시장에서는 파트너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면 유지보수 역시 전적으로 해당 파트너사에 일임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사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파트너사의 전문 인력이 대응하며, 이를 위해 제품 검증 기간에 파트너사 직원들이 해당 제품을 면밀히 검토하고 향후 유지보수 서비스에 필요한 역량을 학습한다. 따라서 개발사가 직접 고객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적고, 고객 역시 개발사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C사 관계자는 일본 시장 진출 후 고객사를 방문해 직접적인 기술지원을 수행한 경우는 최근 수 년간 한 손에 꼽을 정도라고 밝혔다.

두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 현지 고객들은 IT 제품 선정에 있어서는 한국 제품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애초에 해당 IT 제품이 어느 나라에서 개발된 것인지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제품 검증과 고객사 유치에서부터 제품 도입 후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하는 일본 시장 특유의 파트너사 시스템과, 제조국가보다는 실제 성능과 서비스 역량이 중요한 IT 제품의 특색이 맞물려 일어난 현상으로 보인다.


한국 제품 교체 없음, 이유는 ‘높은 변화관리 비용’
A사 관계자는 개발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인지한 고객사가 타사 제품으로 교체를 검토한 적은 없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해당 관계자는 일본 시장 자체가 한 번 제품을 도입하면 10~20년씩 사용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개발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체를 검토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은 한 개 제품을 도입하면 이를 사용하는 직원들을 철저히 교육하고, 해당 제품의 프로세스와 사내 업무 프로세스를 치밀하게 결합해 운영한다. 이에 따라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이 사라지거나 새로운 제품이 도입돼 업무 프로세스가 변화하면, 여기에 동반되는 사후 변화관리 비용이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높은 변화관리 비용 때문에 업무 프로세스에 영향을 줄 만한 새로운 제품을 도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업무 프로세스 때문에 지속적으로 직원들의 역량과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간소화하기 위한 제품 도입을 의사결정권자들과 현업 직원들 모두가 바라지 않는 문화가 조성돼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새로운 제품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면 이미 높은 변화관리 비용을 투입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혁하고 직원들에 대한 교육 등을 마무리했다는 이야기이므로,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을 치명적인 결함 없이 번복할 이유는 없다.

A사 관계자는 이러한 일본의 기업 문화 때문에라도 한동안 일본 고객사들의 윈백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변화관리 비용을 투자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했는데,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다른 제품을 선정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합리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A사 관계자는 한일 간의 갈등이 본격화된 지 겨우 3~4개월이 지난 시점이기에 아직 IT 시장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일본 기업들은 높은 변화관리 비용 때문에라도 신제품 도입 등 IT 시스템 개선을 매우 신중히 결정하므로, 최근 3~4개월 사이에 제품 도입이나 교체를 결정한 기업들은 이미 최소 1년 전부터 시스템 개선을 검토해왔다는 뜻이다.

즉 최근 3~4개월 사이의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갑작스레 제품을 변경하거나 신규 프로젝트를 미루지는 않았을 테니, 일본 IT 시장에 대한 한일 관계 악화의 영향은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A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일 관계 악화가 일본 IT 시장의 한국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그 여파는 최소한 1년 이상은 지나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 주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
한편 또다른 국내 중소 IT기업 D사는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사내에서 일본 시장 진출 프로젝트가 무기한 보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D사는 지난해부터 일본 시장 진출을 추진했지만 아직 일본 내에서 수익을 거두지는 못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특히 일본에서 개최되는 IT 컨퍼런스나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지난 7월 한일 관계 악화와 국내의 불매운동이 가속화되면서 일본 시장 진출을 보류했다.

D사 관계자는 “일본 시장 공략을 보류한 것은 사내에서 아직 국내 시장에서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지만, 한일 관계 악화가 이러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며 겪은 어려움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재검토가 이뤄지던 상황에서 한일 관계 악화가 쐐기를 박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존에 일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들이 한일 관계 악화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과 달리, D사 관계자는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려는 입장에서 이번 이슈를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파트너를 확보하거나 고객과의 면담 자리에서 한국 기업이라는 입장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아직 일본 시장에 대한 분석이 면밀히 이뤄지지 않은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작은 위험요소라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빠른 시일 내에 양국 간의 원활한 합의를 통한 관계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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