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삶'이 있는 회사로 변모할 터"-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기업문화의 대대적인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진원지는 올해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손영진 사장이다. 회사는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건강한 삶의 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손영진 사장의 지론이다. 직원들에게 권위적이기보다는 친밀감있게 다가서려는 손 사장에게서 그 의지가 강력하게 배어 나온다. 기업문화의 혁신에 메스를 가한 손영진 사장의 수술 작업이 앞으로 어떠한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시현 기자 pcsw@infotech.co.kr

취임 이후 '일'보다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계십니다. 이는 그동안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다른 분들과는 매우 다른 모습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존 기업문화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고 아울러 앞으로 어떠한 기업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실지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의 업무량이나 경력 사원이 다른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회사입니다. 직원들의 일에 대한 열정이나 자부심이 강한 편이죠.
그렇지만 한국마이크로소프트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뼈저린 대목입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에게 직장은 '일'만 하는 곳이지 여기서 '살고 있구나'하는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얘기죠. 이러다보니 직원 스스로는 물론 회사의 위상을 높이는데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앞으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단순히 일만 하러 오는 직장으로 만족하기보다는 직원들간의 노력으로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키고, 개인 및 가정의 발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진정한 공동체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업무만이 아닌 사람 사이의 정이 오가는 대화 문화가 선결과제라고 판단,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이 즐기면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누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경로를 활용해 파악하고 그 고민을 들어주며,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저의 중요한 임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정이 오가는 대화문화 마련
이처럼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은 외부에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보는 눈이 곱지 않은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은 만나기가 어렵고, 왠지 권위적인 인상을 풍긴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데스크톱 운영체계와 오피스 시장의 점유율이 높은 데서 비롯된 독점적인 이미지가 부정적인 시각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간 전직 임직원들의 회사에 관한 부정적인 평가도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단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아태 지역의 전직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에 관한 신랄한 비판을 담은 책을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도 한번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추진하는 일부 사업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 마이크로소프트만의 야심을 채우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와서 보니, 누가 시켜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선 기술을 체험하고 한국 IT 산업을 주도해 간다는 순수한 열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전자우편 문화가 매우 발달해 누구라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회사 발전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매우 잘 형성돼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을 만나기가 어렵다거나 권위적이라는 시각은 이러한 일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3개년 장기계획 수립 첫 시도
취임 이후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구체적으로 달라진 모습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불과 7개월여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몇가지 성과를 거뒀습니다. 무엇보다 과거에 비해 영업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좀더 거시적인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는 본사 임직원들의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한 덕분입니다.
지난 7월 스티브 발머 사장이 방한한 이후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0월 초에 전문가들이 방한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임원진과 공동으로 향후 3개년 장기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러한 시도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입니다.
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초창기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했으며, 여성 임원들이 탄생한 것도 그 성과로 내세울 수 있습니다.

최근 본사의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평가가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졌다고 하셨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즐겨 하는 말 중 하나가 "위기는 기회의 탈을 쓰고 온다"는 것입니다. 전임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게 있어 오히려 본사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사장 중심으로만 리드해가던 상황에서, 공석으로 인해 각 부서장이나 담당자들이 본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서,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좀더 효과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까지 본사의 주요 제너럴 매니저급 또는 부사장급이 10여 명이 방한했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우리나라를 많아 찾은 것은 드문 사례입니다. 이는 곧 우리나라에 대해 본사의 접근 자세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것으로 이러한 방한들이 우리나라의 비즈니스 활성화 및 IT 인프라 개선 등으로 열매를 맺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 공채는 획기적인 일"
손 사장님은 언젠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10여명의 신입 사원을 채용한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하셨습니다. 그동안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었으며, 이처럼 정책이 변화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신입사원을 채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획기적인 일입니다. 공채로 인력을 뽑았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내부에 쌓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에 더욱 그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신입사원 공채는 기업 문화가 없으며, 특별한 색깔도 없는 조직으로 지적받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건강한 삶의 현장으로 혁신시키겠다는 거대한 뜻을 담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고충이 있어도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털어놓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직원들간의 대화가 단절된 문화를 이번 공채를 통해 앞으로 해소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공채 직원들의 주도로 새로운 기업문화가 형성되고 이것이 회사 전체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2005 회계연도의 매출 목표와 이의 달성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2004년 회계연도에 3천억원에 미치지 못했던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은 2005년 회계연도에는 3천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 가운데 윈도우즈 XP와 오피스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SQL 서버와 익스체인지 서버를 앞세워 기업 시장에 빠른 속도로 파고들고 있으며, 작년에 출시된 윈도우즈 서버 2003과 오피스 시스템은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서버 비즈니스 영역도 매우 빠르게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죠.
특히 최근에는 윈도우즈 서버 2003을 가상으로 구현해 저비용과 운영효율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버추얼 서버 2005'를 비롯해, 기업의 복잡한 IT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MOM Microsoft Operations Manager) 2005'와 통합 보안 서버 ISA(Internet Security & Acceleration) 2004'를 출시해 기업 시장 공략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습니다.

유닉스+오라클 윈백 사례 쏟아질 것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출시한 64비트 운영체계인 윈도우즈 서버 2003을 앞세워 유닉스 시장의 공략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전략을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부산에 있는 신화정보통신과 공동으로 IBM의 중대형컴퓨터인 'AS400'(i시리즈 구형 모델) 시스템을 타깃으로 한 '윈백 작전'을 펼쳐왔습니다. 그 노력의 결과로 넥센타이어, 부산은행, 부산대학교 등의 윈백을 성사시켰습니다. 그 여세를 몰아 최근에는 신화정보통신이 서울에 지사를 설립하고 수도권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9월부터는 '유닉스+오라클' 사이트를 '윈도우즈 서버+SQL 서버' 환경으로 끌어오겠다는 리플랫포밍 전략을 수립하고, 이러한 마이그레이션 수요를 적극 개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SQL 서버 차기 버전인 SQL 서버 2005(코드명 유콘, Yukon)을 비롯해 MOM 2005와 기존 SMS(System Management Server)의 기능을 통합하고 리포팅 서버까지 추가한 '시스템센터'가 출시되면 더욱 다양한 유닉스의 윈백 사례가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리눅스가 갈수록 부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업의 핵심 플랫폼으로도 채택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나라에서는 정책적으로 리눅스 육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입장과 전략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리눅스는 "공짜다, 보안에 문제없다" 등의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리눅스가 더욱 비싸고 보안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제는 리눅스와 경쟁을 펼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중소 시장에서 쌓아온 강점을 살려 대기업 시장의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며 그 승산은 매우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T 업계는 물론 그 어떤 기업 보다도 많은 R&D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소프트웨어를 통해 겪었던 그 어떠한 변화보다 더욱 많은 변화가 향후 10년 동안 우리 생활에서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러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믿음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진입을 목표로 내건 우리나라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IT가 아니라면 2만달러 시대 진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며, 그 중에서도 세계 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지적재산권이 존중되어져야 하며, 시장의 흐름을 반영해야 하고 사용자들의 욕구를 잘 파악하는 훈련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이었던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였습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노하우를 공유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사명감으로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해나갈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윈도우즈 시스템이 이번 NEIS 시스템 선택에서 처음부터 배제되었습니다. 기증까지도 생각하고 있던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좀더 효율적이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으로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상업형 모델로 나가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용자 스스로 장단점을 판단하여 자신의 요구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합리적이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은 공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사실에 기초한 정보에 따라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직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리눅스 및 오픈소스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공신력있는 외부의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윈도우즈와 리눅스의 TCO를 비교하고, 보안이나 품질, 운용인력 등 리눅스가 갖고 있는 잠재적인 문제도 거론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적극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픈 소스에 대한 오해 적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05 회계연도 사업 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발표할 신제품과 이 가운데 주시해야 할 제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또 새로 진출할 사업이나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2005 회계연도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업의 핵심 목표는 IT 산업을 선도하는 한국의 회사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침체에 빠져 있는 IT 산업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특히 지난 9월부터 보안 기능을 강화한 윈도우즈 XP 서비스팩2를 보급하고 있는데, 윈도우즈 XP 사용자라면 모두 설치할 수 있도록 그 중요성을 적극 알릴 계획입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막대한 시간과 비용, 노력을 투자해 추진하고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 구현 전략의 하나로 오는 2006년 초에 발표될 예정인 윈도우즈 XP 차기 버전(코드명 롱혼, Longhon)에서 진수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보안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전환하는 노력을 적
극 펼칠 것이며, 정부조직 및 기업과의 협력도 한층 강화할 계획입니다.

손영진사장은
1955년생으로 서울대를 졸업하고, 공군학사장교로 군을 마쳤다. 1983년 한국IBM에서 입사해 1992년까지 만 9년 반 동안 인사 업무를 비롯해 영업 등을 두루 수행했다. 이후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컴팩 등의 요직을 거쳐 1995년 굽타코리아의 초대지사장, 한국데이터제네럴 사장, 한국BMC의 사장으로 재직했으며, 2003년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고객사업부 전무로 영입되어, 2004년 3월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부인과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취미는 골프이며, 좌우명은 신뢰와 상호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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