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사장은 취임후 1개월만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EMC의 화두로 '변화'를 꺼냈다. EMC 안팎으로 벌어지고 있는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현재 EMC가 당면한 도전과제이며, 지금 EMC는 바로 변화의 출발점에 서있다고 말했다. EMC가 변화해야 하는 배경은 무엇이며, 그렇다면 과연 EMC는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가. 박시현 기자 pcsw@infotech.co.kr

취임 소감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책임이 무겁습니다. EMC는 지금까지 대단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신임 사장으로서 그동안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더욱 발전시켜야 할텐테...한마디로 책임의식이 듭니다.

한국EMC의 제 2대 사장님으로 김경진 사장님이 발탁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인사는 내부 승진입니다. 이는 EMC 본사가 한국EMC의 성공을 인정했다는 얘기입니다. 1995년 7월에 설립된 한국EMC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속성장을 지속해 왔습니다. 한국EMC 직원들의 개인적 능력과 성실성, 기술력은 본사에서도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본사의 이러한 한국EMC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신임 사장을 내부 승진 방식으로 결정한 배경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출발점에 서있다"
취임 한달 동안 하신 일은
한국EMC가 변화의 길목에서 큰 충격을 받지 않고 갈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했습니다. 일단 올해 말까지는 비즈니스 모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협력사들을 방문해 이런 사실을 주지시켰습니다. 그리고 직원들과의 일대일 면담에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역시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사장 취임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사장으로서 경영철학을 전달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말씀은 무엇입니까.
신임 사장이 취임했지만 획기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는 이미 국내에 적합한 사업 모델이 정착되어 있으며, 또 2001년부터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토리지 시장 환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시장의 선두주자인 한국EMC로서는 새로운 변화의 추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한국EMC는 그동안 하드웨어를 앞세운 인프라 구축 사업, 그것도 특히 대용량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에 70~80%의 역량을 집중해 왔습니다. 한국EMC가 변화하려는 내용은 바로 이러한 틀을 바꾸고, 그 틀에 맞게 빠르게 적응하는 것입니다. 즉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컨설팅을 주축으로 새롭게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한국EMC는 현재 그러한 변화의 출발점에 서있습니다.

토탈 스토리지 솔루션 업체로 변신
앞으로 컨설팅이나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로 이해됩니다.
스토리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시장은 최근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스토리지 업체에게 단지 스토리지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가치를 요구하고 것이죠.
한국EMC가 2001년에 자동화 소프트웨어 전략인 AutoIS 전략을 내세워 소프트웨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한국EMC는 2002년부터 AutoIS 전략을 더욱 발전시켜 자동화 네트웍 스토리지 전략인 ANS(Automated Networked Storage)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ANS 전략에는 스토리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웍, 서비스 등 토탈 스토리지 솔루션 업체로의 변신하려는 한국EMC의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본사가 컨설팅 업체인 엑센추어와 스토리지 컨설팅 사업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최근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신설하고 레가토시스템즈나 BMC의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사업을 인수한 것은 그러한 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향후 하드웨어 사업 방향은 어떻습니까.
현재 스토리지 하드웨어 시장은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형 스토리지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경쟁사들간의 극심한 가격경쟁만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반면 중형 시장과 네트웍 스토리지 시장은 새로 대두해 앞으로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한국EMC도 그동안 주력했던 대용량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에만 머물지 않고 대형, 중형, 소형으로 시장을 세분화해 각 시장에 맞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입니다. 중소형 시장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만 절대 집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형 시장을 싹 무시하고 중소형 시장에만 눈을 돌리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현재 중소형 시장은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 갈수록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못지않은 기능과 성능으로 무장,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EMC는 앞으로 1년 동안은 대형에 의존했던 기존 사업 모델로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전략에 발맞춰 기존 조직의 변화도 예상됩니다.
컨설팅과 프리 세일즈를 담당하는 테크니컬 솔루션 그룹과 유지보수와 고객 서비스를 맡고 있는 CS 조직은 이미 이러한 전략에 따라 올해 몇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와 컨설팅 조직은 내년에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한국EMC가 토탈 스토리지 솔루션 업체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새로 내놓은 'ILM'이라는 개념이 눈에 띕니다. 이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EMC는 사실 기존 ANS 전략보다 더 넓은 개념인 ILM(Information Lifecycle Management)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토리지 하드웨어, 네트웍,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포괄하는 전략입니다. 즉, 데이터의 생성, 활용, 저장, 백업, 삭제 등 정보의 전체 수명주기의 모든 단계에서 고객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레가토의 인수는 매우 중요합니다. 레가토가 주력하는 제품인 이기종 정보 보호 및 복구, 계층적 스토리지 관리(HSM), 자동화 고가용성, 이메일 및 컨텐츠 관리 소프트웨어 제품들은 현재 40여종에 이르는 EMC 오픈 소프트웨어 제품군에 추가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레가토코리아를 어떻게 운영할지 궁금합니다.
레가토 인수와 관련해서는 아직 공개적인 언급을 할 수 없습니다. 인수가 완전히 끝나려면 아직도 두가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두 회사 모두 주주들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미국 증권감독원으로부터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모두 끝나는 시점은 10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레가토코리아에 대한 부분은 이러한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인수가 확정되고 또 본사에서 레가토 인수와 관련된 구체적 지침을 내리면 그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임 사장의 취임에 따라 기업문화의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전임 정 사장은 평균 아침 6시에 출근해 7시 30분까지 일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늦에 일어나 늦게 까지 일하는 스타일입니다(웃음). 농담입니다.
사실 크게 변화는 것은 없습니다. 정 회장이 만들어 놓은 문화가 워낙 탄탄합니다. 그 문화는 바로 직원들은 근면성입니다. 매우 열심히 일하며 일에 대한 자부심도 강합니다. 또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본사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한국EMC의 팀웍은 매우 강합니다.
사실 한국EMC는 그동안 성과, 매출, 고객만족도 등 회사 업무에만 집착해 왔습니다. 이러한 한국EMC 직원들의 헌신으로 회사는 크게 발전했지만 직원들의 사생활이나 가족과의 생활은 다소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중요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EMC 기업문화와 직원복지 입니다.
자기 자신과 회사 자체를 동일시하며 헌신하는 자세는 장기적인 면에서 오히려 직원은 물론 회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직원들이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도 '재미'와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특히 회사 업무와 개인 생활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 문제를 직원들의 개인적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고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기업문화를 조성해 한국EMC를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늦어도 2005년에는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반드시 한국EMC가 꼽힐 겁니다.

이러한 기업문화에 대한 견해는 경영 철학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단한 경영 철학은 없습니다. 취임후 줄기차게 얘기하고 있는 것은 첫번째, 회사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규율과 기강이 잡혀 있는, 그것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회사에 목숨을 걸지 말라는 겁니다.

올해 사업목표와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올해 한국EMC의 매출 성장 목표는 5% 입니다. 올해 상반기에 거둔 실적으로 볼 때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하반기에는 제품군이 대폭 강화돼 이러한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한국EMC는 올해 무려 30여개의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방침을 세운 가운데 이미 DMX3000, EMC 센테라, EMC 클라릭스 ATA, EMC 넷윈200 등 하드웨어, EMC SRDF/A, EMC 스냅, EMC 파워패스, SAN 카피, SAN 아키텍트, EMC 오토어드바이스 등 소프트웨어를 이미 출시했거나 출시할 예정입니다.
한국EMC는 또 델과 MS 등과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 중형 시장의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특히 본사에서는 MS와 함께 NAS 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던 중형 SAN 사업과 NAS 사업의 영업을 강화, 한국EMC의 고속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것이 전략입니다.


김경진 사장은...
기술ㆍ마케팅ㆍ영업 균형…국제 감각도 보유

19년째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김경진 사장은 기술적인 전문지식과 영업, 마케팅의 균형감각을 갖추고 있으며, 다년간의 해외근무로 뛰어난 국제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1957년 서울 출신으로 1981년 한국항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현대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가인시스템, 인성정보, 실리콘그래픽스에서 영업, 마케팅, 사업개발, 기술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1999년 한국EMC에 입사해 영업 전략 프로그램 본부 이사, 통합 마케팅 본부 총괄, 영업 담당 전무로 일했다.
김 사장은 뛰어난 국제감각과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2000년 7월, EMC 아태지역 영업전략 프로그램 총괄본부 상무로 승진, 한국EMC 최초의 EMC 아태지역 임원 승진이라는기록을 남겼다. 그는 또 2002년 8월에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의 고객 지원센터인 EMC 솔루션센터 설립에도 큰 역할을 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전략수립에 뛰어나다는 게 주위의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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