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 특히 IT경기는 말그대로 꽁꽁 얼어붙었다. IT관련 업체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낄 정도라고 말한다. 문제는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년도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야 하는 IT업체 마케팅 담당자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그만큼 내년 경기가 불투명하다는 얘기이다. 불투명한 IT경기를 그래도 가장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업체는 IBM이다. IT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데다 모든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IT업체들이 한국IBM의 내년도 사업전략을 궁금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IBM의 신재철 사장을 만나 내년도 경기전망과 한국IBM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며 내년도 경기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신재철 사장은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경기전망을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물론 세계 경제는 물론 국내 경기가 침체기에 있으며 불확실하다는 데 대해서는 동의했다. IT시장의 어려움 역시 세계 경기의 침체와 관련이 있으며 일부 과잉 투자에 따른 조정현상도 여기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신 사장의 설명.
신 사장은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성장하는 분야와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고 말한다.
기업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장이 어려워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일본IBM을 들었다. 일본 경제가 10년동안 계속해서 어려웠음에도 일본IBM은 꾸준히 성장했다는 것.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능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시장과 상관없이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 신 사장은 불황 타개책은 있기 마련이며 현재 상황에서는 단순 제품보다 고객에 맞는 솔루션을 찾아 제공하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솔루션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사장은 IT 시장은 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이에 대해 고객이 수요로 반응하면서 역동적으로 발전해 왔다며 새로운 기술을 주의깊게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최근 개방형 표준에 힘입어 웹서비스와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이 각광을 받는 등 유비쿼터스 또는 퍼베이시브한 환경이 급속히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정보 인프라 및 애플리케이션이 유틸리티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이 확산될 때 IT산업은 침체를 벗어나 새로운 활력을 찾게 된다는 것이 신 사장의 시장 진단이다.

새로운 기술에 주목
한국IBM의 올해 성장률과 내년 예상성장률을 묻는 질문에 신 사장은 그것은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회사 규정상 공개할 수 없다며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다만 신 사장의 여유있는 모습과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한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한 것으로 볼 때 지난해 성과가 기대 이상이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신재철 사장은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요인과 비결에 대해 IBM의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들었다. 칩, PC 및 중소형 서버는 물론 메인프레임, 수퍼컴을 비롯하여,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에 이르는 제품의 풀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품의 라인업이 완벽하다고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신 사장은 IBM은 크게 두가지에 역점을 두어왔음을 강조했다.
첫째는 인프라 측면에서 단위제품의 경쟁력을 키우면서도 전체와 연계된 청사진을 갖고 고객의 투자가 최대한 보전될 수 있도록 해 고객의 통합 비용을 줄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산실 투자의 약 절반이 통합에 들어간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전체와 연계된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솔루션회사로서 경영과 IT를 접목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인프라는 정보전문가의 몫이지만 솔루션은 경영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신 사장에 따르면 IBM은 미들웨어는 직접, 애플리케이션은 SAP, 시벨, i2같은 솔루션 파트너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고객이 경비절감은 물론 핵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청사진에 맞춰 업무를 구현시켜 줄 파트너가 되고자 노력해왔다.
신재철 사장은 그러나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무엇보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적시에 제공한다는 점을 들었다. 딘일 제품보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이 무엇인지를 고객과 함께 찾아내 제공해왔다는 것. IBM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 솔루션 회사라는 것이 이런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신 사장은 이외에 한국 IBM의 튼튼한 팀웍과 기술력도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주장했다.

IT 업계의 새로운 화두 '온 디맨드'
신재철 사장은 기술, 제품과 관련한 내년도 시장에 대해 개방형 표준이 더 활발하게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온 디맨드(on demand)가 IT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이며 온 디맨드 흐름을 뒷받침하는 웹서비스, 그리드, 자율 컴퓨팅 기술이 확대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한국IBM의 경우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사업에서 지속적인 시장 선도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온 디맨드 등 신기술 분야의 시장 기회를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IBM CEO가 밝힌 '온 디맨드' 전략과 관련, 신재철 사장은 본사 차원에서 이를 대내외적으로 구체적으로 구현할 조직체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고객과 시장 부분은 IBM의 e비즈니스 전략과 리눅스전략, 그리드 컴퓨팅 전략을 주도한 어빙 라다우스키 박사가 맡고 온 디맨드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내부 조직은 린다 샌포드 수석부사장이 맡기로 했다는 것. 또한 IBM왓슨연구소와 IBM서비스 팀이 함께 온디맨드 개념의 장래 모델과 핵심요소기술을 고객에 맞춰 구현하는 신개념의 비즈니스를 발표하는 등 IBM이 전사적으로 온 디맨드에 주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재철 사장은 IBM의 모든 조직과 제품, 그리고 서비스가 '온 디맨드'의 개념을 구현하는데 역점을 두는 등 2003년 IBM의 핵심 전략은 한마디로 '온 디맨드'라고 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인터넷 기술은 검색 단계와 통합단계를 넘어 온 디맨드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 신재철 사장은 '내가 모든 것을 항상'이 아니라 '필요할 때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의 개념이라고 온 디맨드를 설명했다. 신 사장에 따르면 이 온 디맨드 개념은 내부 프로세스와 정보접근 및 관리방법에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신재철 사장은 이 온 디맨드 개념이 구현될 경우 은행이 몇일 걸리던 담보처리과정을 몇분으로 줄여 경비를 절반으로 줄이기도 하고, 자동차 회사가 무선기술을 도입해 고객만족을 극대화하기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 사장은 온 디맨드의 구체적인 사례로 최근 현대자동차가 IBM의 텔레매틱스기술을 신차에 도입하기로 한 것을 들었다.
IBM에 따르면 온 디맨드 개념이 구체화될 경우 도소매점이 재고관리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도 하고, 의사가 환자의 이전 진료기록을 종합적으로 실시간에 분석해 최적의 처방을 내놓을 수도 있다.
신 사장은 이러한 온 디맨드가 구현되려면 통합(Integrated), 개방(Open), 가상화(Virtualized), 자율(Autonomic)이라는 4가지 기술적 운영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IBM은 현재 고객지원체제 및 주요기술과 솔루션을 재 포진시켜 모든 인프라와 솔루션을 '온 디맨드'개념으로 전이중이며 온 디맨드에 전세계적으로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wC 인수로 종합 컨설팅 능력 보유
최근 스토리지와 서버 사업부의 통합에 대해 경쟁사에서 말들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엔 스토리지 사업부를 서버사업부와 별개로 두었으나 하드웨어 전체를 한 조직에서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조직이 합쳐졌다고 주장했다. 경쟁사의 주장과는 달리 스토리지 분야에서 IBM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서버조직과 통합해도 시장에서의 입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IBM의 PwC의 인수와 관련, 두 회사의 문화적인 차이를 들어 기대한 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두 회사간의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조직이 고객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합병에 따른 내부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신설된 IBM의 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BCS)는 컨설팅 핵심역량으로 특화된 조직의 특성을 살려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IBM의 PwC의 인수에 대해 최고의 기술회사가 최고의 컨설팅회사를 인수해 최고의 종합컨설팅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고객은 점차 비즈니스와 정보기술 모두에 대해 일관되고 통합적으로 해답을 제시하는 서비스 파트너를 원하고 있는데 이제 그러한 고객의 모든 요구와 기대를, 비즈니스 전략에서부터 실제적인 IT의 구현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컨설팅 조직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글로벌화에 이바지
전임 사장의 역할과 차이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신 사장은 시대적인 상황이 달라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전임사장은 한국IBM의 한국화에 노력해왔으나 신 사장은 그 같은 현지화를 발판으로 한국IBM이 한국의 글로벌화에 이바지하는데 집중해 왔다는 것이다.
IBM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큰 역량을 갖고 있다고 말한 신재철 사장은 현재 IBM은 e비즈니스를 바탕으로 프로세스 중심의 경영혁신에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그만큼 글로벌 역량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IBM의 2500여명이 아무리 기술력을 쌓아왔다고 해도 자체 기술력만으로는 세계시장을 지향하는 국내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에 역부족일 때 가 많다는 것이 신 사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한국IBM이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가치있는 파트너가 되려면 국내 자원은 물론 글로벌 역량을 결집해 선진 기술과 이용기법을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며 기업의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한국IBM의 한 직원에 따르면 신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후 줄곧 한국IBM의 모든 임직원에게 창조적 소수로서 고객이 가장 신뢰하는 가치 창조의 파트너가 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또한 한국IBM에서의 성장에 머물지 않고 IBM이라는 큰 글로벌 조직에서 글로벌 리더로 크겠다는 큰 비전을 갖고 글로벌 역량을 갖추는데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며 한국IBM 내부의 인재 양성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IBM이 직원을 뽑을 때 적성과 일에 대한 열정을 가장 중요시 하는 것도 신 사장의 이런 생각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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