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정보시스템이 거듭나고 있다. 그 동안 그룹해체와 매각설로 어려움을 겪었던 대우정보시스템이 꾸준한 경영체질의 개선 노력과 수익성 위주의 사업전략으로 마침내 그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 대우정보시스템은 2,605억원의 매출과 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며, 올해에는 매출 3,150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이 매년 2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같은 대우정보시스템의 경영 성과는 국내 SI 업계의 해묵은 숙제로 꼽히는 높은 그룹사 매출 의존도, 저가 수주로 인한 낮은 영업 이익 등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우정보시스템의 사령탑인 박경철 사장이 펼치고 있는 경영전략을 비롯해 국내 SI 시장의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박시현 기자 pcsw@infotech.co.kr

박경철 사장은 1979년 대우조선에 입사한 후 대우전자를 거쳐 현재 대우정보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줄곧 대우에서 일해왔다. 특히 대우정보시스템의 창립멤버로 지금까지 회사 성장을 쭉 지켜봐 왔다. 지난 2000년 말에 대우를 떠났지만 옛 직원들의 거듭된 요청으로 8개월간의 외도(?)를 끝내고 대우정보시스템의 대표이사로 돌아온 남다른 이력도 갖고 있다.

인수합병설은 '사실무근'
올해로 창립 15주년(4월 29일)을 맞이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1989년 창립 당시에 각 그룹사마다 SI 업체의 설립이 붐을 이뤘습니다. 쌍용, SDS, LG, 대우, 현대…등이 모두 이 즈음에 설립됐죠. 대우정보시스템은 대우전자를 모체로 탄생했는데 당시 대우전자에서 전산책임자로 일하다가 그룹 경영 방침으로 대우정보시스템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간 그룹이 해체되고 매각설 등의 악재로 고생을 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준비는 잘돼 있습니다. 침체에 빠진 시장이 회복된다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최근 EDS가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 내용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EDS는 예전부터 인수합병을 시도해 오고 있습니다. 대우정보시스템도 여러 후보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EDS가 대우와 좀더 많은 얘기를 나눴을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항간에 떠도는 조건 합의 등은 전혀 사실 무근입니다.

대우정보시스템의 최근 경영 성과를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해에 전년대비 12%가 늘어난 2,60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에는 3,1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631억원의 매출로 이미 목표를 초과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매출보다 영업이익입니다. 외형은 어떻게 해서든지 늘릴 수 있지만 영업이익을 확대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지난해에 영업이익으로 전년대비 2배가 늘어난 65억원을 올렸으며, 올해 1분기에 14억원을 달성했다는 사실에 더욱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저가수주 철저히 지양해 영업이익 극대화
SI 업체들의 영업이익의 확대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업체는 많지만 수요는 그만큼 따라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저가수주가 횡행하고 이는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물론 업체들이 제대로 원가를 따져 저가수주는 지양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일감없이 인력을 무작정 놀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수요가 확대돼야 합니다. 특히 정부공공 기관이 앞장서 시장을 주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대우정보시스템이 영업이익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대우정보시스템은 이른바 3P 전략을 전사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3P는 "기본을 제대로 갖추자"는 것을 모토로 프로세스, 피플, 프로덕트의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프로세스 부문은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S), 영업관리프로세스(SMS), 시스템 표준 운영모델(DSOM) 등이 핵심 축으로 지난해에 기본적인 틀이 마련됐습니다. 프로젝트의 수주에서 수행,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원가를 절감하며, 프로젝트의 납기를 준수할 수 있는지 등 프로젝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체제를 만든 셈입니다. 결국 과거에는 영업 사원이 마음대로 결정했지만 지금은 이러한 프로세스의 운영으로 철저히 저가 수주를 막아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프로세스를 더욱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경쟁력있는 인재 확보를 목표로 하는 피플 부문의 전략을 집중적으로 펼쳐 나갈 방침입니다. 그리고 나서 경쟁력 있는 솔루션 확보와 개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프로덕트 부문의 전략을 실행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우정보시스템이 타사와 차별화해 집중하고자 하는 역점 사업이 자연스럽게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큰 흐름과 변화를 읽을 줄 아는 CEO
현재 대우정보시스템이 강점을 띠고 있는 분야와 솔루션을 말씀해 주십시오.
전통적으로 조선, 자동차, 중공업 등 제조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 왔습니다. 고속도로, 철도 등 SOC 분야에서도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대학정보화 부문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지속적으로 거두고 있습니다.

대우 그룹은 해체됐지만 여전히 옛 대우 관계사의 매출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40% 정도를 차지했으며, 올해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경영 방침으로 세운 대외 사업의 확대로 이 부문의 매출 비중을 줄이려고 하지만 외부 시장의 환경이 얼마나 호전될지가 관건입니다.

대부분의 국내 SI업체들은 그룹사 매출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국내 SI업체의 최대 약점은 그룹사의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입니다. 안에 먹을 것이 있으니까 안주하는 식이죠. 자기의 것을 지키려는 기업 풍토를 바꾸기 전까지는 앞으로 해결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헝그리 마인드로 홀로서기에 노력해야 할텐데… 풀기 힘든 숙제 입니다.

정부공공기관이 IT 아웃소싱 선도해야
사장님은 국내 SI 업계에서 드물게 엔지니어 출신의 CEO입니다. 평소 생각하시는 바람직한 CEO 상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기업은 계속 유지되어야 합니다. 이럴러면 큰 흐름과 변화를 읽을 줄 아는 CEO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단기적인 성과에만 급급해 유행에 휩쓸리는 경향이어서 안타깝습니다.
현재 SI 업계에는 IT 출신의 CEO가 적은 게 사실입니다. 이는 경영자 훈련 체계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IT 출신들이 반성해야할 대목입니다. SI 산업의 초창기 시절에 CEO로 재무나 일반관리 보다는 IT 출신이 많았던 점을 기억해 보십시오. 기술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영업, 내부 관리 역량도 갖춰야 하지 않겠어요.
최근 국내 서비스 시장의 이슈를 들라면 단연 아웃소싱을 첫손가락에 꼽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을 전망하신다면.
급격히 팽창하기 보다는 서서히 진행될 겁니다. 올해 역시 일부의 전망과는 달리 활짝 꽃피우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아직도 이 시장의 수요는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생각을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맡기는 것 보다 자기가 직접 하려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는 거죠.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나중에 하겠다며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아웃소싱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문제가 있습니다. 아웃소싱 서비스를 전문영역으로 인정하고 이를 전문업체에게 맡길수 있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막혀있는 국내 아웃소싱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정부공공 기관이 앞장서야 합니다. 정부공공 기관은 가장 큰 아웃소싱 시장입니다. 여기서 선도해 좋은 선례를 남기면 민간 기업에서도 따라 할 것입니다.

월급 가장 많이 주는 회사로 만든다
2004년 국내 SI 시장은 인수합병이 가시화되며 이는 업계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인수합병이 담고 있는 의미와 바람직한 업계의 재편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문제를 논의하려면 SI 업체의 태생을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SI 업체는 각 그룹사마다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룹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러다보니 SI 업체마다 뚜렷한 주특기가 없으며, 다들 비슷비슷 합니다. 오로지 그룹사의 일감에 의존해 지탱하고 있는 거죠.
SI 사업은 기술을 파는 사업입니다. 기술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조직체로 발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다른 그룹사에게는 절대 일을 주지 않는 이 풍토에서 쉽지 않은 일 입니다. 다국적 기업인 IBM이나 HP가 국내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구조 때문입니다.

올해부터 대규모 SI 업체들은 소규모의 공공 프로젝트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정책이 본격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본주의 국가에서 그렇게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내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은 그룹사라는 시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가 않잖아요. 또 대형 SI 업체가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습니다. 국내에 좋은 솔루션을 가진 전문업체들에게 길을 터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대기업에서 당초 이 정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업 참여 제한 기준을 놓고 이견이 있었을 뿐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원칙에는 찬동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경영철학을 들려 주십시오.
회사는 돈을 벌어야 합니다. 무슨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선언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허황된 꿈일 뿐 입니다. 무엇보다 월급을 가장 많이 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럴려면 회사가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직원들에게는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겁니다. 대우정보시스템은 현재 업계 매출 순위는 5~6위이지만 월급은 두번째입니다. 높은 월급을 받으려면 경쟁력과 생산성을 갖춰야 합니다. 대우정보시스템에는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박경철 사장은
1949년 경남 울산 출생
1967년 경복고등학교 졸업
1973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1973년 ~1976년 육군중앙경리단 전산실
1976년 ~1979년 현대양행
1979년 ~1984년 대우조선
1984년 ~1992년 대우전자
1992년 ~1995년 대우정보시스템(이사 부장)
1995년 ~1997년 대우정보시스템 이사
1997년 ~2000년 대우정보시스템 전무
2000년 8월 ~ 2001년 3월 대신 C&C 대표이사
2001년 3월 ~ 대우정보시스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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