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식 한국썬마이크로 시스템즈 사장

자기목표 관리제도 등 도입, 삼성 매출비중 2년안에 두배로 높일 계획

지난해 여름 유원식 사장의 한국썬 행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가 21년 동안이나 몸담았던 HP의 맞수가 바로 썬이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이 한국썬의 지휘봉을 잡은지도 벌써 6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한국썬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결론은 한국썬은 지금 변화중이라는 사실이다. 강력한 카리스마 보다는 대화를 통한 열린 경영을 표방하는 유 사장의 경영철학이 점차 한국썬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썬 유원식 사장을 만나 경영철학과 향후 사업 전략을 들어봤다.
박시현 기자 pcsw@infotech.co.kr

"익사이팅했다" 유원식 사장은 지난 6개월동안 한국썬에서의 생활을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회사가 매우 다이내믹하다. 이 다이내믹한 물결을 타면 재미있고 그렇지 않으면 힘든 회사가 바로 썬이다. 재미있는 6개월이었다."
유 사장의 이 말에는 지난 6개월간 한국썬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데 신명나게 일했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열린 경영과 인력개발 역점
"부임하자마자 '열린 경영'을 표방했다. 임직원이 서로 믿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열린 경영의 출발은 직원들과 터놓고 얘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열린 경영의 핵심은 직원과 파트너, 고객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대화를 통해 한국썬의 전략을 명확히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직원에 이어, 리셀러, 협력사, 고객과의 두루 만남은 3개월이나 계속됐다"
한국썬에게 최근 6개월은 바로 유 사장의 열린 경영이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한국썬 내부의 대기업 전담팀을 더욱 강화하거나 협력사와 고유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든 것은 바로 이러한 경영의 산물이라는 유원식 사장의 설명이다.
유 사장의 열린 경영은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에서 인력 개발과 목표 관리 등으로 이어졌다.
"사람에 대한 개발이 부족한 것이 썬의 모습이었다. 한국썬은 경력자가 많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기 스타일을 고집해 팀웍을 깨뜨리는 결정적인 약점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인력 개발의 방안으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자기평가제도이다."
자기 평가 제도는 금연이나 마라톤 동호회 가입, 신규 고객 발굴, 목표 대비 실적 달성 등 이런 저런 목표를 분기별로 세우고 이를 다음 분기에 평가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유 사장은 "자기 평가 제도는 자신의 목표 의식을 명확하게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그동안 목표 관리가 안된 썬의 문화를 고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썬에 '자기 목표 관리' 문화 심어
유 사장도 이러한 자기평가제도의 실행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지난해 유 사장이 세운 목표는 1, 30, 74, 79, 105. 1은 영어 성경 한번 읽기, 30은 책 30권 읽기, 74는 몸무게, 79는 골프, 105는 회사 업무의 목표였다. 결과는 0.3, 35, 79, 81, 118로 나타났다는 것.
올해들어 유 사장이 새로 세운 목표는 0.7, 30, 74, 79, 108이다. 여기에다 특별히 15라는 것을 하나 추가했다. 가족들과 15일간 해외여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전 직원들이 세운 목표에 대해 직접 커멘트해주는 자상함도 보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그동안 목표 관리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던 썬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어났다.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직원 스스로 자기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려는 노력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유 사장은 여기서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직원들 스스로 연간 교육 계획을 작성하도록 했으며, 중간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썬 본사에서 3개월간 일하며 비즈니스와 문화를 배우는 2MP(2nd Generation Management Program)도 만들었다.
인력 개발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유 사장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2MP는 앞으로 한국썬의 후임 사장은 썬 내부에서 뽑겠다는 향후 전략도 담겨 있다는 유원식 사장의 설명이다. 다음 CEO는 내부에서 나왔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며, 이러한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올해는 대기업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낼 것
유원식 사장은 한국썬에 취임하면서 대기업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삼성그룹과 썬이 그동안 얼마나 밀접해졌는지 궁금했다.
유원식 사장은 이 질문에 일단 한국썬이 그룹사 시장의 공략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부터 설명했다. "한국썬이 펼치고 있는 파트너 중심의 판매 전략은 호황기 때는 좋지만 불황기에는 어려운 전략이다. 또 썬은 SMB 시장에서는 절대 강세이지만 대형 시장에서는 반대로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썬은 단골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유 사장은 한국썬은 아직 대기업 시장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올 한해동안 한국썬을 한번 지켜봐 달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유 사장의 이러한 자신감은 이미 삼성전자와 큰 틀의 제휴를 맺기로 의견을 공유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썬 양사가 앞으로 제휴하기로 한 내용은 삼성의 미래 핵심 사업인 '디지털 컨버전시'에 썬이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CDMA 방식의 휴대폰에 자바 기술을 적용하거나 팜톱이나 가전 제품 등에도 썬의 핵심 기술을 채택하는 식의 제휴를 맺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오는 3월에 썬의 고위 임원이 내한해 삼성그룹의 CIO단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라는 사실은 실제로 양사의 의사 공유의 수준이 점차 무르익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 유원식 사장은 "3월초에 한국을 방문하는 썬의 고위 임원은 CIO인 빌 하워드씨로 그는 삼성그룹을 비롯한 국내 주요 대기업의 CIO들을 대상으로 썬 내부의 ERP, CRM, 인사관리시스템 등 성공적인 운영사례와 각종 솔루션을 소개하게 된다. 썬의 경험을 국내 CIO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모임의 의미"라고 설명한다.

"올해안에 삼성과 제휴 구체화"
또 얼마전 삼성전자의 사장이 스콧 맥닐리 회장과 사이버 공간에서 대담을 벌이거나 앞으로 1년에 한번씩 썬의 최고 경영자가 삼성그룹의 사장단과 모임을 갖기로 약속한 사실은 앞으로 양사가 뭔가 큰 일을 벌일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유원식 사장은 "삼성과 이런 얘기를 나눈 것은 불과 6개월전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의 일부 사장들이 썬을 방문하기도 했다"며 올해안에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썬이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대기업은 삼성뿐만이 아니다. SK와는 네이트 드라이브라는 위치추적 서비스에 관한 기술 제휴를 추진중이며, 또한 KT, LG, 포스코 등과도 제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썬은 올해 이러한 대기업 시장의 집중 공략으로 전체 매출의 50% 정도를 여기서 거둬들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강화한 삼성 영업 전담팀을 앞세워 앞으로 2년안에 삼성그룹에서 거둬들이는 매출 비중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HP 50%, IBM 30%, 썬 10% 이하로 되어 있는 삼성 시장의 판세가 앞으로 2년뒤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한국썬은 기술 주도 회사
유원식 사장은 한국썬은 대기업 시장에서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기술 주도 전문 회사를 표방하고 있는 썬의 사업 성격 때문이라는 게 유 사장의 분석이다.
"IT 회사들이 발전해 가는 방향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델처럼 유통분야에 집중하는 회사, IBM, HP 등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하는 회사, 그리고 썬을 필두로 하는 기술 전문 기업이 바로 그것이다. IBM이나 HP 등 서비스를 강화하는 회사는 궁극적으로 파트너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지만 썬은 그렇지 않다"
즉 유 사장의 이 말은 IBM이나 HP의 입장에서 볼 때 삼성은 고객이자 파트너이면서 경쟁사이지만 썬에게는 파트너이자 고객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유 사장은 이 대목에서 앞으로 썬은 인력을 앞세운 서비스 사업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는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야하는 SI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스콧 맥닐리 회장의 생각도 마찬가지라는 것.
그러면서 유원식 사장은 한국썬은 앞으로 차별적인 기술을 앞세운 솔루션 서비스에는 적극 나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특히 한국썬은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을 비롯해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자바 웹 서비스 등 솔루션 중심의 IT 서비스 사업에 역점을 둘 것이라는 유 사장의 설명이다.

메인프레임 및 서버 통합 집중 공략
유 사장은 올해 IT 업계에서는 시스템의 복잡성을 줄이고 비용을 낮추는 것이 화두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올해 서버 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는 유닉스 서버의 메인프레임 대체를 염두에 둔 분석인 듯 싶다.
"메인프레임은 안정적이지만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업그레이드 비용과 소프트웨어의 추가구입, 그리고 높은 관리 및 교육비용 등이 바로 그렇다. 이에 따라 한국썬이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메인프레임 대체 호스팅 시장과 서버 통합 시장이다. 특히 금융 시장에서는 서버 통합 뿐만 아니라 메인프레임 대체 호스팅이 핫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썬은 이 시장의 공략 방안으로 지난번에 인수한 크리티컬 패스(Critical Path)사의 메인프레임 대체 호스팅 솔루션을 앞세워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썬이 최근 발표한 차세대 전략인 N1이 서버,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네트워킹 등 수많은 컴퓨팅 자원의 관리를 간편하게 해주고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준다는 점을 적극 내세울 것이라는 유 사장의 설명이다.
한국썬은 또한 최근 인텔 기반의 새로운 리눅스 서버를 발표, MS 윈도우즈 서버 시장의 공략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시장의 공략에 뛰어든 한국썬의 전략이 궁금했다.
"인터넷 대란이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를 보면서 인텔 기반의 MS 솔루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느꼈을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로 인해 유닉스 또는 리눅스 등의 솔루션에 관한 기대가 높아졌다. 썬이 리눅스 시장에 뒤늦게 참여했다고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사실 썬은 외부에 알리지 않았을 뿐, 지난해부터 리눅스 서버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한국썬이 내놓은 MS에 대항하는 서버는 인텔 프로세서에 솔라리스와 리눅스를 얹힌 제품이다. 썬이 이 제품을 발표한 것은 자체적인 비즈니스보다는 하나의 운영체계로 시스템을 단일화해 운영 환경을 단순화하려는 관리자를 지원하겠다는 성격이 더욱 짙다"

로우엔드 시장 흔들림없다
한국썬이 이처럼 새로 공격하는 시장도 있지만 수성해야 할 시장도 있다. 특히 한국썬이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로우엔드 서버 시장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올해들어 한국IBM이나 한국HP 등 경쟁사들이 이 시장의 공략을 위해 채널을 강화하고, 신제품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모습은 썬에게는 아무래도 거슬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유원식 사장은 경쟁사의 이같은 움직임에 의외로 느긋한 반응을 보인다. "SMB는100% 협력사 중심의 사업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곳은 오직 한국썬 뿐이다. 또 채널정책을 비롯해 로우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에 대한 오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도 한국썬의 강점이다. 경쟁사에서 이제서야 SMB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사실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경쟁사의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다".
실제로 한국썬은 국내에서 막강한 채널을 보유한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그 때문인지 한국썬의 채널 전략에 경쟁사들의 관심이 높다. 한국썬의 채널 현황과 전략이 듣고 싶었다.
"올해는 썬에게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한해일 듯 싶다. 주요 고객을 선택해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썬의 인더스트리 영업(industry sales) 조직은 인력을 재배치해 협력사들과의 협력 모델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또 솔루션 영업 운영팀을 새로 구성해 SI 업체와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협력 모델을 마련하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협력사의 악성 장기 재고를 정리해 협력사의 부담을 덜어주고, 한국썬과 협력사의 고객영업에 대한 역할을 재정립하며, 협력사를 확대할 것이다.
한편 시스템 프로바이더 20개사를 신규로 확보했으며, 과거 한국썬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맺지 않은 하부 협력사와 전부 계약을 맺기도 했다. 또한 협력사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보상 제도와 밀수 제품으로부터 고객보호를 위한 정품 보증서 발행을 새롭게 실시하고 있다"

한국썬은 지사장 권한이 강해
21년간 HP에 몸담으면서 그 문화에 익숙했던 유원식 사장은 새로운 썬의 기업 문화에서 약간의 당혹감도 느꼈을 듯 싶다.
"썬은 매우 젊은 기업이다. 다국적 기업 가운데 아직 벤처 냄새가 나는 회사이다. 스콧 맥닐리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매우 젊고, 진취적이며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지난 2월초에 만난 스콧 맥닐리 회장이 경영 실적 보다는 좋은 회사를 만들어달라는 말에서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과 이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겠다는 내 생각이 아직까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
유원식 사장은 한국썬 지사장의 권한이 여느 다국적 기업 보다 강하다는 점에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다. "대개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지사장의 권한은 매우 적다. 그렇지만 한국썬의 경우 지사장의 권한이 90% 이상이다. 매출, 수익률, 경비 등 3가지만 맞추면 가격할인이나 인력 채용 등을 지사장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는 CEO가 자신의 색깔과 역량대로 기업을 운영해 볼 수 있다는 것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아니다"

열정·신뢰와 존중·팀웍이 핵심 가치
유원식 사장은 경영 철학 관한 얘기를 꺼내자 즉각 열정(Passion), 신뢰와 존중(Trust and Respect), 팀웍을 들었다. 이 세가지는 한국썬을 이끄는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는 유 사장은 고객을 향한 열정은 고객에게 최고의 솔루션과 서비스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우리의 성과를 고객으로부터 평가 받고, 고객의 입장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신뢰와 존중은 먼저 들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며, 또 사람의 위치나 타이틀이 아닌 노력(contribution)을 보고 존중해야 하며, 그리고 솔직담백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하며 뒤에서 수근대는 모습은 없는 것을 의미한다는 유 사장의 설명이다.
유 사장은 팀웍을 얘기하는 대목에서 더욱 열을 올렸다.
"팀웍이 갖고 있는 위대한 힘을 잊지 않아야 한다. 누구든지 혼자 성공할 수는 없다. 남과 조화를 이루며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100점이지만 그렇지 않고 개인적으로 우수한 능력만을 가진 사람은 96점밖에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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