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이 시작되면서부터 IT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작년보다 시장이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느니, 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겠지만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것이라느니 하는 부정적인 전망들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스코 시스템즈 코리아의 김윤 사장은 "난관이 닥쳐왔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되며, 이럴 때일수록 계획했던 것들을 더욱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윤 사장의 2003년 해법은 어떤 것일까?

김재철 기자 kij@infotech.co.kr

지난해 하반기 시스코 시스템즈의 존 챔버스 사장은 "앞으로 18개월 뒤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적지 않은 수의 전문가들이 "IMF 때보다 IT시장의 체감 경기가 더 안 좋았다는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김윤 사장 역시 "사실 많은 전문가, 기관들이 올해 전망을 썩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이 침체기가 언제쯤 끝날 것인지를 예측하는 일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시스코 시스템즈 코리아가 지난해 전반적인 검토 단계를 거쳤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요 및 성장이 전망되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작은 성장이나마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세계적으로 IT 뿐만이 아닌 전반적인 경제가 불황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 경제의 침체와 국내외 정세가 어지러운 탓에 가장 규모가 크고 장기적인 투자를 요하는 IT 부문의 투자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생각된다.
두루넷, 파워콤, 드림라인, PSINet 등 통신사업자들의 구조조정이 연이어 진행되면서 통신사업자들의 프로젝트가 2001년에 비해 크게 줄었으며, 일반 기업들도 하반기로 계획했던 사업의 대부분을 연기한 상황이다. 즉각적인 투자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투자는 연기, 보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 극심한 가격경쟁까지 불러오게 됐다.

<여러 분야 가운데서도 IT분야가 유독 어려운 이유를 꼽는다면?>
워낙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니 기업들이 IT 설비 투자를 전혀 안 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봐도 지난해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지만 투자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투자를 하는 것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부분에서만 조금씩 진행될 뿐이다.

<시장이 언제쯤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는가?>
올해는 적어도 작년과 비슷하거나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기대하는 것과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 본사에서는 올해 2002년 정도의 매출만 올리면 괜찮다고 보고 있다.
2003년 말에 약간 시장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는 있었지만 이것도 이라크 문제, 미국경제 회복 등 모든 상황들이 잘 풀렸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국내 경기도 미국의 전쟁분위기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하는 점, 그에 따른 유가 문제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겠지만 여러 경제연구소들이 내수 기반은 상당히 무너질 것으로 보는 반면, 수출은 좀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들을 하고 있다. 물론 수출도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IT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고객이 디지털 기술의 혜택 느끼고 있다
지난해 네트웍 시장이 어려웠던 이유는 경기의 영향도 있겠지만 기술적으로 고객의 관심을 폭발시킬 만한 요인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ATM이 주류를 이루다가 기가비트 이더넷이 등장하던 때처럼 획기적인 기술의 도약이 없었다는 것이다.
김윤 사장은 "과거에는 네트웍의 사이클을 2~3년 정도로 보았지만, 최근 들어 뚜렷한 대체 기술이 출현하지 않으면서 그 주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변화하는 현실을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네트워킹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주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운영상의 효율성을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가 데이터 네트워킹 기술의 활용을 더욱 본격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올해 어떤 기술들이 네트웍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는가?>
기업들이 데이터 네트워킹 기술이 가져다주는 효율성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에 3G 서비스 및 모바일 인터넷, 홈네트워킹 기술로 인식되는 무선 솔루션 그리고 보안, 스토리지, 10기가비트 이더넷, MSPP, 소프트스위치 등이 네트웍 시장을 이끌 올해의 주요 서비스 및 성장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IP 텔레포니도 단말기 비용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올해의 이슈가 될 것이 틀림없다.
특히, 보안과 무선은 필연적인 솔루션이다. 인터넷을 이용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려고 한다면 이 둘은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모두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서비스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시스코 시스템즈는 네트웍 전반에 걸쳐 엔드-투-엔드 솔루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또한 매우 안정적이고 고성능의 제품들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고객이 가격 효율적인 네트웍을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인데 고객의 투자를 보호해주며, 기존 장비를 활용한 손쉽고 경제적인 마이그레이션 전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고객의 요구에 잘 부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시스코가 경쟁업체들에 비해 안정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문제는 서비스 사업을 어떻게 더 안정화시키느냐 하는 것인데 통신쪽은 관행상 유료서비스가 정착이 안 되어 있다. 하지만 사실은 컴퓨터 산업보다 통신산업이 훨씬 더 미션 크리티컬한 분야다. 그래서 단순히 서비스로 돈을 벌자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행을 한 번 바꿔보자는 것이 시스코 시스템즈 코리아의 생각이다.

<시스코 서비스 사업의 핵심은 무엇인지 말해달라.>
고객이 성공하지 못하면 IT 산업이 살 수 없다. 시스코 시스템즈는 세계 곳곳에서 좋은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많은 경험을 쌓고 있기 때문에 이것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무료로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고객들의 문의가 매우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이 부분을 더욱 체계화하고, 전문화시켜 나가겠다. 고객들이 지불하는 비용에 상관없이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그런 사업 모델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 시스코 시스템즈 코리아의 계획이다.

재래산업이 살아야 IT산업 활로 열릴 것
현재 IT 시장이 힘들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김윤 사장은 'IT는 그 자체만으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재래 산업이 살아야 활로가 생긴다."고 강조한다. IT가 업무 속에 파고 들어가 생산성이 올라가고, 사업이 지능화됨으로써 재래 산업이 스스로 일어설 힘을 갖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IT 산업에게도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솔루션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좀 더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또 그 고객들이 더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시스코의 목표는 이런 부분의 교육이나 실직적인 툴을 인터넷을 통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결국 IT 기업들의 솔루션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러 산업들이 활성화되어야 IT산업도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김윤 사장은 "시스코는 늘 인터넷 세상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시스코 스스로 가장 인터넷을 잘 쓰고, 잘 활용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남보다 먼저 시작하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시스코 컨설팅의 출발이 여기에 있다. 자, 우리가 이렇게 해왔고, 그러니까 이런 효과가 있더라.'하는 것에서 컨설팅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고객이 어떠한 사업 모델을 원할 경우에는 전세계 조직에 그 내용을 물어서 답을 찾아내고 있다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쟁 업체들의 도전이 더욱 거세어지고 있다.
어느 산업이든지 각 부분 부분에 강한 기업들이 있는 법이며, 시스코가 모든 분야에서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만 보더라도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벤더들을 보면 그 규모로는 컨설팅이나 서비스 등 부가가치 사업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생각된다.
제휴를 해서 도전할 수도 있지만 시스코는 솔루션의 다양성, 회사의 신뢰성 등과 같은 좋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앞서 나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솔루션의 다양성이다. 시스코 시스템즈는 매년 매출의 17%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마음 놓고 시스코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보안, 광 네트워킹, 무선 랜, 음성, 스토리지, 컨텐츠 네트웍 같은 시장 쪽으로 자꾸 발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런 특화 분야와 관련된 기술을 갖고 있는 파트너들을 찾아서 사업을 해나가겠다.

<시스코 시스템즈 코리아의 2003년 전략은 어떤 것인가?>
2003년 성장목표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며,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 네트워킹 부문의 강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통신사업자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IP+옵티컬' 관련 제품 및 통신네트웍 컨설팅 사업에 무게중심을 둘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SAN, 메트로이더넷, VoIP(IPCC, IPT) 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게 될 것이다.
불황이 오래 계속되면서 가격경쟁이 치열하겠지만 가격으로 경쟁업체와 차별화하기 보다는 컨설팅 등 부가가치 솔루션을 통해 장기적으로 고객들에 보다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기존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손쉽고 경제적인 마이그레이션 전략을 구사하고, 기술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며, 각 분야의 우수한 솔루션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이제 지금껏 쌓아온 경험들을 담금질 할 때
명예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김윤 사장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었을 때는 잘 깨닫지 못했던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의미가 몸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세일즈 팀에게도 늘 'Integrated Sales'를 강조한다. 언행일치. 고객에게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킬 때 부가가치 세일즈가 된다는 것이다. 평소에 자주 강조하는 "고객이 없으면 세일즈도 없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김윤 사장은 '정직'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유난히도 벤처 거품이나 IT기업의 부도덕성 때문에 많은 문제가 일어났던 것에 대해 그는 "기업은 첫째도 둘째도 정직해야 한다. 성숙하지 못한 윤리의식은 결국 자신과 IT산업 전체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정보통신 인프라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IT 응용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것들이 빛을 낼 수 있는 때가 아니겠는가?" 적극적인 투자로 초고속 통신강국이 된 것처럼 기업은 모험 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하며, 정부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하면 지금의 위기는 곧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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