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추진해야 성공한다"

정부공공기관은 오는 2008년까지 ITA를 도입해야 한다는 법률이 제정되면서 ITA를 어떻게 구축하며, 운영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03년 정부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ITA를 구축, 이미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수준에 이르러 다른 기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시 ITA의 도입을 진두지휘한 박정호 정보화기획단장을 만나 바람직한 ITA 구축 방안 등을 들어봤다.
박시현 기자 pcsw@rfidjournalkorea.com

--서울시 2003년 국내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ITA를 도입했다. 정부공공 기관의 ITA 도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법 제정에 앞서 도입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 도입 배경은.
==2002년 10월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으로 부임하자 마자 '통합'과 '연계'를 화두로 삼고 정보시스템의 통합을 추진했다. 당시 서울시의 전체 정보자산과 업무 연계성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러한 통합 과정에서 청사진 또는 가이드라인의 확보가 필요했는데 그 방안이 바로 정보기술 아키텍처(ITA)이었다
그동안 서울시는 조직규모가 방대한 탓에 정보시스템의 운영비용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보시스템 투자의 효율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었는데 이의 해결 방안으로 ITA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003년부터 2년 동안 추진된 ITA의 구축으로 정보 자산은 물론 업무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예산 타당성 검토 등 실제 업무에 적용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의 1년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보통 1,200억원~1,400억원 규모이다. 이 가운데 600~800억원이 지속 사업을 포함한 신규 사업에 투입된다. 기획단의 인력은 240명이며, 아웃소싱을 포함하면 250여명에 이른다. 아웃소싱 인력은 전자정부 홈페이지의 웹 디자인, 그리고 내부 백오피스 개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ITA를 도입한 기관이나 민간 기업을 보면 도입만 해놓고 실제 적용은 미흡한 실정이다. 서울시청은 실제 업무에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울시가 ITA를 먼저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부터 예산 편성에 ITA를 적용해 예산 타당성이나 사업의 적합성 등의 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모든 부서가 예산을 편성할 때 먼저 정보화기획단에 그 안을 제출하는 프로세스를 갖춘 것이다. 올해까지 3년째 적용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정착된 것으로 생각한다.
ITA는 물론 정보화 업무 프로세스에도 적용되어 예산 타당성이나 제안 요청서의 검토에 이용되고 있으며, 특히 IT 투자 의사 결정에 큰몫을 하고 있다. 그동안 IT 투자 의사 결정에 활용한 사례는 2004년 66개, 2005년 50개, 2006년 95개에 이른다. 이밖에 ITA를 기반으로 e-업무매뉴얼(업무 아키텍처 시스템)을 구축해 IT를 조직과 행정의 혁신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가 구축한 ITA의 범위는
==가장 먼저 미 연방의 모델(FEAF:Federal Enterprise Architecture Framework)을 참조해 ITA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이어 비즈니스 아키텍처, 데이터 아키텍처,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테크니컬 아키텍처 등 4개 아키텍처, 그리고 4개 아키텍처의 리파지토리를 구축했다. 또 업무 참조 모델(BRM)과 기술 참조 모델(TRM)을 개발했으며, 특히 TRM 기반의 IT 자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밖에 IT관리체계를 수립했다.
2003년까지 이같은 작업을 마치고 2004년부터는 ITA의 확대 적용에 나서 기존 업무 매뉴얼과 ITA를 통합한 e-업무매뉴얼(업무 아키텍처 시스템)을 만들어 누구나 업무를 파악할 수 있는 투명한 환경을 마련했다. 이 때부터 단순히 ITA가 아니라 EA(Enterprise Architecture) 환경을 갖춰가기 시작한 셈이다. 2005년부터는 자체적으로 EA 기반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을 개발해 예산의 타당성이나 사업 제안서의 검토, 그리고 감리에 적용했다. 또 EA 기반의 정보자원 관리시스템 즉 EA 포탈을 개발하기도 했다.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 자체 개발
--ITA는 한번 도입해 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 진화 발전하는 개념이다. 향후 계획은.
==올해는 EA 기반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의 확산, 정보자원 관리시스템 내 IT 관리 프로세스의 운영 및 정착 등이 목표이다. 앞으로는 EA 기반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PMS)의 구축을 비롯해 정보자원 관리시스템(EA 포탈)의 활용 강화, 그리고 EA의 확산 방안으로 전문인력의 양성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가 모든 IT 관리직의 경우 EA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만 승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 것은 바로 EA의 확산 적용을 위해서다.
서울시는 EA 고도화 사업으로 데이터 참조 모델이나 성과 참조 모델 등을 개발하는 것도 향후 과제로 안고 있다. 특히 서울시에 적합한 IT 거버넌스 모델도 개발할 방침이다.

--ITA의 성공적인 추진과 운영을 위해서는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ITA와 관련해 운영하고 있는 전담조직은.
==크게 2개팀이 운영되고 있다. IT 기획과 업무 적용이 그것이다. IT 기획은 ITA를 만든 조직으로 앞으로 EA의 확산, 교육, 전략 기획, 그리고 포탈이나 관리시스템의 운영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업무 적용 조직은 업무 부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모니터링하는 총괄 조직과 EA 산출물을 활용하는 업무 부서로 구분해 운영중이다. 총괄 부서는 예산 타당성, 제안 요청서 검토, 그리고 감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업무 부서는 업무 아키텍처, 업무 참조 모델, 기술 참조 모델 등을 활용해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인력은 IT 기획이 9명, 업무 적용 조직이 8명이다.

--ITA의 구축 효과는
==무엇보다 비용 절감을 들 수 있다. 매년 늘어났던 운영비용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 가시적인 성과로 꼽힌다. 또 정보화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도 그 효과이다. 제안요청서에서 최종 구축 완료까지 그 과정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이다.

"ITA 자체를 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
--서울시청은 정부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ITA를 도입하고 이미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ITA를 추진하려는 후발 기관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아마 여러 기관으로부터 문의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면을 통해 이들 기관들에게 ITA와 관련해 컨설팅을 한다면.
==서울시가 조기에 성과를 거둔 것은 무엇보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통합'이라는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한 끝에 가장 좋은 방안으로 ITA를 도출한 것이다. 해당 조직의 현안을 명확하게 분석해 도출하고 이의 해결 수단으로 ITA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해당 조직 내부에서 ITA의 추진 필요성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도 필요하다. ITA 자체를 목적으로 추진해서는 절대 안되며, 하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억원 짜리 비싼 그림 한장 달랑 남는 꼴이 되기 쉽다. 또 ITA 구축사례를 벤치마킹해 해당 조직에 필요한 사항을 도출하는 식으로 프로젝트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술 중심의 접근 방법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어느 한 기관이 구축한 ITA를 그대로 다른 기관들에게 일괄적으로 보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이를 테면 행자부는 BRM의 전형 모델을, 정통부는 TRM의 전형 모델을 만들어 이를 표준으로 제시하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EA는 특정 IT 솔루션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비전과 전략에 따라 추진해야 하는 개념인 것이다.

--ITA를 추진하는데 CIO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국내 정부공공기관을 보면 CIO제를 갖춘 곳이 드물다. 서울시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이다. 각 정부공공기관은 어떻게 ITA를 추진해야 하는가.
==물론 CIO의 위상이 높아야 ITA를 추진할 수 있다. 서울시의 CIO는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정책 회의에 참여할 정도로 위상이 높다. 하지만 15개 시도 자치단체를 보면 ITA의 핵심 구성 요소인 비즈니스 아키텍처를 이해하고 접근할 만한 조직을 갖춘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ITA를 적용할 수 있는 준비된 CIO가 없는 셈이다. 추진 주체는 그렇다치고 운영할 만한 조직도 갖추고 있지 않다.
15개 시도가 색깔없이 무조건 ITA를 구축하는 것은 반대이다. 각 시도의 비전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ITA의 구축 비전이나 전략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부산은 항만 및 물류 중심 도시로 이러한 특성에 걸맞는 ITA의 구축이 필요하다.
어느 기관을 막론하고 무조건 ITA를 도입해야 한다는 발상도 경계해야 한다. 조직이나 시스템 규모가 크지 않은 곳이라면 굳이 ITA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통합 ERP를 갖추고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ITA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방대한 자원을 한눈에 파악하고 관리하는데 ITA 만큼 좋은 도구는 없다.

서울시 전자정부 최우수 도시 선정 2연패
--서울시는 2003년 세계 100대 도시 가운데 전자정부 최우수 도시로 선정됐다. 그 이후의 성적표는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서울시는 2003년에 이어 2005년에도 1위를 차지했다. 2연패한 셈이다. 평가 항목은 시민 참여, 정보 보호, 온라인 행정 서비스, 컨텐츠, 이용의 용이성 등 5가지이다. 2003년에는 시민 참여와 온라인 행정 서비스 등 2개 항목에서만 최고 점수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항목은 3, 4위에 그쳤다. 하지만 2005년에는 이용의 용이성이 3위에 그친 것을 제외하고는 전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총점은 81.70으로 2위를 기록한 뉴욕과는 무려 9점의 격차를 보였다.
이러한 성과는 서울시가 중장기 정보화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추진한데 힘입은 것이다. 1단계로 126개 홈페이지를 통합하고, 하드웨어 및 조직, 예산 등의 자원을 통해 단일한 운영관리 체계를 구축했으며, 2단계로 컨텐츠를 시민 중심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온라인 서비스 기능을 다양화했다. 그렇지만 이 보다 더욱 중요한 요인은 전자정부 홈페이지를 설계할 때부터 시민들이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유비쿼터스 서울'이 향후 중점 과제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이 추진중이거나 앞으로 추진할 프로젝트는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유비쿼터스 서울'이다. 올해 4월 4일에 이미 u-Seoul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4개의 선도 사업을 선정했다. 모바일 플랫폼의 개발이나 u-City 서비스 모델링 등이 그것이다. 서울시는 25개 뉴타운을 기획하고 이미 은평 뉴타운 공사를 시작했다. u-City 서비스 모델의 개발에는 서울시 모든 행정 부서가 참여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기술 중심으로 접근하지 않으며, 사용자 입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립한 서비스 모델은 u-Care, u-Fun, u-Green, u-Transport, u-Business, u-Governance 등 모두 6개 분야에 걸쳐 60개에 이른다. 이러한 모델이 모든 뉴타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은평 뉴타운의 경우, 주거 중심지라는 점을 감안해 안전성이나 편리함 등 17개 서비스 모델을 중점적으로 적용하며, 주거 상업 복합 지역인 길음 뉴타운에는 그 특성에 맞는 서비스 모델만을 적용할 계획이다.
서울시 이밖에 향후 프로젝트로 행정 포탈 구축 및 운영, e-Seoul Net 운영 고도화, IT 자원의 효율적 운영 및 관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6월 30일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의 임기를 마치고, 다시 본연의 업무로 복귀하는데 그동안 보람은
==외국의 유명 도시들이 서울시의 전자정부 모델을 벤치마크해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스크바 처럼 문화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앞서있는 도시에서 서울시 전자정부 모델을 도입하려는 사실에 커다란 보감을 느낀다. 특히 전자정부 모델이라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행정 문화를 수출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처럼 서울시의 전자정부 모델을 도입하는 도시가 늘면서 국내 SI 업체들에게 시장 참여의 길을 열어준 것도 보람있는 일이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서울시는 모스크바, 하노이, 울란바타르시와 전자정부 모델에 관한 MOU 계약을 체결했으며, 자카르타, 북경, 부다페스트, 아스타나시와는 전자정부 교류 사업을 추진중이다. 2003년 이후 50여개국 570여명이 서울시 전자정부를 방문 견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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