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뒷걸음질, 올해 전망도 어두워

전년 대비 13% 줄어든 7천억원 규모 형성

본지가 최근 실시한 '2002년 네트웍 시장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네트웍 시장은 7,002억3천만원 규모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8,044억7천만원과 비교할 때 13%가 줄어든 것이다. 2001년 국내 네트웍 시장 역시 소폭이지만 마이너스 성장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경기가 크게 위축되었음을 알 수 있다.
NI 업체들은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2001년에 상당 부분의 투자가 미루어진데다, 월드컵과 대통령 선거가 호재로 작용해' 네트웍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시장은 점점 더 얼어붙어 체감 경기는 IMF 때보다 더 나쁘다고까지 얘기되었다.
국내 네트웍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네트웍 시장의 최대 수요처인 대형 통신사업자나 대기업들이 투자를 자재하면서 시장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것이다.
이들 통신업체나 대기업들은 유례없는 흑자를 누리고 있음에도 투자를 자재, 다른 산업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이나 공공 부문에 주력한 업체들만이 비교적 현상을 유지했을 뿐 대부분의 NI 업체들이 매출 규모나 수익률 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해를 보내야만 했다.

통신사, 고객관리에만 관심
2000년 네트웍 시장의 고성장을 이끌었던 통신 업체들은 지난해 인프라에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으며, 2001년 계획됐던 투자마저 대부분 유보했다.
메트로 이더넷이나 정보보안 등에 소규모 투자가 있었을 뿐 예년과 같은 대규모 구축사업은 전무했다.
통신 업체들 대부분은 고객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처럼 고객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인식한 통신 업체들이 새로운 고객 유치보다는 기존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객 관리에 나서게 된 것.
올해에도 이러한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 업체들에게는 CRM이 1순위 역점 사업이 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투자 활성화와 관련해서 통신 시장에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초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무선 랜은 결국 '빛 좋은 개살구'인 채로 한 해를 마감하고 말았다.
통신 사업자들이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공중망 무선 랜'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무선 랜은 보안 부분에서 심각한 허점이 발견돼 1년 내내 논란거리가 됐던 데다가 사용상의 불편함도 적지 않아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다.
기업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을 필두로 생명보험사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준비해왔으나 속도의 한계 등을 이유로 사업을 유보하고 말았다.
한편, 공중망 무선 랜 사업을 위해 장비 업체로부터 저가에 무선 랜 솔루션을 구입한 KT가 수주 경쟁에 뛰어들어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결국 2002년은 무선 랜 장비 가격만 한껏 떨어뜨린 한 해가 되고 말았다.

무선랜 주춤, 메트로는 가능성 확인
NGN, MSPP 등 장비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던 새로운 기술들도 통신 업체들이 투자를 자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시스코 시스템즈나 어바이어가 시장 개척에 나섰던 IP 텔레포니 역시 단말기 가격이 비싸다는 점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메트로 이더넷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경기 침체로 네트웍·통신 장비 시장이 잔뜩 얼어붙었음에도 '그나마 서비스 사업자들이 유일하게 투자한 분야가 메트로 이더넷이다'고 할 정도로 메트로 이더넷 서비스는 2002년 내내 관심의 표적이 되었다.
KT와 파워콤을 비롯해 하나로통신, 데이콤, 한솔아이글로브, 드림라인, 온세통신, 엔터프라이즈 네트웍스 등의 서비스 사업자들은 모두 메트로 이더넷 서비스 시장에 이름을 내걸었다.
ISP들이 메트로 이더넷 서비스에 이처럼 관심을 보인 것은 구성이 단순하면서도 확장성과 안정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최소한의 투자로 고대역의 서비스가 가능하기때문. 아직까지 KT나 데이콤 등이 기존에 많은 투자를 했던 전용회선 사업을 포기해야 된다는 점 때문에 기업 시장에 적극 들어오지 못하고 있지만 사업자 내부의 이견만 조율되면 올해는 메트로 이더넷이 본격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난해 NI 업체들은 기존의 네트웍 구축 사업 외에 새로운 솔루션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장기 불황으로 인한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솔루션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 결과 많은 업체들이 NMS, 보안, 저장장치 등에 역량을 집중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업계동향>
수익성 위험 수위, 대안을 찾아라
기존 NI사업 수익성 최악, 솔루션 분야에 곁눈질
지난해 네트웍 시장이 13%나 줄어들면서 NI 업체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특히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훨씬 많았던 예년의 시장 상황과는 달리 지난해는 상반기보다 하반기 매출이 더 작아(상반기 3,51억원, 하반기 3,489억원) 네트웍 업체들은 올해를 제대로 넘길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해 시장의 1/3에서 많게는 40~50%까지 차지하던 4사분기에도 별다른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영 경비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
NI 업체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지난해는 매출이 줄어든 것 이상으로 수익성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네트웍 구축 사업에서 일어나는 매출의 수익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익률이 11%는 돼야 인건비와 회사 운영 경비 등을 충당하고 손해를 보지 않는데 지난해는 여기에도 못 미쳤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워낙 수익률이 나쁘니까 구조조정, 경비 축소 등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도 소용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현상이 특정 업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부분 네트웍 업체들이 라우터나 스위치 등 전통적인 네트웍 사업이 아닌 새로운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도 떨어진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서이다.
인네트, KDC정보통신, 콤텍시스템 등이 자체 개발한 네트웍 관리솔루션을 시장에 공급했으며, 데이타크래프트 코리아는 고객의 요구에 맞게 관리시스템을 개발해주거나 개발한 미들웨어를 단품 판매하는 방식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 밖에 보안이나 저장장치 시장에도 많은 NI 업체들이 뛰어들었다.
한편, 업체들이 스위치나 라우터 사업에 흥미를 잃은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다국적 네트웍장비 업체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초창기에 시스코의 골드 파트너 자격증을 땄던 한 NI 업체 관계자는 "골드 파트너가 워낙 많이 생겨서 할인 가격을 적용받아도 경쟁력이 없는데다, 오히려 같은 장비로 경쟁하는 업체의 수만 많아지다 보니 수익을 내기가 갈수록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콤텍시스템 부동의 1위 차지
지난해 업체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상반기 시장조사에서 1위에 올라 이변을 예고했던 콤텍시스템이 계속 선두를 유지했다. 상반기 15.8%의 점유율을 치지했던 콤텍시스템은 매출 1,200억원으로 17.1%의 점유율을 차지,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렸다.
특히 콤텍시스템은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13% 줄어들었음에도 오히려 2001년 매출(961.5억원) 대비 24.8%에 이르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경쟁 업체들의 부러움을 샀다. 콤텍시스템과 2위인 쌍용정보통신의 격차 역시 적지 않은 편이다.
콤텍시스템의 이 같은 약진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왔던 금융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 분야에서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던 콤텍시스템은 지난해 상반기 재해복구센터 구축에 들어간 금융사들의 프로젝트를 상당량을 독식했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는 거의 콤텍시스템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상반기 최대 관심사였던 국민은행(180억원)을 비롯해 증권전산원(30억원), 대우증권 백업센터(30억원), LG증권(20억원) 등이 모두 콤텍시스템의 고객이었다.
이런 기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졌다. 전체 시장규모는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더 올렸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성장률은 16.6%. 콤텍시스템은 지난 한해 시장에서 보여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그동안 숙원사업이었던 통신시장 진출을 더욱 힘있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한편, 금융권에서 일정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네트컴도 하나은행 백본 사업 등을 수주하면서 매출액 226억원, 전년대비 성장률 28.1%를 기록했다.

통신시장의 강자들 기업시장에 눈길
2위는 874억원을 기록한 쌍용정보통신. 쌍용정보통신은 2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매출이 크게 떨어져 과거와 같은 시장 장악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2001년 대비 성장률은 -33.9%로 나타났다.
쌍용정보통신의 이 같은 부진은 통신시장의 위축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때 KT가 투자하는 사업을 독식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KT 사업의 비중이 70~80%까지 됐던 쌍용정보통신은 올해 통신업체들이 투자를 극도로 자제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다.쌍용정보통신은 현재 솔루션 및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는 등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NI 사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매출이 크게 감소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시장이나, 특정 사업자에게만 집중하는 영업방식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은 쌍용정보통신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에게서도 감지되고 있다.
통신 시장에서 매출의 대부분을 올려 왔던 인네트나 데이타크래프트 코리아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인네트는 자체 개발한 네트웍 관리솔루션 '넷맥스'를 앞세워 기업 시장을 적극 공략했고, 데이타크래프트 코리아도 기업 시장 공략을 위해 보안 솔루션, 네트웍 관리 솔루션 확보에 열을 올렸다.

링네트 공공시장 약진, 인네트는 기업시장 안착
특히, 인네트는 체질 개선에 완전히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엔터프라이즈 사업부에 많은 역량을 투입했던 인네트는 이 사업부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는 성과를 보임으로써 기업 시장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상반기 수주 규모만도 2001년 한해 기업 시장에서 올린 매출보다 많았다는 것이 이 부문을 맡고 있는 한경우 상무의 설명이다.
한편, 인네트는 네트웍 관리솔루션 분야에도 공을 들여왔는데 '넷맥스가'지난해 메트로 이더넷 분야의 강자인 리버스톤 네트웍스의 네트웍 관리솔루션으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수출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미 리버스톤의 하드웨어에 넷맥스를 탑재해 KT와 파워콤에 공급되기도 했다.
LG전선에서 독립해 2001년 한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기르는데 힘을 쏟았던 링네트는 지난해 358억원의 매출을 올려 2001년(360억원)에 뒤지지 않는 성적을 올렸다. 링네트는 특히 공공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는데 행자부 G4C 사업, 4대보험 통합 프로젝트, 재정경제부 통합 시스템, 교육부 백본 프로젝트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을 거머쥠으로써 이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사업에도 공을 들여 무상보증기간이 끝난 고객들과의 유지보수 계약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킴으로써 2001년보다 수익률을 크게 높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상위 업체 편중 현상 더욱 뚜렷
한편, 네트웍이나 통신 분야와는 전혀 별개라고 할 수 있는 솔루션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는 업체들도 있다.
2000년부터 솔루션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해왔던 인성정보는 중소기업형 ERP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바 있는데 최근에는 인공지능형 업무자동화 툴(ICS), 생산 및 일정관리의 새로운 접근방식인 APS 등 다양한 기업용 솔루션으로 영역을 넓혔다. 삼보정보통신 또한 SK텔레콤에 e-CRM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한편, 'NI 전문기업'이라는 이름을 벗어던지려는 움직임이 NI 업체들 사이에서 많이 일어나 업체들이 올해 시장 전망을 매우 어둡게 보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에스넷이 소프트스위치 전문업체, 데이타크래프트 코리아가 토털솔루션 전문업체, 인네트가 NMS 전문업체라는 이름을 강조하는 등 솔루션과 서비스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세계 최대의 네트웍 장비 업체 시스코 시스템즈 조차도 올해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시도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상반기 시장에서도 매출 상위 업체 편중 현상은 계속됐다. 콤텍시스템, 쌍용정보통신, 에스넷 시스템, 코리아링크, 인네트 등 5개사 매출이 4,093억원으로 무려 시장의 58.4%를 차지해 2001년의 53.3%보다 편중이 더 심해진 것이다.
한편, 시장이 가장 좋았던 2000년에는 상위 5개사의 매출이 46.3%여서 이런 추세는 시장이 어려울수록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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