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와 경영혁신으로 세계적 전력회사로 발돋움"
"ERP 시스템을 기반으로 사내정보화 및 경영혁신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국내 공공부문 최대 규모의 ERP 프로젝트로 기록된 2002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경영혁신 정보화 사업을 주도했던 심기보 실장의 새해 포부다.
2년여의 구축기간과 2년여의 안정화 과정을 거친 한수원 ERP 시스템은 선진기업으로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으로 연간 49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올리고 있지만 심 실장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
당장 이달부터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 파일럿 프로젝트에 나선다. 기존 ERP 프로세스 중 실시간으로 관리할 대상을 도출해 먼저 BPM을 진행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업무 담당자가 업무를 찾아서 하지 않고 업무가 담당자를 찾아가게끔 할 방침이다. 각종 애플리케이션 업무처리 화면을 일일이 찾지 않고도 업무처리 화면을 담당자가 받아 볼 수 있고, 유기적으로 연동돼야 하는 부서간 프로세스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기업환경에서 존속하기 위해서는 환경변화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진단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하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업무 프로세스도 혁신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
스마트 태그 시스템(RFID :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도 그가 주목하는 분야다. 우선 이달 중 울진발전소의 설비자재 관리를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에 나서고 점차 적용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한수원 정보화의 자랑거리인 지식관리시스템(KMS), 결제시스템, 그룹웨어 등도 크게 강화된다.
KMS의 경우 다소 미흡했던 건설분야와 통합검색 기능을 강화하여 시스템 전체를 '고도화'시킬 방침이다. 그룹웨어와 결제시스템은 한수원의 '스피드 경영'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사장의 지시사항은 하루가 가기전에 조직원 모두가 공유하고, 24시간 결제율도 국내 기업가운데 최고인 84%"라고 심 실장은 말한다. 여기에 평균 3.5시간 걸리는 국내 최고수준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역시 '스피드 경영'과 '생산성 향상'의 공신이다.
오전 9시면 자금 관련현황이 모니터에 뜨고, 디지털 결제 시스템과 모든 정보의 신속한 공유, 모바일 업무, 선진화된 업무 프로세스 등 요컨대 진정한 유비쿼터스 업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CIO는 IT는 물론 기업문화와 비즈니스의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 한수원 정보화 곳곳에 배어있다.
최근 단행된 정보화추진실과 PI실의 통합도 같은 맥락. "회사의 프로세스를 고객중심으로 가야하고(PI), 이를 위해 정보화(IT)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PI실로 통합했다."는 것이 심 실장의 설명이다. 원활한 협조체제로 업무와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끌어올려 사내정보화 및 경영혁신을 이루자는 것이 통합 배경이다.
한수원의 발 빠른 정보화에는 또 다른 지원군이 있다. 심 실장의 리더십에 더한 PI실 직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그것이다. IT 이슈가 등장하는 대로 이에 대한 모든 것, IT 효과 및 예상 투자효과 등의 분석 작업을 오래전부터 해왔기에 직원개개인 모두가 전문가다. 벤더사의 어떤 전문가 못지않게 IT 이슈에 대해 알고 있어 어떤 프로젝트라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래 환경 내다보는 선구안
PI실의 한 직원은 "지난 한 해 동안만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필수기술, EA, SOA, RTE(실시간기업), BPM 등 주요 이슈에 대해 70여차례의 세미나를 가졌다."고 들려준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전문가로서의 기술력 배양과 정보화 추진을 위한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비즈니스와 기술의 변화에 대처하는 한수원의 모습을 보여준 한 예이다.
심 실장은 "PC 1대 값이 연봉의 3배였던 85년 당시, 2000년 이전에 1인 1PC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더니 누구도 믿지 않았다."고 미래예측에 대한 중요성을 엿보인다. 그가 발전과 건설부문을 포함한 한수원의 모든 업무를 국내 최초로 전 모듈을 적용, 동시 적용방식으로 강력하게 추진했던 이유도 미래의 환경변화를 읽었을 터이다.
한수원 경영혁신 정보화 프로젝트의 성공은 그를 바쁘게 만들었다. 국내외 사례연구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었고, 많은 사이트에서의 강의 요청에도 짬을 내야한다. 숭실대 겸임교수로써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 공학, ERP 등 현장중심의 강의도 3년째 맡고 있다.
강력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책도 주문한다. 자동차, TV, 항공기 등 모든 기기에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국가제품의 신뢰도 역시 소프트웨어에서 판가름 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도 일본처럼 정부 부처에 소프트웨어국을 설치해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창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에서 분리 설립된 전력회사다. 고리 1호기를 비롯한 원전 18기와 화천, 팔당 등 10개의 수력발전소를 운영하며 국내사용 전기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총 자산규모 20조원에 지난해 매출 5조5천억원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6위의 원자력국가로 성장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경영혁신 정보화 프로젝트'로 2002년부터 2년간 진행된 한수원의 ERP 구축사업은 SAP의 엔터프라이즈 풀 버전을 적용한 공공부문 최대의 프로젝트. 당시 SAP의 사업수주로 ERP 업계 판도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초대형 사업으로 프로젝트 성공여부에 안팎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자산규모 20조원에 세계 최고의 원자력 건설과 발전기술을 보유한 한수원이 세계 최고의 전력회사로 성장하는 데에는 경영혁신과 정보화에 대한 심 실장의 애정과 뚝심이 한 몫을 더하고 있음이다.
조창현 기자 chcho@rfidjournalkorea.com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