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중심의 시스템 구성, 유지보수까지 현업에서 직접
프로젝트 기간 1년간 현업 10여명 참여, 구현방식과 적용범위 등 이상적 모델로 평가

ERP 고도화가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는 최근 SK는 경영계획 및 실적분석(Planning & Analysis) 시스템을 구축해 ERP 효용성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더불어 개별적인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기존 경영계획 수립 프로세스를 정형화하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시간 단축, 경영계획수준과 함께 분석수준을 심화시켜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능력을 배가시켰다. 실제 구현이 힘든 프로젝트로 꼽히는 플래닝 영역에서 SK의 사례는 구현방식과 적용범위, 실제 기능 구현 등에서 이상적인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현업이 스스로 사용할 시스템을 직접 구현했다는 점과 시스템 전사측면의 통합성 뿐만 아니라 여러사업이 각자의 특성을 반영하여 개별적인 계획수립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성한 점 등이 플래닝의 업무 특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업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시스템이라 유지보수 역시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SK 플래닝 시스템은 지난해 12월 구축완료와 동시에 2006년 사업계획 및 매월 변동계획 수립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빠른 활용 탓으로 SK의 플래닝의 수준과 시스템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 가고 있다. 이강욱 기자 wook@rfidjournalkorea.com

SK는 지난 2002년 ERP 오픈 이후 ERP 실적분석 수준 제고와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간 연계강화에 초점을 맞춰 투자를 진행해 가고 있다. 정보관리 수준의 고도화를 통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SK는 SEM(전사 전략 관리, Strategy Enterprise Management) 분야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2003년에는 EIS(Enterprise Information System)를 구축해 ERP 활용의 저변을 넓혔으며, 2005년 1월에는 플래닝 프로젝트에 착수해 전략적 기업으로의 면모를 강화해 가고 있다.
SK ERP 경영팀 임종필 팀장은 "ERP 구축을 통해 경영실적의 관리 수준은 향상됐으나, 경영계획 수립 프로세스는 수작업으로 수행돼 통합된 경영관리체계의 구축이 미흡하다는 판단에서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1년가량 진행된 프로젝트는 지난 12월 마무리돼 현재는 실적분석, 연간 경영계획, 연동 손익 추정 등의 부분에 활용되고 있다.
SK는 이번 프로젝트로 ERP 구축 이후 정보의 활용과 관리 측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수히 쏟아지는 ERP의 데이터 중에서 고급정보를 선별해 내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액센츄어+하이페리온 제품 선정
이번 프로젝트는 SK 10개 사업부에 우선 적용됐다. 외형적으로는 전사 적용이 아닌 부분 적용의 모습을 띠지만 이번에 대상이 된 사업부들의 매출 구성을 보면 전사 적용과 다름없다. 석유, 화학 등 주력분야가 모두 포함됐고, 포함되지 않은 사업부는 정형화된 경영계획 수립의 용이성, 소규모 또는 브랜드 중심적인 분야 등을 고려하여 차후에 검토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프로젝트에 착수해 컨설팅은 액센츄어를, 도입 솔루션은 하이페리온 제품을 선정했다.
솔루션 선정과정에서 솔루션 DB의 연산 퍼포먼스, SAP BW 기준정보 및 데이터의 인터페이스, 유저 인터페이스와 리포팅 기능 등을 중요 항목으로 평가했다. 하이페리온, SAS, 코그노스, SAP 등의 제품이 검토됐으나 플래닝 업무 특성에 하이페리온 제품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임 부장은 "플래닝은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변수 적용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야 하고, 데이터를 엑셀이나 운영계획 시스템 등 여러 곳에서 가져와야 해 데이터 통합성과 연결성이 뛰어나야 한다"며 "이러한 점들과 함께 하이페리온 제품이 여러 연산을 지원하는 함수를 가장 많이 편리하게 제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플래닝 특성 살린 프로젝트 진행
전반적으로 플래닝은 구현 난이도가 높고 그 중에서도 원가계획이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SK는 이번 기회에 실제 산출해 내기가 힘든 분야지만 정확한 원가계획 산출을 목표로 삼았다. 타 플래닝 프로젝트의 경우 대부분 재무 쪽만 하는 경우가 많고, 원가계획은 부각시키지 않고 구현이 용이한 매출 계획 등에 집중하는 것과는 접근 자체에서 차이가 있었다.
목표를 높게 설정한 만큼 플래닝 업무 특성이 잘 반영된 프로젝트 접근과 진행이 뒤따랐다.
이의 일환으로 실제 프로젝트는 전사차원, 부서차원, 사업부 별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됐다.
플래닝 업무 특성에 따른 것이다.
플래닝이라는 업무가 사업부에서 먼저 이뤄져야 전사적인 취합과 분배가 가능하며, 사업부마다 로직이 달라 별도의 플래닝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TFT도 이러한 면을 고려해 각 부서별로 구성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 결과 10개 사업부는 부서마다 순차적으로 시스템을 오픈했다.
SK 플래닝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현업이 스스로 사용할 시스템을 고민해가며 만들었다는 점이다. SK는 현업의 참여 정도를 향후 시스템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파악해 프로젝트 착수부터 완료시까지 이를 원칙으로 가져갔다. 1년이라는 장기 프로젝트였으며, 특히 약 6개월만에 시스템이 대부분 완료하였으나 나머지 6개월 정도를 병행TEST 등을 통한 계획적인 보완, 계발 및 사용자 교육과정을 통하여 오픈시 정상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프로젝트를 종료할 수 있었다. 물론 10명의 현업사용자들은 프로젝트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였으며, 이를 통해 실제 사용자들이 시스템의 모든 부분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성공과 빠른 활용의 가장 큰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임 부장은 "플래닝 시스템 특성상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들의 프로젝트 참여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며 "현업의 요구를 받아 개발자가 개발해주고 딜리버리하는 기존 프로젝트 형태로는 플래닝 프로젝트에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업이 직접 로직을 구성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시스템의 밸류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ERP 연계도 플래닝 특성을 반영
SK가 시스템 구현에서 주목한 또 한 가지 요소는 ERP와의 연계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시스템은 ERP와 타이트하게 연계될 필요성이 높다. 가령 판매시스템은 생산 시스템과 직결돼 판매가 이뤄지는 동시에 새로운 생산이 가능한 구조를 갖춰야 하는 식이다.
그러나 플래닝은 꽉 맞물린 통합보다는 적절하게 떨어져 있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임 부장은 "플래닝은 요소요소가 따로따로 관리되어야 한다"며 "그 사이사이에서 다양한 변수를 반영하고 부서장의 감이나 의지 등이 반영될 여지를 남겨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 플래닝 시스템은 이러한 플래닝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시스템의 통합성보다는 요소별로 잘 운영되도록 구현됐다.

플래닝, "알면 알수록 잘 써"
플래닝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한 프로젝트 진행은 구현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까지 불러왔다. 현업이 주축이 돼 시스템 구현 과정에서부터 활용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결과 자연스레 연관 분야 시스템 구현으로 이어졌다.
플래닝 시스템 구현 과정에서 자금수지계획과 고객신용평가가 추가로 구현됐다. SK의 플래닝 시스템은 한통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내부에는 경영계획, 자금수지계획, 고객신용평가 3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영계획 구축으로 물량계획, 판매계획, 채권회수 예측 등이 현 자금 로직과 연동돼 영업외 이익까지 파악이 가능해져 이를 기반으로 자금수지 계획까지 구현했다. 현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 소규모로 빠르게 접근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SK는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플래닝 시간이 단축됐고 편의성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결산을 마치고 연동계획 수립까지 17일 정도 소요됐으나, 시스템 도입 이후 1주일 가까이 시간이 단축됐다.
실적 분석은 계획 대비 차이분석에 필요한 다양한 기초 데이터 자동집계로 기존 3~4일에서 반나절로 줄어들었다. 시간 단축과 함께 높은 퀄리티가 보장돼 효과는 더욱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연동업무 종료 후 약 200개의 분석 리포트 조회가 가능해졌다.
임 부장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위험 요소가 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줄어들고 품질은 올라가 일석이조"라며 "플래닝 프로세스를 정형화 한 것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
ERP와 연계로 실적 데이터와 분석 데이터의 비교가 가능해 리스크 수준 역시 많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플래닝 시간 단축, 편의성도 향상
플래닝은 요구사항이 매우 많을 수밖에 없다. SK 역시 시스템 구축 완료 이후 매월 로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런 탓에 플래닝에서는 유지보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이다.
SK는 시스템 유지보수가 대부분의 현업이 직접 고치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아주 복잡한 경우 IT부서의 지원이 이뤄지지만 상당수는 사용자가 직접 수정하고 있다. 구축과정에서 현업이 중심이 되어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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