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를 따라잡는 IT조직과 시스템 아키텍처를 갖춰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의 적극적인 IT 투자가 증권업계는 물론 IT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작년 6월 구 한투증권과 구 동원증권이 통합돼 한국투자증권(이하 한국증권)으로 새 출발한 이후 적극적인 IT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통합 신설법인의 당면과제인 시스템 통합작업에 착수해 지난 2월 마무리 지었고, 3월초에는 광의의 IT 거버넌스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IT ROI 프로젝트' 사업자를 선정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또한 한국증권은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곧바로 차세대 프로젝트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확정해 놓고 있다. 이외에도 통합 작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하반기에 ITIL 프로젝트와 CMMi 인증을 동시에 추진하는 등 매우 공격적인 IT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CIO인 이병호 전무를 만나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발 맞춰 적극적인 IT 투자 및 조직 혁신에 나서고 있는 한국증권의 현안과 향후 모습에 대해 들어본다.
이강욱 기자 wook@rfidjournalkorea.com

2005년부터 줄기차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증권의 적극적인 IT 투자는 현 금융권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갈수록 금융 분야별 장벽이 낮아지는 현 추세가 한국증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한국증권은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업무에 강점을 갖고 있는 구 동원증권과 자산운용에 강점을 보인 한투증권이 통합한 회사로, 앞으로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해 금융권 장벽 철폐에 따른 경쟁력 선점과 업계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한국증권은 이러한 비전의 달성을 위해서는 IT 투자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활발한 IT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증권은 합병 이후 현재까지 총 7개의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착수했다. 시스템 통합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ITIL, CMMi 인증, HTS 통합, BPM, IT ROI 프로젝트, IT 조직혁신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 통합은 지난 2월 마무리됐고, CMMi는 레벨 3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일단락 지었다. ITIL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나머지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이다.

시장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관건
한국증권의 공격적인 IT 투자는 한국증권 IT 조직 수장인 이병호 전무가 책임지고 있다. 이 전무는 변화기에 직면한 CIO로서 큰 책임감과 함께 IT 조직의 역량 강화를 화두로 삼아 향후 IT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IT 부분 대외발표 자료를 개인 PDA에 넣어두고 틈틈이 읽어보는 것이 습관화됐다고 한다. 이를 보면서 '시장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IT는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이 전무는 "주요 고민 내용을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시스템 통합 이후의 로드맵과 자금시장 통합법에 대한 것들이 주 대상이지만 이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며 "결국 CIO의 역할이라는 것은 IT를 주업으로 하지 않는 업종에서 IT를 통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으로 그 시작점은 비즈니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즈니스가 무엇을 요구하는가'하는 것과 '무엇을 해 나가야 하는가'가 주된 관심 분야"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변화의 핵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뤄야할 상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상품 성격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존의 IT 조직과 시스템으로는 이를 지원하는데 한계가 존재해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새로운 시스템은 시장 변화 대응이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무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증권사 수익 창출 모델은 단순했고, 시스템 의존도 역시 높지 않았으나 향후 시장은 갈수록 기존 비즈니스 영역과 성격이 매우 다른 상품 출현이 증가할 것이고, 상품 간 상호 연계까지 이뤄지고 있어 시스템 지원은 필수"라며 "너무나도 많은 상품이 등장할 것이고 이를 모두 IT에서 지원하는 것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주식 하나로 비즈니스가 운영됐고 점차선물, 옵션 ELW(주식워런트 증권)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으나, 이들 역시 브로커리지 영역이었고 상품 수요나 개수가 적어 부담이 크지 않았다. 상품 성격도 유사해 IT 부서가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적었다. 하지만 수익증권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수익증권은 기존 상품과는 상품 구조가 다른 매우 이질적인 상품인 탓이다.
이 전무는 "기존 브로커리지 상품에 비해 수익 증권은 완전히 종이 다른 동물"이라고 표현한다. 상품을 들여다보면 시스템 요구 사항이 매우 상이하다는 것이다. 주식의 경우 시스템 지원에서 속도와 안정성이 핵심이고 추후 변화할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익증권은 아이디어를 통해 상품을 만들어내 시장에 전달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며 속도는 중요한 요소가 아닌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수익증권과 같이 기존과는 매우 상이한 다양한 상품이 등장할 것이고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 분명하기에 시장 변화를 따라잡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 전무는 "금융 그 중에서도 증권업계는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고 있고 이미 많은 변화가 시작됐다"며 "작년 신탁업이 허용되어 올해 신상품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며, 올해는 변화가 더욱 본격화될 것이 분명하다"말했다. 이 전무의 올해 제1의 관심사는 바로 이 부분이다.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 전무는 우선 이러한 것들을 진행할 인력과 시스템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작년 이후 잇달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시스템 통합, ITIL, BPM 등 일련의 활동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를 다지는 성격이다.

차세대 전초전, 시스템 통합 완료
또하나는 향후 상품의 성격이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타임 투 마킷을 할 수 있는 아키텍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새로운 아키텍처는 탁월한 운영능력과 관리 능력, 리스크 관리, 유연성과 속도 모든 것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이는 차세대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시스템 통합이 마무리되는 데로 차세대 프로젝트에 착수한다는 로드맵을 사전에 확정해 두고 있어 차세대 프로젝트는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4월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증권은 지난 2월 시스템 통합 작업을 완료했다. 한국증권은 이번에 매우 독특한 통합사례를 남겼다. 보통 인수합병이 이뤄진 기업들의 시스템 통합은 규모가 더 큰 곳의 시스템을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법이나 한국증권은 2개의 시스템을 가져가면서 통합작업을 수행한 것. 합병된 두 회사의 시스템이 각각 브로커리지와 수익증권으로 기반이 달라 시스템의 통합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해법이었다.
이 전무는 "통합 작업의 핵심 목표는 '시기를 앞 당겨라'와 '각 시스템의 장점을 잘 모아서(살리면서) 진행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빠른 통합이 절실했던 것은 시스템 기반이 다르다 보니 구 동원증권과 구 한투증권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상품도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상품의 벽이 무너지고 있는 시점에서 빠른 통합만을 위해서 장점의 두 축 중 하나를 포기할 순 없어 둘의 장점을 모으는 시스템으로 구성했다.
이 전무는 "시간적인 면에서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 우려점이 있었으나 오픈 이후 큰 무리나 사고 없이 잘 넘겨 만족한다. 그리고 두 시스템 장점도 시스템적으로 잘 묶여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업부서에서는 과거의 시스템에서 나아진 것은 없고 변화만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이 전무는 "이러한 불만은 사전에 이미 예측된 사안"이라며 "통합 방식은 현 시점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며, 그 문제는 포스트 통합에서 해결해 나갈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남들 하는 것 보고 따라가서는 안 된다"
한국증권은 새로운 아키텍처 개발 작업(차세대 프로젝트)에 조만간 착수할 방침이다. 이는 시스템 통합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다. 이번에 통합된 두 시스템이 모두 5년 이상 됐고 환경 변화로 새로운 시스템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 전무는 "시스템 교체 주기와 함께 외부적 요건 역시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곧바로 POST 통합, 차세대 프로젝트 고민에 들어갔다"며 "해야 할 일이 산적돼 있지만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니 '운이 좋은 CIO'라는 생각"이라며 여유로운 모습도 보인다.
시스템 통합 작업은 시간적 여유가 촉박해 신속하게 추진했으나, 차세대 프로젝트는 2007년까지 시간을 두고 충분히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가능한 한 나눠서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 큰 틀의 변화는 2007년이지만 그 사이사이 꾸준한 변화를 가져갈 방침이다.
이번 한국증권 차세대 프로젝트는 점진적으로 추진하되 최신 신기술들을 적극 수용할 방침이다.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것으론 어렵고, 남들 하는 것 보고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전무의 지론이다. "먼저 하면서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비즈니스 룰 엔진, BPM, 프레임웍, 프러덕트 팩토리 등이 새로 도입될 개념들로 검토되고 있다.
한국증권은 몇 년 전부터 환경변화를 감지하고 내부적으로 준비 작업을 추진해 왔다. 우선 내부적으로 먼저 대비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작년에 CMMi와 ITIL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 프로젝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역량을 키워가자!'는 것이다. 한국증권은 내부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직원들이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자신감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전무는 "조직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프로젝트 착수 원인"이라며 "CMMi인증은 직원들의 자부심과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방안이었고 ITIL은 우리의 능력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였다"고 밝혔다. 한국증권은 CMMi 인증을 통해 레벨 3 인증을 획득했다. 이제는 내재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레벨 4 인증 추진 계획은 없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내부 역량 극대화 박차
지난 3월 프로젝트에 착수한 IT ROI 역시 내부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다. 이는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IT 거버넌스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컨설팅 업체로부터 기업 내부에서 먼저 이를 추진하는 경우 처음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이 전무는 "이 프로젝트의 관건은 ROI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속적인 IT투자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한다.
IT ROI 프로젝트 내용은 비용관리 부분을 ▲현상유지를 위한 부분 ▲기능개선을 위한 부분 ▲전략적 투자를 위한 부분으로 크게 구분해 각 부분 성격에 맞게 관리하자는 것이다.
현상 유지를 위한 투자의 경우 라이선스나 용량 등이 해당되는 것으로 어떻게든 싸게 구입하면 최선이지만 기능개선의 경우 싼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가능한 아웃풋을 뚜렷하게 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접근 전략이다. 전략적 투자는 아웃풋이 안보이지만 장기적인 면에 주목해 각각 관리 포인트를 삼고 있다.
한국증권은 자체적으로 정립한 이 방법론을 체계화하고 틀을 만들자는 것이 프로젝트 주요 목표다. 이러한 방법론을 확보해 가령 트레이딩 강화 프로젝트라면 '어느 정도의 비용을 들여 얼만큼의 효과를 거두자'와 같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고, CRM의 경우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과연 그만큼을 투자하는 게 맞는가'하는 부분의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증권이 시장 변화에 대한 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으나 이 전무는 조직 수장으로서 걱정이 많다. 안팎으로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인력운용 부분에서 리소스가 양적, 질적으로 모두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증권사 IT 조직에는 장기근속자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어 그중에는 메인프레임 경험자도 다수 존재한다.
향후 아키텍처는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하지만 메인프레임에 익숙한 인력들의 경우 다양성 부분에서 경험 부족의 우려가 존재한다. 신규 기술 요구 증대로 새로운 인력도 필요하지만, 이를 무한정 늘려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리소스의 양적 부족 현상이다. 그렇다고 오래된 인력을 신규 인력으로 교체할 수도 없다. 오래된 숙련 인력의 가치 역시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풍부한 시스템 날리지와 비즈니스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리소스의 질적인 부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시장은 비즈니스 노하우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어 큰 흐름에서 보면 비즈니스 노하우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인력 확보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이다. 이 전무는 "IT는 기술만으론 되지 않는다"는 말로 숙련된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력 운용에 고심, 근본책 모색
결국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이 전무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신규인력 충원과 비즈니스 노하우 습득 프로세스를 정착시킬 근본책을 고민하고 있다.
고민 끝에 지난 1월 이 전무는 카이스트를 방문해 인턴 학생 유치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융권에서 IT 역할'이라는 주제로 전산 전공 학생들과 금융권의 연관성에 대해 역설, 전산 전공 학생들의 금융권 진출의 활로를 모색했다. 그 결과 4명의 카이스트 인턴 학생들이 한국증권 IT부서에서 현장학습을 하고 있다.
이 전무는 "4명의 인턴학생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권 IT에 대한 인식변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식전환과 더불어 학교지식과 현장 지식의 효과적인 접목으로 장차 많은 신규 인력 확보의 터전을 마련해 가고 있다.
'금융사의 경쟁력은 IT가 좌우한다'는 확신에서 더 나은 IT 조직과 내부 조직의 역량 강화에 발 벗고 나선 이 전무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대학교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1993년 조지아공대(GIT).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80년대 초반부터 동력자원연구소 연구원을 비롯해 미국 조지아공대연구소 연구원, 동양 SHL 부장, 굿모닝증권 전산업무지원본보 상무 등을 역임했다. 2001 구 동원증권 CIO에 이어 통합법인인 한국투자증권에서 업무지원본부 전무로서 CIO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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