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단계 프로젝트 동시 추진 대리점 및 고객까지 적용
투명 경영 환경 마련, 다양한 정보를 전략수립에 필요한 지식으로 활용

매일유업이 지식경영에 팔을 걷어 붙였다. 매일유업은 회사 내부는 물론 대리점과 고객에까지 적용하는 지식생태계를 구축하고 과감한 선진 지식경영을 시도하고 있어 관련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반 회사와는 달리 1-2-3단계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 관심을 더해주고 있다. 최은주 기자 ejchoi@rfidjournalkorea.com

매일유업은 지난해 10월에 지식경영시스템을 오픈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프로세스의 혁신을 강화하여 지식회사로 성장하려는 것이 지식관리시스템의 구축 목적이었다. 특히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지만 대부분이 시장점유율 2위에 머물러 있으며, 한국야쿠르트-파스퇴르와 해태유업-동원 등 경쟁사가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시장 환경은 매일유업에게 뭔가 새로운 돌파구의 마련을 재촉했다.
또 현재의 대리점, 지역별, 방문판매 조직 등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이에 따라 직원 개개인의 축적한 노하우를 공유하기 어려웠던 것도 구축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직원들의 이직에 따른 경영 노하우의 손실을 막고, 프로젝트마다 쌓여가는 방대한 양의 문서들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룹웨어ㆍKMSㆍ화상회의ㆍ이메일 포괄
매일유업은 우선 지식경영의 생활화를 목표로 하는 지식경영시스템을 2005년 1월부터 10개월에 걸쳐 구축했다. 특이한 것은 매일유업의 지식경영시스템은 기존과 달리 1-2-3단계로 정의된 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식경영시스템의 구축은 시기별로 단계별로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매일유업은 이러한 과정과 기간을 과감하게 줄이고, 동시 구축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매일유업은 온더아이티와 KAIST로부터 지식경영시스템의 구축에 관한 컨설팅을 받았는데 그 결과는 단계적 방식이 아닌 동시 구축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1단계와 2단계 시스템은 이미 많은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는 온더아이티의 KMS 솔루션을 도입해 구축했다. 이러한 매일유업의 시스템 구축 방식은 시행 착오의 축소로 시간과 과정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한상철 팀장은 "그동안 지식경영시스템 구축의 노하우가 있는 온더아이티의 솔루션을 채택하여 구축과 운영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고 설명한다.
매일유업의 지식경영시스템은 그룹웨어와 KMS, 화상회의, 이메일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지식포털시스템이다. 포털시스템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수준을 넘어 기존에 개별적으로 산재해 있던 매일유업의 내부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웹 기반으로 통합 했다.
매일유업은 통합검색 및 단일화된 접근으로 각 시스템에 대한 활용을 높였다. 그룹웨어와 관계사의 포털 뿐만 아니라 검색엔진을 하나로 묶어 직원들이 인터넷에서 지식 검색을 할 수 있도록 창구를 단일화했다.
시스템 구축으로 기사 스크랩 등 건수 위주의 지식이 아니라 정제된 지식이 선별되도록 했다. 시스템에 무분별한 정보의 남용은 시스템 속도 저하뿐 아니라 지식검색에서 많은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CoP의 모니터링으로 해결했다.
또한 회사의 결정사항이 공유되어 자연스럽게 지식회사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전자결재 등이 지식함으로 바로 이관되도록 설계했다. 물론 이러한 공개 범위는 기안자와 결재자 책임 CoP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이러한 지식경영의 도입으로 매일유업은 회사의 정보들이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전략수립을 위한 지식으로 변환됐다

자발적인 참여가 조기 정착 요인
현재 활발하게 운영되는 CoP(Community of Practice)는 이번 달로 2기 CoP가 시작된다. CoP는 매월 정기 오프라인 모임에서 주요 이슈와 핵심 역량을 주제로 활발한 모임을 진행한다.
한 팀장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보수적인 기업문화와 근무시간 외에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을까봐 염려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면서 "무엇보다 경영진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됐고, 1기 CoP의 자발적인 참여는 경영진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빠른 의사 진행으로 기업문화를 젊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식경영의 조기정착을 위해 자발적인 참여와 경영진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기 CoP 활동은 매출과 연계된 활동에 맞춰 진행됐다. 냉장/상온/분유/유통/방문판매 중심의 영업 채널별로 10명씩 추천되어 활동했다. 이들은 각 채널별로 영업환경에 맞는 운영전략을 도출했다.
처음에는 이른바 성공 사례라고 불리는 기업들을 방문해 벤치마킹을 하였지만, 회사마다 독특한 환경과 조직을 갖고 있어 경영에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매일유업의 영업은 직접 영업보다는 대리점을 통한 간접영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영업에 대한 성과 평가가 쉽지 않았다. 관리 영업이 중심이다 보니 경쟁보다는 협동을 요구했다. 매일유업의 1기 CoP는 매출향상에 대한 전략으로 프로세스 혁신과 대리점 관리 노하우 공유를 도출했다.
이렇게 도출된 내용을 평가하고 검증하기 위해 경영진은 1기 CoP에게 해외 사례를 직접 발굴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 때문인지 2기 CoP 모집에는 1.5: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2기부터는 CoP 영역도 기존의 영업 중심에서 공장, 마케팅, 영업 프로세스 등 3개 조직으로 확대됐다.
한 팀장은 "2기 CoP에게도 해외 연수 사례가 부여될지 여부는 미정"이라며, "성과에 따른 포상이 결정된 지식경영은 실패한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이 외에도 Team Room과 Learning CoP가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식생태계 구축으로 기업경쟁력 높인다
매일유업은 무엇보다 뒤늦게 지식경영을 시작한 만큼 1~2단계의 시행착오는 줄이고, 3단계지식경영에 전략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매일유업이 집중하고 있는 3단계 지식경영인 '지식생태계'는 기존의 데이터와 사람 중심에서 관계 중심의 지식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쟁자와도 상생하기 위해 지식을 공유하는 경계 없는 네트워크이다.
매일유업은 이를 위해 우선 관계사와 대리점, 소비자까지를 네트워크에 포함하여 지식을 공유하고 이러한 결과물을 빠르게 제품에 반영하는 '제품 지식화'를 시도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1월에 대리점에 대리점 포털을 오픈해서 운영에 들어갔다. 대리점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로 제품정보, 클레임 접수, 제안 점수 등의 모든 의견이 바로바로 연구소와 해당 마케팅으로 전달되어 의사전달 속도가 빨라졌다. 또한 제품개발에도 즉시 반영되도록 프로세스를 바꿨다.
한상철 팀장은 "전에는 대리점에서 담당자에게 말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누락되거나 전달이 지연되었지만, 시스템의 도입으로 의견들이 해당 팀과 전사적으로 공유가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초기에는 이러한 프로세스의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한 팀장은 "우리나라에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처럼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바로 시스템에 등록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교육과 더불어 대리점에서 자발적으로 윈-윈 하기 위해 협동하면서 운영의 묘를 살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 외에 6월부터 대리점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가령 대리점에서 유통과 영업 등 관련 전문가를 찾고자 할 경우 네트워크를 통해 곧바로 화상회의와 채팅 등이 가능하도록 진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객도 단순히 제품 사용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식 네트워크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고 있다.

투명경영으로 가는 첫 발
이처럼 매일유업이 지식경영에 집중하는 데에는 투명한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무엇보다 크다. 한 팀장은 "매일유업은 투명경영을 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지식경영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의 비리가 보도되는 것은 비밀정보가 많기 때문에 불거져 나오는 것이라며, 매일유업은 이러한 비리 근절을 위해 조직간에 지식공유를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1-2-3단계의 지식경영을 동시 진행함에 따른 인력 문제와 대리점 대상의 교육과 보안 등의 운영에서 복잡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팀장은 "매일유업 정도 규모의 기업이라면 세 단계를 동시에 구축했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나중에 보완하면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이미 1단계, 2단계의 지식경영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예상되는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매일유업은 지식경영을 운영하고 있는 회원사로 구성된 KMRC(Knowledge Management Reseach Center)의 조사에서 2004년에는 꼴지에 가까웠지만 올해는 24위권을 목표로 지식경영을 실천할 계획이다. 이는 매일유업의 재계순위를 비교해 볼 때 획기적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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