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모든 시장 위축, 금융 분야는 강세
무선랜/MAN 시장도 제자리걸음, 가격경쟁만 난무

컴퓨터월드가 실시한 '2002년 상반기 국내 네트웍 시장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시장규모는 3,513.4억원 규모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154.6억언에 비해 15.4%가 줄어든 수치인데, 이미 지난 2001년 시장 규모가 2000년에 비해 27.4%나 작아진 상황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는 사실은 자못 심각하다고 할 수 있겠다.
올해 살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업체들은 '지난해는 시장에서 투자를 많이 미루었고', '올해는 월드컵과 대통령 선거도 있기 때문에' 경기가 차츰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들을 얘기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년이 흐른 지금 그 누구도 하반기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위기'인 것이다.

상반기 시장이 그나마 15.4% 줄어든 것에 그친 것도 어찌 보면 실적이 폭락하는 것을 막으려고 업체들이 안간힘을 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저가로 막 밀어넣기를 하거나, 공공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었던 것이다. 데이타크래프트 코리아의 강종철 부사장은 "매출만 놓고 보면 시장상황만큼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익 구조가 점점 더 나빠지기 때문에 결국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차라리 IMF 때가 좋았다"
지난해 경기가 차츰 하락하면서 간혹 들리던 'IMF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농담은 이제 '차라리 IMF 때가 더 나았다.'는 말로 바뀌었다. 99년과 2000년에 걸쳐 엄청난 호황을 누린 뒤에 입게 되는 충격이어서 그만큼 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통신사업자들이 계획된 투자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것이 시장규모가 축소되는 주된 원인이었지만 올해는 전체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극도로 투자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업체의 영업책임자는 "상반기에 괜찮았다고 하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조차도 움직임이 예전만 못하다. 일단 두고 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고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통신사업자는 지난해보다 더욱 투자를 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이제껏 이 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던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기업 시장도 백본 투자가 대부분 끝났기 때문에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있는 프로젝트도 대부분 L4 스위치나 VPN, 네트웍 관리 부분이어서 업체들을 만족시킬만한 규모는 아니라고 한다.
월드컵에 걸었던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로만 끝났다. 모든 인프라의 구축과 관리를 피파와 글로벌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들이 맡아서 진행했고, 쌍용정보통신에서 소프트웨어 한글화 작업 등을 맡은 것이 유일하게 국내 업체들에게 돌아온 몫이었다.
연말에 대통령 선거가 있어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전망도 현실과는 달랐다. 상반기 내내 정치권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부 정책에 의한 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야당인 한나라당이 8․8 재보선에서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함으로써 통신사업자나 대기업, 공공기관들이 야당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져 하반기 역시 대선에서는 기대할 것이 없을 전망이다.

무선랜/NGN도 소문만 무성
올해 상반기 네트웍 시장은 이전과 비교하면 별다른 이슈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눈길을 끌만한 소재가 부족했다. 이제까지 해마다 VPN, VoIP, 10 기가비트이더넷 등의 기술적인 요소나 CDN, MSP 같은 부가가치 상품으로 고객의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움직임들이 다양하게 전개됐으나 올해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고객들이 움직임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벤더나 서비스 사업자들로서도 굳이 힘을 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상반기에 가장 관심을 모았던 사안을 꼽으라면 무선랜을 들 수 있다. 연초에 KT와 하나로통신이 경쟁적으로 공중망 무선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시선을 집중시킨 무선랜 시장은 두 통신사업자가 연내 전국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3만개의 핫스팟을 구축한다는 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올해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됐다. 하지만 보안 문제가 대두되고, 노트북 이용자들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투자가 사실상 거의 멈춘 상태다.
특히 통신업체들이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너무 떨어뜨린 데다가 영세한 국내 중소업체들이 공중망 무선랜 사업에 사활을 걸고 경쟁에 뛰어들면서 무선랜 장비는 오로지 가격으로만 싸우는 시장으로 전략했다. 더구나 KT는 이렇게 저가에 구매한 장비를 가지고 기업시장에 뛰어들어 벤더들과도 경쟁을 하는 등 잘못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 NGN(Next Generation Network)이나 MSPP(Multi Service Provisioning Platform) 같은 개념들도 통신사업자가 투자 여력이 없는 상태여서 별다른 소문만 무성할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고, 메트로 이더넷이나 10 기가비트 이더넷 역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업체 동향>
경쟁의 기준은 오직 '가격'
수익 폭락/재고 문제 심각, 업체간 제휴/사업다각화로 활로 모색
상반기 시장이 지난해에 같은 기간에 비해 15.4%나 줄어들면서 NI업체들 고충 또한 그 크기만큼 더 무거워졌다. 특히 이같은 하락세는 지난 200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것인데, 2000년 하반기에 비해 2001년 상반기에 약 33% 줄었고, 2001년 상반기에 비해 2001년 하반기는 9.4%가 줄었다. 그리고 2002년 상반기는 2001년 하반기에 비해 다시 9%가 줄었다. 근 2년 동안 계속해서 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 반기 매출이 최고조에 올랐던 2000년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를 비교하면 무려 43%가 줄어든 셈이 된다.

밑지는 장사 마다하지 않는다
이처럼 시장이 안 좋다보니 업체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수익률 악화를 걱정한다. 마진은 점점 더 줄어들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더 이상 수익률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 업계에서는 마진이 5%니, 3%니 하는 얘기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환율이 많이 떨어져 도입 원가가 그만큼 낮아진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재고를 많이 확보해서 영업을 했던 업체들은 그만큼 더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장비를 많이 확보해서 대규모 유통을 하던 모 업체는 매출과 거의 비슷한 정도의 손해가 났다."는 얘기가 시장에 파다하게 퍼져있는 상황이다.
한편, 수익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형 네트웍 장비 업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시스코의 경우 파트너 등급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특정 프로젝트에 가장 먼저 영업을 한 업체에게 최저 가격으로 장비를 준다는 파트너들의 불만이 자주 들린다. 그럴 경우 이 업체와 경쟁하다 보면 수익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시스코에 가서 조금이라도 더 싸게 달라고 매달리는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 한 NI업체 관계자의 한숨 섞인 설명이다.

콤텍시스템 상반기 시장 1위에 올라
업체별 매출을 들여다보면 올해 상반기 시장에서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이변이 일어났다. 콤텍시스템이 그 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쌍용정보통신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콤텍시스템은 매출 554억원으로 시장의 15.8%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의 거의 두배에 가까운 93.7%가 성장한 수치다.
콤텍시스템의 이 같은 약진은 금융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올린 결과다. 이전부터 금융 분야에서는 가장 강자로 손꼽혔던 콤텍시스템은 상반기에 금융권에서 나온 구축사업의 상당 부분을 독식했는데,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상반기 최대어였던 국민은행(180억원)을 비롯해 대우증권 백업센터(30억원), 증권전산원(30억원), LG증권(20억원) 등이 모두 콤텍시스템의 고객이었다.
이 회사 김수상 부장은 "콤텍시스템은 지난 몇 년간 최고의 성장을 구가하던 통신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해 애를 태우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그런 마음고생을 전혀 안 하고 있다."고 말한다. 금융권에 재해복구 바람이 불면서 모든 NI 업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는 처지가 된 것이다. 콤텍시스템은 하반기에도 100억대의 프로젝트를 비롯해 적지 않은 금융권 구축사업들이 기다리고 있어 하반기 역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올해 목표도 1천억으로 상향조정한 상태다.
쌍용정보통신은 2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6.8%나 내리막길을 걸었다. 쌍용정보통신의 이 같은 부진은 역시 통신시장이 침체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쌍용정보통신은 한때 매출에서 KT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는 되는 것으로 얘기됐었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KT의 투자가 극도로 위축된 것에 당연히 큰 타격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타크래프트 코리아 강종철 부사장은 "언론에서는 KT의 상반기 투자액으로제법 큰 액수가 거론되는데 NI 업계 입장에서는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어 쪽 투자도 없었고, 메트로이더넷도 말만 무성했지 거의 투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부사장은 "스위치, 라우터 같은 네트웍 장비 면에서 보면 500억원도 안 되는 것 같다."며, 프로젝트도 거의 없는데다가 그나마 신생업체들이 덤핑 수주를 많이 하기 때문에 통신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던 업체들은 여러모로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링네트 공공시장 약진, 인네트는 기업시장에 안착
한편, 링네트는 공공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23.4%의 성장을 보인 것은 공공 쪽에서 목표를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다. 공공영업팀장인 천지용 부장은 "올해 공공 부문에서 규모가 좀 큰 것 가운데 반 이상 수주했다."며, 행자부 G4C 사업, 4대보험 통합 프로젝트, 재정경제부 통합 시스템, 교육부 백본 프로젝트 등 올해 수주한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소개했다. 이 가운데 G4C가 단일 네트웍으로 23억원 규모였고, 재경부도 20억원이 넘었다고.
링네트는 총판으로 계약한 알테온 웹스위치 영업에서도 꽤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교육영업본부의 이상권 부장은 "행자부에서 시군구 전체에 L4 스위치를 놓는 NI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기업이나 대학들도 갈수록 요구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이상권 부장의 예상이다.
인네트는 올해 엔터프라이즈 시장자에 뿌리를 내리면서 통신시장에 편중되어 있던 영업 체질을 완전히 개선했다. 사이트가 다양해졌고, 상반기 수주 규모만도 작년 전체 매출보다 많을 정도로 기업 시장 영업은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업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한경우 상무는 "금융쪽으로 많은 사이트를 확보하는 등 성과가 적지 않았다."며, "하반기에는 SK그룹, 삼성그룹 등 대기업 사이트에 좀 더 힘을 쏟고, 네트웍 관리 제품인 '넷맥스' 수출에도 적극 나서게 된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네트웍스, NI시장 진출
상반기에 업체들은 사업을 다각화하고 경쟁업체와 제휴를 맺음으로써 불황을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 특히 삼성네트웍스와 인네트, 콤텍시스템, 에스넷의 제휴가 눈길을 끌었다. 한 네트웍 업계 전문가는 "이번 제휴는 삼성그룹사의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생존을 하는 것이 삼성네트웍스의 최우선 과제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시장을 넓혀가야 되는데 삼성SDS가 버티고 있는 SI분야에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고 보면 결국 답은 NI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삼성네트웍스가 삼성그룹의 인프라를 다 가지고 있고, 서비스도 모두 맡아서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인네트의 한경우 상무는 "삼성네트웍스가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망은 직접 담당하고, 네트웍 시스템 구축은 파트너들이 하는 방식으로 밀고 나갈 것이다. 기술지원도 파트너들에게 상당부분 맡기게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파트너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는데, 인네트나 콤텍시스템은 삼성네트웍스가 NI시장에 뛰어든 이상 우선 삼성그룹의 물량을 많이 키우지 않겠냐고 기대하는 입장인 반면, 에스넷 쪽에서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첩을 얻는다."는 식의 불만도 터져나오는 형편이다.
한편, 올해 상반기 시장에서도 매출 상위 업체 편중 현상은 여전히 심각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위 5개 업체의 총 매출은 모두 2,001.1억원으로 전체 시장규모의 57.%를 나타냈고, 기준을 달리해 상위 8개 업체의 매출을 더해보면 그 비중이 2,670.9억원으로 76%를 차지, 드디어 시장의 3/4을 넘는 수치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불황이 오래 이어지면서 군소업체들이 많이 탈락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2000년에 46.3%, 2001년 53.3%를 나타냈던 것과 비교해보면 갈수록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추세다.

<프로젝트 규모 및 수요처별 특징>
금융권 대약진, 공공분야도 강세
2002년 상반기 네트웍 시장의 프로젝트 규모별 추이를 보면 5천만원 미만 13.8%, 5천만원~1억원 미만 23.7%, 1억원~5억원 미만 24.5%, 5억원~10억원 미만 17.0%, 10억원~20억원 미만 8.8%, 20억원~50억원 미만 8.3%, 50억원 이상 3.9%의 분포를 나타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대형 프로젝트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10억원~20억원 미만의 프로젝트가 8.8%로 2001년의 13.4%보다 4.6%나 줄었고, 20억원~50억원 미만의 프로젝트는 5.1%가 줄어들었다. 5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 역시 3.2% 감소해 전체적으로 예년에 비해 감소 폭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보이는 이유는 통신업체들의 투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통신업체에서 매출의 절대 다수를 올리던 NI업체들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넋두리를 하는 상항에서 이 같은 수치가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대기업들의 백본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올해 이 시장에서도 대형 프로젝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익성, 작년 절반 수준으로
반면, 5천만원 미만의 프로젝트가 9.6%에서 13.8%로, 전년대비 4.2%, 5천만원~1억원 미만의 프로젝트가 9.5%에서 23.7%로 전년 대비 각각 4.2%, 14.2% 늘어났는데 이는 가격 경쟁이 심했다는 점, 코어 장비보다는 에지 장비나 애플리케이션 투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업체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상반기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익성이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미리미리 구조조정을 하고, 운영 경비도 최대한 줄이면서 불황에 대비했지만 이익이 안 나니 배겨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 한 NI 업체 임원의 얘기다. 수익성이 낮은 문제는 지난해 이미 크게 문제가 됐었는데 올해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 될까 말까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러다 보니 어지간한 프로젝트에서는 기술이나 장비에 대한 요구사항은 없고, 오로지 가격이 어떤지 하는 것만이 기준이 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어떤 프로젝트는 70~80%씩 덤핑을 했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들린다. 문제는 시장의 현실이 이러한데도 외산 장비 업체들은 결코 손해를 보는 일이 없고, 공급업체가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된다는 사실이다.

금융권 풍성, 공공/교육도 제 몫
상반기 네트웍 시장을 프로젝트 수요처별로 들여다보면 일반기업 분야, 금융분야, 정부․공공 분야, 통신․서비스 분야, 금융 분야, 교육․연구 분야, 유통․서비스 분야의 순서로 시장이 형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일반기업 분야는 28.4%로 점유율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2001년과 비교해보면 약 1% 정도가 늘어났을 뿐이다.
하지만 금융 분야는 지난해보다 6.4%나 비중이 커지면서 2위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올해 은행은 3시간, 보험은 24 시간 안에 장애를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권고하면서 금융권에 재해복구 센터 건립 바람이 일어난 결과다. 실제로 금융 분야는 상반기 내내 물량이 마르지 않았다고 할만큼 구축 사업들이 줄을 이었고, 이 분야에 집중한 업체들은 예년보다 훨씬 좋은 설적을 거둬들였다.
정부․공공 분야는 2001년(23.4%)보다 점유율이 조금 떨어져 17.9%를 기록했지만 프로젝트 수가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데다가 올해 덤핑 수주가 더욱 심했기 때문에 수치가 낮아졌을 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굵직굵직한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수는 G4C 등 공공분야의 프로젝트였다. 정부공공 분야는 정부가 대민서비스의 중요성을 갈수록 크게 잡는 데다가 전자정부 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적어도 향후 몇 년간은 효자 노릇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에 주력한 링네트는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성장을 한 대표적인 업체인데, 9월이면 연초에 세웠던 공공 분야의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대학시장은 QoS 관심 높아져
교육 분야는 큰 대학들은 이미 기가비트 설치가 끝났기 때문에 남은 것은 전문대학이나 아직 ATM을 쓰고 있는 대학들이다.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별로 재미가 없는 시장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지만 그래도 물량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대학들에서는 최근 WAN 구간의 대역폭을 관리해주는 QoS 장비를 서서히 찾기 시작하는 추세다. 학생들이 대역폭을 잡아먹는 애플리케이션들을 많이 쓰기 때문에 행정업무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한편, 연초만 하더라도 "재해복구센터 구축 붐이 일어나도 서버나 저장장치 업체들의 잔치일 뿐"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던 업체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에 주력한 업체들의 강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보아 하반기에는 금융시장을 놓고 NI업체들 사이에서 벌어질 경쟁이 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비 및 기술 동향>
대형 라우터 크게 감소, 스위치는 QoS 요구 커져
지난해 네트웍 시장의 장비별 매출 분포는 여전히 라우터와 스위치가 절대 우위를 보였으며, 애플리케이션과 허브, 랜카드가 그 뒤를 이었다. 주목할 것은 스위치의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큰 목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스위치는 1,578.5억원의 매출 규모로 전체 장비의 45.0%를 차지했다. 라우터는 매출 1,489.3억원으로 42.4%였다.
두 장비 사이의 간격이 그리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스위치의 강세를 좀 더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는 라우터가 2,005.0억원으로 전체의 48.2%를 나타냈고, 스위치는 1,531.8억원으로 36.8%를 얻는데 그쳤다. 두 장비 사이의 격차가 9.4%였고, 금액으로는 무려 470억원이 넘는 차이를 보였다. 올해 두장비의 격차는 겨우 2.6%이지만 스위치는 무려 8.2%를 성장할만큼 톡톡히 재미를 봤다.

스위치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QoS'
최근의 스위치 시장은 두 가지 이슈가 있는데 QoS와 기가비트 이더넷이 그것이다.
이중 QoS는 단연 최고의 관심사였다. 이전까지는 관리가 얼마나 잘 쉬운지, 스태킹은 몇 개까지 할 수 있는지, V-LAN은 몇 개를 지원하는지, 초당 패킷 처리 속도는 얼마인지 하는 것들이 스위치 시장의 주요 관심사였다. 속도와 관리 부분이 주요 사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면서 이러한 요구가 QoS에 묻혀버렸다. 한국쓰리콤의 조현제 부장은 그 이유를 "인터넷 속도를 보다 빠르게 하고,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장비들(캐싱 서버, 방화벽 등)이 많이 나갈 때는 당연히 속도와 관리가 이슈였지만, 지금은 이런 기능을 대부분의 스위치에서 제공하는 추세"에서 찾는다. 한 장비가 여러 기능을 지원하다 보니 QoS 지원여부가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백본 뿐만 아니라 아랫 단위의 망에서까지 기가비트 이더넷을 요구하게 되면서 이 기술에 대한 요구가 새삼 커지고 있다. 향후 클라이언트 단까지 기가비트 이더넷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클라이언트 단에서는 100Mbps가 최고 용량이지만 스위치에 기가비트 포트가 몇 개까지 지원되는가를 많이 따지는 고객의 분위기로 볼 때 기가비트 이더넷 클라이언트 시대도 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가비트 이더넷과 ATM을 상대 비교한 그래프를 놓고 봐도 기가비트 이더넷의 비중이 91.1%로 전년보다 늘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쓰리콤 같은 경우는 이런 흐름에 맞춰 예전에 자사의 ATM 장비를 구입해 아직까지 쓰고 있는 고객들이 큰 부담없이 기가비트 이더넷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전개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었다.

라우터 포화상태로 벤더 매출 급락
1위 자리를 스위치에 내준 라우터는 대형이 55.3%, 중형이 24.5%. 소형이 20.1%의 분포를 나타냈다. 지난해 상반기 대형 57.3%, 중형 21.4%, 소형 21.3%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형 라우터가 무려 2% 정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수치는 이 정도이지만 라우터 전체 매출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대형 라우터 수요의 감소는 상대적으로 매우 크게 느껴졌다는 것이 업체들의 공통된 평가다.
데이타크래프트 코리아의 강종철 부사장 역시 라우터 시장이 많이 안 좋았다고 평가한다. "스위치는 중앙에서 인터넷 뱅킹을 도입해도 그렇고, CRM, 콜센터, 백업 센터를 구축해도 많이 들어가지만 라우터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 또, 대형 라우터는 한두개씩 들어가는 것이 보통인데, 그나마 통신 프로젝트 등 대형 구축 사업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어서 대형 라우터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서는 시스코가 특히 어려움을 많이 겪은 것으로 얘기되는데, 평소에 약 70~80%를 차지하던 망 사업자 쪽 매출이 올해는 2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8월에 회계연도가 끝난 시스코 코리아가 지난 회계연도의 절반 정도 매출에 그친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지난해 만족할만한 실적을 올렸던 리버스톤도 작년에 메이저 통신업체들과 계약한 증설물량이 있어 아직은 괜찮지만 신규 영업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이 고민거리라는 얘기가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라우터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과는 반대로 대형 스위치에서는 오히려 라우팅 펑션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 대형 스위치를 레이어2 용도로만 쓸 경우 기존 라우터의 부하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부하분산을 할 수 있는 장비를 원하는 것이다.

VPN․대역폭관리 등 국산 애플리케이션 강세
국산장비와 외산장비의 매출 비중은 국산이 14.2%, 외산이 85.5%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4.4%가 늘어난 것인데, 이는 물량이 많은 액세스 스위치 부분에서 통신업체들이 국산을 많이 쓰고 있는 것과 애플리케이션 부분에서 국산장비의 비중이 조금씩 늘어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플리케이션 부분에서는 우선 VPN 시장이 괜찮았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경기가 안 좋다보니 회선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많았기 때문이다. 보안 업체 관계자들의 얘기로는 국산 VPN 장비가 많이 공급되고 있으며, 시장에서도 상당히 인기를 얻는 편이어서 그 비중이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고 한다.
대역폭 관리 장비도 애플리케이션 가운데서는 강세를 보였다.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회선 용량을 늘릴 것이 요구됐지만, 경비를 줄여야 하는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대역폭 관리 장비를 이용해 회선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대역폭 관리 시장 역시 국내 업체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분야여서 상대적으로 국산 장비의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장비들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기 때문에 몇몇 전문가들은 쓰리콤이 이더넷을 처음 만들고, 시스코가 라우터를 내놨을 때처럼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이 나와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금은 이미 장비들이 충분할 정도로 깔려있기 때문에 같은 장비 안에서 성능이 아주 좋아지고, 멀티서비스가 추가되더라도 별 주목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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