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가 스토리지 전문 벤더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보 인프라스트럭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 제공 업체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EMC의 이러한 전략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컴퓨터 업계에서 세 글자로 된 기업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데, 바로 IBM은 서비스 분야에, SAP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로, 그리고 EMC는 데이터 스토리지 하드웨어 분야에서 입지를 굳힌 기업들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스토리지 분야를 지배해온 EMC가 2000년 이후 70억 달러를 기업 인수에 투자해왔지만 대부분의 인수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업체이거나 스토리지와 관련이 적은 업체들이다. 그렇다면 EMC의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닐까?
EMC의 CTO인 제프 닉은 자사의 새로운 전략이 도전적이라면서 전략 변화를 시인했다. 그는 "EMC라고 하면 데이터 스토리지 전문 업체라는 단어가 떠오를 것"이라면서, "하지만 EMC는 정보 인프라 회사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기업인수에 70억달러 투자
EMC의 전략 변화는 최근 인수 기업을 보면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지난 9월 초, EMC는 약 1억7,000만 달러를 들여 보안 이벤트 관리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네트워크 인텔리전스를 인수한 데 이어 데이터 암호화 및 ID 인증 기술 벤더인 RSA 시큐리티에 대한 21억 달러 규모의 인수를 완료했다. 또한 몇몇 기업 인수를 통해 획득한 기술을 사용해 개발한, 워드 문서와 이메일 등과 같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데이터를 위한 컨텐츠 관리 애플리케이션인 인포스케이프(Infoscape)도 발표할 예정이다.
네트워크 인텔리전스와 RSA의 인수를 비롯해 컨텐츠 관리 소프트웨어 벤더인 다큐멘텀(Documentum), 가상화 전문 업체인 VM웨어(VMware), 디지털 저작권 관리 애플리케이션 벤더인 어센티카(Authentica) 등 소프트웨어 업체의 인수는 정보 관리 기술을 위한 성장 시장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러한 전문 분야의 기업 인수는 EMC가 단순한 스토리지 박스 업체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며 배포하고 보호하는 '원스톱' 제공 업체로의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EMC의 원대한 비전이 아직 실현되지는 않고 있지만 하드웨어 판매 비율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난 6월 30일 마감된 2분기에서, EMC의 매출액 25억7,000만 달러 중에서 39%를 소프트웨어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당시에는 스토리지 하드웨어가 70% 비중이었으며 소프트웨어는 16%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변화로 보인다.
문제는 EMC가 고객들에게 이러한 기업 인수가 정확하게 어떤 전략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EMC의 CEO인 조셉 투치는 "고객들이 EMC의 방향 전환에 대한 감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변화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2003년 13억 달러에 인수한 백업 및 복구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레가토(Legato) 등 일부 인수 사례는 EMC의 스토리지 비즈니스와의 연계를 위해 이루어졌다.
다큐멘텀과 RSA의 인수 역시 데이터가 생성될 때부터 폐기될 때까지의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ILM(Information Life-cycle Management)'으로 알려진 포괄적인 범주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스마츠(Smarts)의 시스템 관리 툴이나 VM웨어와 레인피니티(Rainfinity)의 가상화 기술은 어떤 의도에서 인수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MC의 전략, '정보 구현 업체'
EMC가 자사의 전략을 묘사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용어는 '정보 인프라스트럭처'이다. 서비스 지향적인 아키텍처의 IT 환경에서는 정보 자체가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묶여있지 않는 서비스 형태가 된다. 이것이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할 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언제 어디에서나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기술 인프라가 필요한 이유이다. 투치는 "EMC가 바로 정보 구현 업체"라고 말했다.
EMC는 스토리지 판매의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왔지만 과거에는 성장 엔진이 되지 못했다. 미국 메사추세추 홉킨턴(Hopkinton)에 위치한 EMC의 본사 옆에는 2001년에 본사 확장을 위해 건축된 대형 빌딩이 있지만 비어 있는 상태로, 지난 수년 동안의 EMC의 호황과 불황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0년 매출액 88억7,000만 달러를 기록한 뒤 2002년에는 54억4,000만 달러로 하락했으며 2001년과 2002년에 엄청난 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어 2003년에는 62억4,000만 달러, 20004년에는 82억3,000만 달러, 지난해 96억6,000만 달러로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매출이 51억3,000만 달러를 달성해 2006년 목표 매출액인 108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MC의 소프트웨어 인수는 매우 효과가 높은 편이다. 다큐멘텀과 VM웨어 소프트웨어의 매출액은 2003년 각각 2억6,900만 달러와 7천5,00만 달러였지만 올해 각각 6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네트워크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로 2004년 6,7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던 스마츠는 올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EMC는 최근 분기에서 이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데, 2분기의 경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5% 하락했다. 순익 하락의 원인은 새로운 시메트릭스(Symmetrix) DMX-3 스토리지 시스템을 고객의 수요에 맞게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인수 전략에도, EMC는 전세계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조금씩 잃고 있는 것으로 시장 조사 회사인 IDC가 분석했다. EMC의 전세계 점유율은 26.4%로 여전히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일년 전 29.6%의 점유율에 비해 하락한 것이다. 경쟁 업체인 시만텍과 HP 역시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었지만 CA와 IBM,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는 점유율이 상승했다.
스토리지 하드웨어는 EMC의 비즈니스 중에서 여전히 핵심 영역이다. 올해 상반기의 매출액 51억 달러 중에서 스토리지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은 46%를 넘어서고 있다. 고용량의 시메트릭스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최근 EMC와 델은 EMC 네트워크 스토리지 시스템에 대한 델의 재판매 계약을 2011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제품이 많아진다는 것은 경쟁이 심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 스토리지에서부터 컨텐츠 관리, 정보 보안, 서버와 스토리지 가상화로 확대됨에 따라 과거보다 EMC의 경쟁 업체들이 더욱 많아지게 되었다. 최대의 회사와도 경쟁이 불가피하다. 엔터프라이즈 스트래티지 그룹(Enterprise Strategy Group)의 토니 프리그모어 분석가는 "EMC와 IBM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고 있으며 그 구도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MC는 전략 실행을 위해 최근 핵심 제품들과 인수 기업들을 토대로 부서를 조정해 관리자들을 이동시키고 제품 유지 보수와 고객 지원, 전문 서비스를 위해 글로벌 서비스 조직을 만들고 있다. 투지는 이러한 조직 개편이 내부 프로세스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분기별 실적을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안, EMC의 모든 제품에 통합
EMC는 최고 개발 책임자인 마크 루이스가 '중심점(anchor-point) 인수'라고 칭한 몇 가지 토대에서 정보 인프라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RSA와 네트워크 인텔리전스의 데이터 보안 기술을 비롯해 EMC의 스토리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스마츠와 레가토 백업 및 복구 소프트웨어, nLayers 애플리케이션 복구 및 매핑 툴 등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포함하는 정보 스토리지와 리소스 관리, 다큐멘텀 기술을 중심으로 한 컨텐츠 관리와 EMC의 캡티바(Captiva) 정보 수집 애플리케이션이 포함되어 있다.
정보 보안 부사장인 데니스 호프먼은 CIO들이 투치에게 EMC의 보안 전략을 강화하라고 요청한 뒤 EMC의 제품군에 보안이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선정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호프먼은 "그 결과, 보안은 EMC의 모든 제품에 통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MC는 기업들이 정보의 오용 위험성을 최소화하지 않는다면 정보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루이스는 데이터가 서비스 형태가 됨에 따라, 데이터에 액세스하는 것을 감독하는데 있어서 RSA가 제공하는 것과 같은 보안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SA와 네트워크 인텔리전스는 RSA의 사장이었던 아트 코비엘로를 수장으로 한 EMC의 새로운 정보 보안 사업부의 핵심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부는 EMC가 2월에 인수한 어센티카 디지털 저작권 관리 소프트웨어와 연계될 것이다.
일부 RSA 기술이 이미 EMC 제품에 통합되어 있으며, 다큐멘텀의 경우 RSA 암호화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센테라(Centera) 컨텐츠 관리 스토리지 시스템은 네트워크 인텔리전스 보안 기술과 연동된다. 호프먼이 '공통의 보안 플랫폼'이라 칭한 작업도 2008년 완료 목표로 진행 중인데, 이를 통해 RSA의 ID 인증과 권한 부여 기술을 EMC 제품에 적용시켜 컨텐츠 보관소와 시메트릭스 하이엔드 스토리지 시스템을 위한 액세스 제어를 제공하게 된다. 어센티카 디지털 저작권 관리 툴은 또한 이 플랫폼의 일부로 사용되어 컨텐츠 관리자들이 정책을 수립하고 파일에 대한 만료일을 설정할 수 있게 해준다.
코비엘로는 데이터 보안이 기업의 트랜잭션으로도 확대되고 기타 실시간 정보 흐름에도 적용될 수 있어 EMC 스토리지 시스템 내에서 데이터 보안이 '휴식을 취하면서'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보안은 추가 기능이 아니라 내장되어야 하는 기능"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EMC의 고객사인 금융 서비스 회사 이튼 반스(Eaton Vance)의 인프라 서비스 총괄 부사장인 빈센트 코튼에게는 올바른 방향처럼 보인다. 이튼 반스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의 하나는 협력사와 고객사들에게 금융 정보를 활용성을 높이도록 데이터 보안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는 "방화벽만으로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튼 반스는 EMC의 스토리지 시스템을 오랫동안 사용해온 고객이다. 또한 EMC가 RSA를 인수하기 전부터 RSA 기술을 사용해 펀드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했다. EMC가 RSA를 인수한 것이 득이 될 수 있을까? 코튼은 "EMC가 RSA의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튼 반스의 IT 벤더 목록 중에서 EMC는 상위 레벨에 속해 있다면서 "비즈니스를 조율하는데 있어서 EMC는 매우 전략적"이라고 전했다.
네트워크 인텔리전스의 인수는 보안 감사와 준수 업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시스템과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와 스토리지 디바이스의 로그에서 생성되는 보안 이벤트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한다. 해당 데이터는 보안 정책을 공식화하고 구현하며 집행할 수 있도록 분석되며 정책에 따라 준수 여부를 검사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EMC는 네트워크 인텔리전스를 인수하기 전부터 판매해왔기 때문에 EMC의 센테라와 셀레라(Celerra) 스토리지 시스템에 이미 통합되어 있었다. 스마츠 시스템과의 통합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EMC는 글로벌 서비스 그룹을 통해 공중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하는 데이터나 테이프에 저장되는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스토리지 시스템에 암호화를 구현한다거나 저장된 데이터에 필요한 보안 수준을 결정하는 등 새로운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 그룹은 고객 서비스와 지원 업무를 한 곳으로 집중시킬 뿐만 아니라 제품 구현과 컨설팅 서비스의 통합도 제공하게 된다. 여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비스 업체인 인터노시스(Internosis, 1월에 인수)와 5월에 인수한 IT 서비스 업체인 인터링크(Interlink)가 포함되어 있다.

IBM과의 경쟁 점점 심화될 것
EMC는 IBM이 최근 컨텐츠 관리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워크플로우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인 파일넷(FileNet)을 16억 달러에 인수한 뒤 컨텐츠 관리 시장에서 IBM과의 경쟁이 심화되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IBM의 파일넷 인수는 EMC가 2003년 다큐멘텀의 인수와 허밍버드(Hummingbird)의 오픈텍스트(OpenText)를 4억8,900만 달러에 인수한 사례에 뒤이은 것이다. 올해 초, IBM은 향후 3년간 10억 달러를 투자해 정보 관리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메일이나 이미지, PDF, 워드 파일 등 기업의 IT 시스템에 있는 모든 정보의 80%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EMC는 자사의 스토리지 관리 비즈니스를 최대한 자사의 컨텐츠 관리 제품으로 연동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EMC의 고객 운영과 컨텐츠 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다큐멘텀의 CEO였던 데이브 드왈트는 "컨텐츠 관리가 데이터 센터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MC가 선보인 인포스케이프(Infoscape)의 경우 체계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위치시키고 분류하며 관리하는데 사용된다. 이 소프트웨어는 다큐멘텀과 같이 대형 컨텐츠 관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소규모 업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인수 업체들인 아스트럼(Astrum), 다큐멘텀, 레가토와 스마츠의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10월부터 상용화될 이 제품은 10테라바이트 라이선스를 기준으로 15만 달러에 제공될 예정이다.
Fifth Third Bank는 600테라바이트에 이르는 데이터의 약 95%를 관리하는데 EMC의 복제 툴과 스토리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스토리지 관리 부사장인 스티브 스완슨은 "EMC는 우리에게 있어서 상위 2~3위 IT 벤더"라고 말했다. 이 은행은 인포스케이프의 테스트 버전을 도입해 구동한 바 있으며, 스완슨은 데이터 암호화를 위해 RSA 암호화 기술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스완슨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EMC는 스토리지 벤더이지만 최근 기업 인수 측면을 볼 때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투치는 추가 인수를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들의 기술과 제품에 대한 통합 시도가 현재 우선 사항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EMC의 향후 재무 상황이 악화되거나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게 되면 EMC의 전략 역시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Rick Wh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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