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사용자 그룹 구성할 것' 유영민 원장은 국산 SW를 사용해 보고 실험해 볼 수 있는 민간 기업을 찾아내 경쟁력 있는 고품질의 SW를 개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햇다.





"SW 강국 달성 위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에 앞장 설 것"

유영민(56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은 지난달 취임하자마자 1주일도 채 안 돼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이나 관련 단체들을 최우선적으로 방문했다. 물론 대기업 SI 업체들도 방문했다. 이처럼 기업들을 먼저 찾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인 것은 유 원장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것도 관행처럼 다니는 인사치레의 방문이 아니었다고 한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특히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어려운 실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해결책을 찾기 위함이었다. 바로 이런 게 유영민 원장의 업무 스타일이다.
유 원장은 지난 79년 LG전자 전산실 입사를 시작으로 27년여 동안 사용자 또는 공급자로서 줄곧 정보통신산업 현장의 중심에 서서 늘 현실과 접해 왔다. 때문에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의 어려운 실상을 그 어느 누구보다 잘 꿰뚫어 보고 있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의 국산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LG전자 CIO를 역임하면서 국산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가장 많이 도입, 적용시켜 그에게는 'Early Adopter'(국산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가장 먼저 도입해 사용해 보고 적용시켜본 인물)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유 원장은 "국산을 선호해서가 아니라 국산이냐 외산을 따지기 전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그렇게 됐다"고 밝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국산 제품에 대해 경쟁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어쨌든 그는 지난해에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유공자에게 주는 '동탑 산업 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부가 그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으로 발탁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관련 업계 역시 "될 사람이 됐다"며 모두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은 거의 외산이 장악하고 있고,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아사직전에 직면해 있다고 할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심지어 소프트웨어 산업은 3D 업종으로 전락해 배우려는 학생들이 모이질 않는다고 한다. 이 같은 어려운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 나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육성 발전시켜 나갈지 직접 들어본다. 김용석 편집주간yskim@rfidjournalkorea.com

'갑'과 '을' 모두 경험한 베테랑
"그 동안 배우고, 갈고 닦아온 게 이것이었고, 또한 하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유영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신임 원장의 취임 첫 소감이다. 사실 유영민 원장만한 경력을 소유한 인물은 지극히 드물다. 대다수 CIO들은 CIO로 끝나거나 아니면 연계된 업무와 관련된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유 원장은 그러나 업무 전산화를 책임진 정보화 담당, 즉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축은 물론 직접 개발까지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LG CNS에서는 직접 판매하기까지도 했다. 다시 말해 그는 사용자(또는 구매자)에서 판매자(공급업체)로, 속된 말로 '갑'과 '을'을 모두 경험한 것이다.
때문에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현실을 그 어느 누구보다 잘 꿰뚫어 보고 있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유 원장을 손꼽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유 원장은 지난 79년 LG전자 전산실에 입사, 2003년까지 약 25년여 동안 주로 전산업무에만 전념해 온 CIO였다. 그러나 유 원장은 여느 CIO와는 남달랐다고 한다. 즉 IT와 비즈니스의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이를 접목시켜 IT 시스템이 기업의 성장 발전의 밑바탕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그런 CIO였다고 한다.
유 원장이 1세대 CIO이자 리더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LG CNS가 지난 2004년 그를 부사장으로 발탁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LG CNS는 고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영업을 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이 미래 나아갈 발전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LG CNS는 여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유 원장을 지목했던 것이다. 실질적으로 유영민 원장은 LG CNS에서 사업본부장 겸 부사장을 맡으면서 영업지원과 미래 나아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인관계 뛰어난 마당발
유 원장은 책상에 앉아 업무를 수행하기보다 직접 현장을 찾아 다니며 현업에서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려는 노력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를 두고 좋지 않게 평가하는 주변 관계자들은 거의 없다고 할 만큼 그는 대인 관계가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주변에 항상 많은 사람들이 북적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유영민 원장은 대인 관계가 그렇게 좋으면서도 술 한 잔 마시지 못한다. 그렇다고 술자리를 피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술 한 잔 마시지도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유 원장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항상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 밖에 없다"고 전제, "다만 이것만큼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할 뿐"이라고 유 원장은 밝힌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유 원장만의 노하우라고 그를 잘 아는 주변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누구나 이런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실천력이 부족한 편이다. 유 원장은 그러나 이 같은 생활방식을 단 한번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할 만큼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잘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때문인지 그의 주변에는 그를 신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은 특별한 능력이나 실력을 갖춘 인물보다 산업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기업들의 고민과 고통을 보고 듣고,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 업무일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부를 비롯해 관련 기관 및 기업들과의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할 때라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 원장 역시 "IT 강국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대결구도보다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관련 업계의 지적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유 원장은 "열심히 뛰어다니며 상호협력 구도를 만들어 낼 각오이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다음은 유영민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제값 받는 풍토조성 시급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소프트웨어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환경과 이로 인해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또한 국내 시장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은 데 비해 경쟁기업들이 너무 많고, 대다수 국산 소프트웨어들의 품질이 대외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만큼 우수하지 못하다는 것도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아주 중요한 이유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지요.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풍토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각 공공기관에서 소프트웨어 구매 시, 제값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술평가기준과 협상에 의한 계약을 통해 최저가가 아닌 기술력이 우수한 제품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기술평가 배점 80점(±10)과 가격평가 배점 20점(±10)으로 평가항목을 구성해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제성 있는 제도보다 소프트웨어는 '공짜'가 아니라는, 즉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사회의 전반적인 풍토조성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구매여부는 무엇보다도 가격대 성능비를 고려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국산 소프트웨어의 품질이 외산 보다 뛰어나다면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전반적으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봅니다.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실험을 거치는 게 가장 중요한데, 국산 소프트웨어들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한 마디로 테스트 베드(Test Bed)가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국산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적용시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만 하는데, 국산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잘못된 선입관을 갖고 구매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산업분야와 IT 서비스 모델을 가진 나라는 드뭅니다. 다시 말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솔루션을 개발할 가능성이 많은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외국산 소프트웨어라고 모두 다 만족할 만한 품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오히려 한국 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선택,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국산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대해서는 실험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 사용자 그룹' 구성할 것
국산 소프트웨어 솔루션들도 여러가지 서비스와 테스트를 거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저는 LG전자 시절 국산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실 업무에 적용시킨 바 있고,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일부 제품은 외산보다 훨씬 더 가격대 성능비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따라서 국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적용해 볼 기업들을 많이 찾아낼 계획입니다. 이들 기업들이 국산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문제점이 발생하면 정부가 책임을 지고 보완해 주는 방식으로 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물론 이 방식은 저 개인적인 생각일 뿐 공식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 그리고 대기업 SI 기업 간의 대결 구도로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닙니다. 이제는 서로 힘을 합쳐야만 한다고 봅니다. 시장도 좁은데, 너무 많은 기업들이 경쟁을 하면 결국 제살 깎아 먹기 식의 영업 밖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국내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 약 8천개 이상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 가운데 독자 솔루션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 성공한 기업이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실은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아무튼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사용자들이 서로 다른 역할과 책임을 갖고 힘을 모은다면 소프트웨어 산업이 충분히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예를 들어 개발은 중소 소프트웨어 전문기업들이, 마케팅은 대기업이, 그리고 사용자들은 테스트 베드로 각각 역할을 달리해 밀어주고 끌어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밥그릇'인데, 첨예한 대립보다 '협력'이라는 큰 그림에서 난상토론 등의 방법을 통해 해결책을 끌어낸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시장논리는 힘에 의해 지배됩니다. 현재와 같이 대립하는 구도라면 IT 강국이라는 대명제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들에서도 국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볼 수 있도록, 일종의 '민간사용자 그룹'같은 것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특히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를 통해 품질을 검증 받은 GS인증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밖에 제안서 작성비용 보상문제, 노임단가 산정문제, 계약변경 시 금액변경 문제, 유지보수율 현실화 등 기회 단계에서부터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 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개선 방안을 검토 및 추진 중에 있습니다.

'돈' 버는 산업으로 육성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력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IT 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기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없는지요.
인력이 없다기보다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인력이 없다고는 하지만 아직 코딩 인력은 많이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 종사자들의 업무를 다시 분류해 각각에 맞는 업무에 재배치하는 것입니다. 현재 소프트웨어 인력들의 분류체계를 보면 연수에 따라 ▲초급(약 1~3년) ▲중급(약 4년~6년) ▲고급(6년 이상) 등 3개 등급으로 나눠 연봉을 책정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초급도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업무에 따라서는 6년 이상의 경험자라도 초급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분류체계입니다. 지금과 같은 분류보다는 모든 인력을 한 통 속에 넣고, 개인별 특장점 및 능력에 따라 인력을 재분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같은 분류를 통해 적재적소에 인력을 재배치한다면 인력이 그렇게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문제는 대학교나 대학원에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소프트웨어가 돈을 벌 수 있는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 나간다면 달라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공개 SW 정책, 더욱 강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그 동안 국내 소프트웨어 발전 방안으로 공개 소프트웨어의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 같은 정책은 그대로 유지해 나갈 계획이신지요.
공개 소프트웨어는 우리나라가 적극 지향해 나가야만 한다고 봅니다. 오히려 더 강한 정책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여기에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까지도 확대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현재 구축 성공사례가 없어 다소 두려움이 있지만 테스트 베드로 활용할 기업들을 많이 찾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연계시켜 주고 사용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시켜 주는 방법으로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편 유영민 원장은 이처럼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고, 그 해결책까지 마치 준비된 사람처럼 막힘 없이 술술 피력했다. "될 사람이 됐다"는 관련 업계의 지적이 빈 말 같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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