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교육기관 중 2위 성능, 고밀도 고집적은 기본, 4년간 5억원의 전기료 절감 효과

지난 6월 20일 서울대에서는 중앙전산원 개원 3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1970년 IBM 1130 도입이 모태가 되어 1975년 정식으로 설립된 서울대 중앙전산원이 30주년을 맞게 됐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국내 최고이자 아시아 교육기관 중 둘째가는 성능을 보유한 슈퍼컴퓨터가 정식 개통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개통된 슈퍼컴퓨터는 그 성능도 성능이지만, 세계 10대 교육기관 진입을 목표로 한 서울대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김달 기자 kt@infotech.co.kr

지난 95년 슈퍼컴퓨터를 처음 도입한 서울대는 2000년 2호기에 이어 지난 6월 슈퍼컴퓨터 3호기 구축을 마치고, 정식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서울대의 슈퍼컴퓨터 3호기는 실측성능치 5.6183테라플롭스(TFlops)의 성능을 갖춘 국내 최고, 아시아 교육기관 중 둘째가는 슈퍼컴으로 현재 기존의 2호기와도 클러스터로 연결돼 있다.
서울대가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을 검토한 것은 지난 2004년. 신속하고 정확한 데이터 산출을 요구하는 연구 과제들이 많았던 서울대에서는 성능과 용량에 한계가 있는 기존의 슈퍼컴퓨터 2호기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세계 10대 교육기관으로의 진입과 선진 연구 환경을 제공해 국가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하겠다는 서울대의 목표에 비춰 볼 때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은 꼭 필요한 프로젝트였다.

클러스터형 슈퍼컴의 생명은 '고밀도, 고집적, 저전력'
서울대 중앙전산원 시스템실의 김동택 실장은 "슈퍼컴은 어느 특정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되는 추세"라며 "특히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바이오인포메틱스, 나노과학, 환경공학 등 신기술의 모태인 6T 전반의 연구자원을 확보하고, 기초과학, 사회과학, 응용공학 등의 연구도 활성화돼야 하는 만큼 슈퍼컴퓨터 도입은 늦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2004년 3월 서울대는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4개월 여의 도입 및 제안서 규격·제반 조건 심의를 통해 결정된 것은 리눅스 클러스터 기반의 슈퍼컴퓨터를 도입하여 현재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김동택 실장은 "슈퍼컴 도입과 관련해 첫 고민거리는 비용문제였다"면서 "클러스터와 SMP 형태의 슈퍼컴을 놓고 고민하던 중 가격대비 성능도 뛰어나지만, 슈퍼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에도 클러스터슈퍼컴 추세에 맞춰 마이그레이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클러스터형 슈퍼컴을 구축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론성능치 대비 실측성능치 높은 JS20 선택
클러스터형 슈퍼컴 도입을 결정한 서울대는 IBM, HP, 삼성전자 등 슈퍼컴퓨터 구축 경험이 있는 사업자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검토한 결과 IBM의 블레이드 서버인 '블레이드센터 JS20'과 스토리지 장비인 'FAStT700'을 이용해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서울대가 블레이드서버를 선택한 이유는 대형 리눅스 클러스터 슈퍼컴퓨터의 생명은 고밀도, 고집적, 저전력이어야 했기 때문. 김동택 실장은 "블레이드 서버의 경우 같은 성능을 갖춘 1U 서버에 비해 집적도가 훨씬 높고, 구축에 걸리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전력 소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후 지난 12월과 올 3월 두 차례에 걸쳐 JS20 484대, x346 9대로 구성된 슈퍼컴퓨터를 구축했다.
현재 서울대의 슈퍼컴퓨터 3호기는 계산노드 480노드를 비롯해 디버깅(4노드), 스케줄링(1노드), 로그인(2노드), 관리(2노드), 파일서버(2노드) 등으로 돼 있으며, 계산노드와 디버깅노드, 파일서버 노드는 미리넷과 기가비트 이더넷으로 나머지 노드는 기가비트 이더넷으로 연결돼 있다. 그리고 파일서버용 SAN 스토리지로 FAStT700 10.129TB, 운영체계로는 수세 리눅스 엔터프라이즈 서버(SLES)9가 적용됐다(표 참조).
서울대가 블레이드서버를 선택한 이유는 언급한 바 있듯이 고밀도, 고집적, 저전력. 그런 면에서 서울대는 IBM의 블레이드센터 JS20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공간도 공간이지만 이론성능치 대비 실측성능치가 높았고 전력 소모도 작았기 때문이다.
김동택 실장은 "IBM의 블레이드센터 JS20 기반의 슈퍼컴퓨터는 이론성능치 대비 실측성능치가 63%로 경쟁사 대비 4~5% 높은 성능치를 나타냈고, 1U 서버 형태의 슈퍼컴퓨터 대비 4년간 약 5억원의 전기료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번 슈퍼컴퓨터 3호기를 구축하면서 항온항습 시설을 교체하고, UPS도 분리해 사용하고 있다.
구축 작업이 끝나고 슈퍼컴퓨터 3호기가 정식으로 가동된 지 이제 두 달째. 서울대는 슈퍼컴퓨터가 물리학, 수학, 생물학, 컴퓨터과학, 항공우주학, 생명과학 등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은 물론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등 사회과학 연구 분야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슈퍼컴퓨터의 학·내외 활용 방안을 다양하게 강구하고 있다.

경영전략과 장·단기 주가예측도 '슈퍼컴퓨터'로
김동택 실장은 "슈퍼컴퓨터는 일반 사용자의 생각만큼 활용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과학 분야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전략 시뮬레이션이나 장·단기 주가 예측 프로그램 같은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면서 현재 중앙전산원에서 구상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활용 계획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서울대는 우선 학내의 클러스터 자원을 그리드화 하는 '캠퍼스그리드(SNU-Grid)'를 구축해 국가 슈퍼컴퓨팅 그리드의 중추 역할을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앙전산원은 슈퍼컴퓨터 2호기와 3호기를 1차적으로 클러스터로 묶었으며, 학내 클러스터 자원 중 32노드 이상을 갖춘 15개 정도를 클러스터로 묶어 SNU-Grid를 완성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이 SNU-Grid를 기반으로 부산대, 전북대, 동명정보대 등 각 대학의 자원을 연결해 U-Grid(가칭)를 구성해 지리적·경제적 장벽 및 연구 인력 불균형을 해소하고 캠퍼스 경계가 없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동택 실장은 "U-Grid를 넘어 국가 슈퍼컴퓨팅 그리드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고성능 컴퓨팅 자원과 인력 공유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그리드센터로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SNU-Grid에서 국가 슈퍼컴퓨팅 그리드까지
서울대는 또 공개 소프트웨어를 적극 활용해 국내 공개 소스 허브로서 기여함으로써 공개 소프트웨어 활성화에도 한 몫 하겠다는 각오다. 따라서 산업체, 공공기관 등과 공개 소프트웨어 정책을 공동으로 연구하는 한편 표준화된 공개 소프트웨어 컴퓨팅 환경을 제공해 공개 SW 활성화 및 전국대학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마지막으로 학내 과학기술 연산 인프라로서 학교 발전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이 서울대의 계획이다.
중앙전산원은 이러한 계획들을 실천해 가기 위해 가장 먼저 고성능 컴퓨팅 교육 포탈(High Performance Computing Portal)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동택 실장은 "슈퍼컴퓨터 3호기의 자원을 전국적으로 공유하고 전국의 이용자들에 대한 교육지원 체계를 확립해 대학의 교육 및 학술연구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교육포탈 구축의 목적"이라면서 "포탈을 통해 전국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상시 지원 체계를 확립하고 전문 교육 실시를 위한 고성능 컴퓨팅 e러닝 컨텐츠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슈퍼컴퓨팅 포탈은 사용자들이 손쉽게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일부 결과물들은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택 실장 서울대 중앙전산원 시스템실
"리눅스 클러스터 슈퍼컴퓨터의 생명은 고밀도, 고집적, 저전력인데, 블레이드 서버의 경우 같은 성능을 갖춘 1U 서버에 비해 집적도가 훨씬 높고, 구축에 걸리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전력 소모도 낮다. IBM 블레이드센터 JS20을 이용해 슈퍼컴퓨터를 구축한 결과 1U 서버 형태의 슈퍼컴퓨터 대비 4년간 약 5억원의 전기료를 줄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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