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세계 시장점유율 20~30%로 세계 2위, 일본과 격차 좁혀
핵심 기술 및 소재 국산화 등 해결과제 산적

휴대용 기기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이차전지가 국내 경제의 성장 엔진의 하나로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2000년부터 본격 개발에 들어간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불과 5년만에 전세계 시장의 20~30%를 차지하며, 2위로 올라섰고, 그 생산량은 일본의 40~50% 수준으로 성장하며, 격차를 크게 좁혔다. 하지만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은 여전히 일본의 기술력에 밀리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서는 값싼 중국 제품의 위협을 받고 있어 결코 낙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국내 독자적인 원천기술 확보와 부품 및 소재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유진상 기자 jinsang@infotech.co.kr

이차전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함께 정보산업의 3대 핵심부품이다. 반도체가 인간의 두뇌, 디스플레이가 인간의 얼굴이라면 이차전지는 인간의 심장으로 비유된다. 그만큼 정보산업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차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차전지와는 달리 충전해서 재사용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특성과 소형, 경량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노트북 컴퓨터와 이동통신단말기,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등의 휴대형 전자기기에서부터 HEV(Hybrid Electric Vehicle) 등을 포함한 중/대형기기까지 폭 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차전지의 종류는 Ni-MH(니켈수소), 리튬이온(Lithium-Ion Battery : LIB), 리튬폴리머(Lithium Polymer Battery : LPB)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니켈수소 전지와 리튬이온 전지는 기존의 니켈카드뮴 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두배 이상 뛰어나 기존 전지 시장을 이미 대체하고 있으며, 리튬이온전지에 이어 등장한 리튬폴리머 전지는 그 독특한 특성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리튬 폴리머 이차전지는 얇은데다 구부러지는 특성을 갖고 있어 휴대 전화나 단말기에서의 채택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휴대용 기기의 두께를 줄여주고, 충분한 사용시간을 제공해 PDA와 핸드폰 및 중대형 모바일 기기 개발업체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이차전지 시장 성장세 멈추지 않는다
2004년 일본의 야노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리튬이온 전지 시장은 2002년 44억 7천만 달러를 형성했으며, 올해는 약 69억 3천만 달러에 이어 오는 2010년에는 136억 2천만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전세계 이차전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고성능, 고출력, 장시간 사용 등 제품의 성능 강화와 가격 하락 등의 요인 때문이다. 또 수송용과 산업용의 새로운 시장이 확대되고, 모바일 IT 산업 부문의 신제품 개발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확대의 요인으로 들 수 있다.
여기에다 이차전지의 주요 수요처인 노트북 PC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성장세에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야노경제연구소에 의하면 세계 휴대폰 시장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1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노트북PC 시장 역시 연평균 13.3%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또 디지털 카메라 시장도 연평균 22.9%씩의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는 게 이 연구소의 전망이다.
한국전지연구조합에 따르면, 2004년 국내 이차전지의 생산량은 약 1조 3,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리튬이차전지는 2002년 4,500억원에서 올해는 1조 6,2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이 전망대로 라면 국내의 리튬이온 전지의 생산량은 전세계 시장의 23%를 차지하는 셈이 된다.
이차전지 산업의 역사가 일천한 국내에서 단시일에 이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은 놀라운 대목이다.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1997년 10월 산업자원부의 중기거점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본격화됐다. 산업체 중심의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공동기술 개발이 이뤄진 것도 바로 이 때 부터이다. 1999년에는 이차전지 제조업체들이 자동화 양산설비를 도입해 본격 대량 생산의 신호탄을 올렸다.
LG화학이 1999년 7월, 가장 먼저 자동화 양산 설비를 도입했으며, 이어 2000년에 삼성SDI가 이 설비를 갖추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처럼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2000년을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박철완 센터장은 "국내 업체들이 세계 이차전지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30%에 이르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이제 태동기를 벗어나 성장기로 들어가고 있으며, 그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 LG화학 등 2개사가 주도
국내 이차전지 업체는 크게 셀 생산 업체와 부품 소재 업체, 그리고 생산 장비와 팩 업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셀 생산 업체로는 삼성SDI, LG화학, SKC 등 3개 대기업을 비롯해 새한에너테크 등 8개 중소 및 벤처들이 있다. 부품소재 생산은 대기업 3곳과 한국유미코아 등 15개의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생산 장비와 팩 업체는 스탠다드에너지테크를 포함한 12개의 중소 및 벤처업체들이 있다.
국내 이차전지 시장은 삼성SDI와 LG화학 등 2개사가 주도하고 있다. SKC도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두 개사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현재 3종의 원통형 리튬이온 전지와 10여종에 가까운 각형 리튬이온 전지, 그리고 리튬폴리머 전지 등을 전 세계에 공급 중이다. 삼성SDI는 월 2,200~2,500만 셀 규모의 전지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용량 리튬이온폴리머 전지는 월 350만 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에는 차세대 전지 부문에 8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노트북 PC용 연료전지(수소가 원료이며, 충전이 필요없다)와 태양전지 연구를 시작했다. 앞으로 코발트계 활물질을 적용한 2,600mAh 원통형 전지를 조기 출시하고 신소재 개발로 고용량 전지 개발을 주도한다는 전략을 세운 삼성SDI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전지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2억 2,000만개의 2차 전지를 생산하여 세계 3위로 올라선다는 목표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난 해 삼성SDI는 세계 시장의 10% 수준인 1억 2,900만 셀의 이차전지를 생산했다. 이 정도 규모를 갖추는 데 10년 가까이 걸렸던 일본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시간이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세계 이차전지 시장은 15억 8,000만 셀로 예상되며, 그 중 15%를 차지할 계획."이라면서 이를 위해 고용량 제품 개발과 동시에 2000mAh 이하의 중저가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S 세계 이차전지 시장 15% 점유 목표
삼성SDS는 앞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상대적으로 줄이고 해외 고객의 발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한 블루투스폰 및 소형 오디오용 신제품도 출시하며,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전동공구와 디지털 카메라용 이차전지의 판매도 확대할 방침이다.
새한에너테크는 작년 10월부터 리튬폴리머 이차전지용 극판 생산라인을 갖추고, 월 400만 셀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새한에너테크의 최철원 대리는 "극판을 생산하는 것이 진정한 기술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극판과 셀 등을 중국을 포함한 해외로 수출하여 매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새한은 현재 매출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휴대폰용 배터리 팩과 노트북용 전지가 최근 세트업체로부터 가격 인하 요구를 받고 있어 사업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수출을 통한 판매 경로 다각화 등으로 올해에 작년 대비 약 20% 성장한 1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벡셀은 일차전지 중심의 사업구도를 유지해 나가면서 Ni-MH(니켈수소) 전지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벡셀 측은 "알카라인 전지보다 2배의 고용량을 나타내는 무공해 니켈-수소 전지 개발 부분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며,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수출에만 주력했던 한국파워셀은 올해 들어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국내 세트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는 등 거래선을 다각화하고 있다. 한국파워셀은 "전기 자동차 및 UPS 등의 대형 전지를 앞세워 일본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거래선을 다각화해 시장 상황 변화에도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코파워는 최근 이차전지를 만드는 마무리 단계인 충방전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만들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충방전 장비는 조립 공정이 끝난 이차전지에 미세한 전기를 넣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 과정을 거쳐야 이차전지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충방전 장비는 정밀한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동안은 일본의 전문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해 왔다. 엘리코파워가 지난 2002년 86억원에 이어 2003년에는 183억원의 매출을 거두었다.
한편, 서통, 로케트전기, 효성생활산업 등 8개의 전지업체들은 IMF의 여파와 기술 자본 취약 등의 이유로 리튬이온 이차전지 사업을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SKC를 비롯한 동부파인셀 등이 시장 진입을 노력하고 있으나 수익성 악화 및 추가설비 투자 여력 부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부파인셀은 올해 상반기에 공장을 완공하고 이차전지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부지선정 등의 문제로 백지화됐다.



공급과잉,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업체 경영 악화
최근 이차전지 시장의 가장 큰 이슈로는 잇단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과 원자재 가격 폭등, 중저가 저용량 제품의 인기 등을 들 수 있다.
중저가 저용량 제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초저가 노트북PC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고가의 고용량 제품개발에서 중저가 저용량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추세이다. 이미 산요 등 일본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중저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여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삼성SDI측은 "고용량 제품의 수요가 늘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중저가 제품 수요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며 "가격은 고용량 제품에 비해 20% 정도 싸지만 기술 발달로 원가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저가 이차전지 시장에 힘을 실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잇단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과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적자구조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LG화학은 5,79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3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2002년 이후 매년 2배씩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2002년 흑자 달성 이후 2년 만에 다시 적자로 반전됐다는 것.
삼성SDI 역시 외형적 성장과 달리 수익성은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2차전지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지연구조합은 단가하락의 요인으로 세계적인 공급 과잉 및 중국의 저가제품 공급의 확대를 들었다. 한국전지연구조합이 일본의 IIT 종합연구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의 평균단가는 2003년 335엔에서 지난해 313엔으로 6.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대 핵심소재인 양극활물질, 음극활물질, 격리막, 전해질 등 리튬이온이차전지의 핵심소재 중 하나인 양극활물질의 가격과 산화코발트 가격, 격리막에 폐기물부담금 부과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폭등도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원가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업계는 올해도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SDI 측은 "올해 이차전지 세계 시장은 약 15억 8000만 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위 몇개 업체들의 올해 생산 목표가 약 16억 셀에 달한다. 여기에 BYD 등 중국 업체까지 더하면 당초 예상보다 15% 정도의 공급 과잉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핵심기술 및 소재 국산화 목소리 높아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지산업 환경의 악화 외에 업체들의 전략 부재를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의 대표적인 이차전지 업체들이 투자액의 대부분을 제조설비에 집중했으며, 그 결과 생산량은 세계 2위 수준으로까지 올라섰지만 수요가 뒤따르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며 수익성 악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핵심 기술과 소재의 국산화가 그것이다. 박철완 센터장은 "국내 부품소재 업체는 한국유미코어만이 유일하다. 이는 6~7개의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 대조되는 대목"이라며 국내 이차전지 부품소재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이러한 핵심 기술의 개발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의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며, 공통 기반 연구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차세대전지성장동력사업단이 차세대 전기 기술 개발과 더불어 연구 및 인력양성 기반에 대해 투자를 하고 있는 상태이다.
오승모 서울대 교수를 단장으로 하고 있는 차세대전지성장동력사업단은 2개의 성장동력기술개발과 함께 중기거점(Li-PB : 리튬이온폴리모이차전지), 핵심기반(부품소재, 원천기술 개발) 등의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세제지원 등 정부지원 활발
정부는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활성화에 활발한 지원을 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서는 고성능 LPB의 제조기술 및 부품, 소재 핵심장비 개발을 내용으로 하는 중기거점기술개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3년 10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총 5년간 진행되는 이 사업은 한국전지연구조합이 총괄하고 12개 산업체와, 3개 학교, 연구소 2개소 등 총 17개기관이 참여해 19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0년까지 세계 1위를 목표로 최고의 성능, 품질과 가격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기본 추진 방향으로 삼고 있다.
정부는 이차전지 업체에 대한 다양한 세제지원도 펼치고 있다. 공장자동화 기계·기구 설비를 비롯해 첨단기술산업, 산업기술의 연구·개발에 대한 관세 감면 등이 그것이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