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클러스터로 테라급 슈퍼컴퓨터 구현
성능 국내 1위, 세계 64위 랭크, 세계 10대 연구기관 진입 위한 인프라 갖춰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로 출발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과학기술 진흥의 산실로서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 KIST)의 비전은 오는 2010년 '세계 10대 연구기관'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KIST의 올 목표는 중점 연구영역에서 동북아 최고의 연구중심지로 도약하는 것. 따라서 KIST는 미래의 핵심·원천기술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웍을 구축해 국가 연구개발의 중심 거점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기초를 닦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IBM, 포스데이타와 협력해 2003년 12월 문을 연 '리눅스 클러스터 슈퍼컴 기술센터'도 그 작업의 일환이다.
김달 기자 kt@infotech.co.kr

KIST가 '리눅스 클러스터 슈퍼컴 기술센터'를 개소한 것은 2003년 12월이지만, KIST의 슈퍼컴퓨터 구축 노력은 지난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KIST 미래기술연구본부에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이규환 박사에 따르면 KIST가 슈퍼컴퓨터를 설치하게 된 배경은 나노과학에서 그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전사모사(Simulation)' 때문이다. 전산모사는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이용되는 연구방법론의 하나로서 '계산과학(Computational Science)'이라는 포괄적인 명칭으로 불리는 기술군이다.

전산모사는 NT와 BT, IT가 융합된 대표적 기술
계산과학은 컴퓨터를 사용해 순수 과학 이론에 대한 실험 계산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수치화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실험이 불가능한 자연 현상을 연구할 때나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복잡한 시스템을 연구할 경우, 혹은 핵실험처럼 실제 상황에서는 매우 위험한 실험을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실험 방법이다. 특히 전산모사는 NT(Nano Technology)와 BT(Bio Technology) 그리고 IT(Information Technology)가 융합된 대표적인 기술이다.
이규환 박사는 "나노의 영역에서 재료 및 소자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자 혹은 원자 단위의 계산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경우 대용량의 슈퍼컴퓨터가 아니면 원하는 시간 내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면서 "연구현장과 밀접히 접목되어 실제적 의미를 가진 계산을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고성능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계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동북아 연구개발의 중심지로, BT와 NT를 주요한 전략 기술 연구 분야로 설정하고 있던 KIST의 입장에서 슈퍼컴퓨터는 꼭 필요한 시스템이었다.

꿈을 현실로 바꾼 '슈퍼컴'
따라서 KIST는 지난 2000년 12월 미래기술연구본부 산하에 전산모사팀을 구성, 본격적인 슈퍼컴퓨터 구축에 나서, 2001년 4월 베오울프(Beowulf)형 리눅스 클러스터 1호기를 구축한 데 이어 2003년 2월 2호기를 구축했으며, 2003년 6월 513대의 IBM x시리즈 345 및 355를 이용해 2.4테라플롭스(Tera Flops)의 실수연산이 가능한 리눅스 베오울프 클러스터 슈퍼컴퓨터를 구축했다. 이 슈퍼컴퓨터는 제온 2.4GHz CPU 1026개, 1개의 관리 노드와 512개의 계산 노드로 구성돼 있으며, 각 노드는 초고속 미리넷(Myrinet) 스위치 카드인 PCI-XD로 연결돼 있다.
운영체계로 레드햇 7.3과 오픈 소스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는 KIST의 슈퍼컴퓨터는 2003년 12월을 기준으로 3.07테라플롭스의 실측 성능을 나타냈으며, 2004년 11월 기준으로 세계 64위, 국내 1위의 슈퍼컴퓨팅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테라급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게 된 KIST의 분위기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Dream come true'.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그래서, 꿈만 같았던 실수 연산을 실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다른 연구기관이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수요자는 많은 데 비해 공급자가 적고, 연산 능력에도 차이가 있어 제때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신약 개발과 경제 전망도 슈퍼컴으로
테라급 슈퍼컴퓨터를 직접 보유하게 된 KIST의 현재는 어제와는 매우 다르다. KIST의 슈퍼컴퓨터 사용자들은 현재 바이오인포메틱스와 나노 기술, VR영상기술, FEM/HPX 분야의 연구원들과 서울대, 시립대, 중앙대 등 대학, KISTI 등 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이며, 특히 대외개방형을 지향하고 있는 KIST인 만큼 해외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에도 문을 열어놓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슈퍼컴퓨터를 '다이아몬드 박막의 증착거동해석', '자성 금속 박막의 증착거동해석', '탄소나노튜브의 성장 기구 해석', '신개념 나노소자의 설계', '신개념 나노소자의 전달현상 해석' 등에 사용하고 있는데, 이규환 박사는 "선진국에서는 나노, 바이오 기술의 30% 이상을 국가 주도적인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슈퍼컴퓨터는 나노(신재료 설계, 설계 시간의 단축, 나노 재료의 물성 예측, 측정 등), 생명(생명과 질병 현상 규명, 신약 개발, 단백질 폴딩 연구, 유전자 및 DNA 정보 추출 등), 환경(대기 해석과 일기 예보 모델링, 지진 해석 및 지하 탐사 등) 등을 비롯해 반도체 칩 프로세싱, Microfabrication, 우주과학, 원자력, 국방산업 등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 로봇, 신호처리, 경제전망 등에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규환 박사는 "KIST에서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대형 연구사업, 이를 테면 신개념 스핀트로닉스 소자 설계, MEMS/NEMS 기술을 통한 극소형 기계 제작, 바이오인포메틱스 응용을 통한 신약 설계, 나노 소재 설계 및 특성 예측 등의 중요한 연구지원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또 향후 슈퍼컴퓨터 활용 방안과 관련해 가상공간에서 실험이 가능한 가상 실험실을 구축하는 데 활용하는 한편, 전산모사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고 국내 과학 계산 분야의 허브 역할을 하는 등 슈퍼컴퓨터의 활용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규 환 KIST 미래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
기업의 비용 절감과 경쟁력 확보 무기 '슈퍼컴'
● 슈퍼컴퓨터를 구축해 활용한 지도 18개월이 돼 간다. 그 동안 KIST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한 마디로 'Dream come true'라고 표현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면서 그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무'에서 '유'로의 변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범위의 실수 연산을 실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됐다. KIST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연구과제들 중 다수가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이용하고 있으며, 연구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 최근의 슈퍼컴퓨터는 기존에 생각해왔던 슈퍼컴퓨터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특히 슈퍼컴하면 엄청난 구축비용부터 걱정해야만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슈퍼컴퓨팅 환경은 어떤가.
1990년대 후반 클러스터 슈퍼컴이 나오면서 변화는 시작됐다. Cray나 NEC의 전용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벡타형 슈퍼컴퓨터들에 비해 클러스터 슈퍼컴은 가격 대비 성능면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쉽게 업그레이드 및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PU의 성능 향상 속도도 빠르지만, 네트웍 스피드의 성능 향상 주기가 짧아지면서 클러스터 슈퍼컴의 확산은 이제 대세가 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500위권 안에 있는 슈퍼컴퓨터 중 절반 이상을 클러스터 슈퍼컴이 점령하고 있으며, 1테라플롭스 이상의 속도를 내는 초고속 슈퍼컴 242대 중 71%에 달하는 171대가 클러스터형이다.

● KIST의 슈퍼컴퓨터 활용 분야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최근 슈퍼컴퓨터의 활용 범위는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현재의 슈퍼컴퓨터는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가.
슈퍼컴퓨터는 탄소나노튜브처럼 신재료 설계나 나노 재료의 물성 예측 및 측정 등 나노 부문과 게놈프로젝트, 신약 개발, 단백질 폴딩 연구 등 생명공학 분야, 일기예보 모델링·지진 해석 등 환경 부문을 비롯해 디지털 미디어 산업, 자동차 산업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경제 전망 등에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슈퍼컴퓨터가 단순히 연구 목적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기업의 비용 절감이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완성차업체의 충돌 실험이나 항공기 제조업체의 시뮬레이션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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