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컴퓨터 교육 새로운 교과과정 도입 필요하다
일본 올 대입부터 컴퓨터과목 포함, 타과목에 일부 포함된 우리와 큰 시각차
국가경쟁력 제고 위해서도 기본교과에 포함시키는 문제 진지하게 고민할 때

컴퓨터 교육이 단순히 컴퓨터 하드웨어인 PC나 응용소프트웨어 교육으로 잘못 인식되고, 단순한 활용법으로서의 컴퓨터 소양이 보편화되면서 '컴퓨터 교육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교과 교육과정 개선 방안-실과(기술·가정)과> 보고서를 보면 초등 교사의 52.6%가 '컴퓨터는 나의 생활' 내용이 중요하지 않거나(32.5%) 전혀 중요하지 않다(20.1%)고 대답했으며, 중등교사 또한 중요하지 않다(28.6%)와 전혀 중요하지 않다(10.5%)는 대답이 39.1%를 차지했다. 교대 교수는 다른 응답군에 비해 조사 대상의 수가 매우 적기는 했지만 '컴퓨터는 나의 생활'이 중요하거나 매우 중요하다는 대답은 전혀 없었고, 중요하지 않다(48.9%)와 전혀 중요하지 않다(25.9%)가 74.8%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물론 기술/실과를 맡고 있는, 컴퓨터 교육이 전공이 아닌 교사들이 주 조사대상이었기에 현실과는 조금 다른 결과물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연구·생산하는 기관에서 이런 점을 고려하지도 않은 채 조사를 하고, 그 내용을 버젓이 보고서에 실어 발표를 한다는 것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고개 드는 컴퓨터 교육 무용론
교육과정평가원 교수학습개발본부의 강신천 박사는 "컴퓨터 과학은 굉장히 중요한 분야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체보다는 컴퓨터 활용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중요성이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05년 중등교원 선발시험에서 정보사회 교과 선발인원이 전년 대비 100명 가까이 줄었다는 점이 이런 현실을 잘 대변한다고 꼬집었다. "선발할 교사의 수를 시도 교육청에서 건의하지만 신청은 학교장이 한다는 점에서 결국 정보기술 과목의 중요성이 도외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교육이 활용 위주인데 학생들이 어느 정도 다룰 줄 알게 되면서 수업을 지루하게 받아들이고,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는 이럴 바에야 차라리 다른 수업을 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양대학교 안미리 교수는 "새로운 교육 과정에서 컴퓨터 교육이 완전히 없어진다는 얘기까지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실제로 새로운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교육과정평가원에 과목마다 조금씩의 연구지원비가 나왔지만 컴퓨터 교육 분야에는 이런 것이 전무한 실정이라는 얘기가 들리고, 앞서 말한 조사결과에서도 부정적인 내용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컴퓨터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미리 교수는 "컴퓨터 교육이 다 됐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라며, "7차교육과정 이후에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해 지켜보고 있었는데 전혀 다른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제는 학회 차원에서라도 본격 문제제기를 하고, 공론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컴퓨터 도구화 교육이 끝났다?
실제로 컴퓨터 교육이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수준에 왔다는 시각은 교육부 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 교육정보화기획국의 한 인사는 "IT가 뭐다, 즉 키보드는 무엇이고, 프린터는 어떻게 쓰는 것이다 하는 식의 소양 교육은 이미 보편적인 내용이지만 그래도 초등 저학년에서는 여전히 한번쯤 훑고 지나갈 필요가 있다."며, "초·중등 교육정보화가 3단계에 들어가는 올해부터는 정보사회의 문화, 교양 같은 것을 가르치는 단계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는 도구화가 끝났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얘기인데, 정보화 교육을 잘 하기 위한 고민과 준비를 하는 부서가 이런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으로서의 컴퓨터 교육은 아직 멀기만 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시각에 대해 컴퓨터 교육 전문가들은 컴퓨터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PC를 잘 다루고, 몇 가지 응용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게 되는 것이 컴퓨터 교육의 목적이나 효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이원규 교수는 '접근 방법론의 문제'를 지적한다. 단순히 프로그래밍만 가르친다고 프로그래밍 실력이 쌓이는 것이 아니고, 미적분을 가르친다고 미적분 실력이 저절로 늘기는 힘들다는 것.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단순한 형태의 로봇을 만들기 위한 프로그래밍을 교육함으로써 기초 과학(수학, 물리)의 관심도 높일 수 있고, 이는 다시 컴퓨터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기초로 작용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수학 실력이 높아지면 컴퓨터 실력도 높아진다는 이스라엘에서의 실험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컴퓨터 교육의 목적 새롭게 조명돼야
과학으로서의 컴퓨터를 가르침으로 해서 다른 교육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생뚱맞은 얘기, 근거 없는 주장으로 치부되면서 대학에서 컴퓨터 교육학 역시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컴퓨터 교육과를 컴퓨터공학과나 전산학과에 흡수시키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력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컴퓨터공학과 컴퓨터 교육학은 완전히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컴퓨터 교육학자들은 "어떤 측면에서 컴퓨터 교육은 컴퓨터 공학자들이 자신의 기량을 더욱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학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안미리 교수는 "컴퓨터공학자가 아프리카 어느 밀림 속에 사는 부족에게는 전혀 필요 없겠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되는 존재다. 더구나 컴퓨터의 활용이나 이해가 높은 사회라면 컴퓨터공학자의 존재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라에서 선발하는 정보교사의 수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고, 전국에 20여개 컴퓨터 교육과가 있지만 박사과정이 있는 대학은 3개뿐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컴퓨터 교육이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를 보여주는 답답한 한 단면이다.

정보통신 산업 주도하는 미국
활용 위주 초·중·고 교육내용 개편 움직임
컴퓨터 교육의 체계나 내용이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의 컴퓨터 교육은 어떤 상황일까?
미국에서는 지난 2003년 11월 ACM이라는 학회가 보고서 하나를 내놓았다. ACM 안의 교과과정을 연구하는 특위에서 나온 'K12 컴퓨터사이언스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모델 보고서'라는 제목의 이 자료는 K12(초·중·등 교육)에서 컴퓨터 과학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구체화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컴퓨터 교육과 관련해 대학이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내용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대학에 가서 무엇을 전공하느냐에 상관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일정 기준을 제시했는데, 그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재 미국의 대학에서 배우는 컴퓨터 교과과정의 각 카테고리 별 주요 내용들을 고등학교에서 다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이원규 교수는 이와 같은 ACM의 보고서 내용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말한다. "컴퓨터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 또한 지금껏 초·중등 과정에서는 활용 교육이 중심을 이뤘는데 이를 반성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이고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대안을 내놓은 첫 번째 움직임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은 3년 전부터 필수과목으로
올해 대학입시에도 컴퓨터 과목 포함
일본의 경우는 중등 과정에서부터 컴퓨터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기술교과서가 크게 일반 기술과 컴퓨터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등 과정에서는 3년 전부터 정보 과목이 필수 과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기술 과목에 조금 포함되어 있을 뿐 나머지는 교장의 선택 재량에 맡기는 우리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올해부터 컴퓨터 과목이 대학 입시에도 포함되는데, 이 같은 정책을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문제점도 없지는 않았다고 한다. 특히 고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는 것인데, 이론과 원리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었다고.
그러자, 일본의 모 컴퓨터 관련 학회에서 기업들이 "기업은 기업이 원하는 인력의 수준을 정해 놓고 사람을 뽑겠다. 대학도 정해진 교육 수준에 뒤처지지 않고 따라와서 좋은 인재가 될 수 있는 수준의 학생을 받으면 될 것 아닌가?"는 요지의 주장을 하면서 반발이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사회에서 필요한 인원을 대학이 길러내야 하고, 그에 필요한 기초를 고등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데 교사들이 반발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인도, 초등 2학년부터 프로그래밍 원리 가르쳐
인도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로고(logo:turtle을 사용하는 graphics나 재귀(再歸) 명령의 사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주로 교육·인공지능 연구용에 쓰임)나 베이직(basic:회화형 프로그래밍 언어)이라는 프로그래밍 원리를 배운다. 학년마다 컴퓨터 교과서의 앞부분에는 '컴퓨터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5학년 때까지 계속 수준을 높여가면서 logo를 가르치고 있다.
응용소프트웨어와 웹은 6학년 교과서에 처음 나오며, 중학교에 들어가면 액셀, 파워포인트 등의 응용SW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C++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도 배우게 된다. 우리와 비교하면 응용이나 인터넷 사용을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흥미 위주의 컴퓨터 사용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인도의 컴퓨터 과학 교육을 연구하고 있는 안미리 교수는 "인도에 직접 가서 보니 컴퓨터 교실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낙후되어 있었다.
하지만 교육 내용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안 교수는 "꼭 인도를 따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IT 인력 가운데 인도 사람이 30%를 차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반면, 우리나라 사람은 굉장히 지적 수준이 높은 것으로 각종 연구에서 증명되고 있지만 IT쪽은 선호도가 매우 낮다. 기초가 약하고,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나라들 응용SW·웹은 중등과정에서
이스라엘은 고등학생들의 교육 내용이 미국의 대학전공자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최근 기존의 초·중·고 컴퓨터 교육 내용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보고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원규 교수는 컴퓨터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이스라엘의 컴퓨터 교육과정을 접하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생존을 위해 초·중·고부터 ACM의 권고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다. 군에도 정보화 부대가 따로 있는데, 이 부대에서 학습하는 내용은 MIT의 전공자 과정보다 높은 수준이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 교수는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실리콘밸리에서 선호하는 나라들은 컴퓨터 교육과정에 우리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여러 나라들이 컴퓨터 교육에서 활용 부분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도의 예에서도 본 것처럼 많은 나라들이 인터넷 활용이나 응용소프트웨어 부분을 초등 고학년 또는 중학교에 가서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원리와 개념을 가르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초등학교 때는 아예 인터넷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모든 학생들을 프로그래머로 만들자는 거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반응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마치 '컴퓨터 교육의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프로그래밍 교육에 중점을 두자'는 도식이 성립되어 있는 듯하다.

학계와 교육부 시각 차이 너무 커
하지만 과학으로서의 컴퓨터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은 활용법에 치우치기 보다는 컴퓨터의 원리나 개념을 먼저 접하게 하고, 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해가는 체계를 익힘으로써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만들자는 얘기다.
또, 초·중·고 컴퓨터 교육에서는 PC나 응용소프트웨어 정도를 배우면 되고, 그 이상의 것은 대학이나 또는 그에 상응하는 전문 교육기관에서 배우면 된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logo의 원리를 배우는 인도나 미 대학의 전공자 과정을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이스라엘의 학생들을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아무리 똑똑한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 전산학을 전공한다 하더라도 초등학교 때부터 디지털의 개념을 배우고, 과학적 사고방식을 몸에 익히는 학생들을 따라가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교육과정은 매우 자신을 가져도 되는 수준이다. IT에 더 큰 관심이 있다면 그것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고교로 가면 된다. 특별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모든 학생을 모르모트로 만들 수는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5/6차 교육과정 때 그런 식의 접근을 했지만 '이건 아니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KAIST 권용래 교수는 "대학의 컴퓨터 관련 전공 학과에서 볼 때 도움이 되는 과목은 수학밖에 없는 수준"이라며, "초·중·고에서 컴퓨터 교육이 허술한 것은 입시에 컴퓨터 과목이 없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컴퓨터 교육 독립교과의 필요성 제기돼
한양대학교 안미리 교수도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BT나 나노 기술을 강조하는데 그것을 대학 들어와서 가르친다는 것이 과연 맞는 얘기냐?"고 말한다. "적어도 여기에 필요한 컴퓨터 과학 교육은 중·고 과정에서 배워야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교육을 시킬 수 있다. 그런데 컴퓨터 과학의 기초가 거의 없는 학생들을 데리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시작하려는 것은 뒷북을 치는 것밖에 안 된다."는 것이 안 교수의 지적이다.
교육과정평가원 강신천 박사는 "중·고등 과정에서 조금 높은 수준의 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학습에서 전이가 일어나는 정도는 아니어서 컴퓨터 교육의 중요성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교육학에서는 '초·중등 교육은 소양 교육이 기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컴퓨터 교육에서 소양 교육이란 과연 무엇일까? 앞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컴퓨터 활용 능력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원리 및 개념, 과학적인 문제해결 능력 등이 함께 다루어져야 제대로 된 컴퓨터 소양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컴퓨터 교육이 독립 교과가 돼야 하고, 교육부가 준비하고 있는 교과과정 개편도 이를 고려해 추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독립된 컴퓨터 교과과정과 관련해 가장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쪽은 한국컴퓨터 교육학회다. 학회 안에서 컴퓨터 교육과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원대 송기상 교수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쪾초등학교 - 4학년까지는 ICT 소양을 위주로 교육, 5~6학년은 개념 교육 실시(꼭 프로그래밍 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논리적으로 컴퓨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함).
쪾중학교 - 실과 수업과 재량 시간을 포함해 최대 103 시간의 교육이 가능. 알고리즘과 같은 좀 더 수준 높은 개념을 가르치고,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는 서버나 네트웍, DB 등 시스템도 꼭 가르칠 필요가 있음.
쪾고등학교 - 고등학교에서는 실제로 프로그래밍을 해볼 수 있도록 지도. 실업계 고교는 좀 더 높은 수준의 프로그래밍 수업도 필요함.
학계에서는 "초·중·고에서 제대로 된 컴퓨터 교육을 하면 대학에서 전공자나 일반 학과 모두 매우 진전된 내용의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송기상 교수는 "컴퓨터 과학 교육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훌륭히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좀 더 나은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그것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 과목 및 생활에서 학습의 전이 일어나야
독립된 교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컴퓨터 교육이 독립된 기본 교과목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무수히 많은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특히 과목이나 실생활에서 학습의 전이가 일어난다는 점, 초·중등 학생이 꼭 배워야 할 기초·기본 소양이라는 점,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교과라는 점이 반드시 증명되어야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가운데서도 다른 과목이나 실생활에서 학습의 전이가 일어나야 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컴퓨터 교육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효과를 확신하고 있다.
교육과정평가원의 강신천 박사는 "국어 과목에서 독해나 문장 구조를 이해하는 공부를 하더라도 그냥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차트를 만들고 매핑을 해서 필요한 답을 얻어내는 과정을 체계화한다면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는 "이것을 수업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컴퓨터가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학적인 체계를 몸으로 익히게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해야 생활에서 어떤 문제에 봉착할 때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문제를 풀고자 하는 습관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컴퓨터 교육에 할당되는 수업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기본 교과목으로 만들자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컴퓨터 과학의 기초, 여러 과목에 흩어져 있어
고교 2~3학년 선택과목에 이산수학이라고 하는 확률이나 통계를 주로 다루는 분야가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수학에서 배울 게 아니라, 전산 과목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컴퓨터의 배열, 통계 같은 기능에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또, 알고리즘 같은 부분도 전산 과목에서 가르쳐야 할 부분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의 강신천 박사는 "이산수학이나 알고리즘처럼 컴퓨터 과학을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되는 부분들은 함께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습자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방식을 키우기 위해서는 관련된 학문들이 한데 묶여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이렇게 돼야 이 학과가 다른 학과 공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강 박사의 주장이다.
그런데 컴퓨터 교육은 정체성이 모호한 상황인데다가, 이처럼 컴퓨터 과학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내용들 중 일부만이 이런 저런 과목에 조금씩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다 보니 아직까지 독립 기본교과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송기상 교원대 교수는 "지금처럼 별 차이도 없는 활용 교육을 반복해서 듣는 것은 시간낭비다. 컴퓨터 교육을 독립된 기본교과로 만들 수 없다면 기존 과정 안에서라도 내용을 혁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컴퓨터 교육과 졸업생 매년 600명
2004년 선발한 정보교사는 고작 41명
컴퓨터 교육학회는 지난 달 28~29일 이틀 간 세미나를 진행한 데 이어, 2월에는 정보처리학회, 멀티미디어학회 등 관련 학회들이 함께 참가하는 포럼도 열 계획이다. 현 컴퓨터 교육의 문제점과 독립 교과과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뿐 아니라, 이를 위해서 다른 교과과정을 어떻게 개편, 조정할 것인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작업이 특정 단체나 몇몇 사람이 나선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우선 다양한 분야에서 같은 주장들이 제기돼야 하겠지만, 교과과정을 개편하는 문제는 한마디로 시스템의 혁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법, 제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하는 작업인 것이다. 또 교육부만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강신천 박사는 "과기부, 정통부 등 컴퓨터 과학과 관련한 다양한 관계기관들이 나름대로 연구를 진행하고, 이런 내용들을 가지고 교육부가 진지하게 고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컴퓨터 교육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교사 선발과 관련해서도 제도적인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학의 컴퓨터 교육과는 일반대학과 교육대학을 통 털어 모두 20개. 매년 600명 정도가 사회로 진출하게 된다. 그런데 지난해 교육부가 선발한 정보교사는 41명으로 단순 수치로만 봐도 경쟁률이 15:1에 달했다.
교사선발, 교육부의 정책적 배려 필요할 듯
한편, 전체 41명 중 서울에서 11명을 선발했는데 문제는 유공자 자녀 15명이 신청했다는 점이다. 0점 몇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가산점을 10점이나 받는 응시생이 선발 인원보다 더 많은 상황이니 정보교사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일부 학생들이 IT업체로 가기는 하지만, 또 다시 적지 않은 수가 임용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에 매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안미리 교수는 "컴퓨터 교육의 근본 체계가 혁신되어 전문 교사의 수요가 일시에 늘어나지 않는 한, 졸업생들은 일선 학교에 궐석이 생기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매년 새로 뽑는 정보교사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교육부에서 정책적으로 많이 배치할 필요가 있고, 그 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규과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있을 것 같다. 일본은 정보기술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만드는 시점과 대학에서 컴퓨터 교육을 배운 졸업생이 배출되는 시점을 일치시켜서 전문 교원의 수급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남들은 이처럼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컴퓨터 교육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컴퓨터 교육 자격증을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보습학원이나 특활시간에 컴퓨터를 가르칠 수 있도록 전문성을 인정해주자는 것. "이렇게 하면 컴퓨터 과학이 전문적인 학문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미래에 교육을 담당할 컴퓨터 교육과 학생들도 이 분야에 좀 더 높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자격증 신설을 주장하는 이유들이다.

미래경쟁력 좌우할 컴퓨터 교육
체질 개선 더 이상 미루지 말자
'우리의 정보통신 분야는 특출한 개인의 능력에만 기대를 걸고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저변이 약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얘기다. 대한민국의 IT분야가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육의 발상과 기본 방향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그 얘기를 제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조사방식이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납득하기 힘든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고려대학교 이원규 교수는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영어가 아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그 문제에 접근하면 풀지 못할 것이 없다는 점을 학습을 통해서 몸에 익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정보화 수준을 조금 높이고 말고가 아니라, 컴퓨터 교육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때다.
과연 인터넷 검색을 잘 하고,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쓸 줄 안다고 과학적 사고가 길러질까? 하루 빨리 컴퓨터 교육의 체질 개선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교육 내용이 지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정보화 노력이 헛것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교과과정이 검토되고 있고, 때마침 컴퓨터 교육의 새로운 대안이 제기된 지금이, 어쩌면 우리의 IT산업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수령인지도 모르겠다.




컴퓨터 교육, PC가 아니라 '컴퓨터 과학' 가르쳐야
한국컴퓨터 교육학회
이원규 회장
(고려대학교 교수)
한국컴퓨터 교육학회를 이끌고 있는 이원규 회장은 "컴퓨터 교육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하드웨어, 즉 PC 교육을 생각하기 쉽지만 '컴퓨터 과학 교육'이 정확한 의미이고, 또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지금의 컴퓨터 교육은 컴퓨터 교육 본래의 범주에서 지극히 일부분만 강조되는, 잘못된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컴퓨터 교육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일까? 이원규 회장의 말에 따르면 미국 또한 활용 위주의 교육내용을 혁신해야 된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3년 11월 ACM이라는 학회에서 를 제출하면서 부터인데, 기존에 대학에서 배우던 컴퓨터 교과과정의 각 카테고리 별 주요 내용들을 고등학교에서 다 배워야 한다는 것이어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이 회장은 "3년 전부터 정보 과목이 필수과목으로 격상된 일본은 올해부터 컴퓨터가 대입시험에 포함되고, 이스라엘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 ACM의 권고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컴퓨터 교육을 초·중·고에서 마스터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교육 내용은 심히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우려를 금치 못한다. 자원 빈국인 우리로서는 과학기술 인력이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과 같은 체계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학생이 대학의 컴퓨터공학과에 들어오더라도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적 사고를 몸에 익힌 외국의 학생들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또 "프로그래머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혁신성'을 꼽는다는 점에서 컴퓨터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막중하다."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혁신성'은 10대 시절에 가장 높이 발현되는데 우리는 이 시기에 제대로 된 컴퓨터 과학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이원규 회장은 "대학에서 저절로 인력이 양성되는 것이 아님에도, 초·중·고에서 충분한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이끌지 못하는 것은 정부나 학계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 "모든 학생들을 프로그래머로 만들자는 것이냐?"고 반박하는 것에 대해 이 회장은 "과학으로서의 컴퓨터를 가르치자는 주장을 프로그래밍 교육만 하자는 얘기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컴퓨터 과학 교육은 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즉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심어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는 점을 학습을 통해서 몸에 익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교육학회는 지난 달 세미나를 열어 컴퓨터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올바른 교육방향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앞으로 관련 학회들이 함께 참여하는 포럼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이원규 회장은 "컴퓨터 교육의 혁신을 제기하는 것은 단순히 교육내용을 바꿔보자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라며, "컴퓨터 교육의 발상과 기본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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