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지원' 부서가 아닌 기업활동의 '주도'와 '감독'부서
품질관리와 장애예방이 카드사 IT의 핵심, '품질관리팀과 시스템통제팀' 신설해 눈길

'허주병' 전무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전산화 용병'이다. 옛 시스템공학연구소(SERI) 출신 4명으로 팀을 구성해 이곳저곳 기업정보화 현장을 누볐던 이들은 "각기 다른 주특기로 전산시스템 구축이라는 교향악을 연주하는 국내 최고의 MIS 실력자들"로 평가받았다. 부엌가구 업체인 한샘의 물류정보시스템, 목재사인 동화기업의 그룹웨어시스템은 이들 전산화 용병 4인이 이룩한 대표적인 산물이다. 이 팀의 팀장으로 줄곧 일해오다 97년부터 7년동안 독자적인 컨설팅 활동을 수행하고, 2004년 3월에 LG카드의 정보시스템 총괄 임원으로 부임한 허주병 전무를 만나 IT에 관한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박시현 기자 pcsw@infotech.co.kr

"기업의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IT라고 하지만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이다. IT 역할 중 지원은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중요한가. 그것은 바로 기업 활동을 주도하는 것이다.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IT는 주도 외에 감독 기능도 갖춰야 한다. 영업은 잘하고 있는지, 자금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를 IT 부문에서 감독해야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납기'가 아닌 '품질관리'
허주병 전무가 정의하는 IT의 역할론이다. 이러한 소신 때문인지 허 전무는 LG카드에 부임하자마자 기존의 개발 절차를 완전히 뜯어 고쳤다. 현업부서에서 전산실에 개발 업무를 요청하면 무조건 이를 받아 수행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현업의 기획단계에서부터 IT 분석요원이나 개발요원이 직접 참여해 요건과 납기를 정하는 체제로 변화한 것이다. 한마디로 IT와 비즈니스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허 전무는 "현업에서 요청이 올라오면 요건과 납기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회사의 개발 행태이다. 그렇지만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 비록 사장의 품의를 받은 사안이라고 해도 무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한다.
왜 그랬을까? 그는 "빨리 개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엄청난 손실을 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품질관리"라고 강조한다. 개발인력들이 납기에 쫓겨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개발한 프로그램의 품질이 형편없으면 별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그의 철학을 반영하듯 LG카드에는 다른 회사에서는 볼 수 없는 2개의 IT 조직이 있다. 품질관리팀과 시스템통제팀이 그것이다. 일반적인 IT 조직형태인 기획, 개발, 운영 부문 외에 이 2개 부문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품질관리팀'과 '시스템통제팀' 신설
품질관리팀은 애플리케이션의 품질 표준을 수립하고 이의 지속적인 점검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2004년에 신설된 이 팀은 올해들어 매달 1번씩 모임을 열어 목표 기준에 미달한 사안을 중심으로 사례발표를 통해 문제를 도출 해결하는 품질수준의 극대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다 LG카드는 개발시 컴포넌트 재사용률을 높이는 활동도 수행하고 있다. 이미 CBD 방식으로 개발된 시스템의 활용율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의 달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허 전무는 "현재 영업시스템과 승인시스템의 컴포넌트 재사용률은 각각 24%, 40% 수준이다. 앞으로 영업시스템은 30%, 승인시스템은 50%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면서 "이 또한 매달 기준을 세워 놓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을 뽑아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스템통제팀은 장애 예방과 범죄예방(금융사고 예방) 등 2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장애를 최소화해 대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자는 게 이 팀의 주요 업무 내용이다. 허 전무는 "장애가 발생하면 혹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렇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소 잃으면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사고는 항상 발생한다. 사후 관리가 중요한 이유이다"라고 시스템통제팀의 신설 배경을 설명한다.
LG카드는 장애 최소화 전략으로 시스템 장애의 가능성이 있는 것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하고 이를 발표하는 자리를 매달 갖고 있다. 예방도구, 예방체계, 예방방안 등을 발표하고 이중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가산점을 부여해 인사고가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품질관리팀과 시스템통제팀은 각각 8명으로 대부분 과장급의 우수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품질관리와 장애예방이 최대 경쟁력
LG카드가 이렇게 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허 전무는 "카드사의 경쟁력을 잴 수 있는 잣대는 IT이다. IT 의존도가 가장 높은 업종이 바로 카드사인 것다. IT 중에서도 핵심은 바로 품질관리와 장애 예방"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그는 사무실안 곳곳에 걸려있는 SSQ라는 표어를 보라고 하면서 LG카드가 얼마나 품질과 장애 문제 해결에 애쓰고 있는지를 알아달라고 주문한다. SSQ는 Safe, Security, Quality의 약자이다.
그런데 LG카드가 이렇게 하는 일을 다른 곳에서는 왜 하지 못할까. 허 전무는 이러한 질문에 전문가 출신의 CIO가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대규모 IT 조직 조차 IT의 속성을 잘 모르고 있다.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품질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개발 일정에만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는다.
허 전무는 이처럼 품질과 보안에 유별난 관심을 쏟고 있는 이유를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언젠가 서울대병원의 오진율이 발표된 적이 있다. 이를 놓고 한국과 일본 의사들의 반응이 달랐다. 한국은 고작 그 정도 밖에 안되느냐며 놀랐으며, 일본은 그렇게나 오진율이 높으냐며 반응이 엇갈렸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장애도 이러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IT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다"

2005년 IT 예산 전년대비 감축 없다
허주병 전무의 설명에 의하면 LG카드는 이미 '클린 컴퍼니'가 됐다. 재무 건전성도 확보했으며 흑자경영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현재의 한시적인 위탁 경영 상태가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며, 새 주인을 맞을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IT 예산도 2004년에는 전년대비 크게 줄었지만 올해에는 작년보다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LG카드의 올해 신규투자 분야는 스마트 카드 시스템, 리스크 예측 시스템 등이다.
"2004년에 투자 예산으로 350억원, 운영예산으로 660억원을 썼다. 올해 IT 예산은 이 보다 많으면 많았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예산은 줄었지만 성능은 오히려 좋아졌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신시스템 가동 계획이 본래 일정대로 끝나 무려 60억원을 절감했다"고 답변한다. 보통 대규모 프로젝트는 지연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LG카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초 계획보다 2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원래대로 완료됐으며, 안정화도 2개월만에 마무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LG카드는 승인시스템은 탠덤, 내부관리시스템은 IBM 메인프레임, e비즈니스는 유닉스 서버로 처리하고 있다. 유닉스는 130여대, NT는 70여대 등에 이른다. IBM 메인프레임의 처리 성능은 1만밉스 수준이다.

차세대 시스템 가동으로 경쟁력 향상
허주병 전무는 LG카드의 경영악화로 인한 채권단 위탁경영이라는 상황에서도 차세대 정보시스템을 강력한 추진력으로 완성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IT를 활용한 영업 활성화 지원 및 상품별 손익 분석과 강약점 분석으로 흑자 경영으로 전환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에다 정보기술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춘 IT 경영혁신 리더로서 IT 투자비용 효과 분석 체계를 적용해 비용절감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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