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정보화의 핵심은 실물과 돈의 흐름을 일치시키는 것"
올해 플래닝 중심의 PMS 2단계 구축 및 안정화, 하반기 3단계 고도화 추진

삼성테스코는 1999년 영국의 테스코와 삼성물산이 합작해 국내에 설립되어 현재 31개 홈플러스 점포와 5개 수퍼 스토어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할인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경기 불황으로 업계 전반이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연초 목표를 달성해 4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전년에 비해 수익도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같은 결과는 여러 경영 요소의 결합으로 탄생한 것이긴 하지만,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정보시스템과 이를 책임지는 이강태 전무를 비롯한 정보서비스 부문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테스코의 정보서비스 부문은 국내 유통업계 최초, 전세계 테스코 최초로 상품관리시스템(PMS)을 전문 ERP 패키지를 활용해 구축함으로써 정보화 분야에 있어 국내 유통업계뿐 아니라 글로벌 테스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유통·서비스 부문의 '2004년 올해의 CIO상'을 수상한 이강태 전무를 만나 그동안의 IT 추진 내용과 향후 계획, CIO로서의 철학을 들어봤다.
이유지 기자 yjlee@infotech.co.kr

이강태 전무가 삼성테스코에서 추진한 사업들은 바로 삼성테스코의 IT역사를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통정보화의 핵심은 실물과 돈의 흐름을 시차없이 일치시키는 것이며,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샀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 바로 유통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일"이라는 이강태 전무는 이같은 철학을 삼성테스코 IT시스템에 반영해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초 유통 ERP 구축
삼성테스코는 2002년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유통전문 ERP를 도입해 지난해 초 1단계 구축을 완료하고 운영하고 있다.
설립 초기 구축된 상품관리시스템(PMS)이 한국의 급격한 매장 증가와 업태 확장을 지원하지 못하면서 신 시스템 구축을 필요로 했던 것. 당시 테스코 본사 또한 해외사업을 확장하면서 전세계 법인의 IT의 인프라 재구축 필요를 느꼈고 이강태 전무가 주축이 되어 테스코 본사를 설득해 전세계로 확장될 ERP 구축을 한국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총 400억원 규모로 추진된 상품관리 시스템은 200억원을 본사에서 지원받아 구축했으며, 지난해 2월 오픈해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테스코의 핵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상품관리시스템(PMS) 시스템을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상품관리시스템은 상품 흐름을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상품 등록에서 발주, 창고 입고, 점포 진열에서 가격을 붙여 판매해 반품까지 점포의 모든 프로세스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상품과 협력업체, 상품분류체계, 조직분류, 원매가 등 마스터와 발주매입 관리, 재고매출관리, 발주량 산정 및 자동발주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통 분야의 IT시스템은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샀느냐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성공적으로 구축되었다고 평가하시는지요, 또 구축으로 나타난 가장 큰 효과는 무엇입니까.
=사실 지난해 2월 오픈 전날까지도 노심초사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정식으로 개통해보니 신기할 정도로 수월하게 돌아가서 놀라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상품별, 점포별 특성에 맞는 발주 방식을 사용하며, 원매가와 협력업체를 관리한다. 또한 상품주기 데이터 분석으로 적정 재고가 없으면 자동 발주되는 시스템을 실현하고 있다. 마진율을 높이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실시하도록 하며, 생산성이 향상되어 지난해에만 110억원의 이익을 창출했다.

-유통 전문 ERP 구축 첫 사례인데다, 전세계 테스코에 확장 적용되는 프로젝트라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PMS 설치를 1년 반 동안 진행했는데, 당초 예상했던 시간이 1년 이내였다. 글로벌 스탠다드 프로세스를 집어넣느라 오래 걸렸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영국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와 각 나라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것이었다.
각 나라마다 자신의 방식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스탠다드를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매장 점포 확보 경쟁이나 전단 홍보를 벌이는 한국의 치열한 경쟁 환경은 다른 나라들과도 차이가 있다.
이러한 고민 때문에 본사 회장에게 의견을 구하니, "싸고 좋은 상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유통업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근본 원칙에서 고객을 위주로 한 프로세스를 찾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를 기반으로 구축하는데 공동으로 작업을 수행한 본사 인원들이 빠르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한국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PMS 안정화 작업에 주력했을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핵심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있었습니까.
=지난해 G-DW(글로벌 Datawarehouse)와 그룹 MIS(Mana- gement Infomation System) 1, 2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판매, 재고, 폐기, 마진 등의 유통 사이클에서 다양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운영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그룹 공통의 리포트 시스템으로 투명한 정보와 상품별, 지역별, 기간별 리포트를 계층별로 제공하며, ERP와 연계해 업무 수작업을 제거할 수 있는 업무지원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2단계 프로젝트에서는 마진이 제일 좋은 상품, 손해 본 상품 등 더욱 세밀한 분석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이 만들고 세계가 쓴다"
PMS와 MIS 등 최근 삼성테스코가 구축한 핵심 정보시스템은 현재 터키, 일본 등 해외 다른 법인에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 시스템은 전세계 11개국 2천여 매장에 적용될 예정인데, 한국의 삼성테스코는 개발자이고 테스트베드이자 산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무는 최일선에서 IT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한다. 문화와 환경이 크게 달라 영국 본사와 모든 일을 함께 처리하기 위해서는 CIO가 설득하고 주장해야하는 일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 특히, 국내 환경은 '빠르고 신속한' 도입과 일처리에 익숙하고 그들은 IT시스템을 도입하고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시간보다는 품질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해를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전무는 "'Fast Going'.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면에서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국내처럼 치열한 환경에서는 빠르게 일을 진행하고 계속 변화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물류비용을 줄여야하는 유통정보시스템은 스피드가 관건이다."고 강조한다.
현재 삼성테스코의 정보서비스 부문 인력 11명이 영국, 인도, 터키에 파견 근무를 하고 있고, 이 중 6명이 장기 주재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테스코가 중국과 일본 등에 진출하면서 해외 프로젝트의 지원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할 뿐 아니라 해외에 시스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이 일을 빠르게 처리할 뿐 아니라 '품질'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용하는 IT비용 면에서도 놀라운 수치가 나온다. 11개 국가의 테스코의 IT비용을 분석하면, 삼성테스코가 전세계 IT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있고 한국의 인건비가 영국 다음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한국은 다른 국가의 1/2에도 못미친다. 심한 경우, 한국이 30% 정도밖에 안되는 경우도 있다.

PMS 2단계 추진 중, 향후 사업 성장과 직결
삼성테스코는 현재 PMS 2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단계가 자동발주 등 운영을 위한 시스템이었다면 2단계에서는 플래닝(Planning)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오는 5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하반기에 3단계 프로젝트를 준비할 예정이다. 1, 2단계의 작업은 경영과 업무에 직결된 프로젝트였지만 3단계는 IT 기술 향상을 위한 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이 될 전망이다.
이 전무는 "3단계 프로젝트의 전제는 2단계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다. 무리가 없다면 하반기 초에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포탈로 묶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신선물류시스템, 점포 장비 교체,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등 150여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예정하고 있다.

-올해 추진하는 PMS 2단계 사업을 말씀해주십시오.
=2단계에는 머천다이즈 플래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1단계에서 구축한 상품관리시스템은 수요를 예측해 상품을 자동 발주해 재고를 관리하는데, 다양하게 실시하는 프로모션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일반적인 판매에 따른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상품을 발주하기 때문에 각종 프로모션이 실시되면 수요나 재고 관리에 혼선을 빚을 수 있다.
특히, 수요 및 재고관리가 어렵고 복잡한 의류 분야에서는 페브릭, 색상, 사이즈, 유행 등에 맞춰 수요와 재고 관리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최근 할인점들이 의류 매장을 확대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겠습니다. 또 가장 큰 성과로 예상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백화점과는 달리 할인점들은 재고를 직접 책임지고 있다. 따라서 의류 분야를 확대하기 전에 이 부분을 조심해야 하며, 반드시 판매, 재고, 폐기, 마진의 네가지 요소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는 상태에서 확대해야 한다.
시스템을 적용해보니 관리 대상 상품 수가 3만 5천개에서 3배에 달하는 10만 5천개로 늘어났다. 페브릭의 경우 30만개에 달하는데 현재 20만개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많은 고객들이 '할인점에는 상품은 이것저것 많은데 살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상품 수가 많은 것이 좋은 게 아니라 고객이 찾는 상품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유통에서는 더 중요하다. 그러한 면에서 향후 상품 범위를 보다 단순화할 생각이다.
그것이 제대로 달성이 되면 매장 직원은 일이 더욱 쉬워질 것이고, 그렇다보면 자연히 고객 서비스가 증대될 것이다. 이는 결국 매출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심플 레인지(Simple Range)는 그만큼 유통 부문에서 중요한 역량이다.

CIO는 경영자와의 신뢰 관계가 가장 중요
이강태 전무는 "CIO는 주어진 환경에서 비즈니스 목표를 최대한 수행할 수 있도록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 그 역할을 잘하기 위한 비결로는 "목표를 효율적이고 분명하고 작게 잡는 것"이라고 제시한다.
그렇다면 이 전무가 생각하는 IT시스템의 역할은 무엇일까. "Do more will less, 즉 적은 것을 가지고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핵심 엔진"이란다. 이 전무는 "이를 내부적으로는 생산성이라고 부르고 밖에서는 경쟁력이라고 지칭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저가의 수많은 작은 아이템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유통산업은 저가격, 저마진을 회전해 고마진과 고수익을 올려야하는 곳이다. 때문에 시스템이 복잡하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적은 경비로 꾸려가는 것이 익숙하다."
따라서 이 전무는 IT예산이 줄어들더라도 그 자체로 고민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프로젝트 리스트를 재빠르게 수정해 재계획을 수립한다. "CIO가 비즈니스의 관점이 없이 IT만을 보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단호히 말하는 이 전무는 CIO는 CEO와의 신뢰관계가 얼마나 잘 되어있느냐에 역할이 좌우된다는 평소 지론을 밝혔다. "작은 것부터 해나가면서 그 신뢰를 차근히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계가 밑바탕이 될 때 바로 경쟁력을 갖추는 핵심 엔진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것이고, 반대로 이를 구축하기 위해 소신있게 CEO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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