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주도형 경제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열자"
과학기술과 관련된 산업·인력·지역혁신 정책 등 미시경제 전반 총괄
출연 연구기관 연구환경 개선, 벤처 지원·이공계 우대정책 등 마련 중

지난 한 해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IT 경기 또한 최악의 시기를 거쳐 왔다. 여기저기서 우리 IT산업의 자생력 미비, 원천기술 부족 등을 원인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수준의 경제 규모로는 자생력을 갖추기도, IT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한 단계 도약하지 않고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참여정부가 과학기술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킨 것은 단기적인 해법에 급급하기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월드는 2005년 신년호를 맞아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에 임명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오 명 과학기술 부총리를 만나 우리 IT산업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그 해결책은 어떤 것인지 들어보았다.
김재철 기자 mykoreaone@infotech.co.kr

오명부총리는 대통령 경제과학비서관과 체신부차관을 거쳐 체신부장관, 교통부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과학기술부장관 등을 두루 거친 오 명 부총리는 '1948년 정부 수립 후 현재까지 한국을 이끈 관료 중 베스트 10',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의 장관 중 '성공장관 4인'에 꼽힐 정도로 성공적인 공직생활을 해오고 있다.
체신부 장·차관 재임 시 세계 10번째 전전자교환기(TDX) 개발 및 미국, 일본에 이은 4메가 DRAM의 성공적인 개발을 주도한 바 있으며, 교통부 및 건설교통부 장관 시절에는 인천국제공항, 고속전철 건설을 추진하는 등 동북아 물류중심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도 한몫을 했다. 동아일보 사장, 아주대학교 총장 등으로 활동해 '전천후 CEO'라는 유명한 별명도 얻었다.
윗사람보다는 아랫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되고, 아랫사람에게 베풀면 꾸짖지 않아도 따라오게 된다는 직원관리 철학을 지녀, 부하직원과 대등한 위치에서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즐기고, 유난히 아랫사람의 편의를 살피는 장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우선 초대 과학기술 부총리에 임명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과학기술부 장관이 부총리로 승격한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면서 노동과 자본에 의한 성장 전략은 한계에 도달했고, 이제는 과학기술이 경제 성장의 핵심요소가 되었습니다. 과학기술의 성장 기여도는 70~80년대 10%대에서 90년대 후반부터는 50% 이상으로 급격히 높아진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가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 주도형 경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참여정부는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핵심에 두고,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과 과학기술중심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지난 10월 과학기술부를 부총리 부처로 승격시키고, 과학기술혁신본부도 함께 출범시켰습니다.

그렇다면 과학기술부는 앞으로 어떤 활동에 역점을 두게 되는 것입니까?
새로운 과학기술부의 궁극적 목표를 쉽게 말씀드리자면 한정된 국가 R&D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 성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국부를 창출하고,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학기술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현재의 반도체, TFT-LCD처럼 앞으로 우리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본격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지능형 로봇 등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을 효율적이고 성과 있게 추진해야 하겠습니다. 또, 도시형자기부상열차, 해수담수화용원자로(SMART) 등과 같이 빠른 시일 안에 상용화를 할 수 있는 대형 국책연구개발사업을 발굴해 기술개발 단계부터 상용화, 수출산업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이끌 성장동력이 강조되면서 기초과학 분야가 소외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제가 계속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강조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초과학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점은, 우리의 성장 잠재력은 기초과학에 기반을 둔 '기초체력'에 좌우된다는 사실입니다. 탄탄한 기본 체력이 마라토너로 하여금 42.195Km를 꾸준히 달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우리 기초과학의 건전성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과학기술부에서는 기초연구투자에 투입되는 예산을 지난해 정부연구비의 20.4% 수준에서 오는 2007년에는 25%까지 늘리는 등 다각적인 지원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기초과학 수준을 달성하고, 우주·생명공학·나노기술 등 첨단기술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과학기술 관련 산업·인력·지역혁신 정책 등
미시경제 전반을 총괄, R&D 예산 배분도 맡아

과학기술부의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전에도 과학기술부는 과학기술진흥정책의 주무 부처이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간사 부처라는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정부 차원에서의 과학기술 정책의 기획과 조정을 했다기 보다는 타 부처와 동등한 위치에서 소관 연구개발사업을 집행하는 것에 치중한 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개편된 과학기술부는 앞으로 과학기술혁신본부 출범과 함께 그 동안 부처 별로 수행해 온 과학기술 정책은 물론, 과학기술과 관련된 산업·인력·지역혁신 정책 등 미시경제 전반을 총괄·조정하고, R&D 예산을 배분하는 새로운 기능까지 부여받았습니다.
따라서, 그 동안은 각 부처가 부처 별로 전략과 목표에 따라 R&D 예산을 확보·집행했지만 앞으로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통해 국가 R&D 발전 전략을 세우고,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조정 및 평가를 수행하게 됩니다. 또, 평가 결과의 Feed-back을 통해 과학기술 예산을 효율적 배분하고, 부처 간 중복 투자를 방지하는 것도 과학기술부의 새로운 역할입니다.

정보통신부나 산업자원부 등 타 부처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과학기술 혁신 정책과 관련해 관계 부처 간에 협의하고, 조율할 일이 많을 것으로 봅니다. 말씀하신 관계 부처 간 업무 조정은 최종적으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과학기술부는 혁신본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들의 의견을 종합해 국가전략목표를 설정하고, 각 부처가 추진하는 시책이 이 목표에 부합하도록 유도하면서 부처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할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국가발전'이라는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협조하고 화합하는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다른 부총리 부처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리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렇습니다.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등 다른 부총리 부처와의 관계 설정은 특히 더 중요한 부분입니다. 재정경제부의 거시경제정책의 틀 속에서 과학기술부는 미시경제 정책을 총괄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내야 하겠습니다. 교육 부문 또한 교육부총리는 전반적인 인적자원 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과학기술부는 수요자 측면에서 과학기술 인력 양성 계획을 수립·집행하는 등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자율성 강화, 연구환경도 적극 개선할 것
과학기술부가 나라의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부처로 격상되면서 한때 정부출연 연구기관 통폐합에 대한 얘기가 떠돌기도 했습니다.
최고 38년의 역사(KIST)를 가진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70~80년대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우수한 연구 및 기술 인력을 양성·배출해내고, 산업 기술의 고도화를 이끄는 등 많은 기여를 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대해서는 전문 분야 별로, 핵심기술 개발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안정적 연구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자 합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자율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2003년 12월 13일부터 자체적으로 T/F 팀을 구성·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연구기관의 제반 문제점을 도출해 건의하면 정책에 적극 반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스타 과학자를 키워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출연연구기관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스타과학자를 만들어야 하고, 이들에게는 사회·경제적으로 파격적인 대우를 해줄 생각을 해야 합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낸 이들이 퇴직 후에도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과학기술공로연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연구기관 총 예산 가운데 기본 연구사업비의 비중을 현재 33%에서 2008년까지 50%로 높이는 등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 비중을 높이고, 기관장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연구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를 활성화하는 한편, 자유로운 연구분위기를 만들어 연구원이 긍지와 보람을 가지고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장기 불황 타개 위해선 '제2의 벤처붐' 필요
국민의 정부 시절 세상의 이목이 집중됐던 벤처들이 최근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경기 침체를 타개하고 침체된 사회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제2의 벤처붐 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벤처붐 조성을 통한 IT산업의 발전이 IMF 외환위기를 돌파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처럼 현재의 경기 부진을 타개하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려면 그 희망을 결국 벤처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벤처 업계는 지난 2000년 이후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는데다가, 계속된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적지 않은 수가 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심각한 시련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벤처 기업가가 성공하여 회사 규모가 커지면 오너로 변신하고, 다른 벤처에도 투자하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 또한 조세·금융 등 간접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자금지원을 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 역할까지 하려 함으로써 문제의 한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대책을 세우고 계시는 부분이 있다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신규 산업을 창출하고 제조업 공동화 현상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는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함께, 벤처 캐피털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신뢰성 있는 기술가치 평가체제를 정착시키겠습니다.
또한, 건전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서 과거의 무분별한 직접 지원 정책을 지양하고,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도록 벤처캐피탈을 육성하는데도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벤처 캐피털이 양질의 자본을 지원하고, 투자 손실도 투자자가 함께 책임을 지는 미국식 벤처 캐피털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하는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어떻게 추진할 계획이신지요?
지난해 9월 차세대 성장동력 총괄실무위원회에서 관계부처의 협의를 거쳐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종합실천계획'을 확정했으며, 사업단 간의 정보교류 및 연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업단장 협의회 및 포럼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효율적인 민·관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정부는 초기시장 창출과 R&D 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규제완화, 인력양성 등 간접지원에 힘을 쏟고, 민간은 차세대성장동력 사업에 집중투자해 핵심기술의 실용화와 초기시장 선점에 주력하게 될 것입니다. .
아울러, 주관 부처 책임 아래 사업을 추진하고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총괄적인 기획·조정·평가 등을 담당할 계획입니다. 주관 부처 별 사업단장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사업단장 주도 아래 사업을 추진토록 하고, 10개 사업단 별 전문평가와 종합비교평가를 실시해 평가 결과를 차년도 연구비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등 평가와 보상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도 꾸준히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이공계 출신 인정받을 수 있는 다양한 장치 마련중
정책이나 제도적 뒷받침 이전에 '사람'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과학기술 인력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 이공계 문제의 본질은 전체적으로 공급은 넘치는데 우수한 학생이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고, 또 배출된 인력이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학졸업생 중 이공계 학생의 비율이 41.5%로 대한민국은 OECD 나라 가운데 1위입니다. OECD 평균이 25.8%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가 이공계 교육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2002년 12월의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졸 신입사원이 대학에서 습득한 지식·기술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수한 학생을 이공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정부는 이공계 출신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대학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고급 인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우수한 이공계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의 근무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였으며, '대통령과학장학생' 등 이공계 우수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산업계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이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연구중심대학원과 기술경영대학원을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정부는 연구원들의 안정된 노후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 공제사업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우수한 과학자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확대(기술료 수입의 35% → 50%), 연구비의 파격 지원 및 '과학기술 공로연금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초대 과학기술 부총리로 임명된 것을 커다란 영예인 동시에 역사적 소명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7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과학기술 부총리 임명을 받은 다음날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 명 부총리가 처음 내뱉은 말이다.
오 명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1만 달러에서 10년 동안이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노동과 자본을 투입해 양적 성장을 추구하던 체제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국가시스템을 혁신해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을 찾아야 하는 전환적 시기"이며, "기술혁신 주도형 경제로 전환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한 초석을 놓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정부수립 후 현재까지 한국을 이끈 관료 중 '베스트 10'에 선정되고,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의 장관 중 '성공장관 4인'에 선정되기도 한 오 명 부총리. 아무도 걸어보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있는 그가, 우리 경제 도약의 디딤돌 역할을 할 '국가 과학기술의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것인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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