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빈 중앙대 교수 전국대학정보화협의회 회장

전국대학정보화협의회 13대 회장으로 선출된 권영빈(52세) 중앙대학교 전산정보처장. 그는 이 협의회 외에도 한국정보과학회, 한국통신학회, 한국정보처리학회 등의 국내 각종 협회 및 학회를 비롯해 글로벌 기구인 자동인식위원회(ISO/IEC JTC1/SC31)의 한국위원회 위원장, 생체인식(SC37) 분과위원회 WG 의장 등도 각각 맡고 있다. 권 교수의 이 같은 여러 가지 활동은 아무나 쉽게 맡아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로서는 더욱 그렇다.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그만큼 많지만 권 교수 역시 마다하지 않는다. "아주 작지만 알고 있는 지식을 학교나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그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고 권 교수는 밝힌다. 그렇다. 권 교수는 일신의 영달보다 다른 그 어떤 것을 위해 일하는데 보람을 갖고 사는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그는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고, 어떤 일이든 합리적으로 처리하지만 안 되는 일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고집도 있다. 권 교수가 90% 이상의 절대 지지를 얻어 전국대학정보화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전국 대학 전산처(팀, 실 등)장들의 모임이자 25년의 역사를 가진 전국대학정보화협의회를 어떻게 성장 발전시켜 나갈지 직접 만나본다.
김용석 편집주간 yskim@rfidjournalkorea.com

상호 발전에 적극 나설 것
-전국대학정보화협의회(이하 대정회) 13대 회장이 된 소감은.
사단법인 25주년의 역사와 전통, 특히 선대 회장님들이 이뤄 놓은 것을 잘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대학 전산처장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새로운 일을 펼치거나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해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참여 교수나 학교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떤 모임이 잘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가능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들 간의 친목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회원들 간의 친목을 다지고, 회원들이 대정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행사를 많이 가질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여름과 겨울 방학 때를 이용해 서울과 각 지방 지부들 간의 외부 모임을 가능하면 자주 가질 예정입니다.

-대정회는 25년의 역사를 가졌다고는 하지만 대외적으로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요.
대학교의 정보화를 책임 맡고 있는 실무 책임자들의 모임입니다. 즉 그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공유하며, 향후 나아갈 발전 방향까지도 논의하는 모임입니다. 현재 교육자치부 산하 사단법인이며, 전국 4년제 대학교 161개교와 2년제 대학 81개교 등 총 242개 대학이 회원으로 구성됐습니다.
대학 전산처장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학사 및 IT 정보에 대한 교류가 빠르고, 어느 대학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 것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회원들이 각자 어떤 방향으로 정보화를 추진하는 게 좋을 것인지 나아갈 방향까지도 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회원교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각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단체로 할인 구매해 예산 절감은 물론 불법 소프트웨어 유통도 막을 수 있도록 합니다.
대정회는 또 전산정보처 직원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별도 만들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U-캠퍼스' 구축이 나아갈 방향
-대학교는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인재들을 양성하는 곳입니다. 그만큼 중요성이 큽니다. 특히 이들이 IT 기술이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대학교의 정보화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고,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학교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납니다만 그렇게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대학은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입니다. 대다수 대학들의 정보화를 위한 예산은 보통 전체의 1~5% 안팎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예산으로 학교 내에서 처리하는 각종 업무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학들은 예산을 학생들에게 쓰는 비용을 최우선적으로 배정합니다. 전산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기가 없으면 사람이 살지 못하는 것처럼 대학에서 IT 시스템이 없으면 학사 업무가 마비됩니다. 학생들의 성적처리나 신입생들의 성적처리 시 만약 전산이 다운된다면 그때서야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예산 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총장님이나 경영진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전산처장인 저의 가장 큰 임무이자 역할이라고 봅니다. 다른 대학들도 형편은 거의 비슷할 것입니다. 대학들이 정보화를 추구해야할 방향은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이라고 봅니다. 즉 한 번에 모든 업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시스템 구축입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나 직원들이 언제든 액세스(Access)-유선, 무선-할 수 있는 'U-캠퍼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대다수 대학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바로 U-캠퍼스 구축입니다.

모임 횟수 더 늘린다
-모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성화 되어야만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대정회는 정기모임으로 학술대회를 1년에 두 번(봄, 가을)을 개최하고, 이사회(29명)는 1년에 6번 모임을 갖습니다. 그리고 여름과 겨울방학에 각 지부별로 별도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좀 더 강화할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처장단 모임을 단순히 만남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대학들이 정보화에 좀 더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대학이 불법 소프트웨어 유통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와 사전 협의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단체로 할인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불법 소프트웨어 추방운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SPC와는 이미 장학사업도 벌이기로 합의했습니다. 예를 들어 불법 소프트웨어 추방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소프트웨어 저작권 경진대회'를 벌였습니다. 경진대회는 지난 5월 개최한 춘계 학술대회에서 SPC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고, 지난 11월 17일 개최한 총회 및 추계 학술대회에서 시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올해 금(400만원), 은(300만원), 동(200만원) 수상은 인하대학교 대학원, 교원대학교 대학원, 한라대학교 대학원생들이 각각 받았습니다.
올해는 처음 실시해 금/은/동 수상자 밖에 없지만 내년에는 수상자를 20여명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정보화 예산 확보가 가장 큰 난제
-대학의 정보화를 책임 맡고 있는 전산실(또는 전산센터)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요.
대학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행정이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진들은 전산실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다소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정보화에 필요한 예산이나 인력 등에 대한 지원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대학의 각종 정보를 100% 확보하고 있는 게 전산실인데, 투자는 10%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100이라는 데이터를 관리하려면 적어도 20% 정도는 투자해야만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대다수 대학들은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무는 매년 증가하는데 비해 인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사실 전산실 직원들은 40대가 되면 프로그램 짜기가 쉽지 않습니다. 즉 직책이 올라가면 행정을 해야만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다른 부서의 업무도 맡도록 순환보직제를 도입해야만 한다고 봅니다.
물론 전산직에 있는 분들이 행정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서로 조화를 이뤄 해결해 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맡고 있는 전산처장직은 어느 누구도 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실질적으로 경영이나 산업공학, 농대 교수들이 맡고 있는 대학들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전산처장을 맡는다고 했을 때 컴퓨터와 관련 전문 지식이 있어 전산업무와 관련 어떤 일을 결정하는데 조금 더 나은 결과를 가 낳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입니다.
저는 컴퓨터공학이 전공이기 때문에 행정 업무에 대해 잘 모릅니다. 해서 '찾아 가는 행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원들이나 학생들의 불편 사항을 먼저 찾아 서비스를 제공,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여 주는 것입니다.
중앙대학교의 경우 웹 메일 용량을 교직원들에게는 1인당 100Mb에서 1Gb로, 학생들에게는 10Mb에서 100Mb로 각각 증설시켜 줬습니다. 사실 이 같은 것은 눈에 잘 띄지는 않겠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사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정회 회장 뿐 아니라 각종 국내외 협회 및 모임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 각 모임 활동을 어떻게 소화시켜 나가고 있는지요.
전산처장직을 맡은 직후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시간은 학기당 주 9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었습니다. 때문에 학생들 가르치는 데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종 협회나 모임에는 나머지 시간을 쪼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가능하면 어느 것이든 하고 싶습니다. 짧은 지식이지만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을 통해 학교나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게 무엇보다도 즐겁다고 판단합니다.

한편, 권 교수는 실질적으로 인터뷰 내내 그 어느 것 하나 본인이 맡은 업무에 대해 불편해 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았다. 다소 불만이 있어 보이는 업무에 대해서도 꾸밈없이 솔직 담백하게 답변했다. 특히 권 교수는 본인이 맡은 업무에 있어 열정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정회가 절대적인 지지로 그를 회장으로 추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음을 엿 볼 수 있었다. 권 교수는 이달로 중앙대학교 교수를 역임한지 만 20년 10개월 됐다. 전산처장은 지난해 2월 맡아 2년여 째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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