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4~5%로 저성장 시대 돌입,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

LG경제연구원 이윤호 원장이 최근 다산 & 영림원 CEO 포럼에서 '미래 대한민국 트렌드와 기업 경영'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원장은 이번 강연에서 앞으로 10년 후 대한민국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저성장시대 돌입, 고령화, 글로벌라이제이션 등 10개의 트렌드를 들어 전망했다. 이윤호 원장의 발표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1996년에 대한민국이 10년 후 어떻게 변할 것인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앞으로 10년도 전망하기가 쉽지 않은데 지난 10년에 비해 훨씬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변화의 단초가 되는 10개 트렌드가 있다.

"필리핀처럼 될 수 있다"
첫째, 저성장 시대의 도래이다.
앞으로 7~8%의 성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잠재성장률의 구성요소인 노동, 자본 투입이 감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은 4~5%에 그칠 것이다. 향후 대한민국의 성장은 생산성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1년 동안 '반짝' 고성장할 수도 있지만 그 후유증은 심각할 것이다. 2006년 성장률은 4.9~5.0%, 2007년에는 4.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IMF 이후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은 하향곡선을 그어왔다. 문제는 반전시킬 모멘텀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다가는 필리핀처럼 될 수도 있다. 그래서 2007년은 매우 중요한 한해이다.
둘째, 서비스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다.
이같은 저성장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활로는 서비스업에 달려 있다. GDP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그 비중이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서비스 산업이 GDP의 70%대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57.2%에 머물러 있다. 이는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이나 숙박업 등 전통적인 서비스업의 증가만으로는 활로를 열 수 없다. 유통·물류, 금융·보험, 법무, 회계, 컨설팅, 엔지니어링, 광고, 디자인 등 지식기반 서비스, 의료, 관광·여행, 교육, 그리고 베이비시터, 벌초대행, 이혼대행, 명상원, 선·요가, 전원생활 등 시간 관련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의 서비스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이러한 고급 서비스를 크게 발전시키지 않으면 활로를 찾기 힘들어진다.

2050년 거리에는 노인들로만 가득
셋째, 고령화 등 인구구성의 변화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가족 구성은 큰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사회, 경제 등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최근 2~3년 전부터 이러한 현상이 부각되면서 여러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늦은 감이 있다. 이미 25년 전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다. 1983년에 출산율은 2.1명에 불과했는데 산아제한 정책을 펴온 것이 단적인 예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출산율이 1.0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이런 추세라면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2000년 7%에서 2018년 15%, 2026년 20%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50년에는 14세 이하 100명당 65세 이상의 인구는 416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2050년 거리에는 노인들만 버글거릴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앞으로는 노동 인력이 부족해지고, 저축·소비·투자가 줄고, 복지수요는 급증하며, 특히 부모 봉양을 둘러싸고 세대간의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50대 이상의 인구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막강한 파워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인구 비중은 2000년 20.4%에서 2020년 39.5%, 2040년 54%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50세 이상의 전세계 인구 비중이 2020년 24.4%, 2040년 30.9%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50대 이상의 인구 비중이 앞으로 얼마나 높아질 것인지를 엿볼 수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전망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모든 연령에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디자인과 광고전략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 서비스 또는 상품 개발 등이 그것이다.

중국ㆍ인도, 2015년 전세계 중산층 인구 55% 차지
넷째, 글로벌라이제이션이다.
개인적으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사람, 기업, 돈 등이 모두 빠져 나가기만 하는 현상, '아웃 오브 코리아(Out of Korea)' 신드롬은 이를 입증한다. 이를테면 2000년에서 2005년까지 소비증가율이 국내의 경우 평균 2.6%였지만 해외에서는 18.6%를 기록했다. 2005년 해외유학 연수비로 34억달러, 해외 여행비로 119억달러(1,007만명)를 소비했으며, 해외의료비로 2003년에 이미 1조원 정도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대 기로에 서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경제의 자유화·개방화·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관건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확보이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FTA는 소중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법률, 의료, 교육 등 서비스를 현재의 독과점 체제에서 경쟁 체제로 바꿀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아시아의 위상 강화와 중국·인도의 부상이다.
앞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부상할 지역은 바로 아시아다. 특히 중국은 8년마다 경제 규모가 두배로 커지고 있으며, 인도는 연평균 7~8%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2015년, 전세계 중산층 인구 14억 6,600만명 가운데 중국이 5.44억명, 인도가 2.68억명으로 이 양국의 비중이 55.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국은 세계적인 생산 거점에서 소비 대국으로 바뀌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안화 절상을 비롯해 점차 엄격해지고 있는 노동·세제 등의 정책 등으로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경쟁력은 점차 약화되고, 신소비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이미 중국 청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20%는 보따리를 싸야할 지경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앞으로 장기적인 안목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섯째, 디지털의 확산 바람이다.
폭발적으로 진행되는 디지털화는 우리 사회의 세대별 특성, 언어 문화, 관계 맺기, 생활 습관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이버공간의 인형인 '아바타'의 시장 규모가 2001년 240억원에서 2005년 1,500억원 규모로 대폭 늘어나거나 '바람의 나라'라는 게임의 사용자수가 약 200만명이며, 최고 동시접속자가 13만명에 이르렀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디지털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등 부정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이의 극복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은 부의 편중을 야기하고, 세대간 단절을 심화시키고, 시너지 창출을 막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상 전환할 만한 창의력 키워야
일곱째, 맞춤형 소비 및 생산 시대로의 진입이다.
삶에서 소비의 가치가 갈수록 커지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소비 성향은 다양해지고, 자기중심적인 맞춤형으로 변하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소득 향상, 개인주의적 생활양식의 심화, 디지털 임펙트, 세계화 등으로 인해 소비의 개성화, 다양화, 고급화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서 기업들은 모듈화된 상품 디자인 방식으로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생산하는 형태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이런 환경을 갖추려면 오픈 마인드, 스피드, 신축성이 필수적이며, 조직의 소규모화도 꾀해야 한다.
앞으로 윈도우, 자동차, 핸드폰 등 과기능 현상에 소비자들의 저항과 반란이 예상되는 것도 이러한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요즘 40~50만원을 호가하는 핸드폰에는 잘 쓰지 않는 기능들이 가득 담겨있는데 핵심 기능만 있는 저가의 핸드폰은 왜 나오지 않는걸까?
여덟째, 감성 우위, 문화 중시 시대의 본격화이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신세대가 사회 주류로 진입하면서 감성이 사회 변화 및 기업 경영의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똑같은 품질이라면 감성적인 요인을 지닌 제품을 더욱 선호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감성경영'이라는 새로운 용어 마저 등장하고 있다. 감성경영의 핵심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감성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근로자, 공급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관계를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엮어내는 것이다. 최고의 감성은 유머이다. 미국의 어느 항공사 기장들이 기내 방송으로 하는 "담배를 피우실 승객들은 날개 위 특등석을 이용해 주십시오...."라는 멘트는 얼마나 재치스러운가.
요즘 스타벅스는 커피 하우스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데다 맛도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스타벅스가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이유는 커피 문화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라는 점 때문이다. 감성 경영의 단적인 사례인 셈이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다방이 있었는데 왜 스타벅스와 같은 발상을 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발상을 전환할 만한 창의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풀어야할 중요한 숙제이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기대하기 힘들다.

2015년 가정용 로봇 1,300만대 보급 전망
아홉째, IT·BT·NT 등 기술이 새로운 세계를 연다.
지난 10년간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이끈 주역은 인터넷이었다. 앞으로 10년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 요인으로 남북관계를 비롯해 IT, BT, NT 등 신기술과 이의 융합 상품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신기술을 적용한 상품으로는 전자화폐, 가정용 로봇, 인체 장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가정용 로봇은 2015년에 우리나라에서만 1,30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체 장기를 새것으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해 우리의 실생활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돼지 콩팥 등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기술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할 것은 어떠한 기술로 미래의 먹거리를 만드느냐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선정해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미래 컨버전스 시대에 대비한 발상의 전환 능력을 키워야할 것이다.
한편 기술의 혁명적인 진보는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개인 프라이버시의 침해 등 부정적인 면도 있다. IT인프라가 잘 발달한 우리 사회에서 장소나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유비티즌(Ubtizen)이 조기에 열리겠지만 그러러면 표준화, 시스템 보호, 사생활 보호 등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열째,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의 중요성 증대이다.
앞으로는 일시적인 성과 보다는 지속적인 성장, 지속적인 관리 등 '지속 가능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국가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 오염, 기후 변화, 유한한 자원의 고갈·낭비 등을 비롯해 지나친 부와 소득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적어도 3가지를 충족시켜야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책임, 윤리적·사회적 책임, 환경적 책임 등이 그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갈수록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추세다. 기업의 지배구조, 윤리, 사회공헌 등 비 재무적 경영정보에 대한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작성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 기업가치의 평가 또는 투자 기준에 비 재무적 가치를 반영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IBM, MS 등 22개의 IT 기업은 CSR 기준을 만들어 거래 상대방에게 기준 준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국제적 움직임과 비교해 국내 기업들의 인식과 대응 수준은 아직 미흡하다. 세계적 추세인 규범화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끊임없는 혁신과 창조가 성장 열쇠
변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견디기 힘들 것이다. 기업의 예상 수명이 1940년대 90년에서 1960년대 40년로, 그리고 최근에는 15년으로 단축된 점은 변화의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 가운데 40년 생존율이 고작 12% 밖에 안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1965년 10대 기업과 2005년 10대 기업을 한번 보라. 한개의 업체도 10대 기업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2005년 10대 기업 가운데 과연 몇 개 기업이나 2020년에도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해도 아마 2~3개 기업에 그칠 것이다.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의 열쇠는 끊임없는 혁신과 창조이다. 그래야만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대처하며, 주도할 수 있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차별화 해야 한다. 맞춤형 생산이나 감성 경영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두 번째 근로자, 소비자, 공급자 간에 감성적이고 끈끈한 관계을 맺어야 한다. 세 번째는 '사람'이다. 효율적인 조직 운영만으로는 1%가 부족하다. 창의적이며 통찰력을 갖춘 인력의 확보와 유지, 교육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관리, HR 전략, IT 지출이 뒤따라야 한다.
박시현 기자 pcsw@rfidjournalkorea.com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