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업체 육성’∙‘공공근로’라는 당초 목적 시현해야

[연속기획 예고]

제1부: 약육강식에 멍드는 중소업체와 구축사업

제2부: 전문업체 고작 10개 안팎…'DB 구축 전문업체 육성책 절실하다'
- 전문 DB구축업체 육성방안과 전문업체 탐방-

제3부: 통합 사업 관리 시스템∙솔루션이 없는 것도 부실 원인
- 사업관리 실태 및 관리시스템∙솔루션 소개-

제4부: 그래도 'SUCCESS STORY'는 있다①

제5부: 그래도 'SUCCESS STORY'는 있다②

제6부: DB구축사업, 공공기관 민간부문 향후 20조 시장 전망

행정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행정정보를 디지털화하여 행정업무의 능률을 향상시키고, 대국민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행정정보DB 구축사업이 관리체계와 추진 절차상의 문제를 일부 수정한다.
이 사업은 지난 2004년 추진계획 수립시만해도 'IT분야 투자확대'를 통한 IT 중소기업 살리기에 '공공근로' 성격이 가미된 추앙받는 프로젝트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으며 탄생했다. 그러나 채 3년도 지나지 않아 이 사업은 당초 기대와 달리 부실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자 총괄기관(행자부) 및 주관기관(발주기관), 전담기관(한국정보사회진흥원)이 당초 사업시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선방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대형SI업체, 컨소시엄 참여 중소기업 관리 허술
도대체 어떤 연유로 이 사업을 손질해야 만 하는가? 이 사업에 주 계약자로 참여한 일부 대형 SI업체들의 관리부실과 책임한계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행정정보DB 구축사업 총 20개 과제 중 사업규모가 굵직한 4개 사업권(계약 금액 약255억원)을 따낸 모 대형 SI업체의 경우 단지 10여명만이 전체 행정정보 DB구축사업을 전담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사업관리와 자금관리만 맡고 나머지는 컨소시엄 참여업체와 재하도급 업체를 동원해 사업을 수행해 왔다.
특히 이 대형 SI업체가 주계약자로 참여한 모 부처의 프로젝트는 컨소시엄 참여업체 4개 중 1개 업체는 사업주가 잠적한 상태이며, 1개 업체는 부도가 발생했고, 1개 업체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도 주계약자인 이 대형 SI업체가 주도했다고 한다.
당초 이 사업은 삼성SDS가 진행해오다가 2005년부터 이 업체가 수주했다. 이 대기업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DB 구축 관련 경험이 전무한 관계로 국가 자료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유지보수를 해온 모 업체와 함께 3개 업체를 끼워 넣었고, 2006년에는 1개 업체를 교체 투입해 사업권을 따냈다.
DB구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 중 사업 수행 능력이있는 업체는 규모있는 사업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1개 업체 정도"였다며, "컨소시엄 구성 단계에서부터 사업 부실이 예고되었다"고 전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2005년에 참여기관들의 확인을 거쳐 사업을 종료하고, 유지보수 계약을 맺어 2006년 초에 집중적으로 보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 컨소시엄 업체가 약 17억원의 선수금을 받고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1개 업체는 부실 경영에 시달리다 결국 올 1월 17일에 최종 부도를 냈다. 이 와중에 컨소시엄 업체 및 하도급 업체에 동원된 '공공근로' 성격의 실업 인력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임금을 받지 못한 인력들은 감사원과 정보사회진흥원,행정자치부, 청와대등에 진정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주 계약자의 책임회피와 주관기관간의 줄다리기 끝에 지난해 연말이 되어서야 일부 임금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구축작업 않고 사업관리 명목으로 '고리' 챙겨
대형 SI업체가 낀 정부 부처의 IT 프로젝트 컨소시엄이 왜 중도에 와해될까? 컨소시엄 구성 단계에서부터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만한 업체를 선별하지 못한 것도 원인 이지만, 대형 SI업체들의 정부 공공프로젝트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욕심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당초 행정정보DB 구축 사업은 정부 공공기관의 IT 투자확대를 통한 중소기업지원 성격이 강했다. 또한 이를 통해 실업자들에게 IT 일자리를 만들어 주자는 '공공근로' 의 취지 속에 탄생했다. 그러나 중소전문업체만을 참여시킬 경우 중소기업의 자산 한계로 사업추진에 따른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보증문제가 대두된다며, 대형SI업체의 참여를 허용했다.
다만 대형 SI업체들이 행정정보DB 사업을 독식하는 것을 막기위해 매년 발주되는 과제 중 5개 과제에만 참여할 수 있게 제한했고, 컨소시엄 구성도 5개 업체로 제한했다.
그러나 대형 SI업체에게는 이 같은 제한 요건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앞에서 거론한 모 대형 SI업체의 경우, 지난해 발주된 전체 과제 중 사업규모가 큰 4개 과제를 따냈고, 수주액도 전체 2006년 발주 사업비 약 700억원 중 255억원을 가져갔다.
개별 과제별로 보면 규모가 작을지 몰라도, 몇 개를 합치면 웬만한 대형 민간 프로젝트 하나를 수주한 것과 맘먹고, 사업기간도 보통 1년으로 큰 부담없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공공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다.
대형 SI업체는 이렇게 수주한 행정정보DB 구축사업에 자사 전담 관리 인력 10여명만을 투입하고, 실제 구축 작업은 컨소시엄 참여업체와 재하청 업체에 의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 대형 SI업체는 사업과 자금관리라는 명목으로 전체 사업비 중 약 30%에 이르는 금액을 자사 몫으로 제하고 컨소시엄 업체와 재하청 업체에 분배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 사업에 참여했던 컨소시엄 업체와 하도급 업체들은 이를 '고리'라고 부른다. 대형 SI업체가 가만히 않아서 '고리대금' 사업을 하는 꼴이라며 만들어낸 조어이다.
행정정보DB 구축 관련업계에는 대형 SI업체가 작게는 5%에서 11%, 그리고 17%, 20%까지 챙겨가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앞의 이 대형 SI업체는 유독 30%에 가까운 엄청난 커미션을 챙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형SI업체의 행정정보DB 구축 관계자는 "우리의 몸값이 중소 전문업체의 인력과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것도 많은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자신들도 사업추진 중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서 손해를 봤으며, 수습하느라 힘들게 사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사업수행 방식의 구조적 문제가 사고 초래
관련업계는 이 같은 대형 SI업체의 '고리'가 컨소시엄 참여 중소업체 및 하도급업체의 부실을 부르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구축 작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주계약자가 '고리'를 가져감으로써 나머지 컨소시엄 참여 업체나 하도급업체는 어쩔 수 없이 적은 비용을 받고 사업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 양심적인 컨소시엄 참여 중소기업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수금을 받은 컨소시엄 참여 중소기업 사주가 갑자기 작업을 중단하는 바람에 재하청 업체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관련 솔루션이나 장비를 납품한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분명 발생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대형 SI업체들이 원천적으로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대형SI업체들의 고리가 부실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추진 중에 컨소시엄업체나 하도급업체의 부실로 사업이 지체되거나 공공근로에 참여했다가 임금을 받지 못해 문제가 된 과제는 몇 건이 된다. 특정 중소기업이 일으킨 사고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모 부처 사업의 경우에는 컨소시엄 차여 중견기업이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 태업이 이어지자 동원인력들이 작업장에서 쫓겨난 사건이 있었으며, 동원인력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체당금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또 다른 과제에서는 이 같은 문제로 주관기관에 패널티를 지급한 경우도 있었다.

주계약자의 의무와 역할 불명확한 것도 문제
주계약자의 의무와 역할이 불명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형SI업체의 경우 컨소시엄참여 중소기업과 공동수급협약서를 작성하고 과제를 수주한다.
말 그대로 컨소시엄을 대표해서 주관기관과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때문에, 컨소시엄을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실제로 주 계약자인 대형 SI업체들은 컨소시엄 참여 중소기업이 재하도급을 주거나 솔루션을 구매할 경우, 자신들이 지급을 보장하겠다고 말하고, 장비를 구매할 경우엔 발주도 직접 낸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컨소시엄 참여 업체나 하도급 업체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우리는 컨소시엄 참여 업체 중 하나 일 뿐"이라며, 대금지급을 미루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주관기관인 발주기관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발주기관은 "우리는 이미 대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컨소시엄 내에서 발생한 문제는 사적 문제인 만큼 주관기관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 행정정보DB 구축사업 총괄기관인 행정자치부 또한 "컨소시엄의 대표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고 책임한계가 불명확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자부 관계자는 "대형 SI업체가 주계약자인 것만은 확실하다. 여타 컨소시엄 참여업체와 공동수급협약서를 작성하고 대표로 계약서에 사인을 한 이상 대표성을 갖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다만 책임한계에 있어서는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지금도 모 과제의 중소 컨소시엄 참여업체에 장비를 납품했던 업체는 주계약자인 대기업 SI업체와 대금지급을 놓고 지리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특정 과제의 2개 중소 컨소시엄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지금까지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발주업체가 대형 SI업체이고, 납품은 2개 중견 컨소시엄 업체에 납품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 업체는 1개 건과 관련해서는 대형 SI업체가 대금지급을 약속한 상태이고, 나머지 한 건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할 답변이 없어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금 더 지켜본 다음, 그래도 특별한 답변이 없을 경우, 발주를 낸 주계약자 대형 SI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도급 관리 및 대금지급 방식 개선
IT 관련 프로젝트에서 대형 SI업체가 하도급이나 대금지급과 관련된 건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만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5년 4월21일부터 5월 19일까지 SI사업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그해 8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월부터 2005년 3월까지 삼성SDS, LG CNS 등 9개 대형 SI업체들이 1,841개 중소업체 7,106건에 대해 정당한 이유없이 하도급 업무를 착수한 이후 계약서를 교부했으며, 이중 입찰제안 단계에서 LG CNS 등 8개 대형 SI업체들이 자신들이 입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소업체에 제안서 작성을 위탁하고도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사례도 42건을 적발했다.
또 같은 기간 중 LG CNS 등 8개 대형 SI업체들이 208개 중소업체 296건에 대해 총 5억7천여만원의 하도급 대금과 지연이자를 미지급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문제가 다소 해결될 전망이다.
우선 총괄기관인 행자부는 "지금까지 행정정보DB 구축사업과 관련해 문제가 있었다는 보고는 전혀 받지 못한 상태"이지만, "앞으로는 하도급업체의 참여 인력 고용단계에서부터 대책을 세울 것이며, 문제 발생시 중재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담기관인 한국정보사회진흥원도 이 문제의 개선에 적극적이다. 우선 주 사업자가 대금 수수후 14일 이내에 하도급업체에 집행하도록 했고, 이를 확인하고 있다. 하도급 업체까지 대금지급 관리를 하는 프로젝트는 행정정보DB 구축 사업이 유일할 것이라는 게 정보사회진흥원 관계자의 말이다.
앞으로는 대금 지급 방식도 개선한다. 기존에는 주사업자가 전담기관으로부터 사업 대금을 지급받아 나누어 주었으나, 올 사업부터는 주사업자가 대기업인 경우와 중소기업인 경우로 나누어 사업비 지급방식을 달리 운영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주사업자일 경우에는 기존의 방식을 일부 개선하여 기성 중심으로 대금을 지불하고, 대형 SI업체가 주사업자일 경우에는 선금을 지급받아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관리의 책임을 지고 잔금수령일 전이라도 기성에 따라 컨소시엄 업체에게 자금을 100% 집행하고 주과기관의 검사를 완료한 후 잔금을 수령해 가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 컨소시엄 업체나 하도급 업체에 사업 자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게 되어 본 사업의 취지인 중소기업 및 DB 구축 지역업체를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정보사회진흥원은 지방경제 살리기를 위해 올해부터는 행정정보DB 구축사업에 지방DB 전문업체의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발굴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정보사회진흥원은 그동안은 하도급 업체를 심사할 경우, 서류심사만 했으나 앞으로는 반드시 실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하도급업체로부터 고용된 인력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고, 장비를 납품하고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대형 SI업체 참여 제한할 방안 없나?"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행정정보DB 구축사업이 당초 목적을 보다 가깝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형SI업체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게는 7,8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 수준의 행정정보 DB 구축사업 과제에 대형 SI업체가 참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대형SI업체 스스로도 정부 공공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이득을 내지 못한다고 밝히고 있는 이상, 굳이 대형 SI업체를 참여시켜 사업을 꾸려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중소 전문업체들로만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우려되는 재무나 사후 보장문제가 걸림돌이라면, 각종 공제조합을 활용하거나 다양한 제도적 보안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형SI업체의 참여를 막을 법 제도적 방안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총괄기관인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표준계약서에 따라 집행하고 있는데, 집행기관이 개정이나 수정을 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다"고 말하고 "DB사업에만 특별하게 적용할 상황도 못된다"고 밝혔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올해는 더 우려할 만한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행정정보DB 구축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삼성SDS가 올해는 약 2개 과제에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SDS는 "명맥만 유지하는 프로젝트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지난해에는 행정정보 DB사업에 일체 참여하지 않았으나, 향후 민간으로 까지 확산될 경우 엄청 큰 시장으로 확대될 DB구축사업을 위해 올해는 2개 과제 정도에 참여해 경험을 축적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행정정보DB 구축 사업은 관련 기관들의 다양한 수행방식 손질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이래저래 대형SI업체들의 각축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