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만 따지지 말고 비즈니스를 고려해라"

금융권의 리눅스 도입이라는 이슈를 몰고 온 대신증권. 그 뒷면에는 CIO인 문홍집 부사장과 IT인력들이 다년간 경험한 리눅스 노하우가 숨어있다. 국내 사례로는 새마을금과 수출입은행이 일부 업무에 리눅스를 적용한 것이 전부이며 아직 금융권에서는 검토중인 단계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신증권이 최근 앞으로 3년동안 점차 리눅스전환을 확대해 메인프레임 운영체제(OS)까지도 리눅스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는 큰 사건이 됐다.
대신증권은 이미 2000년부터 리눅스 클라이언트 개발 경험을 쌓아왔으며 IT부서에서 먼저 리눅스를 제안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문 부사장은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되 OS만을 리눅스로 교체하면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가용성과 확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대신증권은 이미 계정계시스템인 원장관리시스템을 리눅스 기반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리눅스가 가진 문제점인 '보안'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해정 기자 hjpark@it-solutions.co.kr

당장의 이익보다는 TCO로 접근
앞으로 3년간 메인프레임의 OS를 단계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는데 리눅스 전환의 궁극적은 목적은 무엇인가.
▶리눅스 전환의 궁극적인 목적이 '비용절감'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대신증권은 IBM의 메인프레임, 유닉스, 윈도NT 등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하며 이를 필요한 업무에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 플랫폼이 다양한만큼 OS도 다원화 돼 있어 유지보수, 개발비, 운영의 애로, 운영 인력, 기술 한계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한 인력도 많이 필요하며 애플리케이션 개발 인력의 정보교류도 단절돼 개발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유닉스가 더 저렴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유닉스서버를 사용할 경우에도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백업, 인티그레이션이 필요하다. 총소유비용(TCO)를 따져보면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하다. 비용절감을 위해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한 사용자의 경우 결국 시스템이 다운될 때를 대비해 항상 시스템 자원을 여유있게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렇게 보면 메인프레임과 유닉스를 비교했을 때 비용절감 효과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신증권은 메인프레임 2대와 유닉스서버 400대를 가동중이다. 대신증권은 10년 전 금융권에서 보기 드물게 유닉스서버를 도입한 바 있다. 문 부사장은 "많은 제품을 써본 결과 메인프레임이 비싸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최근 메인프레임의 가격 자체가 많이 내려간 이유도 있지만 IBM의 온디멘드 계약으로 유지보수 비용이 저렴해졌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IBM과 메인프레임 사용량 40%를 기준으로 계약을 맺었으며 이보다 덜 사용할 경우 요금을 적게 지불하게 된다. 지난 6월 대신증권의 메인프레임 사용량이 기준치보다 미달해 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부사장은 '과거 IT가 기업의 인프라에 그쳤으나 이제는 핵심으로 비중이 커진 만큼 CIO의 고민도 비용절감보다는 기업의 이익으로 확대됐다'며 리눅스 전환이유를 '비용'에 두지말기를 강조했다. 또한 문 부사장은 "CIO가 지나치게 비용만을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즈니스 로직에 IT를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리눅스가 다른 OS보다 저렴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어느 분야에 재투자할 것인가.
▶현재보다 매년 20억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전망이 가능한 것은 IBM의 메인프레임 가격 자체를 낮췄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 이 때문에 리눅스로 전환할 경우 유지비용이 50~6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본다.
CIO는 당장의 비용절감 효과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TCO를 고려해야 한다. 초기투자비용과 장비의 감가삼각비, 유비비용까지 충분히 고려한 다음 결정해야 한다. 기존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비용은 감소하지만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이를 지원해줄 IT업무도 따라서 증가해 IT투자비용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증가하는 서비스와 상품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늘려야할 형편이다.
한국IBM과 아웃소싱 계약을 한다해도 기존의 IT인력을 다른 업무로 재배치해 계속 유지하게 된다. IT업체 인력들의 기술은 뛰어나겠지만 현업에 대한 이해는 아무래도 사용자보다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IT의존도가 높은 새로운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일수록 IT인력을 더많이 필요로 하게 되며 이러한 업무에 인력을 재배치할 것이다.
대신증권은 현재 사용중인 z시리즈가 리눅스 기반으로 500MIPS를 처리할 수 있도록 리눅스로 우선 전환할 계획이다. 대신증권의 대부분 IT인력들이 메인프레임 기술자이기 때문에 IBM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리눅스로 전환하겠다고 했을 때 내부뿐 아니라 외부, 즉 사이보스의 사용자들이 반발하지는 않았나.
▶우선 내부의 반발은 없었다. 오히려 대신증권 IT 현업 담당자들이 리눅스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이를 위선에서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대신증권은 이미 PDA용 홈트레이등시스템(HTS)을 개발하며 리눅스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IT 현업 담당자들이 리눅스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튜닝에 참여해 최적화된 OS로 발전시켜 왔다"며 권장했다. 또한 대부분의 금융권 IT조직들이 메인프레임 기술자가 많고 유닉스나 리눅스 기술자들은 적은 데 비해 대신증권은 임베디드 리눅스 솔루션 개발을 통해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리눅스의 약점은 '보안' 때문에 사이보스 사용자들의 반발을 궁금해 하는 것 같은데 우리 고객들은 안정된 시스템 위에서 거래하기를 바라지, 그 시스템의 OS 종류를 따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보안 부분은 리눅스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이긴 하지만 앞으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스템을 뚫는 '창'이 있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패'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신증권은 HTS인 '사이보스'와 직접 개발한 미들웨어인 '인포웨이'로 이미 IT인력들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인포웨이는 팁코와 IBM MQ시리즈를 통합한 Enterprise Application Integration(EAI) 툴로서 대만 증권회사에 수출하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국내 리눅스 전환에 대해 해외 사례를 참조하지 않았다. 해외 사례가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레퍼런스가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이미 뒤쳐졌다는 것이 문 부사장의 생각이다.

가용성·확장성을 신뢰
대신증권은 앞으로 어떠한 분야에 IT투자를 늘릴 계획인가.
▶거래 온라인화와 관련한 분야에 투자를 늘릴 것이다. 현재 거래건수로 봤을 때 온라인 대 오프라인의 비율은 70대 30이며 이익률을 보면 60대 40정도다. 주식거래만을 봤을 때 온라인 대 오프라인비율은 45대 55정도지만 선물옵션거래의 경우 거의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오프라인 거래 수수료가 온라인에 비해 비싸며 거래액도 좀더 많다. 그러나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우리 고객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지 수수료를 적게 내는 것은 아니다.
고객은 나홀로 투자에 한계를 느끼며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자문을 받고 싶다. 주식거래 관련 정보는 여기저기 산재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이미 정보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고객들이 오프라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를 대신증권은 '포스트 온라인'이라고 부른다. 온·오프라인의 컨버전스라 할 수 있는데 이미 지난해부터 대신증권 영업사원에게 비주얼베이직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해 '사이보스2004'부터 화면에 맞춤 데이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동시접속 500명까지 가능하다.
사이보스 고객은 영업사원이 재가공해서 오프라인으로 작업한 정보를 자신의 화면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이 정보는 고객이 원하는 맞춤 정보이기 때문에 다른 고객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현재 대신증권 120개 지점의 영업인력들이 이와같은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부천동지점과 서울 강남역지점에서는 수익이 증대됐다. 대신증권은 거래수수료를 30%나 인상했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차별화된 정보를 반기고 있다.
통상 증권사 고객 중 상위 고객 15%가 95%의 매출을 차지하며 나머지 85%의 고객이 5%의 매출을 채운다. 대신증권의 IT전략은 더 복잡하고 더 다양한 상위 고객에게 다양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사이보스빌더라는 툴로 2~3시간이면 고객의 화면에 재가공된 정보를 제공해준다. 문 부사장은 "고객이 영업점을 찾아오는 시대는 지났지만 웹을 통해 영업사원이 고객을 만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은 있다"며 "IT를 기업의 인프라로만 보지 말고 고객접점으로 활용해 포스트온라인 분야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와 IT의 접목에는 CIO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CIO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앞서도 말했지만 CIO가 비용에만 집착하기보다는 TCO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IT는 이제 인프라가 아니라 고객 접점이며 중요한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CIO에게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하며 우리 회사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변화의 곡선이 완만하게 이어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바닥을 수평으로 긋다가 갑자기 수직상승하는 변화기류를 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때 변화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준비해 따라잡기에는 너무 늦게 된다. 때문에 과거처럼 돌다리를 두드려보려고 하면 이미 다른 기업들은 그 다리를 건너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있어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사이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금융시장이 마라톤과 같은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심판이 따로 없는 100m 달리기에 비유할 수 있다. 대부분의 주자들은 이제 막 출발선 앞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지만 어떤 주자는 락커룸에서 운동화끈을 고쳐매고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주자는 출발선에서 50m쯤 앞서 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50m쯤 앞서 간 주자가 방아쇠를 당겨 출발신호를 알리고 달리면 누가 일등하는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주자가 50m쯤 앞서 있을 때 다시 방아쇠를 당겨 또 1등하고…. 마라톤이라면 경기 도중 선두자리가 바뀔 수 있겠지만 100m 달리기에서는 이미 앞서 있는 주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먼저 치고 나간 사람이 기준이 되며 이는 곧 업계 표준이 될 것이다. 돈과 힘이 있어도 시간이 없으면 경쟁사 따라잡기만 해야 할 것이다. 대신증권은 앞서가는 증권사가 되기 위해 IT도 여기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CIO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CEO가 CIO에게 자문을 구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지식경영체계의 기반은 바로 IT이다.

선각자가 기준을 만든다
방카슈랑스의 등장으로 금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제는 증권끼리, 은행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증권과 은행, 증권과 보험, 심지어 제3의 경쟁자가 나타날 것이다. 이를 대비해 대신증권은 어떤 태세를 갖추고 있나.
▶우리·신한금융지주와 같은 금융업체가 각 금융의 모든 분야를 다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경쟁력마저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항공사들의 스타 얼라이언스처럼 우수한 기업들이 모여 제휴를 맺고 새 브랜드를 출범하는 것이 인수합병(M&A)로 탄생한 금융지주회사보다 더 경쟁력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현재 시장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면 M&A 이상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아웃소싱하게 되면 내 약점을 상대방의 강점으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 금융도 미국시장처럼 은행이 증권거래를 하고 보험상품을 파는 금융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그룹이나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생겨났으며 이들은 신생기업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은행의 대형화 추세도 금융권의 새로운 움직임으로 등장했다. 대신증권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주식거래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전문성을 유지, 현재의 선두자리를 지키겠다는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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