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계가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등 4대 거대 업체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들과 경쟁 구도에 있던 소규모 및 신생 업체들은 인수 합병을 통해 갈수록 입지가 약화되고 있어 소프트웨어에서의 혁신이 '실종'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고객들에겐 M&A에 따른 통합이 먹지도 않은 음식에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는 '뷔페식'과 같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M&A 중 40%를 소프트웨어 분야가 차지
잉거솔랜드(Ingersoll Rand)의 CIO인 배리 리벤슨은 자신이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사의 주요 소프트웨어 벤더들이 최근 업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인수합병에서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라클을 예로 들며 "우리와 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들은 주도적인 인수 업체들로, 만일 피인수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로 이것이 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에 인수 합병 바람이 몰아치면서 CIO들은 애플리케이션과 소프트웨어 도입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갖게 되었다. 표준화해놓은 기술의 혁신이 인수 및 합병으로 인해 중단될 수도 있으며 유지 보수 비용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또한 친목 관계를 돈독히 해온 영업 담당자가 하루 아침에 뒤바뀔 수도 있다. 반면에 인수 주체 기업이 연구 개발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도 발생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통합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이 악영향만 끼치지는 않는다. 성장을 위해 대형 벤더들이 '자구책'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 관리자들은 통합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경쟁이나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나치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 방법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인수는 단연 소프트웨어 분야가 주도하고 있다. 톰슨 파이낸셜(Thomson Financial)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 부문의 M&A 규모가 2,980억 달러였는데 이중에서 40%가 소프트웨어 분야였으며 2005년의 경우 3,060억 달러 규모의 절반을 소프트웨어 분야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인터넷 업체의 경우 지난해 기술 분야의 M&A에서 차지한 비중이 1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소프트웨어는 언제나 인수 목록에 '등재'되어 왔으며 거래 금액은 더욱 커지고 복잡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투자 회사인 소프트웨어 이쿼티 그룹(Software Equity Group)에 따르면 지난해 1,726개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인수되었으며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거래 규모였다. HP의 머큐리 인터랙티브(Mercury Interactive) 인수 금액은 45억 달러였으며, EMC는 RSA 시큐리티를 인수하는데 21억 달러를 투자했다. IBM이 파일네트(FileNet)와 인터넷 시큐리티 시스템즈(Internet Security Systems)를 인수하는데 들인 금액은 1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었다.
이러한 거대 자본의 인수는 오라클이 주도적으로 진행해온 것으로, 지난 2년 동안 피플소프트와 시벨, 레텍(Retek)을 비롯해 23개 업체들을 인수한 바 있다. IBM 역시 같은 기간에 22개 업체들을 인수해 결코 뒤지지 않는 '실적'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주로 신생 업체들을 대상으로 하긴 했지만 25개 기업들을 사들였다.
올해 '메가톤급' 인수 대상은 코그너스(Cognos)와 비즈니스 오브젝트(Business Objects)로, 모두 매출액이 10억 달러를 상회하는 업체이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는 매우 매력적인 분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4월 프로클래러티(ProClarity)를 인수하면서 '물꼬'를 트고 있다. NCR이 최근 데이터 웨어하우징 전문 업체인 테라데이타를 분사시킨 것도 거대 업체들의 '입맛'을 당기게 하고 있다. 지멘스의 경우 제품 수명주기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UGS를 35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소프트웨어 이쿼티 그룹의 켄 벤더 이사는 지난 4년 동안 430여 개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인수 합병되었으며 향후에는 규모 측면에서 더욱 거대한 인수 합병 사례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매출이 정체 상태에 직면하게 된 기업들은 벤처 캐피털과 사용자 커뮤니티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SaaS(software-as-a-service)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세일즈포스닷컴을 손에 넣는 기업이야 말로 최대 IT 벤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IDC는 세일즈포스가 올해 안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거보다 현금 보유율 증가한 것이 '빅딜' 활발 원인
이러한 빅딜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론적으로는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새로운 성장과 시장 기회를 찾으려는 벤더들로 인해 인수 합병이 발생한다. 일부에서는 산업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와 구매자들 모두가 과거보다 현금 보유액이 훨씬 증가했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5~6년 전 IT 예산이 바닥을 찍고 난 뒤부터 IT 예산은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예상치 못한 변수가 경제에 타격을 입히지 않는 한 올해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지난 수년동안 월스트리트로부터 수익성을 높이라는 압박을 받아온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매출 성장 전략 수립에 사활을 걸고, 증가하는 기업들의 IT 예산을 따내기 위한 '체질 개선'을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수익성도 높아지고 풍부한 자금도 확보하게 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인수 주체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프린시펄 파이낸스 그룹(Principal Financial Group)의 게리 숄튼 CIO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통합에 대해 '위험과 기회가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숄튼은 자사가 도입했던 소프트웨어가 다른 IT 인프라 벤더에게 넘어가는 바람에 지원과 유지보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반면에, 더 큰 기업이 인수함으로써 재무적으로 더욱 견고해지고 아키텍처의 확대가 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통합은 벤더에 대한 고객의 영향력을 높여줄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린시펄 파이낸스의 오라클에 대한 영향력은 오라클이 프린시펄의 파트너 업체들을 인수하자 증가하게 되었다. 숄튼은 "모든 협상에서 오라클과의 관계가 거론될 정도"라고 밝혔다. 프리미엄급 고객의 확보 여부가 벤더의 기술 로드맵과 전략 방향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대해야할 벤더 적어져 교섭에 시간 비용 절감
예산이 증가하고 있지만 IT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은 변하지 않고 있다. 협력할 벤더가 줄어든다는 것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벨의 주요 고객이자 오라클의 고객사인 잉거솔랜드의 리벤슨은 두 업체와의 교섭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었다고 언급하면서 이제 두 회사가 합병되었기 때문에 업체 한 군데와 협상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교섭할 업체가 적을수록 업무가 훨씬 수월해진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오라클의 오블릭스(Oblix) 인수도 환영한다고 말했는데, 잉거솔랜드는 ID 관리를 위해 오블릭스를 사용해왔다. 그는 "통합 차원에서 볼 때 많은 이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 인수로 인해 소프트웨어의 소유권이 이동하게 될 경우 업그레이드 및 라이선스 문제와 더불어 통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라클의 공동 사장인 찰스 필립스는 지난 10월 개최된 오라클 오픈월드(OpenWorld)에서 자사가 내년 초에 공개할 통합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인 퓨전(Fusion)을 개발하고 있지만 애플리케이션 플랫폼간 원활한 마이그레이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그러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오라클은 조만간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와 JD 에드워즈, 피플소프트 제품군을 위한 업그레이드 제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2월, 오라클은 자사의 소프트웨어와 인수한 업체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정책도 발표한 바 있다.
잉거솔랜드의 리벤슨은 오라클과 시벨의 애플리케이션 통합을 시도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는 오라클이 좀더 빠른 통합 능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기종의 플랫폼을 통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 그의 부언이다.

합병업체간 제품 통합 안돼 위험 가중되기도
오라클의 이러한 인수 전략이 때로는 고객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유통 업체인 스포트 샬레(Sport Chalet)의 CFO인 하워드 카민스키는 오라클의 회계 애플리케이션과 레텍(오라클이 2005년에 인수한 업체)의 유통 애플리케이션간 통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오라클 제품 대신에 SAP의 유통 솔루션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악기 제조 업체인 야마하(Yamaha)는 ERP의 경우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CRM 소프트웨어는 세일즈포스의 온 디맨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팁코 소프트웨어 제품을 통해 세일즈포스 애플리케이션과 ERP 시스템을 연결하고 있다. 야마하의 데이비드 버그스트롬 기업 기획 부장은 세일즈포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가 도입하기에 훨씬 빠르고 복잡하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라클의 인수 전략이 자사에 어떤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면서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세일즈포스 솔루션만큼 단순하지도, 명료하지도, 명쾌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가트너의 알렉스 보나 분석가는 오라클의 고객사 중 상당수가 오라클이 소프트웨어 벤더를 인수한 이후 해당 벤더의 유지 보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한 업체의 지원 관련 인력들이 해고되거나 보직이 이동되어 "일부 고객들이 기술은 잃어버리고 지원 요금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오라클의 부사장인 손니 싱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고객 지원과 커뮤니케이션 경험 및 오라클의 비전에 대한 이해도에 대해 정기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 고객 프로그램(Global Customers Program) 설문 조사를 통해 측정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오라클의 고객 만족도는 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전년도의 기준 수치가 얼마였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단지 높은 수준이라고만 밝혔다).
싱 부사장은 이러한 만족도는 오라클의 구조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인수되면 유통이나 설비 등 적절한 업종별 사업부로 편성된다. 이러한 배치는 서비스들이 업종별로 특화되어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마케팅하며 구현하는데 있어 고객들이 한결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오라클의 경쟁사들은 오라클의 인수 전략에 대해 당연히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설립자이자 CEO인 마크 베니오프는 오라클에 대해 '소프트웨어 분야의 GE'라고 칭하고 있다. GE가 항공 엔진과 플라스틱, 방송 장비 등 복합적인 기업 운영을 하고 있듯이 오라클 역시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별도의 손익(P&L;profit-and-loss) 중심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는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소프트웨어 관리 및 운영의 혁신을 꾀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인수 이후 기술투자가 관건
IBM 소프트웨어의 수석 부사장인 스티브 밀스는 "퓨전은 컨퓨전(confusion: 혼란)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했다. IBM은 1995년에 로터스 디벨롭먼트(Lotus Development)를 35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 인수의 '빅뱅'을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플랫폼간 통합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대표적인 업체이다.
최근에 들어서 IBM은 대형 업체보다는 소형 업체들의 인수에 더욱 주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대규모 인수전에 나서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개발툴 업체인 래쇼날(Rational)을 21억 달러에 인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래쇼날 인수는 2001년의 일이다. 밀스는 IBM이 대형 업체의 인수를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파일네트의 경우 16억 달러에 인수), IT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통합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미들웨어 시장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 업체들은 활용성이 매우 높다"면서, "외부 업체들을 통해 진행할 경우보다 한 회사에서 한 부서에 편입시켜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IBM의 4분기 실적 발표 결과, 순이익은 11% 증가한 35억4,000만 달러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성장 동력으로 IBM은 2006년에 진행한 소프트웨어의 인수를 꼽고 있다.
밀스는 IBM이 기업 인수와 관련해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수에 앞서 기술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면서, "인수를 진행하기 전에 또한 영업과 지원에도 훨씬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찰스 왕(Charles Wang) 모델'을 지목했다. 찰스 왕은 컴퓨터 어쏘시에이츠(CA)의 설립자이자 전 회장으로, 1990년대에 수많은 업체들을 인수함으로써 회사 규모를 키웠지만 인수한 뒤 해당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단종시키고 유지 보수 비용은 높였으며 사용자들이 원하는 방향의 소프트웨어는 내놓지 않은 M&A의 부정적인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밀스는 "고객들이 고민하는 것은 인수 합병이 아니라 인수 업체가 기술 투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IBM이 언제나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통신 업체이자 이전의 티볼리(Tivoli) 고객이었던 GotVMail의 CTO인 데이비드 하우저는 티볼리가 IBM에 10년 전 인수된 이후 엄청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단 4년 만에 15개의 IBM 인수 업체들이 티볼리 브랜드로 흡수되었다. 하우저는 "티볼리는 너무 비싸졌고 혼란스러워졌으며 핵심적인 모니터링 기능과 너무 동떨어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티볼리가 확대 개편됨에 따라 하우저는 원래의 기술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그는 티볼리를 포기하고 나기오스(Nagios)라는 그라운드워크(GroundWork)의 오픈 소스 네트워크 모니터링 툴로 전환하게 되었다.

선택 폭 줄어 업계 '혁신' 저해 우려 높아
프린시펄 파이낸셜의 숄튼은 인수 대상 후보로 올라 있는 신생 업체들의 전도 유망한 신기술이 실제 인수가 이루어진 뒤에는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소프트웨어 업계의 혁신이 저해될 우려가 제기된다.
통합은 확실히 선택의 폭을 줄어들게 한다. 숄튼은 5년 전에 ERP 벤더가 5~6개가 아닌 2개밖에 없었을 당시에는 협상 자체가 무의미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등 4대 벤더의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일부에서는 IPO 시장의 약화와 인수에 적극적인 IT 벤더들, 그리고 더 적은 벤더들과 협상하려는 고객들의 욕구 등으로 인해 제 5, 6의 벤더들의 출현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업체의 M&A 전문 투자 기업인 맥나미 로렌스(McNamee Lawrence & Co.)의 글로버 로렌스 이사는 "이제 더 이상 거대한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 구도를 유지하겠지만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견해를 과연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세일즈포스는 올해 매출액이 7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또 다른 실리콘밸리의 대표 업체인 VM웨어의 경우 4분기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01% 성장한 2억3,2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VM웨어는 5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2004년에 EMC에 인수된 VM웨어가 현재 독립적인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별도의 영업과 마케팅, R&D 사업부를 영위하고 있음), 완전히 별개의 회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CEO인 다이안 그린은 "VM웨어는 예외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규모가 커지게 되면 소프트웨어 업종의 '스택'에 새로운 계층을 추가해야만 한다. VM웨어의 경우는 이 새로운 계층이 가상화였으며, 세일즈포스는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였다. 구글의 경우는 광고 판매이다. 그린은 "이러한 새로운 계층이 언제나 등장하는 것은 아니며 이제 더 이상 특별히 새로운 개념도 찾아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SAP, "혁신 이루며 성장 꾀할 것"
그럴지도 모른다. 혹은 아직은 못 보았을 수도 있다. IBM의 밀스는 "토착화된 소프트웨어 업종을 육성하려 하지 않는 국가는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세일즈포스의 베니오프는 차세대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하길 원하지만 자사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나 인도, 동유럽 등의 개발 업체들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SAP는 자사의 서비스 지향적인 아키텍처(SOA) 전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넷위버(NetWeaver)라 불리는 SOA 기술에서는 SAP가 기업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 SAP 아메리카의 CEO인 빌 맥더모트는 "그 대신에 SAP의 ERP 제품군인 mySAP와 연계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소규모 벤더들과 제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대 소프트웨어 인수의 경우 개별 업체의 코드를 다시 작성해야 하며 서로 다른 기업들의 문화와 인력을 통합한 다음 고객의 구매를 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라클은 인수한 업체들의 애플리케이션을 아직 제대로 서비스하지 못하고 있다. 맥더모트는 "플러그 앤 플레이가 최적의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혁신과 인수 등 두 가지 방법으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SAP는 넷위버와 SaaS 제품군을 통해 혁신을 이루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점이 다른 업체와 차별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SAP가 최근 발표한 실적을 보면 실망스럽다. 4분기 소프트웨어 매출은 7% 성장한 13억 유로였으며 지난해 전체 소프트웨어 매출액은 10% 성장한 31억 유로로, SAP가 기대한 것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SAP는 세일즈포스와 달리 로컬 시스템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해주는 중소 기업용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패키지 소프트웨어 제품군보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계획이다. 정확한 상용화 날짜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와 혁신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핵심적인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넘어서서 통합 커뮤니케이션과 보안, 모빌리티 분야로의 공격적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용 제품으로 아이팟(iPod)의 '대항마'인 '준(Zune)'을 비롯해 Xbox 360 등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품종' 정책과 함께 '끼워팔기'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익스체인지와 셰어포인트(Share Point) 등 몇몇 제품에 대한 새로운 클라이언트 액세스 라이선스를 발표한 바 있는데, 안티바이러스 보안 등 특정 기능의 경우 추가적인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일부 고객의 경우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지만 모든 고객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익스체인지 고객들은 이미 상당수가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상태이기 때문에 보안 기능을 위해 추가로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라이선스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에 특정 제품에 대한 라이선스 선택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고객들에게 광범위한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하도록 '권장'하는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IBM의 경영진들은 포레스터 리서치 분석가들과 가진 수 차례 미팅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라이선스 요금이 너무 높고 포괄적이어서 IT 예산의 상당수를 잠식해버려 나머지 벤더들이 남은 예산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고 포레스터의 줄리 기에라 분석가가 말했다. 포레스터는 비스타와 오피스 12 등 새로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협상에 돌입하는 기업들이 필요한 부분에만 돈을 지불할 수 있도록 '코치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뷔페'식이 꼭 저렴한 것은 아니다
IT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매 협상을 지원하고 있는 미로 컨설팅(Miro Consulting)의 CEO인 스콧 로젠버그는 "모든 벤더들이 한꺼번에 좋아하는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는 '뷔페식' 메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면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이러한 메뉴가 저렴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실제 내역을 들여다보면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과도하게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기업들이 자사가 무엇을 사용하고 있으며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 어떤 기능은 불필요한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벤더와의 협상이 끝난 다음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바로 이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Mary Hayes Weier

사용자, 소프트웨어 벤더간 합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은 중요한 벤더가 인수 합병당할 경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가능성을 고려해라. 프린시펄 파이낸셜 그룹(Principal Financial Group)의 게리 숄튼 CIO는 특히 기술이 이제 막 초창기에 접어든 소프트웨어 벤더를 선택할 때 잠재적인 인수 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숄튼은 "선택한 회사가 인수되어 해당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면 도입한 회사에게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계약서 상의 가격을 고수하라.
한 회사의 소프트웨어 벤더가 인수되면 인수 업체가 유지 보수 비용을 포함해 최소 2년 동안은 원래의 계약서에 있는 내용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전문 분석가인 가트너의 분석가인 알렉사 보나가 밝혔다. 그녀는 "인수 후에 유지 보수 수수료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오라클의 표준 유지 보수 수수료는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22%인 반면에 시벨은 15~17%선이었고 피플소프트의 경우는 약 20%였다.

아키텍처의 흐름을 간파하라. 오라클의 퓨전(Fusion)이나 SAP의 넷위버(NetWeaver) 등 4대 업체의 서비스 지향적인 아키텍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SOA가 많은 이점을 제공하지만 가격의 추가 부담도 감안해야 한다. 보나는 SOA 기반의 제품이 등장하면서 벤더가 프리(pre)-SOA 버전보다 30% 정도 높은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름에 현혹되지 마라. 보나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회사 이름만 보고 제품을 라이선스하고 있다면서, 계약서 내용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인수로 인해 이름이 바뀌고 번들에서 제외되며 라이선스에서 배제되는 제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도록 라이선스되는 소프트웨어의 기본적인 성능을 계약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곧이 곧대로 믿지 말라. 프린시펄 파이낸셜의 숄튼은 인수 벤더의 통합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그는 인수 사례와 그 내용에 대해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구조적인 평가를 통해 장단점과 보장 내용의 이행 등을 분석하고 있다.

매력적인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라잇나우 테크놀로지스(RightNow Technologies)의 그렉 지안포테 CEO는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공룡에 비유했다. 그는 "성숙기와 쇠퇴기에 접어든 시장에서는 통합이 불가피하다"면서, "두 번째 세계가 열리고 있는데, 바로 SaaS이며 현재 성장 곡성 중 진입기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훌륭한 시도이지만 주요 벤더의 소프트웨어들이 미국의 모든 대기업들 주변에 모여들고 있는 것을 보면 다소 때이른 감이 있다. SaaS 시장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라잇나우의 지안포테는 거의 모든 기업의 CIO들이 서비스 형태의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도 매력적인 대안이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우려하고 있는 웹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모델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라잇나우와 세일즈포스닷컴 등 SaaS 벤더들의 매출액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거의 모든 주요 소프트웨어 벤더들이 SaaS 시장으로의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SAP은 최근 패키지 소프트웨어보다 상당히 저렴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중소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공할 계획임을 밝혔다.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얻게 되면서 상위 벤더들이 인수 대상 후보에 거론되고 있다. IDC는 올해 안에 세일즈포스닷컴이 다른 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통합 바람이 불면 그때는 누가 공룡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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