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노트북 PC 업계 '삼성 ‧ LG의 기업대상 가격 정책은 해도 너무' 하소연

"삼성과 LG가 선점해 놓은 기업 시장에 파고들려면 수익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국내에 진출한 외산 노트북 PC 업계는 삼성과 LG가 기업 고객을 상대로 지나치게 노트북 가격을 낮춰 공급하고 있다며 불만이 많다.

삼성전자는 작년 전체 모바일 PC 시장에서 29%의 점유율을 차지해 1위를 지켰다. 삼성전자의 전체 노트북 판매 대수 중 약 40%가 기업 시장에서 판매되며, 2006년에는 약 14만대 가량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뒤이어 LG전자가 19%의 시장을 점유해, 삼성과 함께 기업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북PC에 관한한 기업 시장은 국산 브랜드인 삼성과 LG가 이미 선점해 놓은 상태라 외산 업체들이 진입하기엔 난공불락의 장벽이 펼쳐져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 장벽을 넘을 수 있는 관건은 '가격'인데, 삼성과 LG가 기업 고객에게 제시하는 가격보다 더 낮추면 사실상 수익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

외산 업체의 관계자들은 "특히 삼성의 경우는 거의 네거티브 마진으로 치고 들어가기 때문에 경쟁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삼성은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다, 가격까지 낮기 때문에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마켓 리더라는 이미지 굳히기와 시장 장악을 목적으로 터무니없는 가격 정책을 구사, 시장 질서를 흐린다"고 불만이다.
특히 노트북만 전문으로 주력하는 업체들의 경우 "삼성과 LG전자는 노트북 수익을 포기해도 다른 제품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이들이 낮춰놓은 가격 때문에 우리 같은 전문 업체들은 유일한 수익 창구가 막히게 된다"며 하소연이다.

노트북 고객의 90%가 일반 소비자인 한국후지쯔는 이러한 점 때문에 올해도 기업 시장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을 생각이다. 보통 기업 시장에는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제품을 수십대에서 수천대 단위로 공급하는데, 단가가 많이 낮아져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도시바코리아도 "이미 선점된 기업 시장에서, 본사의 제품은 한 기업 고객 당 한 달에 몇 대씩 팔리는 수준"이라며, 수익이 낮은 이 시장에 주력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대신 제휴마케팅을 통해 우회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신용카드회사나 자동차회사 등과 연계해, 사은행사 품목으로 자사의 노트북을 공급하는 식이다. 도시바코리아는 올해 초에 스토리지 업체인 EMC 및 기아자동차와 제휴를 맺었다. 이나마 제휴마케팅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올해 판매 대수 1,000대 증가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HP 등 기업시장에서 3위를 노리는 일부 업체들을 제외하고, 이처럼 대다수 외산 노트북 업체들이 아예 기업 시장을 포기하는 추세에 있어 삼성과 LG의 기업 시장 독주는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강현주 기자 jjoo@rfidjourna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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