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유망, 협업 플랫폼으로 유용, 성공위해 자유로운 커뮤니티 활동 후원해야

시스코, 도요타, 서킷 시티, 델, 아디다스 등이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가상 세계에 상점을 열고 있다. 하지만 상점에는 아무것도 없다. 기업들이 자유를 넘어 '방임'적으로 놔두는 이러한 '환상의 땅'에서 '실제로' 소득을 올릴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될지 알아보자.

최근 공개된 시스코 시스템즈의 이벤트에 한 펭귄이 나타났다. 주위에 아무런 방해도 주지 않고 조용히, 라우터와 옵티컬 네트워킹, IOS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경청하고 있다. 행사장에서 인간이 아닌 유일한 동물이었지만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판타지로 안내하는 린덴 랩(Linden Lab)의 기술 플랫폼인 세컨드 라이프의 시스코 가상 세계의 전경이다. 원래는 게이머들과 유행에 민감한 힙스터(hipster)를 위해 개발된 이 3D 가상 세계는 몰오브아메리카(Mall of America; 미국 최대 쇼핑몰)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아디다스와 서킷 시티(Circuit City), 델, IBM, 시어즈(Sears), 도요타 등이 모두 이곳에 '거점'을 마련해두고 있다. 또한 세컨드 라이프는 향후 10년간의 비즈니스 진행 방법을 예지하는 흥미로운 선구자이자 고착 상태에 빠진 기업 수익 창출원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경연장이기도 하다.
제록스 팔로 알토 리서치 센터(PARC)의 컴퓨팅 과학 연구소(Computing Science Laboratory)의 밥 무어는 "비즈니스에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면서, "가상 세계는 말 그대로 '가상'일 뿐, 실제 비즈니스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포부는 원대했으나 결과는 아직 미약
4년 전 처음 소개된 인터넷 기반의 3D '메타버스(metaverse)'인 세컨드 라이프는 1월말 기준으로 3백만 명 이상이 등록했다. 사용자들은 아바타(avatar)라는 '분신'을 만들어 걷고 뛰고 앉고 심지어는 날 수도 있다. 아바타를 통해 자산을 보유할 수 있으며 집을 짓고 사업을 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 및 판매할 수 있다. 아직은 메시지가 자판을 통해 송수신되지만 VoIP가 등장하면서 언어를 사용한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멀티유저 게임과 다르게, 각본이 전혀 없이 이루어진다.
세컨드 라이프에 진입한 기업들은 현실 세계에서의 디자인, 마케팅, 영업 문제가 가상 세계에 의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과장된 예측을 내놓고 있다.
고객이 청바지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청바지를 개인에 맞게 설계해보자.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또는 새로운 부엌도 가능하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싶은가? 쇼핑객들이 상품을 가상으로 검색해볼 수 있도록 가상 상점을 설치하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라. 고객의 브라우징을 실제 매출로 연결시키고 싶은가? 웹 사이트로 연결할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놓고 신용 카드 결제 기능을 추가하라.
좋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가상 상점에는 아무 것도 없다. 디자인 시뮬레이션은 사용하기 불편하며 환상에 빠지길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무의미한 지루함만을 안겨줄 뿐이다.
또한 청바지나 신발, 자동차, 가구 등의 디자인 등도 실제 제품으로 적용되어 판매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엔 미흡하다.
가트너의 스티브 프렌티스 분석가는 "가상 세계가 실제 세계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아직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AT&T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광고 대행사 GSD&M의 조엘 그리버그는 "아직은 성숙한 사업용 환경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ROI는 판매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린버그는 자사의 주요 고객사 중 어느 누구도 세컨드 라이프 사이트 구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들이 "혼란스러워하며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세컨드 라이프가 무엇인지도 모를 뿐더러 틈새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린버그는 "고객들은 대중 시장을 대상으로 한 광고주들로, 특정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마케팅할 계획은 없으며 기본적인 접근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컨드 라이프는 공유 공간이다"
토요일 오후 3시 정각, 도요타의 전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와 동시에 실제 세계에 있는 자동차 딜러들은 도요타의 가상 시온(Scion) 모델 시운전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리복의 가상 상점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축구 경기장만한 공간의 가운데에 신발이 진열되어 있다. 리복 브랜드를 알리는 대형 포스터가 벽면에 걸려있다. 하지만 인적은 거의 없으며 빈 공간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24시간 동안 방문객의 활동 시간을 계산하는 린덴 랩의 트래픽 계산기에 따르면 2006년 8월에 문을 연 리복 상점의 트래픽은 1월 중순 741에 불과하다. IBM과의 협력을 통해 1월 초에 개소한 시어즈 상점은 964를 가리키고 있다. 11월에 오픈한 도요타의 전시장은 1,955였다. 반면에, 가장 인기가 높은 사이트인 세컨드 라이프의 엘리먼츠 라운지(Elements Lounge)는 133,217의 트래픽 포인트를 나타냈다.
비록 세컨드 라이프가 3백 만 명의 '거주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가상 공간은 한 사람이 여러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입자 수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가입자수는 1만 명에서 3만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가입자 중 10%만이 실제로 활동을 할 뿐이라는 것이 린덴 랩의 주장이다.
이 수치를 멀티플레이어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에 비교해보자. 8백만 명의 사용자 중 특정 시간대에 WOW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비율은 33~40%이다. 이와 비교해볼 때 세컨드 라이프의 '인구밀도'가 얼마나 희박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제록스 PARC의 니콜라스 두체노트는 "큰 공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지 않아 '외롭게' 돌아다녀야 한다"면서, "그렇게 큰 기업들이 왜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들로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궁극적으로는 상품 판매에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지만 아직 상점은 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 세계에서의 성공은 인적이나 트래픽을 측정하는 것만큼 간단치 않다. 전통적인 웹 사이트의 성공은 바로 '롱테일(long tail)' 현상으로부터 이루어진 것이다. 실제 상점에 진열할 수 있는 상품은 유한하지만 가상 환경에 올려놓을 수 있는 상품은 무한하며, 이러한 다양한 상품과 틈새 시장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긴 꼬리를 이루어 총 볼륨의 수가 매출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와 스타우드 호텔의 가상 자산 개발을 담당한 일렉트릭 시프(Electric Sheep)의 지프 콘스테블 부사장은 세컨드 라이프의 주요 특징이 객체 및 다른 사용자들과의 상호 작용이라는 점에서 볼 때, 얼마나 많은 아바타가 보여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트래픽에는 사람들이 사이트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거기에서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보고 누구와 상호 작용을 했는지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험 측면에서 커뮤니티를 측정해야 한다면서 "웹은 혼자서 즐기는 것인데 반해 세컨드 라이프는 서로 공유하는 형태이며 측정 매트릭스에 이점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도는 유망, 협업 플랫폼으로 유용
가상 상점에 대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컨드 라이프를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시스코는 자사의 가상 캠퍼스 내에서 브리핑과 기술 지원, 제품 교육 등을 테스트해본 뒤 지난 12월 세컨드 라이프에 합류했다. 시스코 테크 센터의 사업 개발 담당 이사인 크리스티안 레너드는 "시스코는 세컨드 라이프를 통해 고객과의 상호 작용에 대한 기존 기술의 활용을 확대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 "전화나 웹을 통해서는 이룰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에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사례를 들어 유용성을 설명했다. 그가 아이오와의 시골 지역에 있을 때 눈폭풍이 몰아쳐 하루종일 집에 있어야만 했을 때 시스코 세컨드 라이프 캠퍼스로 들어갔다. 그때 세컨드 라이프 아바타 모두에게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명의 고객이 그를 불러 세우곤 최근 시스코가 발표한 제품과 솔루션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레너드는 "우연히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면서, "산호세의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면 그들은 내가 누군지조차 몰랐을 것이다. 또한 고객의 귀중한 피드백을 얻을 기회도 놓치게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세컨드 라이프가 다른 커뮤니케이션에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가 '정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썬의 크리스 멜리시노스 CTO는 "텍스트를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몇 명이 참석해있고 무슨 대화가 나누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웹 채팅과는 달리, 세컨드 라이프는 실제 대화 모습을 통해 어디에서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멜리시노스는 실제 상점을 모방한 가상 상점을 보유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장점을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
당분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가상 세계의 판타지 요인과 전통적인 비즈니스 행태와 전략, 목표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멜리시노스의 공식 썬 아바타는 공상과학 TV 프로였던 파이어플라이(Firefly)의 캐릭터처럼 옷을 입고 있다. 카우보이 모자에 권총 케이스를 허리에 차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고용주에게 이점이 문제가 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멜리시노스는 "감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있다면 세컨드 라이프 커뮤니티에서 '왕따'를 당할 것"이라면서, "회사를 PR한다는 모습만 비춰질 뿐 커뮤니티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문화는 형성되어 있지 않으며 보다 격식을 차린 가상 세계를 선호한다. There.com의 경우 세컨드 라이프보다 더 어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구축되었는데, 60만 사용자 중 70%가 13~26세의 연령대를 보이고 있다. 이 사이트를 개발한 마케나 테크놀로지스(Makena Technologies)는 외부로 공개되기 전에 모든 컨텐츠를 검열하고 있다고 CEO인 마이클 윌슨이 밝혔다. 그는 "컨텐츠가 우리의 '가리개(fig leaf)'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권의 침해 소지가 있는지 등 두 가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있는 라구나비치(Laguna Beach)와 The Hills TV 쇼를 There.com에 가상 버전으로 출범한 MTV에게 이러한 판타지 세계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 방법은 매우 매력적인 요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동 양식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 세계와 똑같이 커뮤니티도 형성된다고 판단한다. 가트너의 프렌티스는 "생물학자로서 판단해볼 때, 세컨드 라이프에서의 행동 양식을 보면 실제 생황의 폐쇄적인 환경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완전히 똑같다"면서, "가상 세계가 발전함에 따라 리소스에 대한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가상 세계에 대한 규제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공위해서는 자유로운 커뮤니티 활동 후원해야
세컨드 라이프에서의 성공을 바라는 실제 세계의 기업들은 커뮤니티의 일원이 될 수밖에 없으며 자유로운 커뮤니티 활동을 후원해야 한다.
커뮤니티 마케팅 인큐베이터인 볼드 인터랙티브(Bold Interactive)의 파트너인 개럿 프렌치는 "기업들은 뛰어들기 전에 커뮤니티의 가치를 먼저 파악하고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통제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렌치는 "사용자들이 커뮤니티 내에서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것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를 복제할 수 있는 기능을 사용자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은 주요 브랜드가 메시지를 통제해온 것에 비춰볼 때 쉽지 않은 선택이다.
가상 세계와 실제 생활에서의 법률 및 문화적인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Rutgers School of Law의 그렉 라스토브카 교수는 사용자들이 전통적인 웹 사이트에서 얻을 수 없었던 것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컨드 라이프의 '아름답지만 텅 빈' 공간의 원인에 대해서는 가상 공간에 대한 직원 고용과 배치가 원활하지 않으며 가상 공간에 대해 직원들을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PARC의 두체노트는 방문객을 맞이하고 안내하기 위해 아타바로 활동하도록 직원들을 고용하고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마인드를 쇄신하는 것은 쉽지 않고 교육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레너드는 "가상 세계에 대한 기회뿐만 아니라 장애 요인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nformationWeek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