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경쟁사의 압박에도 여유만만

SAP의 신념은 흔들릴 것 같지 않다. 최대의 라이벌인 오라클이 대규모 인수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상당히 높이고 있음에도 SAP는 이렇다 할만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유기적인 성장을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SAP은 중견 기업들이 서비스 형태의 소프트웨어에 대해 적극적인 수용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에도 SaaS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SAP은 오라클의 최근 '거칠 만큼' 공격적인 전술에 대해서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는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 SAP의 CEO인 헤닝 카거만은 "방어할 필요성도 없다. SAP은 우리의 스타일을 고수하기만 하면 된다"면서, "오라클의 스타일은 전혀 맘에 들지 않는다. 왜 오라클의 방식을 채용해야 하는가?"라고 밝혔다.

오라클과 SAP를 비교하지 말라"

오라클은 지난 3월, SAP의 투모로우나우(TomorrowNow) 지원 부서가 고객 비밀 번호를 통해 대량의 애플리케이션 지원 문서를 다운로드 했다고 주장하면서 회사 정보를 훔친 혐의로 SAP을 고소했다. SAP은 조만간 이에 대한 공식 발표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오라클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것에 대해 SAP에 아무런 위협도 주지 못한다고 조용히 덧붙였다. 카거만은 "오라클과 SAP을 비교하지 말아 달라"면서, "오라클은 여전히 데이터베이스 업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SAP의 이러한 '자신감'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개최된 컨퍼런스에서 SAP은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오라클을 따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서비스 지향적인 아키텍처의 핵심인 넷위버(NetWeaver) 미들웨어를 통해 고객의 유연성과 민첩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웹 2.0 시대에서도 블로그와 위키, 유튜브에서의 레퍼런스 사이트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SAP의 이러한 '신념'에 대한 '테스트'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SAP는 오라클보다 앞서서 SOA 기술을 정립했다. 코카콜라와 다우 케미컬(Dow Chemical), 홈 데포(Home Depot) 등 유명한 고객들이 SOA의 도입을 발표했지만 다른 SAP 고객들은 SOA가 자사의 비즈니스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서비스 형태의 소프트웨어로 언급되는 가입 기반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SAP의 태도에도 의구심이 일고 있으며 SAP이 중간급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라클의 법적 소송도 산만하게 만들고 있으며 제품 및 기술 총괄 대표였던 샤이 아가시가 최근 사임한 것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SOA: 개념은 우수하나 판매는 어렵다

코카콜라는 전세계 프랜차이즈에 대해 공통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구현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공급망의 효율성을 강화하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코카콜라는 프로세스의 강화를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SAP의 엔터프라이즈 SOA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을 사용할 경우 개발자들은 프로세스를 변경할 때마다 코드를 다시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대한 급격한 전환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 ERP 전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코카콜라의 장 마이클 CIO는 "SOA는 한번에 통합하고 한꺼번에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SAP의 또 다른 대형 고객은 홈 데포로, 향후 수년에 걸쳐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SAP의 ERP 제품군과 엔터프라이즈 SOA 프레임워크로 전환할 예정이다. 홈 데포의 SAP 기술 담당 이사인 매트 스툴츠는 "SOA는 예전부터 가능성이 점쳐져 왔지만 SAP은 그 가능성을 실현해 주었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볼 때, SAP의 성장세는 완만한 형태로, 1분기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순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0% 상승한 4억2,160만 달러로 집계되었으며 총 매출액은 9% 증가한 29억5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SOA가 매출 상승을 이끌 수 있을까? SAP는 자사의 39,000여 고객 중 16,000여 기업이 엔터프라이즈 ERP 제품군의 SOA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OA는 고가인데다 구현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류하고 있다. Wyeth Pharmaceuticals의 SAP 기술 총괄 이사인 피터 레거나는 회사측에 SOA의 가치를 알리기 시작했지만 동료들의 호응을 얻기까지는 몇 개월 아니,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SOA는 구축에 오랜 시일이 걸리고 맞춤화가 어려운 복잡한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SAP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레거나는 "SAP의 모듈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 와서 SOA 형태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 없다"고 말했다.

SAP은 또 다른 성장 기술 분야인 SaaS(software as a service)에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는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매출 잠식을 우려해 움직임이 느린 편이다. SAP는 호스트형 CRM 제품을 라이선스 제품에 대한 '디딤돌'로 삼고 있다. 최근 개최된 사파이어(Sapphire) 행사에서 SAP는 온 디맨드 조달(procurement)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했지만 일부 고객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A1S라 불리는 대형 서비스 기반의 ERP 제품에 더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거만은 SAP이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기 전에 고객이 먼저 SaaS로의 전환을 원할 수도 있음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는 A1S가 2008년에 출시될 예정이지만 필요할 경우 좀더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또한 SAP는 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툴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소스의 기업 데이터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넷위버 포탈(NetWeaver Portal)에 에이잭스 기능의 인터페이스를 포함해 넷위버와 SAP ERP에 웹 2.0 기능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또한 포탈 사용자들은 위키와 사회적인 네트워킹 사이트도 제작할 수 있다. 아울러 SAP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SAP 데이터에 액세스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인 듀엣(Duet)의 판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넷위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버전 향상도 추진

또한 SAP는 직원들이 보다 쉽게 기업 정보에 액세스할 수 있도록 개발된 넷위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버전 향상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IT 의사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CFO들을 목표로 한 새로운 위험 관리 및 규제 준수 애플리케이션도 발표했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BI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오라클은 금융 업종에 강세였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벤더인 하이페리온을 인수했다. 비즈니스 오브젝트 역시 3억 달러에 Cartesis를 사들였다. artesis는 재무 리포트와 위험 및 규제 준수 툴을 보유하고 있다. SAP의 기업 인수 계획에 대해 카거만은 대형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소규모 업체가 주요 대상"이라고 말했다. SAP 소프트웨어를 중소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역할은 최근 SAP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표로 임명된 한스-피터 클레이의 손에 달려있다. SAP의 SaaS ERP 제품군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그의 운신의 폭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SAP는 변화하는 업계의 중심에 서 있으며 운영과 기술, 고객 형태 역시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가 스스로 원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은 상기할 만하다.InformationWeek<mhayes@c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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