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먹잇감'으로 IT업체가 영순위, R&D 투자보다 구조조정후 매각 우려


▲ 어바이어의 CEO인 루이스 디암브로시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모펀드로 인수된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어바이어'의 M&A를 계기로 전망해보는
사모펀드의 IT기업 인수, '약'인가 '독'인가?


사모펀드의 '먹잇감'으로 IT 업체가 0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 기업의 새로운 주인 자리를 사모펀드가 차지하면서 기술 개발보다는 인수 기업에 대한 구조 조정을 거쳐 비싼 값에 되파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매출 52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용 통신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인 어바이어는 최근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Silver Lake)와 TPG 캐피털에 82억 달러의 인수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팜(Palm) 역시 사모펀드인 엘리베이션 파트너스(Elevation Partners)에 회사 주식의 25%를 7억2,500만 달러에 매각하면서 엘리베이션에 이사회 의석 2개를 제공했으며 애플의 아이팟 사업부 수장이었던 존 루벤스타인을 회장으로 영입했다.

어바이어, "장기적인 R&D에 주력할 수 있다"

시간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크로노스(Kronos)의 경우 헬먼&프리드먼(Hellman & Friedman)과 18억 달러에 인수 협상을 마무리했다.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Freescale Semiconductor), 가트너(Gartner), 네트워크 제너럴(Network General), 와이즈 테크놀로지(Wyse Technology) 등도 사모펀드 업체가 소유하고 있는 IT 기업들이다. ACS(Affiliated Computer Services)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다윈 디손은 이사회와 주주들로부터 사모펀드의 인수에 대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프란시스코 파트너스(Francisco Partners)는 인텔 및 STMicroelectronics와 두 기업의 자산으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KKR(Kohlberg Kravis Roberts)가 전자 지불 업체인 퍼스트 데이터(First Data)와 290억 달러에 달하는 '메가톤급' 거래를 성사시킨 것은 기술 기업들이 사모펀드의 타깃이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더 엄청난 '블록버스터급' 인수 사례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D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어바이어의 루이스 디암브로시오(Louis D'Ambrosio) CEO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의 분기별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디암브로시오는 "너무 단기적인 시각이 기술 시장에 맞춰져 있었다"면서, "이번 사모펀드의 인수로 제품의 혁신과 R&D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주력할 수 있어 고객들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격적인 인수 합병 사례는 IT 분야에서 생소한 것이 아니다. 컴퓨터 어쏘시에이츠(CA)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수많은 업체들을 '집어삼킨' 것을 기억하는가? 유지 보수 비용은 대폭 상승했지만 인수한 업체들의 애플리케이션은 전혀 업데이트되지 않았던 사례를 잊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사례별로 판단이 다르지만 사모펀드의 인수는 좀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이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소프트웨어 분석가인 제이슨 메이나드의 주장이다. 어바이어와 같은 거대 업체들을 인수해 토대를 마련한 다음 또 다른 기업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려나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Infor로, 연매출 20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SSA Global을 인수한 골든 게이트 캐피털(Golden Gate Capital)이 주인이다. 골든 게이트는 지난 5년 동안 42개의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했으며 Infor를 포함해 4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모펀드의 막강한 자금력은 동종 업체간 인수 합병 규모를 능가한다. 실버 레이크의 공동 설립자인 데이브 룩스(Dave Roux)는 인수 대금으로 400~500억 달러가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다.

IT 업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

사모펀드의 기술 업체 인수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업계가 성숙 시장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부채 지불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에다 프리미엄을 붙인다.

어바이어의 경우 예전 AT&T의 자회사였으며 특허권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데다 유지 보스 계약으로부터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매출은 디암브로시오가 IP 텔레포니와 통합 커뮤니케이션(UC),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의 개발 가속화라는 어바이어의 모토에 위배되는 것이다. 또한 기술 분야에서의 성장이 지체되면서 예측성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주가는 정체되고 있다. 프란시스코 파트너스의 공동 설립자인 닐 가핀켈은 "성숙한 업종은 매입 대상으로 훌륭하다"고 언급했다.

실버레이크나 프란시스코 파트너스와 같은 몇몇 전문 업체들의 성공은 다른 사모펀드에게 자극이 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가넷&헬프리치(Garnett & Helfrich)와 같은 업체들도 IT 업체의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거대 업체의 인수에는 협력 체제가 필수적이다. 블랙스톤(Blackstone), KKR, TPG 실버레이크, 프란시스코 등 사모펀드들은 제휴를 통해 기업 인수를 단행하는 경우가 많다.

제휴의 목적은 물론 자금 확보이다. 또한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경우 대부분 경영진이 인수 대상 기업의 경영 일선에 합류해 의사 결정을 진행하고 있다. 경영진에 합류한 뒤 매수 기업의 구조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 회사의 체질을 바꾼 뒤에 프리미엄을 얹어 다른 업체에 되파는 경우도 있다. 또한 투자 댓가로 일정 금액의 관리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

주가 정체현상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일 수도

회사 주가가 정체 현상을 보일 경우 경영진은 사모펀드로의 인수를 통해 반등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크로노스의 경우 주당 30~40달러 선에 거래되었지만 헬먼&프리드먼에게 주당 55달러에 매각했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단기적인 성장을 걱정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상태에서 성장 지향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고객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사모펀드의 투자 연혁이 길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해답을 제시하기는 무리가 있다. 실버레이크가 최초로 인수한 IT 업체는 2000년에 단행한 하드 디스크 제조 업체인 시게이트 테크놀로지(Seagate Technology)였다. 인수가 되기 전에 시게이트는 R&D에 연간 5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인수 후에는 6억 달러로 늘어났다.

식료품 공급 업체인 Piggly Wiggly Carolina는 2003년에 프란시스코 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EDI 트랜잭션과 데이터 동기화 서비스, 제품 정보 관리 분야에서 GXS의 고객이 되었다. 이 회사의 IS 담당 이사인 레이첼 알바래도는 특히 고객 서비스에 있어서 GXS로부터 아무런 불만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GXS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또 다른 GXS의 고객인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Royal Bank of Canada)는 확대된 제품 포트폴리오로 인해 흡족해하고 있다는 것이 RBC 제품 매니저인 브렌튼 트리츠의 설명이다.

벤더의 재무 건전성은 어바이어가 판매하고 있는 IP 시스템과 같이 핵심적인 인프라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룩스는 IT 구매를 결정할 때 고객들은 다음 분기가 아닌 향후 5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하고 판단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그는 "장기적으로 벤더가 자사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라고 밝혔다.

프란시스코 파트너스의 가핀켈은 사모펀드가 제품 개발을 늦추거나 R&D를 축소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볼 때, 사모펀드는 비즈니스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이며 제품 로드맵이 완벽하지 않은 기업을 인수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프란시스코 파트너스가 인수 대상을 물색할 경우 제품 포트폴리오와 경영진, 향후 5년간의 전망도 꼼꼼히 분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특성상 비용 절감 시도는 피할 수 없다. 아울러 '득 될 것 없는' 프로젝트는 정리 대상이 된다. 가핀켈은 "일부 고객이나 회사에 아무런 이점도 제공하지 않는 '꿈과 같은' 아키텍처는 R&D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실적에 이바지하지 않는 제품 역시 퇴출 대상이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메이나드는 만일 기술 기업들이 오프쇼어(offshore)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새로운 주인이 오프쇼어를 단행해 비용 절감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영업과 마케팅 인력에 대한 재배치도 구조 조정의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2006년 한해 동안 사모펀드가 전체 IT 기업 인수 합병에서 차지한 비중은 6%였다. 룩스는 "사모펀드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면서 IT 업계에서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nformationWeek-컴퓨터월드 2007년 7월호 게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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