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집 액센츄어 한국사무소 사장


▲ 액센츄어의 한국사무소 김희집 사장





"한국의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밑거름 역할을 하는 게 액센츄어의 사명이다"

액센츄어의 김희집 사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컨설팅 업체의 역할이다. 김 사장은 "국내 기업의 80~90% 정도는 해외 경쟁력이 취약하다"며 앞으로 컨설팅 업체들이 해야 할 역할이 막중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생각하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액센츄어는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를 들어봤다.

'성장'과 '전문성 강화' 표방

액센츄어(구 앤더슨컨설팅)는 김희집 사장의 첫 직장이다. 올해로 19년째 한 직장에서만 일하고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은 지난 1983년 액센츄어 뉴욕사무소에 입사해 부장까지 역임하다가 1995년 한국으로 파견되어 3년간 근무했다. 1998년 서울사무소로 전보되면서 이사로 승진했으며, 2001년에 파트너 이어 2007년 2월에는 사장으로 승진해 사령탑을 맡고 있다.

1987년 텍사스주립대학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그가 컨설팅 업계에 입문한 이유가 궁금하다.
"미국에서 MBA를 하면서 애초에는 대학교수가 되려고 했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학생들은 교수 보다는 컨설팅 업체를 더욱 선망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가장 우수한 학생이 선택하는 곳이 컨설팅 회사였다."
김 사장은 교수의 꿈도 이뤘다. MBA 과정에서 MIS와 재무 분야를 전공한 김 사장은 현재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중이다. 최근에는 연세대로부터 겸임 교수직을 요청받았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중이다. 박사학위를 받아야 하는데 그럴만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논문주제는 무궁무진하지만 정작 박사 학위 학점을 이수할 만한 시간이 좀체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희집 사장은 올해 2월에 취임에 앞서 지난 3년 동안 경영위원회 의장으로 일해왔다. 그런 탓인지 대표이사 역할에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김 사장은 부임 후 3개월 동안 '성장'과 '전문성 강화'라는 전세계 액센츄어의 경영 방침에 따라 회사 조직을 크게 바꾸었다.

"그동안 액센츄어는 크게 4개 산업별 조직으로 이뤄져 있었다. 첨단전자 및 통신 산업, 금융 산업, 제조 유통 및 서비스 산업, 자원 및 기간산업 등이 그것이다. 액센츄어는 올해들어 이런 산업별 조직에서 벗어나 IT컨설팅과 경영컨설팅 조직을 크게 강화하는 방식으로 조직개편을 했다. 그 결과 총 400여명의 인력 가운데 경영컨설팅은 100여명, IT컨설팅은 200여명 규모로 재구성했으며, 기존 산업별 조직은 100여명으로 줄였다"
액센츄어가 이렇게 조직을 재편성한 것은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추진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산업별 조직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영컨설팅과 IT 컨설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 이번 조직 개편의 의도이다. 앞으로 경영 및 IT 컨설팅 조직을 크게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렇게 강화된 경영 및 IT컨설팅 조직이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경영컨설팅 부문은 신규 사업 진출 전략을 비롯해 지주회사 운영전략,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등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IT컨설팅 부문은 액센츄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SOA 부문, 데이터센터 통합 등의 기술 컨설팅 분야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 SI 기능을 담당하는 ATS(Accenture Technology Solutions) 조직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액센츄어가 해외 SI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 위상이 매우 미약하다는 점에서 SI 사업조직인 ATS 사업 부문을 앞으로 강화하겠다는 사실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경영 및 IT 컨설팅이 향후 성장동력

"액센츄어는 IDC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SI 기업 1위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인지도가 약하다. 그룹사 소속의 SI 업체들이 주도하는 한국 IT서비스 시장의 특성상 액센츄어의 역할이 주로 PMO라는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액센츄어는 그동안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SI 사업을 벌여왔는데 앞으로 그 입지를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IT 아웃소싱 사업 부문에서 ATS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액센츄어가 SI 사업 전략의 하나로 아웃소싱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래서 액센츄어가 앞으로 아웃소싱 사업의 강화 방안으로 어떠한 전략을 펼칠지 궁금하다. 특히 전세계 아웃소싱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EDS가 올해들어 국내의 대우정보시스템과 공동으로 DIS-EDS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국내 아웃소싱 시장의 공략에 본격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재 경영컨설팅, IT컨설팅, 아웃소싱 등 크게 3개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액센츄어의 전체 매출 가운데 아웃소싱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 미만으로 극히 미미하다. 앞으로 아웃소싱 사업을 대폭 강화해 전체 매출의 30%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재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뚜렷한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액센츄어는 올해 3분기에 본사의 글로벌 전략팀을 국내에 초청해 중장기적인 아웃소싱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립한 아웃소싱 전략을 늦어도 2008년부터는 적극 펼칠 계획이다."

아웃소싱 사업 2008년부터 본격화

김희집 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회사로 성장하는데 뒷받침하는 것이 컨설팅 업체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김 사장이 보기에 국내 기업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곳은 고작 10~20% 뿐이다. 이는 그만큼 액센츄어가 국내에서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비즈니스와 IT적으로 구분해 접근할 수 있다. IT 측면에서 보면 국내 기업은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 매우 취약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국내 대부분의 재벌사들이 IT 회사를 직접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재벌사에 소속된 기업들은 글로벌 베스트 서비스를 받기 힘든 구조에 처해 있다. 계열사 시장 이른바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SI 업체들이 어떻게 해외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해 고객에게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 SI 업체들마저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앞세운 해외 시장의 개척 보다는 국내 시장에 안주하고 있지 않은가. 한마디로 '우물안의 개구리' 격이다. 요즘처럼 글로벌 시대에서는 특히 해외 선진 기업의 사례를 꾸준히 벤치마킹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컨설팅을 하다보면 해외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 국내 시장에는 견줄 만한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석유, 가스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있는 국내 기업이 몇이나 되는가. 이들 기업들은 해외 경쟁사의 벤치마킹에 목말라 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일차적으로 국내 SI 업체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SI 업체들은 'Gate Keeper' 처럼 통행료만 받을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글로벌 경쟁에 본격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컨설팅 역량, '글로벌 네트워크와 풍부한 경험'이 좌우

사실 재벌 SI 업체들이 주도하는 국내 IT 산업 구조는 지구상의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다. 전세계 1위의 SI 회사가 한국에서는 25위에 처져 있으며, 전세계 100대 SI 업체에 랭크된 국내 업체는 고작 1~2개 뿐이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IT 산업구조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스페인 액센츄어의 규모는 2만명이 넘으며, 중국은 2,500명에 이른다. 액센츄어 한국 사무소의 인력은 고작 400여명이다."는 김 사장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액센츄어가 국내 기업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액센츄어는 컨설팅, 테크놀로지, 아웃소싱 등 세 가지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전세계 49개국에 152,000여명이 각 전문 분야별로 연결되어 있는 등 그 어떤 컨설팅 회사보다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최고의 가치를 한국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글로벌 시대에 부응하는 컨설팅 역량은 그 회사가 얼마나 넓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액센츄어 한국사무소의 직원들은 크고 작은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인력들이다. 그동안 해외 글로벌 프로젝트 현장에 인력을 파견해온 액센츄어는 올해부터 그 인력을 더욱 늘릴 예정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결코 아니다. 액센츄어는 유명 다국적기업들이 인도, 중국 등 새 시장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액센츄어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글로벌 경영을 목표로 하는 고객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퍼 컨설팅은 옛말, 이제는 실천하는 컨설팅

과거 IT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들에게 '컨설팅'은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컨설팅 업체가 제시한 보고서는 너무 이상적이며 추상적이어서 실제 활용하기에는 아무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은 어떠할까.
"과거처럼 컨설팅 보고서가 창고에 사장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 구현에 역점을 둔 실천하는 컨설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제는 보고서만으로 그칠 수 없다. 철저한 사후 평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요즘 컨설팅 주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컨설팅은 IMF 전 과 후에 크게 변했다. 과거 성장 지상주의, 외형 확대에서 벗어나 수익성 향상 등 견실한 운영을 위한 컨설팅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고 대답한다.
최근 국내 IT 시장의 이슈로는 단연 차세대 프로젝트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액센츄어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차세대 접근 방식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액센츄어의 차세대 접근 전략은 크게 3가지다. 이는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기도 하다.
첫째, 글로벌 레퍼런스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리스크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경쟁사가 하기 때문에 나도 하겠다는 식"이 아니라 정말 비즈니스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를 꼭 확인하고 추진해야 한다. 셋째, IT 부서와 현업이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해야 한다. 각자가 따로 놀아서는 결코 성공하기 힘들다.

액센츄어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16조원의 매출과 전년대비 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은 세계 평균 보다 높은 성장률을 올렸다. 핵심 사업 전략으로 '성장'과 '전문성 강화'를 기치로 내건 액센츄어가 앞으로 IT 서비스 시장에서 그 입지를 얼마나 더 강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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