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보험사가 주도, 재무 및 관리 회계에 역점, 차세대 프로젝트와 동시 추진하기도

보험사들의 ERP(전사적자원관리) 프로젝트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이 2~3년 전에 ERP 프로젝트를 추진해 적용에 들어간 데 이어 최근에는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신한생명, 흥국생명 등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ERP를 한창 구축하고 있다.

경영전략 및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이 목적
보험사들이 앞다퉈 ERP 프로젝트 구축에 나서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보험사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양한 채널 및 고객의 요구에 따른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보험사들이 최근에는 외국보험사를 포함해 23개로 늘어나고 금융시장 영역이 붕괴되면서, 글로벌 표준을 준수해야하는 것도 보험사들의 ERP 구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IT 지원팀 김시훈 과장은 "금융권의 ERP 도입이 활발하지 않았던 까닭은 제조 업계와 달리 비정형화된 프로세스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금융권도 글로벌하게 정형화된 표준화를 만들어가는 추세"라며 금융권의 ERP 도입이 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다양한 채널들이 등장하면서 채널별 손익관리가 필요한 것도 구축 요인으로 들 수 있다. 과거 FP 채널만 갖고 운영했을 경우, 채널별 손익관리가 필요 없었지만, 방카슈랑스, 텔레마케팅 등 채널들이 다양해지면서 채널별 손익 관리도 필요해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또 효율적인 경영관리를 위해 ERP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ERP를 도입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했다. 그러나 ERP 패키지를 도입함으로써 결산마감이 앞당겨지고, 글로벌한 표준화로 인한 데이터 정합성 확보가 가능해 기업의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경영진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제조분야의 전유물로 여겼던 ERP 패키지가 금융권에 맞게 개량화되었다는 점도 보험사들의 ERP 패키지에 대한 관심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현재 ERP를 도입한 보험사들의 경우 외국에서 검증된 제품을 도입하고 있다.

프로젝트 범위, 재무·관리 회계 중심
보험사들의 ERP 범위는 크게 재무회계, 고객·상품별 손익을 관리하는 관리회계, 계획을 실행하는 SEM 부분으로 구분된다. 국내 보험사들의 ERP프로젝트는 주로 재무, 관리 회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SEM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 동부화재 등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구축을 했지만 실제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ERP에서 SEM 활용이 적은 것과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SEM 분야는 국내와 같이 조직개편이 자주 일어나는 곳에서는 조직 개편마다 시스템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우리 회사에서도 작년에 오픈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조직이 개편되면서 수정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생명은 재무회계, 관리회계, SEM을 ERP 범위로 정했는데 특히 관리회계와 SEM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4월 1일 오픈한 결과 재무회계의 구축으로 결산일정을 단축하는 효과를 보고 있으며, 관리회계 부문에서는 다차원 수익성 분석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한생명 전택상 부장은 SEM 분야와 관련해 "올해는 연간계획을 수립하는 정도에 그치며, 2008년 이후에 시스템을 본격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 현대해상화재, 알리안츠생명 등은 재무·관리 회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기존 기간계 회계시스템을 이용해 재무회계 시스템을 운영했었다. 이번 ERP프로젝트에서는 재무회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관리회계를 새로 구축하고 있다.

현대해상화재도 재무회계, 자산회계, 관리회계를 ERP 범위로 정하고 이 가운데 재무회계와 관리회계에 중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재무회계는 지난 6월에 재무회계 분야를 오픈 했으며, 전체 시스템은 7월에 오픈할 계획이다.

동양생명과 흥국생명은 재무회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동양생명은 결산·전표·자금·세무·고정자산관리·예산·재무회계를 ERP 범위로 정했으며, 특히 재무회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동부화재는 작년에 시험 가동에 이어 올해 본격적으로 관리회계 분야의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직경영관리팀이 신설돼서 관리회계를 담당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재무회계 분야에서 재무관리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전면 교체했다.

차세대 프로젝트와 동시 추진 사례 많아
보험사들의 ERP 프로젝트 추진은 차세대 프로젝트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현재 생보사로는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차세대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손보사로는 LIG 손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업계에서는 ERP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전에 안정한 프로세스 기반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에셋생명 IT 지원팀 김시훈 과장은 "ERP 프로젝트의 최적의 방법론은 먼저 프로세스를 공고히 다져놓고 진행하는 것"이라며 "차세대 프로젝트를 이미 추진한 대형 보험사들이 최근 ERP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으며, 중견 보험사들이 업무 프로세스를 공고히 하는 차세대 프로젝트와 함께 ERP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형 보험사들도 ERP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먼저 진행했다. 또한 동부화재나 교보생명처럼 ERP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견고한 프로세스를 위해 EDW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경우도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12월에 '신기간계 구축 프로젝트'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SAP 패키지를 사용해 ERP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 내년 4월 함께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동양생명 역시 SAP 제품으로 ERP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동양시스템즈와 공동으로 '이지스(E-GIS)'라는 SOA 기반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ERP 프로젝트가 차세대 프로젝트보다 3개월 늦게 시작했지만 2008년 10월에 동시 완료할 계획이다.
LIG 손해보험은 SOA 기반의 차세대 프로젝트와 ERP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ERP 프로젝트는 재무회계, 관리회계를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보험사 ERP 구축 효과, 단기간에 힘들어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사들의 ERP 구축 효과가 제조와 달리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보험상품들이 제조처럼 단기간에 검증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동부화재는 경영진들의 빠른 의사결정과 비용절감 등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생명을 ERP 추진으로 현재 결산관리 일정 단축으로 업무개선과 사무생산성이 향상됐다. 또한 직접비 적용 확대 및 원가분석(ABC) 체계의 도입으로 경영관리 능력이 강화되었고, 경영진들에게 빠른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비용절감 효과도 얻고 있다.

국내 회계법인의 재무적 효과분석에 의하면 연간 170억 원의 절감효과를 얻고 있다고 교보생명은 말한다. 교보생명 정보시스템실 최순호 팀장은 "회계처리의 신속성,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회계의 신뢰도가 향상됐으며 성과책임의 소재가 분명해지고 생산성 향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화재 측도 "재무회계에서는 투명성과 신속성 등의 효과를 얻고 있으며, 관리회계 부문은 회사 정책 전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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