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애자일, 애 잡을 일?
오픈소스컨설팅 김대일 애자일 컨설팅 고문
[컴퓨터월드] 요즘 애자일(Agile)이란 단어가 단연 화두다. 특히 잘 나간다는 빅테크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은 모두 애자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알려져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실 미국의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이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과 같이 시가 총액 최 상단 그룹에 있는 모든 기업들은 애자일 방식을 취하고 있고, 이들은 스스로 애자일 방식이 성공적인 경영 성과의 주요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디지털 시대, 코로나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칭 잘 나간다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 민족/당근마켓/토스)와 같은 회사들도 모두 애자일 방식을 택하고 있고 그들 또한 모두 애자일 방식이 그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민간 기업 뿐 아니라 이제 정부도 애자일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요즘 애자일이 대세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면 애자일 방식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애자일(Agile)의 사전적 의미는 ‘민첩한’이란 뜻이다. 즉, 애자일 기업이나 정부는 민첩한 기업, 민첩한 정부라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민첩함은 기업이나 정부와 같은 조직이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까?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려면 전통 조직에서 애자일 조직으로, 전통적인 프로세스에서 애자일 프로세스로, 전통적 문화에서 애자일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AX(Agile Transformation), 애자일 전환이라고 한다.
조직은 부문>본부>팀과 같은 전통 수직적 계층 조직에서 셀(Cell) 또는 스쿼드(Squad)라고 부르는 소규모 수평적 자율조직인 애자일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 대표적인 애자일 회사인 아마존은 모든 팀을 ‘2 Pizza 팀’이라고 부른다. 이는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해 스스로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 소규모 팀을 만들기 위해 피자 2판 정도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프로세스는 연 단위의 사업 수행이나 수년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 실행에서 스프린트(Sprint) 또는 이터레이션(Iteration)이라고 부르는 주 단위의 짧고 반복적인 프로세스로 변해야 한다.
애자일 네이티브(Agile Native) 회사로 알려진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회사는 전통적인 회사가 일반적으로 매년 초에 의례적으로 하는 시무식을 갖거나 별도로 신년사를 발표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장 다음 달 또는 3개월 뒤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고 회사 전략도 시시각각 변하는데 연초에 모여 1년 동안 무얼 해보자고 계획을 밝히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문화는 상의하달의 수직적 문화에서 각 애자일 팀이 자율적으로 협업하고 소통하며 스스로 의사결정하며 동기 부여된 수평적 문화로 변해야 한다. 애자일 문화는 서번트(Servant) 리더십, 진정성 리더십 그리고 리더와 팔로워 간에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문화를 중요시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애자일 회사인 카카오 뱅크는 매년 다음 해 회사 빌딩에 주차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추첨 행사에 대표이사도 직접 참여한다고 한다. 회사의 대표도 추첨에서 당첨되지 못하면 빌딩에 주차하지 못하고 주변의 주차가 가능한 다른 빌딩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애자일의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면 애자일 방식은 항상 옳고 전통방식은 무조건 좋지 않은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세상에 절대 진리는 없듯이 애자일도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키는 아니다. 특정 조직의 문화와 특성상 애자일이 맞을 수도 있고 전통 방식이 맞을 수도 있다.
단지 4차 산업 혁명의 첨단 기술이 등장하고 모든 면에서 변동성(Volatility)이 높고 불확실(Uncertainty)하며 복잡(Complexity)하고 애매해진(Ambiguity) VUCA 시대의 도래, 그리고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생각과 경험을 가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MZ 세대의 등장, 그리고 코로나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21세기의 현대 사회에서 기존 방식이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방식, 즉, 애자일 방식으로 일하는 방식을 전환해야 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애자일 전환은 단순한 것 같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조직들이 애자일 전환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애자일을 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애 잡을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애자일 전환에 성공하려면 사전에 치밀한 전략 수립과 강력한 추진 조직 그리고 지속적인 교육과 변화 관리가 따라야 한다. 또한 조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은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애자일 전환 작업이 애자일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면 스노우볼 효과를 보게 돼 엄청난 성과를 얻게 되지만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시지프스의 효과처럼 바위를 산 정상에 올리지 못하고 영원히 바위를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는 애 잡을 일을 계속하게 된다.
애자일을 할 것인가? 애 잡을 일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