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애자일, ‘변화의 바람이 분다’

김대일 오픈소스컨설팅 애자일 컨설팅 고문 / Head of Agile Transformation

2024-04-30     김대일
오픈소스컨설팅 김대일 애자일 컨설팅 고문

[컴퓨터월드] 1970년대 말 일본의 경제는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인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도쿄 땅만 팔아도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당시 일본 경제의 위세는 대단했다. 이런 일본 경제의 성장 배경에는 토요타 생산 시스템(TPS : Toyota Production System)과 같은 독특하고도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었다.

토요타는 토요타 생산 시스템(TPS)으로 북미 시장에서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인 GM, 포드, 크라이슬러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토요타 성장의 결정적 역할을 한 토요타 생산시스템(TPS)는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제조업 서비스업 등 모든 산업으로 확산돼 일본 경제 혁신의 대명사가 됐다. 이 TPS는 린(Lean) 방식이 가장 중요한 개념인데, 린 방식은 한마디로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TPS의 린 방식을 구현하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JIT(Just In Time)이다.

JIT는 재고 없는 생산 시스템을 뜻한다. 즉, 제품을 생산할 때 부품을 미리 잔뜩 쌓아 놓은 것이 아니라 그날 그날 필요한 부품만 공급받아 생산하는 풀(Pull) 방식으로, 재고관리 비용을 0으로 만들 수 있어서 생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 JIT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칸반 시스템이다.

칸반은 간판(看板)의 일본식 발음으로 각종 부품 관련 정보를 담은 기록표이다. 칸반은 모든 부품 상자에 부착돼 있어 부품 박스가 비워지면 자동으로 납품업체에 정보가 전해져 실시간으로 납품 지시가 전달된다. 이 칸반은 2000년대 들어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만든 애자일 방식에 도입돼 애자일의 아주 중요한 사상이자 철학이자 방법(Method)이 됐다.
 

TPS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카이젠’

카이젠은 개선(改善)의 일본식 발음으로 생산과정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끝없이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카이젠은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켜 일본 제품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게 만들었다. 이 카이젠 또한 애자일 방식에 도입돼 애자일의 궁극적인 목표인 끝없는 개선 문화의 근간이 됐다.

일본은 이런 TPS 방식과 같은 독특한 관리 기법으로 1980년대 말까지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주가와 부동산이 폭락하면서 경제의 거품이 꺼지고 변화를 싫어하고 개혁과 혁신을 꺼려하는 국민성까지 겹쳐 경기 침체가 시작되고 지금까지도 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부른다.

2001년 미국 유타주에서 17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애자일 선언문(Agile manifesto)을 발표하면서 소프트웨어 업계에 애자일 방법론이 처음 등장했다. 이 애자일 방법론은 토요타 TPS의 풀(Pull) 방식의 칸반과 끝없는 개선을 추구하는 카이젠, 인간을 존중하는 문화와 불필요한 낭비 요인을 제거하는 린 개념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한 애플이나 아마존, 구글 같은 많은 혁신기업들은 21세기에 들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전 세계 시가 총액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반면 린, 칸반과 카이젠의 원조 격인 토요타 자동차는 이제 전 세계 시가 총액 30위 권에서 맴돌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2001년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시작된 애자일 방식은 이후에 소프트웨어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금융, 제조, 건설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됐다. 특히 IT 부서뿐 아니라 마케팅, 인사, 재무, 영업, 생산 등 모든 부서에서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디지털 시대, 4차 산업 혁명의 시대가 도래하였고 특히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시대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일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1년 단위의 사업 계획과 예산 계획은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나 규정의 변경 그리고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반영하기 힘들었고, 사일로(Silo) 형태의 조직 구조는 여러 부서의 협업과 소통에 어려움을 가져왔으며, 상명하복의 계층구조는 창의적인 혁신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납기 중심의 프로젝트는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적기에 제공해 주지 못했다. 이젠 기존 전통적으로 일하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더욱이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많은 조직들이 애자일 조직으로 바꾸고 애자일 프로세스와 애자일 문화로 전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영의 귀재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하기 전에 변화하라(Change before you have to)”고 했다. 변화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변화는 매우 어렵다.

21세기는 변화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다. 때문에 전통방식에서 애자일 방식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잭 웰치의 경고처럼 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미국의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Yes, we can!”이라는 슬로건으로 미국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44대 대통령이 됐다. 백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미국에서 무명의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에 지치고 금융위기에 거덜난 미국인에게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며 사상 최초로 미국의 흑인 대통령이 됐고 지금까지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임기를 마치고 퇴임식 연설에서 “국민 여러분이 변화 그 자체였습니다”라고 말하며 “Yes, we can, Yes, we did, Yes, we can”이라는 감동적인 말로 끝을 맺었다.

디지털 시대,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변화의 바람을 넘어 변화의 태풍에 대처해야 하는 기업들도 이제 살아남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오바마의 “Yes, we can”과 같은 “Yes, we agile!”이라는 슬로건으로 애자일로의 변화(Agile Transformation)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애자일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로부터 배우는 방식이다.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을 시작한 기업은 언젠가 “Yes, we agile, Yes, we did, Yes, we agile”을 외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