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테크놀로지 애질리티, 휴먼 애질리티

김대일 오픈소스컨설팅 애자일 컨설팅 고문 / Head of Agile Transformation

2024-10-31     김대일
김대일 오픈소스컨설팅 애자일 컨설팅 고문

[컴퓨터월드] 수도꼭지의 물을 한 방울 씩 떨어뜨려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는 실험을 하는데 첫날은 한 방울 떨어뜨리고 둘째 날은 첫날의 두 배인 두 방울을 떨어뜨리고 셋째 날은 또 전날의 두 배인 네 방울을 떨어뜨리고 넷째 날은 여덟 방울, 다섯째 날은 열 여섯 방울을 계속 떨어뜨려 욕조에 물이 딱 절반이 차는데 99일이 걸렸다면 욕조에 물이 가득 차게 하는 데는 총 며칠이 더 걸릴까?

물이 절반 차는데 99일 걸렸으니 나머지 절반을 채우려면 99일이 더 필요할까? 그렇지 않다. 이제 물이 가득 차는데 필요한 날은 99일이 아니라 오로지 단 하루만 더 필요할 뿐이다. 바로 기하급수적 증가 때문이다.

인류의 기술 발전도 이런 기하 급수적 발전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등장한 후 4만 년 동안 인류는 불의 발견, 돌을 이용한 도구의 발명, 농경 재배 기술 개발과 같은 기술 발전을 이뤘다. 그렇지만 4만 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인류가 발전시킨 기술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은 마치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는데 걸리는 100일중 98일을 사용했지만 욕조에 물은 3%도 차지 않은 상황과도 같다.

그 후 인류는 15세기까지 2천 년 동안 숫자를 발명했고 수레, 종이, 화약, 나침반과 같은 것들을 발명해 4만 년 동안 인류가 발전시킨 기술보다 2천 년 동안 훨씬 더 많은 기술을 발전시켰다. 즉, 98일동안 욕조에 물을 3% 채웠다면 그 후 12시간 만에 10%의 물을 채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 후 20세기까지 4백 년 동안 인류는 엄청난 발전을 하게 된다. 특히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 혁명을 통해 증기 기관과 방적기가 발명되고 19세기에는 전기가 발명되고 20세기 초 비행기와 같은 것들이 발명되고 드디어 20세기 말에 컴퓨터가 발명되어 정보화 혁명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인류의 기술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21세기가 시작되고 24년이 지난 2024년 현재 인류는 욕조에 물을 얼마나 채웠다고 생각해야 할까? 인류는 4만 년 동안 3%의 물을 채웠고 그 후 농업혁명을 통해 2천 년 동안 10%의 물을 채웠고 그 후 산업혁명을 통해 4백 년 동안 20%의 물을 채웠고 그 후 정보화 혁명을 통해 70년 동안 30% 이상의 물을 채웠다고 볼 수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현재 문제는 우리가 언제 물을 50% 채우느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류가 기술 발전 50%에 도달하는 순간 단 하루만에 욕조의 물을 절반에서 꽉 채우듯이 인류의 기술 발전이 곧 100%에 도달한다는 것이고 100%에 도달한다는 것은 바로 신의 영역을 침범할 수도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이 기술 발전을 기하급수적으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전 인류 지능의 총합을 뛰어넘는 시점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한다. 이미 어떤 분야에서는 특이점이 도래됐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바둑과 같은 경우에는 세계 프로 바둑 랭킹 1위인 신진서와 같은 바둑 인간 대표도 알파고와 같은 바둑 인공지능과 맞두어서는 승률은 0%이고 두 점을 놓고 둔다 하더라도 50%의 승률을 보장할 수 없다.

특히 2022년 11월에 출시된 오픈AI의 대화형 생성 인공 지능 서비스(Generative AI) 챗GPT는 인류가 개발한 가장 위대한 기술로 평가받으며 이미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앱이 됐다. 챗GPT는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 Monthly Active User) 1억 명을 돌파했다.

월간 사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하는데 인스타그램이 걸린 시간은 3년, 틱톡은 9개월이었다. 인공지능은 이제 빛의 속도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류는 특이점의 욕조에 물을 거의 50% 정도 채우지 않았나 생각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인류의 모든 분야에 인공 지능이 확산되면 욕조의 물은 바로 50%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욕조의 물은 100%가 될 것이고 어쩌면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는 시점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점이 생각보다 더 가까운 미래가 될 수도 있다.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딥마인드 기술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에 그가 쓴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특이점의 도래 시기를 2045년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022년 11월에 챗 GPT가 출시된 이후로 급속도로 발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때문에 특이점의 도래 시기는 더욱 앞당겨 질 수 있다. 레이 커즈와일은 2024년 6월에 ‘특이점이 왔다(The singularity is nearer)’를 새로 출간하면서 특이점의 도래 시기를 2029년으로 내다봤다. 불과 앞으로 5년 후이다.

테크놀로지 애질리티가 휴먼 애질리티를 급속도로 추월하고 있다. 인류의 또 다른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이점의 도래시기를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